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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깃털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2
윤해연 지음 / 비룡소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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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
청각, 시각, 후각, 촉각....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고민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깃털을 선물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순간, 한 번쯤 멈출 수 있는 작은 날개가 되어 줄,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덜 상처받을 수 있고 날개가 될 수 있는 작은 깃털 하나 말이다.
사춘기가 되며 아이들은 말 그대로 질풍노도를 경험한다. 청소년들은 그동안 쌓아온 이성이란 덮개가 반쯤은 날아가 버린다고 할 정도로 본인의 마음을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과 달리 나가는 말, 의도와 상관없는 행동, 본인도 상처투성이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혼란함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란과 혼돈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여기에 더해 몸에 대한 이상함을 경험한다면, 혹은 결핍과 고립, 외로움을 경험한다면 어떨까? 나만 다르다는 것으로 인해, 내가 나에게 상처가 되고, 결국 어디론가 숨고 싶어지고 사라지고 싶어지면 어떨까?
📖
<전이개누공>
전 세계 인구 중 5%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전이개누공. 병진은 그 작은 구멍 때문에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 자꾸만 생겨나는 염증 때문에 병진은 수술을 해야 하지만 어쩐지 자신에게 그 구멍은 퇴화한 아가미 같은 존재였고, 덕분에 물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병진은 수술로 구멍을 막고 싶지 않다. 우연히 구경하게 된 시니어 수영 대회! 병진은 자신처럼 물속에서 자유로운 존재를 발견하는데
<녀석의 깃털>
곧 고3이 되는데 꿈이 고작 나는 거라던 녀석.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 녀석의 날갯죽지에선 정말로 깃털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뽑아도 뽑아도 더 솟아나는 깃털. 매번 만나 어깻죽지에 난 깃털을 뽑는 일을 하다 오해와 해프닝을 겪은 둘. 녀석의 꿈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
<페이머스 양>
아기를 몰래 낳고 유기하고 달아나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알려진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B 양. 사람들은 괴물이라며 B 양을 욕한다. 하지만 B 양은 자신이 다시 돌아간 것이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이 울고 있어서 간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한다. B 양에게 자꾸 들린다는 양이 우는소리는 무엇일까.
<여섯 번째 손가락>
농구 경기를 시작하는 중, 인원이 맞지 않자 어디선가 등장해 팀에 끼어든 2학년 오지수 형. 심지어 포인트가드인 주인공의 포지션을 가져가버린다. 그러나 혹시나 기대했던 오지수 형은 손가락이 여섯 개이면서도 별것 아니어 보인다. 결국 주인공의 팀은 경기에 져버리고 주인공은 계속해서 오지수 형의 손가락이 신경 쓰이는데, 다른 누구도 오지수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야생 거주지>
엄마와 아빠는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다세대 월세 주택, 아니 야생의 거주지에 선주를 버리고 갔다. 데리러 올 때까지만 살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화장실 한 칸에 의지하는 곳. 선주의 모든 패턴은 화장실과 연결되고 집중되고 주변엔 자신만 느끼는지 불쾌한 냄새가 항상 맴돈다. 결국 배설이 가장 큰 과업이 되어버린 선주가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애는 똥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데...
<없는 얼굴>
이모의 집의 사촌이라 불렀던 선우는 이미 일 년 넘게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삶을 선택한 채 살고 있다. 이모 집에 도착한 지우가 서울에 올라온 것은 자신의 장난 때문에 시작된 일로 같은 반 해식이 스스로를 헤쳤기 때문이다. 해식을 만날 용기가 서지 않는 지우는 어쩐지 선우와 해식이 겹쳐 보인다. 말소리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선우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는데...
여섯 가지 단편 모두 열린 결말을 통해 뭔가 규정짓지 않아서 좋았다..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 미래가 열려있듯, 그들의 이야기를 닫지 않아 좋았다. 생각보다 깊은, 기대보다 진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결핍과 고립, 외로움, 두려움, 아픔,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느끼게끔 한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 그런 걸까.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아이들에게 '참 애썼다 수고했다'라는 따스한 한마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