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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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장녀'다. 그중에서도 장손인 하나뿐인 남동생을 둔, 5형제의 맏이인 아빠를 둔, 어릴 적 엄마를 잃어 늘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엄마를 둔, 그러나 남동생이 장손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차별을 받아온 'K-장녀'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바글바글 대가족이었다. 삼촌들 넷,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증조할머니까지 우리는 한집에서 살았다. 아빠는 이미 20대부터 집안의 가장이었다. 아빠 혼자 벌어 10식구가 먹고살았단다.

엄마도 무척 고생을 했다. 어릴 적 엄마를 여읜 것도 모자라, 시집을 왔더니, 삼촌들은 백수요. 학생인 막내삼촌은 도시락을 싸 보냈어야 했단다. 심지어 시부모님에 시할머니까지... 엄마는 매일매일 10인분의 밥을 해내던 슈퍼파워!! 'K-장손 며느리'였다.



동생은 몸이 약한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늘 찬밥이었고, 양보해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관심은 늘 동생을 향했다. 나는 매일매일 평등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우리집 삼남매에게만큼은 절대로 차별을 하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 늘 나를 짓누르는 이유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차별은 말 그대로 대하는 모양새일 뿐, 사랑의 양은 같았다는 것을... 할머니는 참 차가운 분이셨는데, 동생이 아플 때도 울지 않으시던 분이, 처음으로내가 수능을 망쳐 괴로워하던 때 우셨단다. 엄마는 할머니가 그렇게 우는 건 평생 처음 보셨다고 했다. 어릴 적 차별이야 옛날 사람의 집안을 위한 본능적 감정이었을 뿐, 아픈 아이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는 어릴 적 엄마를 일찍 여의셨다. 그래서 누구보다 내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인지 늘 나를 아이처럼 대하신다. 아직도 혹시 사는데 모자랄까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시고, 옷에, 건강에, 눈썹 모양에, 머리 스타일에, 살까지 관심이 많다.

내가 김장을 혼자 다 하고, 요리도 곧잘 하는 걸 알아도, 엄마는 만날 때마다 늘 바리바리 흔한 멸치볶음 하나까지도 꼭 싸주려고 해놓는다. 몸이 아플 때에는 좀 안 했으면 좋으련만, 굳이 허리에 복대를 차고라도 뭔가 주시려고 잔뜩 해두신다. 시어머님은 쿨하게 맛봐라 하며 주시는 정도지만, 엄마는 그것도 늘 꽉꽉 채워 커다란 통으로 퍼부어 주신다. 엄마에겐 딸이 올 때 의식처럼 밑반찬 하나라도 꼭 직접 해서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나 보다.

아마도 엄마는 엄마의 자리를 못 느낀 채 자랐던 그 외로움을 나만큼은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건지 경험해 보지 못해, 힘에 부친 줄도 모르고 내게 퍼부어주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어쩐지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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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장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을 위해 많은 것들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딸들에게는 K-장녀의 굴레 따위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P.11)


딸은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린 서로에게 타인이다. 다만 매우 특별히 사랑하는 타인.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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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이냐 애정이냐 그 사이 어디쯤에서 세상의 많은 엄마와 딸들은 위태롭게 서로를 붙잡고 있다. 너무 사랑하고 축복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의 몽실언니들, 아들을 위한 딸들의 희생, 딸만큼은 나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운 딸과 서로 주고받는 상처에 "너도 꼭 너 같은 딸 낳아 키워봐!"라고 뱉어버릴 수밖에 없는 엄마의 아픔! 모든 것이 와닿았다.

엄마도 누군가에겐 딸이었다. 그 기간조차 나의 엄마에겐 너무 짧았다. 그러니 나에게 향하는 관심과 잔소리가 얼마나 큰 애정과 노력을 담은 결과물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도 떠올랐다. 엄마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주고 또 주려고 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더이상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이젠 곁에 건강히 오래오래 계셔주시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에 나와 엄마의 이야기가 잔뜩 녹아있다. 엄마라면, 그리고 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가득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진짜 엄마를 이해할 수 잇을 것 같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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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박작가의 환상적인 생활
박재현 지음 / 인도어키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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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작가의 책이라기에 과연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다가 깜짝 놀라버린 책!

✔아이스럽게 귀엽고 개구진 캐릭터 그림만 가득하려나? 
하는 마음으로 슥슥~ 넘겨보다 문장력에 감탄하게 되는 책! 

 

작가인 박재현 어린이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또다시 충격!) 이미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티티의 모험'이라는 책을 내었고,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 동안의 일기를 묶어 낸 책이란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실화 75% 상상 25%를 조리 있게 섞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집에서 지냈고, 딱히 쓸 이야기들이 많지 않다 보니 특이한 방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점점 재미가 붙으며 이렇게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어린이 박 작가의 환상적인 생활>은 말 그대로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책이다. 오로지 박재현 어린이가 쓰고 그린 그대로의 생생함을 살린 책이랄까. 수정도 거의 없이 박재현 작가의 위트를 그대로 담아 더욱 좋은 책이다. 박 작가의 말만 읽어보아도 얼마나 대단한 문장력과 재치의 소유자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책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박 작가의 가족뿐 아니라, 가족들의 부케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또 'J 유니버스'로 명명된 상상 속의 주인공인 창조된 캐릭터들까지 등장하여 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일상은 일상대로, 생각의 깊이와 진지함을 그대로 담고 있을 때도 있고, 아이스러운 면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면서 또 때때로 이야기의 꾸밈새는 꾸밈새대로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글을 쓰는지 기특과 대견을 넘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표현력은 다양한 일기의 형식에서도 드러났다. 때론 만화 컷으로, 때론 진지하고 길고 긴 문장으로, 또 동시로 나타나기도 한다.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그대로 옮길 때도 있고, 영어 문장을 적어놓기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가 숨어있기도 하다.

아! 이 친구의 매력은 어디까지인 걸까!!? 2편도 만만치 않을걸!?이라는 마지막 멘트를 보니 후속편이 또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또 다른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얼마나 또 성장하고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되어갈까? 벌써부터 궁금증이 샘솟는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 집 셋째 딸의 반응도 사뭇 놀라웠다. 자기도 3학년인데, 이제 책을 써봐도 될 것 같다나? 이 오빠처럼 나도 글을 자꾸 쓰다 보면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갑자기 워드 프로그램에 창작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은 보여 줄 수 없다며 비공개하고 있지만 벌써 5페이지째 쓰고 있는 걸 보면 진지하게 써 내려가는 중인 것 같다. 그림책 작가도 되고 싶고, 화가도 되고 싶고, 선생님도 되고 싶다던 막둥이 꿈에 살짝 불이 지펴진 느낌이다.

 

일기를 그날의 일들로 빽빽히 채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아이 스스로 읽으며 깨닫게 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본 아이라면, '오늘 나는 _____를 했다(갔다)'로 시작해 하루 일상을 주룩주룩 식상하게 늘어놓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창작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일기를 어려워하고 낯설어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선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거나, 일기 쓰기를 지겨워하거나, "일기는 억지로 해야 되는 글짓기 숙제 아니에요?"라고 묻는 초등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권 선물해 주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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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와 기즈모 1-3번 시리즈 (전3권)
크레용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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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복이 꿈인 바지런한 악동 천재 기니피그 기즈모!
천하태평 순둥순둥한 슈퍼 망토 웰시코기 강아지 웨지!

웨지와 잭슨, 재스민, 엄마로 이루어진 웨지네 가족과
기즈모와 앨리엇, 아빠로 이루어진 기즈모네 가족이
엄마아 아빠의 결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어요.
 

<웨지와 기즈모 - 슈퍼 망토와 악동 천재의 대결>

앨리엇과 아빠와 살던 악동천재 기니피그 기즈모는 아빠가 새엄마와 결혼하게 되며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새 가족인 잭슨과 재스민 그리고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재스민에게 맡겨진 기즈모는  자신에게 자꾸 발레복을 입히는 재스민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먹으면 안되는 마시멜로를 잔뜩 먹어 병이 나기도 해요. 한편, 기즈모는 앨리엇을 나누고 싶지 않아, 웨지를 자신을 무찌르려고 온 '토르기'라 부르며 악동천재답게 없애려고 하죠. 어느 날 함께 사는 아부엘라 할머니가 기니피그를 먹는 식문화가 있는 페루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기즈모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며칠 동안 숨어버렸다 점점 지쳐갔어요. 앨리엇도 기즈모가 없는 생일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답니다.

과연 앨리엇은 소중한 기즈모를 찾게 될까요? 기즈모는 할머니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요?

 

<웨지와 기즈모 - 슈퍼 망토와 돼지 핑키를 물리쳐라>

웨지와 기즈모네 옆집에 에밀리라는 아이가 이사를 와요.  에밀리에겐 돼지 핑키가 있었죠. 웨지는 핑키가 마음에 쏙 들었지만, 기즈모는 핑키도 웨지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둘을 물리쳐버리고 드론을 주문하고 쥐 패밀리를 모집하여 지구를 정복할 생각뿐이었죠. 학교에서 열리는 애완동물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에 재스민은 잔뜩 기대하지만 자꾸만 핑키와 에밀리가 신경 쓰여요. 재스민은 애완동물 퍼레이드에서 꼭 상을 타고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 에밀리와 재스민도, 핑키와 웨지도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게 됩니다. 한편, 기즈모는 핑키와 웨지를 건조기로 줄여버리려는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기즈모는 적들을 건조기로 없앨 수 있을까요? 재스민은 애완동물 퍼레이드에서 상을 탈까요? 기즈모는 드론으로 어떤 일을 일으킬까요? 악동 계획은 성공할까요?

 

<웨지와 기즈모 - 캠핑장을 점령하라>

웨지와 기즈모 가족은  캠핑을 계획하고, 웨지와 기즈모는 반려동물 전용 호텔에 묵게 됩니다. 하지만 말썽을 부린 기즈모와 웨지는 결국 쫓겨나지요.  결국 함께 도착한  캠핑장! 그런데 기즈모의 집에는 불청객이 함께 있었답니다. 바로 버터볼이라는 이 햄스터는 기즈모의 양식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어요. 기즈모는 버터볼을 없애고, 토르기의 망토를 빼앗고, 숲속 모든 동물을 악동 군단으로 모집해 캠핑장을 점령하려는 악동 계획을 세웠답니다. 하지만 기즈모는 바닥으로 떨어져 경사로를 따라 구르고 말아요. 그리고 그곳엔 버터볼도 함께 있었지요. 둘은 길을 잃었지만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과연 둘은 무사히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누가 둘을 발견하게 될까요? 버터볼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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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지와 기즈모의 서로 엉뚱한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는 책이 정말 유머러스하고 재미있었어요.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둘의 다른 시선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나 모른답니다. 가장 재미있던 건 할머니였는데요. 할머니는 기즈모에 대해 너무 잘 아시는데 가족들은 전혀 할머니 말씀을 믿어주지 않는 것도 너무 웃겨서 아이들과 한참 웃었어요.

새로운 가족이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도 참 보기 좋았어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새로운 가족이 하나가 되어가는 일은 참 힘든 일이지만, 서로를 아끼는 따스한 가족이 되는 일은 참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가족들이 점점 서로를 받아들이고,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거나 키우고 싶은 아이들이 읽어보면 매우 흥미를 느낄 것 같아요. 혹시 내 반려동물도 기즈모와 웨지 같은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거 같아요. 

조금 도톰하지만 글밥이 아주 많진 않아서 초등 중학년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6학년 둘째는 벌써 다 읽었고, 막둥이가 조금씩 읽고 있거든요. 참 재미있는 책 웨지와 기즈모 시리즈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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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일기 : 데번우드의 비밀
조 브라운 지음, 정은석 옮김 / 블랙피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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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마존 평점 5.0 자연 에세이 분야 베스트 셀러!
 
"자연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밀 이야기.
 전 세계 자연 애호가가 반한 89가지 자연 그림 기록."

바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조 브라운의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집 정원과 근처의 숲에서 발견한 다양한 곤충, 조류, 파충류, 양서류, 버섯, 식물 등을 직접 관찰하여 순서대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곤 이를 '자연일기 : 데번 우드의 비밀 '이라는 삽화 그림책으로 출간했다. 자연의 기록이자, 자신의 기록이다.

나는 어쩐지 자연일기 속 세밀화 그림들이 다른 세밀화보다 좀 더 생동감 있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주변에도 있을 법한 존재들인 것 같아, 하나하나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나는 책을 보고 정말 홀딱 반해버렸다. 어떤 책일까 하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끝까지 모두 넘겨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자연을 이렇게 세밀하고 생생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모든 삽화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그린 그림이며, 책에 나오는 모든 좌표는 바로 작가가 사진을 찍은 장소라고 한다. 백과사전 속 존재를 그린 것이 아니라, 조 브라운 곁에 있는 존재들을 그림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작가는 서두르지 않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페이지를 채워갔다. 그림뿐 아니라 정성을 담아 내용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한 장 한장 그림들이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다.

저자의 책 속 표현대로 "모든 하루는 경이롭다"라는 말이 책을 보는 내내 맘속에서 맴돌 정도로 모두가 존재만으로도 참 아름다웠다. 보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느낌, 마음을 치유해 주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18년 4월 20일의 에퀴세툼 텔마테이아부터 2020년 5월 24일의 이름 미정인 거미의 기생균까지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담아나갔다. 하나하나 번호를 붙이고 날짜를 기록해나간다. 자신이 발견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그 감정까지 그림에 옮긴 느낌이다.

책 속에는 풀꽃도, 균류도, 새도, 도마뱀도. 나비도, 개구리도, 버섯도 있다. 위대한 자연의 섬세함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옮기고, 그만의 차분한 설명까지 곁들여 정말이지 하나의 거대한 '자연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이름이 '자연일기'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자연일기 속 존재들은 한정된 지역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래서 작은 범위에만 존재하는 소소한 기록 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니 내가 존재하는 이 세계야말로 참으로 거대한 나의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 자연 일기는 작가 자신에게 거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작아 눈에 띄지 않았을 존재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여유를 가지고 살펴볼 수 있다면, 이 작은 세계는 더 이상 작은 세계가 아닌 것이다. 위대하고 거대한 나의 세상을 적은 기록이 될 것이다.
 
 

지금의 나도 너무 큰 세상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 브라운처럼 멋진 그림은 그릴 수 없어도, 내 주변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좀 더 여유로운 시선을 하나하나 눈 맞춤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너무 작아 존재를 몰랐을지도 모르는 나를 둘러싼 나의 세상 속 여러 존재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기록하는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어졌다.

조 브라운이 그린 그를 둘러싼 세상은 직접 볼 수 없지만, 지금 나를 둘러싼 나의 세상은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무엇이든 마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일부터 펜과 책을 들고 책 뒤편 공간에 나의 세상을 적어봐야겠다. 내 주변엔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직접 하나하나 만나 눈을 맞춰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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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 막무가내 폭탄 고양이 바우솔 작은 어린이 41
서석영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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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전쟁터입니다.
잠은 왜 아침마다 더 오고, 시간은 왜 매일 부족할까요? 
밤엔 잘 오지도 않는 잠이 왜 아침엔 쏟아지는 걸까요?

바로 여기! 그 잠을 홀딱 깨워주는 폭탄 고양이가 있답니다.
일어나기 힘든 순간마다 폭탄 고양이가 잠을 깨워준대요.

저희 집에서는 사실 저와 딸들이 제일로 잠꾸러기인데,
어떻게 저희도 폭탄 고양이를 좀 입양하면 안 될까요? 🤔
아침마다 이렇게 귀여운 폭탄 고양이가 깨워준다면,
있던 잠도 정말 멀리멀리 달아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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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많아도 너무 많은 지훈이. 원래도 못 일어나지만,
이사 오면서 매일 끌어안고 자던 고양이 인형을 잃어버린 후
쉽게 잠들지 못하니,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어요.
지훈이는 시끄러운 알람 시계 소리를 자장가삼아 자곤합니다.

학교에도 자꾸 지각을 하는 지훈이 덕분에 엄마와 아빠는 
선생님께 불려가게 되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엄마의 친구는
자신의 고양이를 주며 아마 보통 고양이가 아닐거라고 하죠.

이 고양이는 낮에는 지훈이만 기다리는 순한 고양이였지만
아침만 되면 폭탄처럼 무지막지 막무가내가 되었답니다.
악기를 쳐대고 몸 위에서 춤도 추고, 지훈이 눈도 툭툭 쳤어요.
이불로 돌돌 말기도 하고 양파 폭탄을 가져다 놓기도 했지요.

지훈이는 폭탄 고양이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밉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폭탄이가 머릿속에 아른아른 정이 듬뿍 들었답니다.

 

✔ 지훈이는 이대로 아침 늦잠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요?
✔ 지훈이와 폭탄 고양이는, 오래 함께 할 수 있을까요?
✔ 폭탄이는 왜 차도고 (차가운 도시 고양이) 인 걸까요?
✔ 폭탄 고양이는 지훈이에게 어떤 선물을 남겨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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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폭탄 고양이가 존재한다면 저도 꼭 데려오고 싶어요.
너무 귀엽고 개구진 방법으로 깨우는 폭탄이를 보면, 아마도
폭탄이랑 놀고 싶어서 잠이 절로 달아나지 않을까 싶거든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폭탄 고양이가 참 멋져 보였답니다.

저희 막둥이는 안 그래도 고양이를 넘 키우고 싶어 하는지라
지훈이를 너무 부러워하더라고요. 영원히 키울 수 없다 해도
지훈이처럼 폭탄 고양이랑 같이 지내보고 싶다고 부럽대요.
폭탄 고양이 없이도 지훈이가 잘 자게 되어 다행이랍니다.
우리 집엔 폭탄 고양이는 없지만, 좋아하는 인형들은 있으니,
이제 늦잠을 자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다고 하네요. 😊

글 밥이 많지 않아 1,2학년 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며,
사랑스런 폭탄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책! 강력 추천한대요! 
 
 

<무지막지 막무가내 폭탄 고양이>는 교과 연계 도서랍니다.
1~3학년까지, 국어 시간의 각 내용들과 연계되어 있어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타내는 글을 써보고,
소리나 모습을 흉내내는 말들을 배워보고, 책을 읽고 난 뒤,
인상 깊었던 일과 장면을 떠올리고 적어보는 활동을 해보면,
독후 활동으로도, 독서연계 활동으로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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