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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잇는 아이 1918_2020
정명섭.박지선 지음 / 책담 / 2021년 8월
평점 :
백범 일지에도 기록된 1918년 무오년 독감을 아시나요? 전 세계 인구 중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일제 치하였던 조선에도 닥쳐왔고 이를 무오년 독감이라 불렀답니다. 작년 한 방송사의 역사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져서 보았던 기억이 나요. 백범 김구 선생님도 피해갈 수 없었고, 이것이 백범 일지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스페인 독감은 세계 제1차 대전 중 미국 병사에게서 발견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어요. 스페인은 전쟁 비참가국으로서 이 상황을 깊이 있게 다루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독감 이름에 스페인을 붙이면서 억울한 사연을 가지게 되었죠. 이 독감으로 인해 전쟁 사망자보다 독감 사망자가 3배나 더 많았을 정도로 전 세계에 재앙으로 불어닥쳤던 독감입니다.
조선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경술국치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던 조선. 안 그래도 강제 합병 이후 불만이 쌓여가던 이 시기, 많은 조선인들은 조선 땅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들과 큰 차별을 받아왔어요. 게다가 무오년 독감이라는 큰 역병이 닥칙자 이 차별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 와중에 무려 1700만 명이었던 조선의 인구 중 740만 명이 감염되었고, 그중 14만 명은 목숨을 잃었죠. 결국 많은 조선인들은 크게 분개하였고, 이 분노는 바로 다음 해인 1919년 바로 기미년 3.1운동의 불씨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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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를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 따기인 2020년의 동민. 어느 날 동민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어선 줄 속에서 그럭저럭 알고만 지내던 친구 미성이를 마주칩니다. 환경도 다르고 공통점도 없어 가까이 지낸 적 없는 미성이에겐 마스크가 절박했고, 비교적 여유 있던 동민에겐 마스크 걱정이 없었죠. 미성이는 오랜 시간 줄을 섰음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고 미안한 마음에 미성이를 돕게 된 동민은 경한읍의 약국에 함께 갔다가 미성에게서 무오년 독감에 대해 듣게 됩니다.
1918년 무오년의 조선. 이화학당 학생 화진은 개학을 앞두고 경성으로 돌아옵니다. 그 무렵 조선은 독감이 퍼지며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무오년의 독감은 그렇게 학당의 사감 선생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찾아듭니다. 화진의 친구인 계순에게도 독감이 닥쳤고, 그 와중에도 일제는 독립운동가인 계순의 아버지 때문에 병원에 있는 계순과 어린 동생을 감시하죠. 일제는 독감을 대하는 태도마저 달랐어요. 일본인들은 독감으로부터 지키려 하고, 조선인들은 방치합니다. 이에 화진은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일제의 차별에도 답답함을 느끼며, 무오년 조선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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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있지요. 바로 #코로나19 입니다. 2020년 우리에게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어찌 보면 닮은 점이 많고, 조금은 다른 점도 있지요. 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하고, 소독과 위생으로 대응했다는 점. 수많은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 서로가 서로를 멀리하고 두려워했다는 점, 잠재되어 있던 갈등과 차별이 두드러졌다는 점,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무기력하게 보내야 했다는 점.
그러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 우리에겐 없었던 것들이 있다는 겁니다. 무오년 그땐 우리에게 없던 우리의 나라가 있고, 질병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검사의 도구도, 치료제도 개발되고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언젠가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무오년의 독감을 기억하듯이, 언젠가 미래의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2020년부터의 우리를 떠올려주겠죠. 2021년 9월 15일 현재, 대한민국에서 277989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2380명이 사망했습니다. 무오년 그때와는 달리 더 이상의 큰 희생이 없이 우리가 잘 이겨낸다면, 아마 우리의 지금 코로나 역사는 또 다른 '극복의 역사'로서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을까요? 무오년의 화진이 그러했듯, 동민이와 미성이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