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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평점 :
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2'가 요즘 한창 큰 화제가 되며 방영 중이다. 또, 조금 지났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도 2편까지 나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의학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의사들의 이야기이면서, 우리 주변의 누군가일 수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라서 이렇듯 친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동시에 느낀다. 더 나아가 우리가 만나길 꿈꾸는, 혹은 희망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인지라 더욱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의학이 소재가 된 드라마는 많이 보았으면서도, 의학을 소재로 한 책은 의외로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참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이나 그림 하나 없는 그저 의학 소설인데, 글로만 묘사된 처치와 수술 장면들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긴박한 BGM과 속사포 랩처럼 뱉어대는 전문용어와 그를 설명하는 자막, 긴박한 수술 장면을 보여주려는 듯 클로즈업하며 주고받는 의사들의 대화보다 더욱 생생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것이 비단 아직 주인공이 인턴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로 현직 외과 의사이다. 아마도 응급실과 수술실의 묘사는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전문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아닌데, 너무 쉽게 서술되어 금방 이해가 갈 정도였다. 누구보다 긴박한 응급실 상황을 잘 아는 의사이기에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나 할까?
게다가 저자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현지의 의료진들조차 기피하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장소 근처의 다카노 병원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 병원장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다고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생각나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유일한 의료시설인 병원에 위험을 무릅쓰고 제 발로 걸어간 의사라니... 저자는 누구보다 의사로서의 기본 사명을 실천하는 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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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본인이 보는 앞에서 죽어간 형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한 인턴 의사 류지. 아메노 류지는 이 어린 시절의 이 기억을 외면하려 애쓰며 살고 있었다. 고향이자 시골인 가고시마에서 공부하여 도쿄에 있는 우시노마치 종합병원의 의사가 된 류지는 새내기 인턴이었다. 아직 모르는 것들 투성이인 갓 인턴에, 여전히 형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불안한 마음이 가득한 류지는 이제 겨우 실전을 시작하는 중이다.
두려움으로 시작된 실전을 겪으며 류지는 환자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고, 때론 올바른 판단을, 때론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성장한다. 형과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는 교통사고로 복벽이 파열된 5살 환자를 위해 잠을 아껴 최선을 다하기도 하고,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는, 한때 꿈이 의사였다던 동갑내기 말기 암 환자를 떠내보내기도 한다. 충수염 환자, 90대 위암 환자, 결석 환자 등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과 마음의 성장을 겪는다.
때론 류지에겐 그저 불의로 여겨지는 선배 의사들의 현실적인 판단에 분노하기도 하고, 환자의 마음에 대해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투영하기도 한다. 차가운 의사로만 보이던 이와이 선생님의 누구보다 따스한 모습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었다. 가끔은 오진을 할 뻔도 하고, 가끔은 누구보다 올바른 판단도 해가며 말 그대로 인턴 류지는 수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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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점점 류지는 트라우마를 극복해간다. 자신이 스스로 그 벽을 깨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류지가 직접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마주 대했을 때, 그 내면아이가 펑펑 울어젖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류지와 함께 펑펑 울고 있었다.
류지의 의사로서의 성장이, 내면의 자신을 받아들인 그 용기가 너무나 가슴 벅차게 자랑스럽고 진심으로 고마웠다. 매우 현실적이지만 매우 이상적인 의학 소설 < 울지 마, 인턴>. 정말 재미있는 의학소설이자 성장소설인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