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더 디퍼런트 - 사람과 숫자 모두를 얻는, 이 시대의 다른 리더
사이먼 사이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3년 8월
평점 :
저자에 대한 소개나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이먼 시넥의 책이다. 많은 경영자들, 관리자, 리더들이 그의 책을 언급한다. 워낙 저자의 다른 책이 유명해서 이 책은 언급조차 안 되는듯하다. 읽는 데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읽기 어려운 글이어서가 아니라, 읽다가 생각이 많아져서,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키보드로 옮기느라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평생 일을 하면서 산다. 바짝 벌어서 조기 은퇴하겠다는 분위기가 한때 있었지만, 돈을 많이 벌어 생활이 안정될 수는 있어도 일을 그만할 수는 없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세상에는 일의 종류가 참 많고, 많이 사라지고, 많이 생겨나지만, 또 수많은 일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며 정해진 공간에서 동료들과 일을 한다. 대개의 조직은 직급 체계가 있고, 부서가 있으며, 팀장과 팀원이 있다.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직급을 없애는 조직은 있지만, 이름을 없앤다고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하는 사람들 간의 경력 연차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사원과 주임과 대리를 묶어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과장, 차장을 묶어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모든 조직에서 서로를 ‘님’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수평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자, 모든 조직은 크게 팀원, 팀장이 있다. 사이먼 시넥에 따르면 팀장이나 그 이상의 직함이 관리자일 수는 있지만 리더는 다른 의미라고 한다. 리더는 이런 존재다.
“진정한 리더는 주변 사람들을 기꺼이 보살핀다. 의견이 불일치할 때조차 그들을 위해 자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는 한다. 신뢰란 단순히 의견을 합치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진심으로 신경 써준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리더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포기한다. 시간, 에너지, 돈, 심지어 자기 그릇에 담긴 음식까지도 나눠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필요하다면 가장 마지막에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많은 팀장들은 관리자지 리더가 아니다. 리더는 자기가 스스로 노력하여 되는 것이고,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나 팀원이 따를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이다. 배리웨밀러의 ceo 밥 채프먼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관리자가 나를 관리하는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리더가 이끌어주는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 한다.”
내가 태어날 무렵에도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오늘의 현대 사회는 그 변화의 속도가 심하게 빠르다. 1년이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직장 문화도 그러하고, 세대도 그러하다. 세대는 보통 20~30년 주기로 규정된다. 한 세대가 성장하여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다시 자라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시간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세대는 더 세분화되는듯하다. 사이먼 시넥은 (번역서상)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MZ 세대가 거기에 해당할 것 같다. 서점에 깔린 많은 세대론에 관한 책에서는 MZ를 묶어 말하는 것은 너무 다른 사람들을 묶는 것이라고 한다. 가까스로 X세대에 들어가는 내가 느끼기에도 M세대와 Z세대는 인종이 다르다. 요즘 MZ에 대해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는 거의 Z 세대에 관한 내용이다.
사이먼 시넥도 이들이 회사라는 조직에 들어와 일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책의 상당 부분을 거기에 할애하고 있다. 즉 Z세대를 대하는 관리자, 리더의 태도와 접근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2015년 딜로이트밀레니얼서베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90퍼센트가 자신의 능력을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60퍼센트가 현재 일하는 직장을 선택한 이유로 회사의 목적의식을 꼽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를 빨리 그만두는 이유는 인내심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회사에서 명확한 목적의식이나 대의, 신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다. 미션이나 비전 선언문만으로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 ‘최대의 기업이 되겠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라며 세상에 어떤 기여도 할 수 없는 이기적인 목표만 내세우는 기업이 너무 많다. 애초에 회사에 자기만의 ‘왜?’가 없는데 그 안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어떻게 자신의 ‘왜?’를 실현할 수 있겠는가?”
사이먼 시넥은 밀레니얼 세대의 목적의식을 높게 평가한다. 한편 이러한 지적도 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삼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리라고 예상하느냐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참지 못한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MZ가 힘들게 입사하고도 빨리 퇴사하는 이유이다.
나는 면접을 볼 때,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이런 점을 신경쓴다. 그들이 이 회사에서 이 업무를 맡으면서, 나와 일하면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그들이 평생 이 회사에서 일하거나 나와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 평생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는 나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성과를 내면 되고, 나를 잘 활용할 줄 알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서 내 역량을 발휘하여 일에서 보람을 느끼면 된다. 그게 내 커리어가 되는 것이고,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고,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관리자들이, 회사들이, 경영자들이, 사람을 채용해서 어떻게 써먹을까만 고민하는 것 같다. 회사에 들어왔으면 (입사자가 원하는 직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가 지정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례1. 만약 출판사에서 면접 과정을 거쳐 편집자를 채용했다고 치자. 입사 지원도 편집 직무로 했고, 면접도 편집 직무로 봤다. 그리고 편집자로 일하는 줄 알고 채용됐다. 그런데 막상 입사날이 됐는데 마케팅 부서로 발령을 냈다. 입사자가 일할 수 있을까? 금방 퇴사했다. 편집자로 잘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었다. 사례2. 편집직군인데 자기 전공과 분야가 있는 사원이다. 그런데 입사했더니 다른 전공과 다른 분야의 일을 준다. 이건 자신의 커리어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겼다. 다닐 수 있을까?
리더는 실무 면에서도 동료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잘 가르치고 길을 안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동료들의 일을 분배하고 일정에 어긋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예상하고, 그 리스크에 대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은 책임이 따르는 지위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수많은 팀장들은 경력이 그만큼 됐기 때문에 팀장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이 돌아갈 리가 없고, 동료나 팀원들이 따를 리 없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일을 덜 해도 되는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책임을 안는 것이다. 이 점이 어렵다. 리더는 일을 많이 해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그 효과는 쉽게 측정하기도 어렵고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리더십이란 사람을 향한 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