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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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만일 당신이 협동하고 타협하고 존중하고 유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당신과 동등한 존재이자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 존재로 여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당신은 사랑하는 일에 자격이 부족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산업화된 세계의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여자의 몸에 접근할 권리가 있으므로 여자가 그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 이성애자 남자들은 요즘도 여성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불합리하게 성가시다고 불평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남편에게 아내의 몸에 대한 무제한의 권리가 허락되었다는 사실, 그것은 곧 아내에게는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150-151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최근 "우리에게 달렸습니다."라는 슬로건하에 주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잠재적 성폭행 피해자를 적극 보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저 슬로건을 맥 빠진 제스처로 비판하기는 쉽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기념비적인 일이다. 미국의 반응이, 특히 캠퍼스 강간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침내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큰 풍향계들에까지 도달했다는 뜻이다. 한 나라에서 제일 높은 권력들이 남자들에게 자신의 몸가짐뿐 아니라 주변 다른 남자들의 몸가짐에도 책임을 지라고, 변화의 주체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251
만화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는 최근 우리가 가모장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섹스에 대한 접근성을 여자가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상대가 당신과 섹스하기를 원하지 않는 한 당신은 그와 섹스할 수 없다는 뜻인데, 여기서 젠더 대명사를 빼고 말해보면 완벽하게 합리적인 소리로 들린다. 상대가 당신과 자기 샌드위치를 나눠 먹기를 원하지 않는 한 당신은 그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다. 이건 당연한 소리고, 억압이 아니다. 이런 건 다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하지만 만약 당신이 여성의 육체와 섹스하는 것은 이성애자 남성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믿는다면, 여자들은 노상 당신과 당신의 권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는 짜증스럽고 불합리한 문지기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여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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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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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여자가 무언가 남자를 힐책하는 말을 하면, 특히 그것이 기득권의 핵심에 놓인 남자에 대한 말이라면, 사람들은 그 발언의 진실성을 의심할 뿐 아니라 그녀에게 그렇게 말할 능력이 있는가, 심지어 권리가 있는가 의심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일은 전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동안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여자는 자신들이 망상적이고, 헷갈려하고, 타인을 조종하려 들고, 사악하고, 음모론적이고, 선천적으로 부정직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가끔은 그 모든 표현들을 동시에.

193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강간의 동기는 남자가 여자의 욕망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그녀와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남자의 권리가 여자의 권리에 앞선다는 생각, 혹은 여자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여자가 남자에게 섹스를 빚지고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나 퍼져 있다. 내가 어렸을 때처럼 요즘도 여자들은 우리의 어떤 행동이, 어떤 말이, 옷차림이, 우리의 모습 자체가, 우리가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남자에게 욕망을 불러일으켰으므로 응당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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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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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 특히 소수자의 문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란이 ‘자유 확대’가 아니라 ‘자유 축소’로 귀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사 ‘아주 공평하게’ 진보와 보수, 강자와 약자, 좌파와 우파의 표현의 자유를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제약받는 정도가 커질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강자다. 서로 할 말을 못 하는 상황은 ‘현상 유지’를 바라는 강자의 입장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 반면 소수자의 입장은 정확히 그 반대다. 소수자에게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부당한 현실을 바꿀 수 있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31
정리해보자면,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정도로 그 개념을 정의해 볼 수 있다.

44
나도 남성이라서 남성을 일반화하여 비난하는 발언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남성에 대한 차별적, 모욕적 표현이 난무한다고 해서 내가 차별과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저 좀 언짢을 뿐이다. 하지만 여성 혐오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서 차별하는 것을 넘어 일상적인 공포를 야기하기도 한다. 열등한 존재인 여성을 대상화하고 종속화하는 남성 지배 문화에서의 여성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80-81
월드론은 혐오표현이 어떤 사회적 환경이나 상황을 창출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혐오표현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소수자들이 ‘이 사회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적대, 폭력, 배제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도 없다. 또한 월드론은 존 롤스의 정치철학에 바탕해 질서정연한 공정한 사회에서 각 개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대우하고 대우받을지에 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모든 이들은 평등한 인간이고, 인간성의 존엄을 가지며, 모든 이들은 정의에 관한 기초적인 권한을 가지며, 모든 이들은 폭력, 배제, 모욕, 종속의 가장 지독한 형태로부터 보호받을 자격이 있음에 관한 확신"하는 것이 정의의 중요한 기초인데, 혐오표현은 이 기초를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 만약 혐오표현이 소수자를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고 청중들을 차별과 배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현실적 해악을 가지고 있다면 평등과 인간 존엄 등 다른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할 것이다.

82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편견 자체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편견을 해소해야겠지만 이것은 편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라 편견이 싹틀 수 없도록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배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편견을 밖으로 드러내면 그것이 바로 혐오표현이다.


150-151
표현의 자유는 원래 ‘소수자’의 권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수자나 강자는 자유자재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소수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가치다. 생존권, 평등권, 참정권, 노동권 등 모든 권리의 실현을 위해 소수자는 자신의 권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권리의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 총량이 증가하는 것은 언제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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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문제 -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
재키 플레밍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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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다윈의 사촌 같은 천재들은 모든 천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네. 그리고 혼란에 빠졌어.
그들은 일단 남자 위인 목록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여자의 지적 능력은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더군. 물론 좋은 쪽으로 별 볼 일이 없다는 뜻이지.

74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예술 분야에서, 아니 분야를 막론하고 여자는 위대하거나 독창적인 업적을 성취할 수 없다고 했다네. 일단 여자들은 머리 모양부터 전혀 천재답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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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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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여성으로서 우리가 누구를 사랑할지, 누구와 몸을 나누고 함께 살지 선택할 자유는 동성애자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급진주의 레즈비언들 덕분에 크게 향상됐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예나 지금이나 레즈비언들은 모든 유색인종 여성들이 성적 취향이나 정체성에 상관없이 인종차별주의에 맞서고 저항해야 했던 것처럼 동성애 혐오에 맞서고 대항해야 했다. 동성애 혐오를 영속화하면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는 여성들은 백인우월주의적 사고를 고수하면서 자매애를 원하는 여성들만큼 착각에 빠져 있으며 위선적이다.

225
동성애 혐오에 대한 싸움은 언제나 페미니즘 운동의 한축을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애자 여성들이 레즈비언을 계속 경멸하며 부차적인 존재로 보는 한, 여성들이 자매애를 키워나가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구적인 페미니즘 운동에서는 레즈비언 활동가들의 노고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급진적 레즈비언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은 이성애중심주의의 경계를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성정체성이나 취향 혹은 그 모두를 막론하고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공간을 만들겠다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251
한쪽에서는 캐럴 길리건 같은 페미니즘 사상가들이 질리지도 않고 여성이 더 다정하고 더 윤리적이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이 자신보다 더 힘없는 다른 여성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도무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같은 민족이나 인종 집단에 보이는 보살핌의 윤리는, 그들이 공감할 수 없고 동질성이나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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