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품절


"나는 군중을 싫어한다. 군중이 모인 곳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신비한 영향력과 괴상하고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는 지성적이지만 군중과 섞이면 지적인 창의력, 자유의지, 분별있는 사고력과 통찰력 등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축제가 벌어지는 거리에도, 극장에도 잘 가지 않는다." (모파상 인용)-49쪽

"한 권의 책은 한 명의 저자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수의 저자들을 갖는다. 그것은 그 책을 읽은 사람, 읽는 사람, 읽을 사람들 전체가 창조행위에 있어서 책을 쓴 사람에게 마땅히 보태어지는 까닭이다. 쓰여졌으나 읽히지 않은 책은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존재만을 가졌을 뿐이다."(미셸 투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에서)-130쪽

"모든 사물 현상과 세계를 정확히 알고 모든 문제를 투명하게 생각하고 풀어나가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말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해서 사용하는 일이다. 한 낱말의 올바른 의미규정을 개념이라고 부른다. 개념이 분명하면 할수록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사유는 그만큼 상대적으로 확실하고 분명해진다."(박이문 <사유의 열쇠>중)-222쪽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한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래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으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미키 기요시 <독서론>)-121쪽

"결혼이란 최상의 칭호를 달아준다해도 일종의 독점이며 가장 불쾌한 것들 가운데 한 가지다. 세상의 신혼부부에 나타나는, 특히 신부의 얼굴에서 풍겨지는, 혼자 봐줄 수 없는 그 득의만면한 꼴하고 만족해하는 꼬락서리라니, 그 이상 나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없다." (찰스램 <엘리아 수필집> )-124쪽

"내가 여태까지 이야기한 사람들보다도 더 무서운 약탈자가 있다. 바로 책을 빌려가는 족속들 말이다. 장서를 훼손시키는 자들, 서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자들, 짝이 맞지 않는 책을 만들어내는 자들."(찰스램 <엘리아 수필집>)-124쪽

"책이 우리의 내면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조금도 수동적이지 않다. 책읽기는 무미건조한 일인가?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까맣고 하얀 차원이 없는 철자들이 줄 서 있는 데서 우린 색깔을 만든다. 냄새와 동작, 그리고 울림을 만들어 낸다. 책에서 아픔과 불안이 나타날 경우 그것이 우리가 경험했던 아픔과 불안과 더불어 인생에 자극을 주지 못하면 책은 단지 종이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마르틴 발저 <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130쪽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도로 책을 읽었다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도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토마스 홉스)-266쪽

"책읽기 가장 좋은 곳은 침상, 말안장, 화장실이다. 책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장소는 문제될 게 없다." (송나라 구양수)-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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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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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론가 표정훈씨가 2004년의 10대 도서로 뽑은 책 목록에 자신의 저서인 <탐서주의자의 책>을 집어넣었다. 물론 책을 읽는 한 개인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뽑은 약간은 장난끼어린 목록이었지만 그 안에 자신의 저서를 집어넣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책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정훈씨는 사실 '독서평론가' 라는 직함외에도 번역가, 출판평론가, 칼럼니스트, 저술가, 작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이는 어떻게 보면 한 분야에 대한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그만큼 활동영역이 넓고 각각의 분야에서 꽤나 비중있는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표정훈씨의 경우에는 후자로 해석하는 것이 맞겠다.

<탐서주의자의 책>은 표정훈 개인에 대한 자서전적 성격이 강하다. 서강대 철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에서 공부하면서 그는 책을 무수히도 많이 접했을 것이지만 이미 어린시절부터 그는 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어린시절부터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꾸준한 책에 대한 관심을 통해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가리켜 "쓰고 말하여 표현하고 싶은 것, 되새김질하여 기억하고 싶은 것, 돌이켜보아 성찰하고 싶은 것. 이 책은 내가 표현하고(文), 기억하고(史), 성찰하고(哲) 싶은 것들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 사, 철의 기록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가 지금까지 봐온 책들 중 기억하고 싶은 것과 책에 대해 말하고픈 것들, 그리고 오랜동안의 책에 대한 사색의 글이 담긴 자서전인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단편적인 글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저자는 굉장히 책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소유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의 직업이 서평가인만큼 이는 어디까지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짧은 글들에서 느껴지는 그 지극한 책에 대한 사랑은 부럽기까지 하다. 나 역시 책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한명이지만 나는 그처럼 어린시절부터 책에 대해 관심을 갖었던 것도 아니요,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요, 많은 책을 소유하지도 못했다. 고작 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것은 대학 3,4 학년때나 됐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 치고는 참 늦다.

나는 저자의 책에 대한 이런 깊은 사유과 고민들에 질투가 난다. 이는 책에 대한 저자의 사랑의 깊이가 부럽고, 나도 그만큼이나 책을 사랑하고 싶다는 욕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스스로를 '매문가賣文家'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직업으로서의 '서평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그는 내게 있어 되고픈 희망직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표정훈씨만큼이나 잘 할 자신이 없어 그것만으로 밥벌어 먹을 용기는 감히 엄두도 나지 않아 '투잡스'로 다른 직업을 가진 채 서평가를 하고 싶다. 어쨌거나 그가 너무나 부러운 것은 사실이고, 평론가로서 자서전격 에세이를 펴 내 독자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는 지금의 그의 위치가 너무도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지 못한 다양한 부분에 대해 나의 두뇌에 충격을 가해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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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3
하임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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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나니 이런 책들이 눈에 띈다. 전에 같으면 그냥 어 이런 책도 있네 하고 지나갈 법한 것들이 이제는 아 이런 책도 있구나 읽어볼까 라는 식의 반응으로 바뀌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비하기 위해 나를 무장하기 위한 보호본능인가 싶다.

<교사와 학생 사이>라는 책은 '양철북'에서 나온 하임 G. 가드너의 교육학 시리즈 저서 중의 마지막 권이다. 물론 난 다른 책들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그 외 다른 책들에는 <부모와 아이 사이>, <부모와 십대 사이> 등이 있나보다. 하지만 읽지 않은 다른 시리즈 물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내용이 가볍다.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 나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지라 다시 읽어보게 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게다가 내용이 초등학교 교육에 맞춰져 있어 평생(?) 초등학생은 가르칠 일이 없는 내게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법한 조언을 기대했던 내게는, 이 책은 너무나 기대이하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육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가볍게 읽어도 괜찮을 듯 하다.

어떤 이론적인 내용은 없다. 저자가 임의의 상황을 설정해서 학생과 교사와의 짤막한 대화를 만들어 엮은 책이다. 그래서 내용상의 가벼움이 더 한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이 책은 제법 많이 팔리고 있는 듯 하다. 인터넷 알라딘 서점의 판매부수가 꽤나 높으니 말이다.

초등학생 교육을 하는 이들이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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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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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이 책을 간접적으로나마 처음 접한 것은 일간 신문의 책소개란을 통해서였다. 책 제목에서 사유에 깊이가 느껴졌고 날 실망시킬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난 책을 주문했고, 이틀에 걸쳐 읽은 지금에 와서야 이 책이 알라딘 서점에서 여행/취미 분야의 주간베스트 1위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고 놀랬다. 이는 나의 선택이 많은 다수의 사람들의 선택과도 일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여행지의 이야기가 나올 때 짧게나마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기행문을 원한 것이 아니라 좀더 깊이있는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책을 직접 보지 않고 구입하는 방법은 그래서 위험하다. 하지만 곧 그것은 나의 기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저자 김형경은 자신과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사유하기 위해 단지 여행지에서의 경험들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김형경을 모른다. 그리고 책 표지 안쪽에 적혀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고서도 모를만도 하겠다 싶었다. 나 자신이 문학에는 다소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설가이고 그 이외의 영역에 손을 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고, 학자의 길을 걸은 사람도 아니었으며, 소설의 영역에서도 주목받는 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녀를 모를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그녀의 사유를 접한 것이 행복하다.

책은 무의식, 사랑, 대상 선택, 분노, 공포, 중독, 질투, 자기애, 콤플렉스 등 정신분석학이 다루고 있는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인 동시에 심리에세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행길에 만난 이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함으로써 그녀는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스스로를 분석한다. 이는 어쩌면 정신분석치료를 받은 바 있는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책을 씀으로써 그녀는 어쩌면 자기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녀에게는 일종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그녀를 읽고, 독자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자신을 읽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종의 철학자 딜타이에게 있어서의 추체험의 형식과도 같다. 딜타이는 우리는 타인의 자서전을 통해 "삶이 삶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녀에게 있어 일종의 마음의 자서전이고, 독자는 '독서'를 함으로써 그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철학을 하면서 정신분석학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 서적들을 겉핥기 한 바 있는 나는 그들의 딱딱한 이론서보다 오히려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읽음으로써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딱딱한 이론서를 접한 이후의 '정떨어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정붙이기'로 전환시켜야겠다. 풍부한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정신분석의 주요 이론을 풀어내는 그녀의 글빨에 감탄했다.

정신분석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사람내음을 맡고픈 이들에게, 따스한 에세이 한편을 읽고픈 이들에게, 책을 통해 유럽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여러면에서 참 '쓸모'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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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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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토록 화제가 되는 책에는 뭔가가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관심이 가면서도 읽을 책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다른 여타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읽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혹 이슈가 되는 소설들 혹은 '읽을 책' 목록에 올려놓은 소설 중에서도 매우 관심이 많이 가는 소설들의 경우에는 다른 인문/사회과학 서적보다 우선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빈치코드>를 읽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중 이 어두운 붉은 계열의 바탕에 금박 글씨가 새겨진 책표지를 보이는 이들이 꽤 많았고, 신문에서도 대형서점에서도 인터넷서점의 이메일 소식지에서도 <다빈치코드>는 수없이 등장했다. 그리고 결국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의 이 책의 현재 판매부수는 실로 엄청나다. 한권 값치고는 조금 싼편이지만 전권 2권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돈주고 사보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학 주간베스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84,300권의 셋트가 팔렸고, 낱권으로 팔린 부수까지 셈하자면 두배는 잡아야할 것이다.

<다빈치코드>에 이어서 후속작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관련된 책들도 출간되고 있으며, '다빈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일단 팔리고 보는 것이 지금의 대세다. 마치 예전에 <아침형 인간>이 힛트치면서 이와 관련된 '뭐뭐뭐 인간' 시리즈가 대거 등장하며 판매부수를 올렸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그저 미국에서 한때 평범한 교사였다고 소개되는 저자 '댄 브라운'은 이 책으로 인해 엄청난 수입을 올리지 않았나 싶다. 소개를 보자면 그는 이 책 이전에도 <다빈치코드>에 등장하는 기호학자 주인공 랭던 교수를 다른 책에서도 등장시켰으며, 그렇게 보자면 어쩌면 이 책은 이전에 출간된 다른 소설들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출간된 소설들은 힛트치지 못했지만 <다빈치코드>로 인해 일약 스타 작가가 된 그의 다른 작품들도 판매량이 급상승하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다빈치코드>의 랭던교수가 다른 소설에도 주인공이라고 하지 않는가.

일단 그저 일단 교사였던 그가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단해보인다. 마치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는 듯한 이 책은, 물론 <장미의 이름>의 세밀한 묘사와 정교한 스토리와 구성에 비교하기에는 무리이지 싶지만, 여튼 이 책을 보면서 움베르트 에코를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에코가 세계적인 기호학자라는 점과 댄 브라운이 일반 교사였다는 점을 비교해본다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는 에코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이 소설에 나오는 종교적 비밀의식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댄 브라운의 이야기는 이 책이 단지 '소설'이상임을 입증한다. 어쩌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고자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며 성의 영역인 '종교'를 건드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들은 많은 교인들 사이에서 논쟁이 될 만하다. 판매금지 운동이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모든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로서의 품질 보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빈치 코드>는 충분히 베스트셀러의 기질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스테디셀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한때 유행에 따라 읽고 그쳐버리는 소설정도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할 문제이지만 나의 예감이 틀리진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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