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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
루츠 폰 베르더. 바바라 슐테-슈타이니케 지음, 김동희 옮김 / 들녘미디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는 사실 책의 내용은 모른채 책 제목에 끌렸고, 알라딘 서점에서 인문학 베스트 6위를 기록하고 있기에, 괜찮은 책이겠다 싶어 구입한 것이다.
평소 글쓰기를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글과 관련된 책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전에 얼마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저서 중 하나인 <글쓰기와 차이>를 제목만 보고 구입했다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책장에만 꽂아둔 경우도 있다. 자크 데리다가 '글쓰기'에 대해서 쓴 책임은 맞지만, 철학서이기에 내가 그냥 생각하는 '글쓰기'와는 차원이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난 철학을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자크 데리다에게도 관심은 있다. 학부에 그의 철학을 다루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그의 학문의 손톱의 때만큼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저 관심은 언제나 꾸준히 가져왔다. 언젠가는 책장 속에 묻힌 데리다의 저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서론이 길었다. 우선 <교양인이 되기 위한 즐거운 글쓰기>(이하 즐거운 글쓰기로 축약하겠음)를 읽으며 생각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느꼈고 부담없이 책장을 훨훨 넘길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교양인이 되기 위한' 글쓰기였다. 다소 조금은 전문적이고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길 바랬던 나의 기대는 무너졌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난 지금껏 내가 해왔던 글쓰기가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 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나름대로 글쓰기를 꾸준하게 해왔는데 이 책은 나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 듯 했다. 나만의 고유한 방식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나보다.
<즐거운 글쓰기>는 크게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창조적인 글쓰기를 위하여, 2장 창의력을 키워주는 글쓰기, 3장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4장 나를 찾기 위한 글쓰기, 5장 글을 쓸 때 나타나는 기회와 위기, 6장 글쓰기 모임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챕터들은 순차적으로 글쓰기의 대한 요령과 방식을 익히게 해준다.
나는 6장 중에서 4장 나를 찾기 위한 글쓰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평소 내가 해오던 글쓰기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내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고, 나를 알기 위함이다. 그런데 나는 철학을 하는 도구로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을 쓰면서 책에서 말하는 대로 나를 알아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자아성찰이라고나 할까. 나는 글을 씀으로서 나를 인식하고 나를 찾아간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 이 책을 쓰는 것보다 더 쉽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즐거운 글쓰기>는 문학적, 치료적, 철학적 글쓰기에 대해서, 그리고 글을 쓸 때의 자세와 느낌, 기회와 위기 등에 대해서 너무나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지시하는대로 곧이곧대로 할 독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책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독자는 이 책을 읽음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듯 하다. 그냥 읽고 아 그렇구나, 하고 흘려버리는 정도가 아닐까? 책에서 지시하는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옆에서 글쓰기 도우미가 필요할 듯 하다. 물론 이 책이 그러한 도우미의 역할을 해주지만, 실질적으로 간섭해줄 도우미말이다. 책이 그런 것까지 책임져줄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이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에는 '독서'와 더불어 '실질적인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픈 것이다.
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더불어 나와같이 글쓰기에 어느정도 경험이 있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자가 읽어도 무방하다. 나름대로 전자와는 다른 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