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래된 영화고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을 법한 영화다.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에 버금가는 근육질 배우 실베스타스텔론과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 신문에 잠시 오르내렸던 웨슬리 스나입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얼마 안되는 외국영화배우 목록에 있는 산드라 블록의 초호화 출연진이 등장한다.
<데몰리션 맨>은 마치 한편의 잘짜여진 미래소설을 읽는 듯 하다. 영화에서 설정한 2032년이 실제로 오면 영화와 같은 세상이 오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것은 우리의 먼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주 이상적인 상태에서만. 영화 속 미래의 세상은 범죄, 폭력, 욕설, 비속어, 싸움, 임신, 섹스, 심지어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악수하는 것조차도 금기시하는 세상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읽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조지오웰의 소설에서는 범죄도 있고, 폭력도 있고, 욕설, 싸움, 임신, 섹스 다 있다. 하지만 둘 다 어느 곳에서든 카메라와 컴퓨터에 의한 감시를 받고 있다. <데몰리션 맨>에서는 사람 개개인의 손등에 컴퓨터 칩을 넣어 코드를 부여해 감시하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즐비하다. 또한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도 역시 대형 스크린과 곳곳에 숨겨진 감시카메라들로 사소한 일상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데몰리션 맨>과 <1984년>의 공통점은 또 있다. 둘 다 각기 영화와 소설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미래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이상사회'는 아니라고 지적한다는 것이다. <데몰리션 맨>에서 악동 피닉스를 잡기 위해 냉동감옥에서 해동시킨 스파르탄은 깨어나 접하게 된 황당무계한 세상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모든 것이 금기시된 사회가 이상사회라고 알고 있는 시민들과 경찰, 하지만 그곳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사회다. 화나도 욕을 할 수가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조차 할 수 없고, 친구와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사회가 바로 2032년의 이상사회다. 스파르탄은 이 금기들을 하나하나 깨어가면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영화 속 미래가 이상사회가 아님을 지적하는 감독의 의도는 또 있다. 콕토의 이상사회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은 지하에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콕토에 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지도자 프렌들리는 스파르탄을 향해 그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을 하고, 책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유를 누린다. 콕토는 나의 이런 점을 못마땅해하는 것이다." 반면 <1984년>은 <데몰리션 맨>과 같이 대놓고 미래사회를 비판하지는 않지만 미래사회가 가진 암울한 구석들을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준다. 어쨌든 둘 다 소설과 영화 속에 그린 미래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실베스타 스텔론의 근육질도, 웨슬리 스나입스의 껄렁껄렁한 캐릭터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이 매우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의심해보지만 안봤다면 강력추천이다. 나같이 허리우드 액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스토리와 구성에 반해 볼 수 있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