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원 이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콜사인, 군사용어로는 28000으로 통함.존 F. 케네디에 의해 이름 붙여 졌으며, 비행기종은 점보747.첨단 적외선 미사일 방어 장치와 유도탄이 장착되어 있으며, 동체내부에는 핵폭발 때, 발생하는 강력한 파장에 버틸 수 있는 방탄장치로 고안됐다"고 한다. 즉 하늘의 백악관과 다름없는 셈인데, 영화 <에어포스 원>은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통째로 납치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반란장군 라덱을 잡아 감옥에 넣고,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게 되는 대통령과 영부인, 영아, 그의 측근은 경호실장의 배신으로 인해 러시아 기자로 둔갑한 테러범 6명과 함께 탑승하게 된다. 경호실장의 신호로 테러범들은 비행기를 납치한다. 이로 인해 백악관은 발칵 뒤집히고, 전용탈출기로 탈출한 줄 알았던 대통령은 탈출하지 않고 비행기에 남아 숨어있었다. 대통령 마샬은 25년간의 경비행기 조종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는 참전용사. 그는 홀로 남아 테러범을 진압하고 인질을 구출하며, 나중에는 에어포스 원까지 직접 조종하는 슈퍼맨의 기질을 보인다. 참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어쩌랴 미국의 애국주의적 영화들이 다 그런 것을...
한 명의 뛰어난 개인이 사건현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홀로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애국주의적 영화의 기본 틀이다. 다만 이번에는 황당하게도 대통령이 그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전지전능한 대통령을 만들어줌으로써 애국심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발상인가? 보는 내내 웃지못할 코미디같으면서도 그 애국심에 눈물 찔끔 떨구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며 그런 나를 보며 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대단한 애국심을 지닌 자들이다. 에어포스 원이 미그기에 격추될 위기를 맡자 F-15 한 대가 이를 막으며 대신 격추당하질 않나, 기내 격추신에서는 쉽사리 대통령 대신 총을 맞는 자가 있질 않나, 영부인과 영아 또한 테러범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마치 "나는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다" 혹은 "나는 미국 대통령의 딸이다"라는 식의 자존심 세우기를 보여주질 않나, 영화 속의 모든 상황에 맞서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대단한 애국주의를 보여준다.
전지전능한 대통령과 애국심에 가득차 자신의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는 이들은 한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로서는 더이상 바랄바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완벽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미국식 애국주의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또, 이 영화에서는 대통령 마샬이 전화 한방으로 러시아 대통령이 지시를 따르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세계의 제왕이다.
끝까지 인내하며 영화를 보기는 했지만 보면서도 보고난 뒤에서 참으로 짜증나게 하는 영화이다. 심심풀이로도 보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