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한참 된 영화를 케이블 캣치온을 통해 봤다. 개봉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고, 예상대로 크게 흥행했던 영화도 아니다. 애초 감독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대박을 터뜨리란 꿈을 지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보통 비주류 영화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그랬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제외하고는 배두나의 출연은 대부분 '갓 사회밖으로 나온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털털한 여학생' 정도의 배역이었으며, 영화의 시선은 항상 일상속의 작은 것들에 시선이 머물러있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도 이와 비슷한 영화 중 하나다.
배두나와 김남진, 두 주인공은 영화계에 있어 대박스타는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어줍잖은 떨거지(?)도 아닌 어정쩡한 층에 있는 배우들이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용이 감독의 데뷔전은 곧잘 어울린다.
사소한 일상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배두나가 도서관에서 미술책의 한켠에 적힌 글을 보게 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이를 상상하고 사랑하는 배두나는 정작 어릴적부터 함께 커오며 자신을 사랑하는 김남진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저 친구일뿐...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가? 친구가 연인되고 연인이 부부되고 그러는 거라고? 도서관에서 르누아르 책을 뒤적이던 김남진을 발견한 배두나는 그에게 묻지도 않고 그를 그동안 자신이 찾았던 '빈센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빈센트가 아니다. 김남진을 나중에 이 사실을 밝히려고 했으나 기회를 놓쳤고, 결국 배두나는 이 사실을 안 뒤 김남진을 떠난다.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는 마음, 김남진은 괴로워한다.
스튜어디스의 꿈을 간직하고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진 배두나. 하늘은 커녕 땅위도 아닌 땅속 지하철을 이끄는 운전사 김남진은 배두나의 꿈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지적인 엘리트도, 책을 많이 읽지도, 그림은 더더욱 모르는 김남진은 배두나의 이상형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배두나는 깨닫는다. 자신을 곁에서 보살피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김남진 뿐이라는 것을...
흔히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는 그렇다. 일상 속의 사소한 사건들에서 사랑의 애틋함을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어하고, 그 애틋함이 때로는 내가 사랑했던, 혹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경험했던, 경험하고싶은 것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첫눈에 반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커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랑에 목말라 하는 그대들이여(나를 포함하여)! 주변에서 찾아라!
눈물 찔끔 짜내게 하는 감동적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