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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우리영화 '올드보이'를 제치고 '황금종려상'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화씨 911'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저서이다. 최근 무어는 영화 '화씨 911'의 토대가 된 저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출간했는데, <멍청한 백인들>은 이 책의 1부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영화 '화씨 911'로 일약 스타가 된 무어이지만 그에게는 이미 영화와 책을 비롯한 전작들이 다수 숨어있었다. 영화감독으로써 그는 '로저와 나', '더 빅원', '캐나디언 베이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다운사이즈 디스>, <TV네이션에서의 모험> 과 지금 소개하는 이 책 <멍청한 백인들>이 있다.
책을 통해 바라본 무어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이자 비주류이다.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미국사회에 딴지를 거는 인물이라고 할까. 그를 보고 있으면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떠오른다. 나이가 많지는 않은 그는 자신의 일생의 경험을 통해 미국비판, 정확히는 부시와 그 일당들에게 똥침을 가하고 있다. 이유없는 테러전, 세계화 정책, 약소국과 약자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예로 들며 부시죽이기에 앞장선다. 무어는 여기서 또 부시때리기를 하다 쉬어갈 겸 백인때리기(그 자신도 백인이다)도 겸하기도 한다.
무어의 글은 'LA타임즈'의 평처럼 "윤리적이지도 않고, 섬세한 지적인 논리성도 없으며, 미사여구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그 표현력이 과격하고 산만해 읽기가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생각은 동조하지만 글발은 영 아니라 정독을 하며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정독하지 않았다. 정독하기에는 너무도 어지러워 읽고 난 뒤에도 나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췌해 읽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부분을 왕창 뛰어넘어 읽은 것은 아니고, '통독(通讀)'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한편 나의 생각의 편린들은 무어로 하여금 '강준만'과 '진중권'을 떠올리게도 한다. 무어는 우리사회의 강준만과도 같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신선함을 던져주고 대부분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마치 그의 주장대로 한다면 정말로 사회가 바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강준만과 닮아있다. 단지 다른 것은 강준만은 대학교수라는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와 안정감을 갖춘데 반하여, 무어는 철저히 고립되어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어를 통해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무어의 글이 굉장히 풍자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진중권과 같은 논리성은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그는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풍자적인 글쓰기를 전개하고 있다. 전투적 글쓰기 못지 않게 풍자적 글쓰기에도 소질을 보이는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진중권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는데 반해 무어는 어눌하고 어설퍼 보이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굳이 구입해가면서까지 사서 볼 만한 책은 아니고,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봄이 적당할 듯 싶다. 돈주고 사볼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말이다. 그저 만화책 보듯 그냥 즐기고 끝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