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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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에게 메일을 쓰느냐고요? 그럴 마음이 내켜서요. 그리고 일곱 번째 파도를 말없이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요. 이곳 사람들은 무척이나 거칠고 고집스러운 일곱 번째 파도가 있다고들 해요.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하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 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단조로운 도움닫기를 함께 하면서 앞선 파도들에 자신을 맞추지요.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밀려오기도 해요. 일곱 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 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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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3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마늘빵 2009-08-31 09:40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곧 읽겠군요. ^^

무해한모리군 2009-08-31 13:32   좋아요 0 | URL
일요일날 책방에서 만지작거리다 바람의 그림자를 사들고 왔어요 ㅎ
전작이랑 너무 비슷한거 같아서..
아프님 밑줄을 보니 읽어야 겠는데요~

글샘 2009-08-3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마늘빵 2009-08-31 09:40   좋아요 0 | URL
글샘님도 혹시 그 책 읽으셨나요? 1권은 두근두근 했는데, 2권은 그렇지는 않아요. ^^

다락방 2009-08-3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 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일곱 번째 파도는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아, 정말 좋지요?

:)

마늘빵 2009-08-31 09:40   좋아요 0 | URL
또 밑줄긋기 옮기고픈 부분도 있었는데, 너무 다 옮겨버리면 안 될 거 같아서 이거만 가지고 왔어요.

머큐리 2009-08-3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작부터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다락방님에 이어 아프님까지...이거 가을에 읽으면 시름시름 앓게되는 소설 아닌가 불안합니다...ㅎㅎ

마늘빵 2009-08-31 11:09   좋아요 0 | URL
1권인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를 먼저 보셔야 해요. ^^

다락방 2009-09-01 10:25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반드시 1권을 먼저 읽으셔야해요. 시름시름 앓는 것 보다는 심장이 벌렁벌렁 할거에요. 후훗.

2009-08-3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3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31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구판절판


편집자의 길에서 좌표로 삼아야 할 것은 첫째, 특정한 분야와 성격의 출판 편집에 대한 남다른 전문성이며, 둘째, 이를 뒷받침할 도서 목록과 이 과정에서 쌓은 저자-편집자-스태프의 인적 네트워크이며, 셋째,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설계와 개척의 역량으로 압축할 수 있다. -38쪽

좋은 편집자는 훌륭한 독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저서들을 구입해 읽고, 편집자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메모한다. 저자 명단을 만드는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편집자 서평은 각주 형식의 메모들이면 족하다. 책의 주제, 구성, 글쓰기, 편집에 관한 장점, 특징, 문제점 등이나 적절한 섭외 방식, 제안 내용, 인터뷰 항목 등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둔다.
-45쪽

"편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글, 창조적 아이디어, 책을 사랑하기에 이 일에 매진할 뿐, 우리가 주목받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공헌을 깊게 이해한 저자가 머리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우리의 이름을 언급하고자 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할 뿐이다. 우리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최선의 책을 위해 묵묵히, 무명으로 공헌하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집시 다 실바,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의 편집자, <편집자와 저자> 중에서)-51쪽

"기대감을 상실하고 원고를 보는 날은 바로 편집자의 생명이 다한 마지막을 의미한다."(앨런 윌리엄스)-67쪽

"정말 교정을 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 차라리 새로 번역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저작이든 번역이든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면 저자나 번역자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문장을 새로 쓰지 말아야 하며, 교정의 수준을 지켜야 한다. 만일 다시 써야 할 정도라면 저자에게 이를 제안해야 한다.
-78쪽

편집자는 저자가 아니다. 원칙적인 교정, 저자와 합의한 수준의 교열이나 윤문을 넘어 ‘함량 미달의 원고’를 편집자가 새로 쓰지 말아야 한다. 번역도 마찬가지다. 원고가 수준 이하이면 저자나 번역자를 교체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머리말이나 편집자 주를 통해 고쳐 쓴 이와 그 과정을 반드시 밝혀준다.
-89-90쪽

편집자는 저자와 함께 원고의 특징이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오랜 농사꾼의 살아 있는 매뉴얼로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어야 한다. -90쪽

"작가가 단지 자기 당대만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면 나는 펜을 꺾어 던졌을 것이다."(빅토르 위고)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독자들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베르나르 베르베르)-107쪽

잘 쓴 글은 멋스러워 보이지만 내면을 자극하지 못한다. 반면 훌륭한 글은 가슴을 뛰게 한다. 감각적인 기획은 사람의 시선을 일시적으로 붙잡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기획은 오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훌륭한 글과 기획은 공통적으로 위대한 품성을 가지고 있다. 기획의 위대한 품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획의 취지와 배경, 의도는 기획의 품성이다. 그 품성을 위대한 것으로 키워라. -120쪽

"훌륭한 편집자는 발행인처럼 사고하고, 계획하고, 결정한다. 반면 훌륭한 발행인은 편집자처럼 세심하고, 예리한 감각으로, 능숙하게 일한다."(링컨 슈스터,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공동 설립자)-141쪽

대필한 경우 이를 반드시 밝혀라. 원저자와 함께 공동 저자로 하거나, 머리말 또는 편집자 주에서 대필의 과정과 함께 밝혀야 한다. 공동 번역, 책임 번역, 감수 등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자신이 쓰거나 번역하지도 않은 저작물에 저자, 번역가로 이름을 올리는 낯 뜨거운 사례가 아직도 종종 있다.
-230쪽

홍보용으로 책을 펴내고자 하는 정치가나 기업인, 의사, 변호사, 연예인들 중에 대필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가급적 이런 책들은 출판사에서 거절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설혹 대필하거나 원고의 집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대가를 지불했다고 해도 그 내용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대필한 사람의 이름이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다면 대필자의 이름은 보호하되 과정은 밝혀야 한다. -230쪽

편집자는 양 날개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지식과 서사가 가득한 책의 세계에서 한편으로는 저자의 날개, 또 한편으로는 독자의 날개를 달아 두 날개로 자신만의 독특한 비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43쪽

눈에 보이는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독자의 잠재적인 갈증에 마음을 열어라. 명심하라. 시장이란 독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의 결과이다. 당장의 시장에 자신의 안목과 역할을 몽땅 팔아버린 편집자들이 많다.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그 저변에 보이지 않는 책에 대한 갈구를 읽어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항변에 귀를 기울여라.
-264쪽

가능하면 함량 미달인 원고나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는 저자의 원고를 출판하지 마라.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분명히 판단해야 한다. -265쪽

노력하지 않는 저자에게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늘 글보다 말이 앞서는 저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저자, 책의 완성도보다 광고나 홍보에만 관심과 열의를 보이는 저자, 편집자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저자, 난 이런 저자들과는, 그가 아무리 베스트셀러 저자라 할지라도 다시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원고와 저자에 대한 경의와 기쁨, 또는 가능성과 기대는 편집의 전제이자 시작이다. 이것이 없다면 편집하지 마라. 그런 저자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266쪽

모든 책은 단 한 가지 서체를 사용해도 고전의 가치가 있는 ‘오래 읽는 책’으로 편집할 수 있다는 편집의 기본자세에서 시작한다. 글을 읽고, 사색하고, 사고하고, 성찰하고, 결국 그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창조하도록 하는 ‘읽는 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쓸데없는 조미료로 독자들의 읽는 맛을 자극하지 마라.
-267쪽

출판이란 결국 앞선 세대가 만든 목록의 유산을 받아 이를 확장하여 다시 후세에 물려주는 목록의 진보 과정이기 때문이다. -306쪽

목록을 설계하며 출판하는 과정은 책으로 하나의 역사를 그려 나가는 과정이다. 역사란 한 개인의 삶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흐르지 않는다. 자신과 현실 사이에 끊임없는 조응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미래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지속적으로 반성하며 일상의 진보를 위한 방안을 찾아 실천을 주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역사의 진보를 이끄는 소중한 힘이다. -322쪽

-명망과 지위를 가진 저자가 함량 미달의 원고를 가지고 출판을 제안할 때, 명망과 지위를 가진 저자가 함량 미달의 원고를 쓴 후배 저자의 출판을 제안할 때, 이를 정중히,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권위와 자세
-높은 지위를 지닌 나이 많은 학자가 쓴, 수준 이하의 원고를 거절할 줄 아는 자세
-수준 이하의 원고에 대해서 예의와 센스 있게, 그러나 간결하게 ‘아니오’라고 이야기할 줄 아는 자세

편집자가 되기 전에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만한 조언 설문 내용 中-380쪽

출판이란 가치 잠재력을 가진 지식과 서사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다양한 요소를 적절한 구성과 편집으로 개발하여 사회와 당대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식의 교류와 확장에 기여하는 통합적인 지식 서비스 활동을 말한다. -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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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2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사보고 싶게 만드는 밑줄긋기네요. 아프락사스님은 편집자 아니시죠? 그런데도 이런분야에 관심을 가지시는군요

마늘빵 2009-08-29 17:24   좋아요 0 | URL
흐흐. 저 편집자입니다. ^^ 편집자여서 이런 데 관심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제 경운 이런 게 좋아서 편집자를 한 경우라고 봐야...

글샘 2009-08-2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만... 글쎄, 언제 읽을 수 있을지... ^^

마늘빵 2009-08-30 00:40   좋아요 0 | URL
재밌습니다. 저로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

하늘바람 2009-08-3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프락사스님 편집자셨군요^^ 에고 몰라서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마늘빵 2009-08-31 09:30   좋아요 0 | URL
아녀요.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죠. 몰랐다고 죄송할 거야... ^^

머큐리 2009-08-31 10:51   좋아요 0 | URL
아프님이 편집자인지...저도 몰랐다능...에고

마늘빵 2009-08-31 11:10   좋아요 0 | URL
별로 중요한 건 아니라는 에고... ^^ 저도 머큐리님 정확히 어떤 일 하시는지 잘 몰라요. 법원 오간 야기밖에는.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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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출판 시장에 서른살 마케팅이 한창이다. 한 2년 전쯤엔 20대 재테크 어쩌고 하면서 20대를 타겟으로 삼았는데, 이제 서른 살이다. 그때 돈 버는 20대가 이제 서른이 되었단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서른살 심리학, 서른살 경제학, 서른살 직장인 10억 벌다, 서른이라도 괜찮다, 서른살 꿈에 미쳐라, 서른살 경영학 기타 등등 셀 수가 없다.  '서른살'로만 검색을 해도 책이 40여 권이 나온다. (남자로서) 서른살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한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이들은 불안해 한다. 회사를 옮겨야 할까, 분야를 바꿔서 다른 일을 해볼까, 공부를 더 해볼까, 결혼은 언제할까 기타 등등등.  

 서른살, 적당히 자신을 위해 쓸 정도의 돈을 벌 나이면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 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서른살, 이들은 이런저런 고민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서른살, 책읽기인가? 이들은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가면서 뭔가 대단한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자기계발이란 게 책읽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돈 투자해가면서 뭔가 배우고, 자격증을 따고, 점수를 내야만 자기계발이 아니란 말이다. 여기 이 책의 대상이 된 독서달인(?)들은 "가장 간단하고 뻔한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자기계발이 바로 책읽기"라고 말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책읽기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쉽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자기계발이다. 그 어떤 자격증이나 점수보다 나를 성장시킨다.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과 - 어떤 책이냐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그 가치관과 철학,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이 책의 부제 '지식에서 행동을 끌어내는 독서력'은 이 부분과 닿아있다. 총 열 네명의 독서 달인이 인터뷰이가 되었고, 인터뷰는 구본준 기자와 김미영 기자가 맡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크게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열 네명이 한결같이. 그 중에는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었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늦은 나이에 우연히 책을 손에 쥐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들은 책을 읽었고, 책을 통해 변화했을까. 인터뷰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이들이 책을 매개로 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건 내가 인터뷰 대상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손에 든 이후부터 크게 변했다. 그들과 내가 모두 같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니다. 어쩌다 분야가 비슷해서 읽은 책이 겹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어떤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었느냐'이다.  

  인터뷰이들이 책을 열심히 읽은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독서의 달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열심히 읽고, 좋아하고, 책으로 자신이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독서의 달인이 맞겠지만, 그들을 달인이라고 부르기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주변에 널리고 널렸다. 한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많은 비슷한 부류의 달인들 중 그들이 인터뷰의 대상이 된 거라고. 저자는 인터뷰 대상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주변에 부탁도 해보고, 여기저기 수소문도 해보고 했지만 딱히 선발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회원수가 많은 널리 알려진 독서클럽에서 대상자를 추천받는 것이었다.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데 좀더 고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언젠가부터 새해가 되면 자동으로 백 권의 책을 읽겠다고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백 권의 책을 읽은 해는 기억상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목표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해는 우연찮게 소설만 열심히 읽다가 그렇게 됐다. 근래 몇년간은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딱딱한 사회과학, 인문서 등을 즐겨 읽는데, 그래도 언제나 목표는 한해 백 권이다. 애초에 목표를 세우면서도 '달성하지 못할 목표'로 생각하고,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다. 억지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충분히 하고도 남겠지만 무게가 가벼운 책을 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손에서 책을 떼지 않는다는 자세로만 꾸준히 읽고 있다. 쪽수와 분야와 무게를 재지 않고 끌리는대로 읽는다. 말이 백 권이지 백 권의 무게에 해당하는 책을 읽겠다는 말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경쟁 대열에서 이탈한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큰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어진 조건에서 살아야 하는 범인들은 자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최장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불철주야 자기계발에 목매고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려고 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준비한다. 나쁘지는 않다.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자기계발은 "단순히 실용서 몇 권 읽고, 외국어 좀 배우고, 대학원 진학으로 이력서 한 줄 늘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돈과 시간을 따로 들여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즐거워하며 자기의 내면과 대화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밀도 있게 채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것이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짜 자기경영이었다. 그리고 가장 손쉽고 재미있는 자기경영법이 바로 책읽기였다."  

  자기계발을 위해, 자기경영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느냐가 중요하다. 왜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다지 않은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책 읽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그 목표에 도달하는 이유와 방법을 좀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불안에 떠는 서른살 직장인이 책읽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배움이라고 해서 책 읽는 법 강좌를 들으란 말이 결코 아님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요새는 별의별 강좌가 생기다보니 어디 책 읽는 강좌도 있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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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 2009-08-27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새 이 책을 읽고 있어서 반갑게 글 읽고 갑니다^^

마늘빵 2009-08-27 09:43   좋아요 0 | URL
^^ 술술 잘 읽히더라고요. 인터뷰 형식과 서술 방식을 결합해서.

승주나무 2009-08-2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못보던 책들은 열심히 읽는군요. 이제까지 봤던 아프 님 블로거뉴스 중에서 추천과 조회가 가장 높은 듯... 이주의 블로거특종 강추합니다. 아니닷.. 이주의 리뷰 보니까 됐던데.. 하나만 가지세요 ㅋㅋㅋ

마늘빵 2009-08-28 00:16   좋아요 0 | URL
네, 이만한 조횟수는... 책은 계속 읽는데 밑줄긋기만 올리고, 리뷰를 안써서 밀린 숙제하고 있어요.
 
세계화의 윤리 -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의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카넷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피터 싱어다. <세계화의 윤리>(원제 : One World)는 2000년 11월에 예일 대학의 테리 강좌에서 한 강의 내용을 핵심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도 의미있게 읽힌다. 크게 6개의 장 - 변화하는 세계, 하나의 대기, 하나의 경제, 하나의 법률, 하나의 공동체, 더 나은 세계란? - 으로 나뉘어져 있고, '하나의 공동체' 부분의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깊어지며 최근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원제 : The life you can save) 로 나온 듯 하다. 

  "어떻게 세계화를 진행시킬 것인가?" 싱어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썼다. 싱어는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우리가 어떻게 전 지구화의 시기를 잘 겪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실천윤리학의 대가인 싱어는 이 책에서 정의론의 대가 존 롤스를 비판하는데, 그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이 부분에 촛점을 맞춰 읽었다. 이유는 두 사람 모두에게 관심이 있는데다, 좋아하기 때문. 다음은 싱어가 롤스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원초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롤스는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사회에 속해 있으며 그 사회 내에서 정의를 이룩하는 원칙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가정한다. 그러므로 그가 규정한 조건 하에서 선택하는 사람들은 평등한 자유와 공평한 기회 균등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못 가진 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원칙을 정의의 원칙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할 때, 롤스는 “가장 못 가진 자”라는 개념을 자기 사회 내에 있는 자들로 국한하게 된다." 

  요는 롤스가 설정하고 있는 정의의 대상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싱어는 롤스의 <만민법>에도 주목하는데, 롤스가 <만민법>에서 정의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을 세계로 확대시켰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정의론>에서 주장하는 부분과 <만민법>에서 주장하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정의론>에서 롤스가 주장한 바와 일치하려면 모든 민족이 평균적인 공리주의의 원칙을 받아들인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롤스의 발언은 "최우선적인 것은 미국 국민들이다."라고 말하며 교토 의정서를 탈퇴한 부시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모든 민족은 고전적인 즉 평균적인 공리주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 의해 조직된 그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의 이익을 자기 민족의 곤란보다 중요하게 간주하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롤스, <만민법>)  

  롤스는 <정의론>을 내놓고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무지의 베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비판을 받으며 너무 이상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싱어는 이런 롤스의 현실적인(?) 주장을 비판한다. 그렇다면 롤스보다 싱어가 더 이상적이라고 봐야하나. 그러나, 싱어는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의 이익을 자기 민족의 곤란보다 중요하게 간주"해야 한다는 '지극히 옳은' 당위를 내세우면서도,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세계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소득의 1%를 내놓는데 모든 사람이 동참한다면 "사실상 빈곤을 반이 아니라 깡그리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에 거의 육박"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출간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는 소득의 5%를 주장했다. 모두가 1%를 내놓지 않는다면 가능한 다수가 5%를 내놓는 방안을 택한 듯 하다.) 이건 현실적인 방안이다.

* 무지의 베일 : 원초적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신과 상대방의 계급, 지위, 직업, 지능, 체력, 재산, 선에 대한 생각 등 사회, 경제적 모든 정보를 모른다고 가정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

  싱어는 여러 군데서 롤스를 비판했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화의 개념은 롤스의 이론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롤스가 내세운 정의의 두 원칙은, 첫번째,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이고, 두번째,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는 적어도 한 사회 내에서 우리가 정치적인 평등에 부여하는 만큼의 가치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사회 간의 평등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싱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싱어가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며 롤스의 두 원칙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싱어가 적용하는 원칙은 롤스의 원칙과 다르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싱어의 롤스 비판 지점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롤스의 <정의론>과 <만민법>을 겹쳐 읽을 예정이다.  


* 참 번역이 너무 투박하고 어색해서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건 한국판 <세계화의 윤리>의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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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2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스와 싱어..
관점의 차이, 인격적 성향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싱어가 좀더 쉽고 직설적이지요.


마늘빵 2009-08-26 17:46   좋아요 0 | URL
넵, 싱어가 더 직설적이고 실천적이죠. 롤스는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고. 두 사람의 차이를 더 알아봐야겠네요.

[해이] 2009-08-2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군요@@

마늘빵 2009-08-26 21:05   좋아요 0 | URL
해이님 싱어와 롤스에도 관심이?! ^^ 책 안 읽고 음악 듣는다면서 금방 또 책 읽게 생겼다.

[해이] 2009-08-2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 재미있겠지만 전 안읽을거에요 ㅋㅋㅋ
 
세계화의 윤리 -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의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카넷 / 2003년 12월
품절


각국의 지도자들은 자국민의 이익에 어느 정도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추론이 보여주듯이 지도자들은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우선권’이란 어느 선까지를 의미하는가? -27쪽

테러리즘은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 세계를 통합된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이웃의 활동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나라의 첩첩산중에 사는 사람들의 활동도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다. 우리는 법의 손길이 그곳까지 미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 전체에 전쟁을 선포하지 않고서도 테러리스트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 간의 입장 차이에 따라 정의가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건전한 전 지구적 형사 사법 체제가 필요하다. 또한 훨씬 더 어렵겠지만, 우리는 진정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를 죽이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강제력뿐만 아니라, 서로를 도우려는 의무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31쪽

원초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면서 롤스는 선택하는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사회에 속해 있으며 그 사회 내에서 정의를 이룩하는 원칙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단순하게 가정한다. 그러므로 그가 규정한 조건 하에서 선택하는 사람들은 평등한 자유와 공평한 기회 균등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못 가진 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원칙을 정의의 원칙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할 때, 롤스는 "가장 못 가진 자"라는 개념을 자기 사회 내에 있는 자들로 국한하게 된다. -32쪽

윤리는 사회생활을 하는 포유류의 행태와 감정에서 발달한 것으로 짐작된다. 집단의 다른 구성원에게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고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윤리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그 무엇과도 구분되는 인간만의 것이 되었다. 만약 스스로를 정당화해야 하는 집단이 부족 혹은 국가라면, 우리의 윤리는 부족적인 차원 혹은 국가적인 차원의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 전 지구적인 청중을 만들어냈다면, 우리는 전 세계에 대해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윤리 창조를 위한 물리적인 토대가 된다. 이런 새로운 윤리는 과도한 수사학만 있었던 예전의 윤리가 결코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것이다. -37쪽

만일 다른 사람들이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일에 기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상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공동으로 식사하고 차례로 요리하는 체제에 있는데, 먹기는 하나 결코 요리하지 않거나 전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동등하게 일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후 변화에 관련된 상황이 아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선진국이 그간 보인 행태는, 부엌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데, 겨우 반 잔의 물을 쏟은 당신이 더 이상의 물을 쏟지 않는다고 약속할 때까지 그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거기서 흘러넘치는 물을 닦으려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과 아주 유사했다. 이제 다른 선진국들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데 동의했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하기를 거부하는, 최대의 죄인인 미국을 내버려둔 채. -74쪽

거의 최저 수준의 생존 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소득을 약간만 보충해 주면 그들의 복지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비록 그들 이웃의 소득이 달러로 환산해서 훨씬 더 크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세계 무역의 개시에 있어 더 중요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잘사는 사람들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절대적인 관점에서, 세계 무역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보다 세계의 못사는 사람들을 더 빈곤하게 만들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121쪽

도덕상대주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그것은 문화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윤리적 주장을 저해한다. 그 까닭은 만약 도덕성이 항상 사회에 따라 상대적이라면, 당신의 사회에서 온 당신은 당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나의 사회에서 온 나는 나만의 기준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당신의 도덕 기준을 비판할 때, 나는 우리 사회의 도덕을 단순히 표현하고 있을 뿐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도덕 기준을 비판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를 비난할 때, 당신은 당신 사회의 도덕을 단순히 표현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의 사회의 도덕을 벗어나 다른 민족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을 포함해서, 어떤 것에 대해 문화 횡단적인 혹은 객관적인 도덕 판단을 표현할 방법이 전혀 없다. -183쪽

공평주의에 대한 현대의 비판자들은 공평한 윤리를 옹호한다면 그로 인해 부실한 부모, 연인, 배우자, 친구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런 개인적 인간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방인보다 나의 아이, 연인, 배우자, 친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공평 윤리의 관점에서는 이것을 잘못된 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페미니스트 철학자들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인간관계를 소홀히 한다고 남성 도덕철학자들을 비난한다. -205-206쪽

미국 같은 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곤궁하다는 것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으로 자식을 길러야 한다. 우리 아이가 높은 소비 수준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힘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생활 방식이 환경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알도록 가르쳐주어야 한다. 연인과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편향성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연인과 친구 관계는 공유하는 가치가 존재하는 곳에서, 아니면 적어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존중해 주는 곳에서 더 강해진다. 그 관계가 친구이건 이방인이건 상관없이 공유하는 가치가 다른 사람들의 복리를 배려한다면, 우정이나 사랑이 요구하는 편향성은 큰 곤궁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 심각한 방해가 될 만큼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213쪽

세계화는 적어도 한 사회 내에서 우리가 정치적인 평등에 부여하는 만큼의 가치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사회 간의 평등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23쪽

때로는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소득을 가지고 있거나 자신의 상속자에게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는 잘사는 나라의 국민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 자기나라 평균치에도 이르지 못하는 소득을 가진, 세계 최빈국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가난한 국가 내의 불평등과 국가 간의 불평등이 함께 감소될 것이다. -224-225쪽

"누가, 누구에게, 왜 해외원조를 하는가?"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알레시나와 달러는 다음과 같은 것을 발견했다. 즉 3대 최대 기부국인 미국, 프랑스, 일본은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일 나라에 원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국의 전략적 또는 문화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나라에 원조한다. 미국은 중동, 이스라엘, 이집트 같은 우방에 원조액 중 상당한 금액을 할애한다. 일본은 유엔 같은 국제적인 모임에서 일본에 동조하여 투표하는 국가들을 선호한다. 프랑스는 자국의 예전 식민지 국가들에 압도적으로 할애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런 패턴과는 아주 다르게 원조한다 - 즉 가난하기는 하지만 주어진 재원을 오용하지 않을 합당하게 바람직한 정부가 있는 국가들에 원조한다. -244쪽

잘사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소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못사는 나라에도 수많은 부자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도 또한 기부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 가족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도 남는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세계의 극빈자들을 돕기 위한 단체에 자신의 소득의 최소한 0.4퍼센트를 기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를 너무 낮게 잡는 것이 될 것이다. (중략) 보다 더 유용한 상징적인 수치는 소득의 1퍼센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빈곤을 반이 아니라 깡그리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에 거의 육박할 것이다. (계속) -247쪽

(이어서) 따라서 우리는 훌륭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공공 정책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해야 한다. 즉 풍족한 사회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사치품과 부질없는 것에 낭비할 만큼 돈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양식과 깨끗한 식수, 비바람을 피할 보금자리,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득 1달러당 적어도 1센트를 나누어주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 지구적인 의무를 공평하게 나누어 지지 않는 것이며, 따라서 심각하게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을 행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것은 최소한의 기부액이지 최적의 기부액이 아니다. -247-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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