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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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 백과에 의하면 사회학은 사회적 힘과 더불어 사람들을 서로 연결 혹은 분리시키는 사회적 과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개의 사회학 교과서에는 "개인의 사회적인 삶, 집단, 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철학에 관한 정의 -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 - 못지 않게, 사회학에 관한 정의도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장소에 사회학이 걸쳐 있다.  

  대개 학자들은 무엇을 일반화 혹은 보편화하기를 좋아한다. 한정된 집단 내의 특수한 사실은 그곳 말고 다른데에 써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학자들은 모든 개인과 모든 집단에 적용되는 일반화된 이론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사회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괴짜 사회학자는 극히 제한된 영역의 표본 집단 안에 들어가, 그것도 직접 몸을 담그고 - 대개 학자는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관찰자 - '조직'에 개입하기까지 했다. 시카고 마약 갱단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괴짜 사회학자는 자서전이 아니라 논문을 쓰고 있었지만 갱단의 작은 두목은 이 괴짜 사회학자가 자신의 자서전을 쓰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를 현장에 자주 불렀고, 자신이 하는 일을 관찰하게 했다. 모두 자서전에 담길 것이므로.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목 제이티가 <괴짜 사회학>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사회학자는 논문과 자서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책은 다소 엉뚱한 사회학 보고서인 동시에 제이티의 자서전인 셈이고, 또 어떻게 보면 수디르 벤카테시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애초 연구의 목적은 프랑스와 미국의 도시 빈민을 비교하는 것이었지만, 주제를 살짝(?) 벗어나 시카고의 마약 갱단이 운영하는 빈민가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도시 빈곤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러 들어왔다가, 이 살벌한(?) 동네에서 갱단과 만나게 되었고, 갱단의 두목과 친해지면서 빼도박도 못하게 됐다. 교수에게 알릴까 말까, 제이티에게 나는 네 자서전을 쓰는 게 아니야! 라고 말할까 말까, 여러번 고민을 했다. 무엇이 진짜 사회학인가, 사회학은 무엇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놓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갱단의 내부에서 사회학 조사를 하였고, 이런 특이한 이력으로 확실히 눈에 띄는 사회학자로 자리잡았다. 그의 연구 내용은 책과 논문, 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되었고, 그는 각종 티비와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연구 당시 박사 과정 대학원생이었던 그가 현재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 교수가 된 것이 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수님치고는 모범 궤도를 이탈한 사례다. 의도치 않게 그는 "소외된 이들과 세상 사이의 소통을 위한" 살아있는 사회학자로 불리고 있다.

  진짜 사회학이 무엇인지는 판단하기는 어렵다. 보편적으로 널리 적용해 생각해 볼만한 사회학 이론도 사회학이고, 수디르 벤카테시처럼 특정 지역에 들어가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사회학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낀 덕분에 나름 주목받는 엉뚱한 사회학자가 되었지만, 그와 같은 연구를 한 사람이 그가 처음도 아닐 것이고, 그런 점에서라면 별난 것도 없다. 다만, 갱단 속에 들어가 보스와 친구가 되고, 위험을 감수한 것은 인정해줘야겠다. 스케치하듯 현장을 서술한 글은 쉽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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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못말려요...ㅎㅎ 오늘 도착한 책인데..아프님은 리뷰를 올리시네요~ ㅋㅋ

마늘빵 2009-08-20 00:03   좋아요 0 | URL
요새 저랑 많이 겹치시는 듯 ㅋㅋ

turnleft 2009-08-2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아 갑니다 :)

마늘빵 2009-08-20 09:10   좋아요 0 | URL
^^

무해한모리군 2009-08-2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과속이신데 오~ 오~

마늘빵 2009-08-20 09:15   좋아요 0 | URL
아녀요. 이것도 읽은지 백만년 됐는데 이제 올린거에요. 전에는 꼬박꼬박 읽는 족족 올렸는데, 요새는 읽고 한참 뒤에 올려서 감흥도 날아가고. 이 책은 감흥이랄 건 없었어요.

근데 책 읽는 속도가 과속이라는 거에요? 리뷰 쓰는 속도가 과속이라는 거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08-20 09:50   좋아요 0 | URL
책읽는 속도가 과속이라구요.
제법 투툼한 놈들을 연속으로 쓱쓱~
저도 휴가때 해볼테예요~~
전 다음주에 휴가지롱 호호호

마늘빵 2009-08-20 11:28   좋아요 0 | URL
올해는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두툼한 책들은 더더욱 살피지 못했고. 으음 분발해야지.

yamoo 2010-03-1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학 기본서로 요 책이 좀 유명하다고 해서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안샀는데..괜찮은가 보죠~ 기든스 사회학은 넘 두꺼워서리 일는데 좀 지루했는데...요 책은 제목이 좀 땡겨서요..

마늘빵 2010-03-15 09:36   좋아요 0 | URL
아, 사회학 입문서 혹은 학문으로서의 기본서를 생각하신다면 이 책은 아닙니다. ^^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새로운 사회학적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을 뿐입니다. 본격 학문으로서 접근할 책은 아닙니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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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피터 싱어가 책 냈다. 그럼 바로 장바구니에 넣고 카드 결제한다. 이런 필자들이 몇 있는데, 싱어는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바꿔 말하면 대략 1~2년 전쯤 내 마음에 깊이 들어온 철학자다. 어떤 철학자보다 쉽게 글을 쓰고, 어떤 철학자보다 철학자 같지 않고, 어떤 철학자보다 몸으로 행동하는, 나이도 많은 철학자다. 산책자가 지난해 <죽음의 밥상>에 이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펴냈다. 원제는 <The life you can save>. <죽음의 밥상>이 육식의 횟수를 줄여주었다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우선, 장기를 기증하게 만들었다. 장기 기증과 기아는 별 상관이 없지만, 이 책을 잃고나서 장기를 기증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왜 절반이 굶주리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화체로 간단하게 의문을 해소해주었다면,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개인의 도덕적 행동에 호소한다. 많은 이들이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은 하는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절반은 아직까지 굶주리고 있으며, 그들을 구하려는 이들은 없는가? 이게 싱어가 촛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내년부터 적용될 7차 개정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를 굳이 들먹이지 않고도,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도덕적 행동을 하게 되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도덕적 지식을 쌓고, 도덕적 사고를 하며, 이것은 곧 도덕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 는 도덕적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의 절반을 구해야 한다,는 도덕적 사고를 한다. 그런데, 왜 개인의 도덕적 실천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가. 교과서에서는 이것을 '실천적 의지'의 결여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비판한 부분도 이 지점이다.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싱어는 여러 지점에서 도덕적 실천을 하지 못하는 개개인을 압박한다. 이 책을 덮은 뒤에 나는 서문에서 싱어가 말한대로 "그의 의견에 동의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지식과 사고만으로 그치던 수많은 사람들을 행동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이미 이 책의 전신이 된 뉴욕타임즈(?)의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득의 50%를 기부하는 클럽을 만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소득의 5%를 내놓고 있다. 싱어가 요구하는 실천 지침은 소득의 5%를 내놓는 것이다. 이 책 어딘가에서 구체적인 비율과 수치를 들어가며 - 달러를 기준으로 - 소득 대비 합리적인(?) 기부 금액을 설정하기도 한다. 

  절반이 굶주린다는 사실로부터 세끼 식사 다 하는 우리들이 기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가 도출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싱어의 말처럼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남에게 강요할 권리는 내게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리석은 일이라거나, 혐오스러운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니 하지 말라고 말해줄 권리는 있다." 기부를 하는 자는 자신의 행위를 널리 알려 다른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기부를 하지 않는 자를 향해 기부를 하라고 강요는 하지 못해도, 기부를 하지 않는 건 결코 좋지 않아, 라고 말해줄 수는 있다.  

  구해야 할 생명이 너무나 많아서 내가 구한다고 해도 뭐 티도 안날 것이다,라는 생각은 금물.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당신과 당신들이 모여 티도 안나는 생명을 '티나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 티도 안날거라고, 내가 돕는다고 기아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미리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티나게 하고 싶다면, 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더 기부를 하게 만들면 된다. 그렇다. 기아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내놓는 것이다. 싱어가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지점이 있다면, 제발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책의 부제를 하나 달자면, '도덕적으로 삥 뜯기' 정도.        

  싱어가 제시하는 '삥 뜯기'의 기준은, 실천할 수 없을 만큼 강하지 않다. 고작(?) 우리 소득의 5%를 -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붙기는 한다 - 내놓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득의 5%를 내놓고도, 매일 밥을 먹을 수 있고, 옷을 입고 다닐 수 있고,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고, 가끔씩 영화도 보고, 책도 산다. 어쩌다 값비싼 구두를 살 수도 있다. 그 정도면 "우리는 절대 빈곤을 끝장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기부금을 갖추게 된다." 반면, 5%를 내놓지 않고 BMW를 몰거나, 일년에 수 차례 해외 여행을 다니고, 값비싼 양주와 와인을 홀짝이면, 그들의 가난을 끝장 낼 수 없다. 우리가 고작 고급 취미를 조금 줄이면, 그들은 그 돈으로 '살 수' 있다. 엄청난 차이다. 그런데 우리는 실천하지 못한다. 아니 않는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기부는 김장훈이나 문근영같이 착하고 마음이 큰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인줄 알았다. 기부를 하는 삶은 0에서 1을 생산하는 것이며, 그 1에 대해서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기부를 할 수 있는 여건에서 기부를 하는 것은 +1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0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며, 기부를 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은 0이 아닌 -1의 삶을 사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번지 햇수로 5년째, 서울 바닥에서 옥탑방 말고는 갈 곳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청춘이다. 나는 분명 싱어의 기준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층은 못된다. 소득의 5% 실천에 동참하는 데는 아직까지 망설여지지만, 독서 이후 뇌사시 모든 장기를 기증하는 데에 동의했고, 앞으로 간간히 기부금을 - 이전보다 더 - 내겠다고 다짐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라,는 싱어의 말에 따라 이 같은 다짐을 밝힌다.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을 위해 자신이 사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든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세상에 있을까요?”(故 헨리 스피라, 동물 권익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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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2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이네요.^^
도덕적 삥뜯기, 제목에 공감이 갑니다~

2009-08-24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9-08-24 21:08   좋아요 0 | URL
엇, 이주 리뷰 당선인가요? ^^ 오랫만에 받네요. 이 책, 이 리뷰로 꼭 받고 싶었어요.

지적하신 오타 수정했습니다. :)

다락방 2009-08-2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 축하해요!

마늘빵 2009-08-26 17:46   좋아요 0 | URL
^^ 흐흣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지음, 손주희 옮김, 이상호 감수 / 프로메테우스 / 2008년 4월
절판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정부는 없었다. 우리는 자유를 빼앗겼다. 비록 자유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것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어느 대륙,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목적도 하찮은 것은 없다. 또한 어떤 승리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아룬다티 로이)
-17쪽

경제적 의미에서 인간의 기본욕구 - 먹을 양식과 물, 주거, 건강, 교육, 그 외 많은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와 같은 욕구 - 는 물론, 특히 인간 자체가 상품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되며 따라서 ‘매매될 수 없다’고 보장할 필요가 있다. -44쪽

(록히드의) 뇌물을 받은 측으로는 가봉의 봉고 대통령,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볼리비아의 바리엔토스 대통령, 이란의 샤 팔레비,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아이티의 뒤발리에 대통령, 그 외 터키, 이스라엘, 영국, 과테말라, 독일,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지의 수천 명의 장관, 장군, 대의원, 공무원 등이 망라된다.

* 록히드는 미국의 군수산업체이다. -317쪽

조지 W. 부시는 그런 시스템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그가 처음 텍사스 주지사로, 그 다음에는 미국 상원의원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후원자는 엔론 사였다.
미 상원의원 3분의 2가 이 콘체른의 기부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엔론은 2000년에 부시 한 사람의 경선에만 196만 달러를 들였다. 그 반대급부로서 의회 다수는 지금까지 이들 회사에 대해 국가 감독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02년 엔론과 월드콤 등의 회계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편 엔론의 유럽 본사는 런던에 세워졌다. 토니 블레어는 경선에서 자국의 에너지산업에 엔론 사가 진입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영국의 광부들에게 자국의 석탄채굴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1998년 8월, 엔론은 노동당 전당대회의 갈라 만찬을 후원했다. 그러자 선거 후 블레어 총리는 곧 정부의 에너지 프로그램에서 석탄을 가스로 대체했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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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구판절판


죽어가는 아이를 눈앞에 둔 부모의 욕망이 우리의 욕망이었다면, 우리는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윤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부모의 욕망을 우리 자신의 욕망처럼 대접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아이의 고통과 죽음이 나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된다.
-37쪽

"달리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사람에게, 박애는 풍요로운 타인의 도움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한다."(존 로크)-42쪽

공정성을 두고 본다면, 독자 여러분이 선진국의 중산층 시민이라고 할 때, 여러분은 열심히 일하고 적절히 능력을 발휘한다면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태어난 행운아인 셈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개 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49쪽

뭔가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할 ‘당위성’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남에게 강요할 권리를 내게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어리석은 일이라거나, 혐오스러운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니 하지 말라고 말해줄 권리는 있다. -50쪽

상당한 규모로 기부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므로, 여전히 더 많이 기부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이 기부할수록,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의 수는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지금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기부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중략) 소수의 사람들이 많이 기부하든,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 기부하든, 대규모의 절대 빈곤을 종식시킨다고 우리 국민 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그런 기부가 있더라도 경영자들의 활동과 개인의 치부는 얼마든지 허용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되기보다 약진할 것이다. 지금은 그 바깥에 떨어져 있는 14억 명의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게 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무역 및 투자의 기회가 생길 테니까. -65-66쪽

대부분의 사람이 공정하게 행동하는 사회는 모두가 불공정한 이익을 얻으려 혈안이 된 사회보다 유리하다. 서로 믿고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85쪽

혈액이 문자 그대로 무료일 때, 우리는 의학적 긴급 상황에서 낯선 사람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리고 부자든 가난뱅이든, 알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로 함으로써 공동체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혈액을 사고팔게 되는 순간, 그것은 상품이 되고 이타주의는 불필요해진다. 이타적 헌혈자가 충분치 않더라도 혈액을 사들이기만 하면 되니까. -88쪽

책임의 불분명성에 대한 직관은 보다 호소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금을 내기보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일이 더 구속력 있는 도덕적 의무라고. 왜냐하면 아이를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지만 가난 때문에 매년 죽어가는 1천만 명의 아이를 구하는 일을 할 사람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수없이 많은 타인들이 나 대신 그 아이를 구할 후보자라고 해도, 그들이 구하려 하지 않을 것임을 내가 안다면, 또는 아무튼 그들만으로는 1천만 명의 아이를 모두 구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슨 차이가 있을까?-90-91쪽

원조의 효과에 깃든 그런 불확실성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지워버리지는 않는다. -172쪽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일과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일 사이에는 절실하고 타협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 두 가지는 언제나 긴장 관계다. 부모는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를 더 사랑하며, 따라서 남의 사정을 살피기 전에 자기 아이의 사정을 살피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점을 도외시한 책임의 원칙은 널리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남의 기초적인 어려움을 외면하면서 자기 아이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189쪽

다른 사람이 공정한 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손쉽게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데도 구하지 않는 선택을 정당화하는가? 나는 이 문제의 해답이 명백하다고 본다.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할 몫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다. 그들의 존재는 그냥 주변에 널린 바위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몫 이론에 의하면, 차라리 그들은 진짜 바위만도 못하다. (중략) 이처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할 수도 있는데 제몫을 다했다며 팔짱만 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물에 빠진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와 같은 행위가 우리가 쉽게 구할 수도 있는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196쪽

… 우리가 가난한 사람에게 갖는 의무는 더 이상 기부를 할 경우 그에 필적하는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때까지 기부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철학자들(밀러, 컬리티, 후커)이 입을 모아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을 기부할 경우,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음이 중요하다.
-200쪽

나는 더 쉬운 목표를 제시하려 한다. 경제적으로 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연소득의 약 5퍼센트를 기부한다. 그리고 더 부유한 사람들은 더 많이 낸다. 나는 사람들이 그 정도는 낼 수 있고, 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것은 잘사는 삶이란 반드시 기부가 필요하다는 윤리 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기준이 널리 받아들여지면, 우리는 절대 빈곤을 끝장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기부금을 갖추게 된다.-205쪽

"의식 있게, 고귀하게, 정의롭게 살지 않는 한 기쁜 삶을 누릴 수 없다."(에피쿠로스)-229쪽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을 위해 자신이 사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든 일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세상에 있을까요?"(故 헨리 스피라, 동물 권익 운동가)-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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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품절


결핵을 둘러싼 신화와 암을 둘러싼 최근의 신화는 모두 개인이 자신의 질병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암을 둘러싼 이미지가 훨씬 더 인과응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격과 질병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낭만주의적인 가치에서 보자면, 질병이란 정념으로 가득 차 있을 때에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떤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에 달라붙는 가장 치욕적인 생각, 즉 감정을 억압하기 때문에 병이 난다는 생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75쪽

"우울증 때문에 생기는 발작적 경향은 완벽한 아름다움과 결코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에드거 앨런 포)-79쪽

질병은 두 가지 가설을 통해 확대됐다. 첫 번째 가설은 모든 사회적 일탈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범죄 행위가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었으며, 범죄자는 비난받거나 처벌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가 그를 이해하듯이) 이해되고, 치료받고, 교정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 가설은 모든 질병이 심리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질병은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사건으로 해석됐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게 된 것이며, 의지를 사용해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으며, 질병으로 죽지 않기를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믿도록 유도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가설은 상호보완적이다. 첫 번째 가설이 죄의식을 덜어준다면, 두 번째 가설은 죄의식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질병을 심리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은 환자를 비난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스스로 질병을 가져 왔다는 통고를 받게 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병을 앓을 만한 짓을 했을 것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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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드뎌 같이 읽고 있는 책 등장이요~~ ㅎㅎ

마늘빵 2009-08-14 14:50   좋아요 0 | URL
오홋 ^^ 생각보다 편하게 읽히네요.

비연 2009-08-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넘 잘 썼죠..수잔손택은 제가 참 좋아하는 저술가입니다~

마늘빵 2009-08-14 16:18   좋아요 0 | URL
번역도 잘 한 듯 해요. 술술 읽히는 거 보니. 아룬다티 로이 책도 잘 읽혔는데. 느낌이 비슷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