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구판절판


작가의 말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였던 철거민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맞고 쫓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이후로 수십년째 줄기차게 목숨을 버리고 있지만 전태일만큼 유명해지기는커녕 연예인 성형 기사에조차 묻히는 실정이다.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이 지금은 안정된 수입 때문에 선생님을 꿈꾸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나눈다. -208쪽

이런 것들이 민주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실질적인 삶의 문제들과 관계가 없는 거라면 그럼 민주주의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란 말인가. 지배층과 대거리를 할 만큼 똑똑해서 그들의 통치에 훈수나 비판을 던질 수 있는 수준 높은 사람들이 더이상 황당한 이유로 끌려가지 않게 되는 것이 민주화란 말인가. 민주화란 게 겨우 그런 거라면 할 말 좀 참고 좀더 배불리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의 흐름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사회의 문제로 고통받으면서도 제 탓만 하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 20년 전에 이룩한 민주화를 찬양하는 것은 삶의 질과 민주주의가 아무런 연관을 갖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8-209쪽

똑같은 얘기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하나마나한 소리도 꼭해야 하는 소리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 -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처럼 터무니없이 약하고 겁 많고 평범한 사람들 -이 피와 땀을 흘렸고 제 삶의 기회를 포기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안심할 정도로 튼튼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강화하고 보완하려는 노력 없이는 어느날 사람 좋아 보이는 도둑놈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하고 싶었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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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6-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는 최규'적'이라고 써있어요,아프락사스님.

마늘빵 2009-06-18 09:15   좋아요 0 | URL
아 오타가... ^^ 수정했어요.

머큐리 2009-06-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의 그 뜨거움이 지금을 버티는 힘이 되는거 같아요...

마늘빵 2009-06-18 23:19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 만화에 들어간 역사적 현실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최규석이 자신이 그러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표했는데, 저 역시 벗어날 수 없네요. 그 힘으로, 그 뜨거움을 이어받아, 지금을 이겨내야죠.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품절


"괴물이나 도깨비처럼 생긴 사람들만 악행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관타나모는 악 그 자체입니다. 관타나모는 기소도 하지 않고, 어떤 재판절차도 없이 단지 어렴풋한 혐의만으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입니다."-47쪽

내가 만난 많은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미국으로 팔려왔다고 주장했다. 9.11 이후 벌어진 전쟁 와중에,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수천 장의 전단을 살포했다.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하루에 82센트)인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해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6,036달러였다. 만약 그 현상금을 미국인들의 소득 비율로 환산하면 2백만 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인이건 미국인이건 83년을 뼈 빠지게 일해야 그만한 액수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71-72쪽

아프가니스탄 수감자인 압둘 마틴은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다가 체포된 과학 교사였다. 마틴은 누군가가 자신을 억류하고 있는 사유서를 쓰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틴이 적 전투원 지위 재판을 받을 때 미군 재판관은 그에게 ‘악명 높은 카시오 시계를 소지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76쪽

금빛 찬란한 에스컬레이터와 유리로 만든 엘리베이터가 있는 <카불시티센터>라는 수백만 달러짜리 거대한 쇼핑몰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그곳은 부유한 유럽인과 미국인, 그리고 해외에서 온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첨단 전자제품, 명품 옷, 보석, 스위스 시계, 골동품을 사느라 분주했다. 유일하게 통용되는 화폐는 달러였다. 연말이 가까운 때라 크리스마스 세일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압도적으로 무슬림이 많은 나라에서 그것들은 꽤나 이상해 보였다. -162쪽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0년대 소련군 침공의 잔재인 약 천만 개의 지뢰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깔려있다고 추정한다. 이후 대략 8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그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 유엔 아동기금은 지뢰 폭발 때문에 하루에 20~25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고, 그 결과로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4%가 불구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아프가니스탄 어디에 가든 목발이나 휠체어에 의지한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63쪽

듀로코빅은 2001년에 있었던 도시에서(그렇지 않은 도시들과 비교하여) 폭격에 노출된 사람들의 우라늄 잔류량을 연구했다. 듀로코빅은 심하게 폭격을 받은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소변 속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의 20~200배나 높은 우라늄 집적량을 일관되게 발견했다. -165쪽

픽티아주에 사는 이사둘라는 자기 아내가 온몸에 멜론 크기의 종양들로 뒤덮인 아이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그 징그러운 붉은 종양으로 뒤덮인 내 아이를 봤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왜 자기들이 이 나라에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만약 내가 미국인 아이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그 아이의 가족이 내 눈알을 빼낸다 하더라도 나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166쪽

미라키는 아프가니스탄 사로비에 살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이 출타 중이었을 때 미군병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수색하고 ‘심문’을 하겠다며 그녀를 미군기지로 데려갔다. 이웃들이 남편에게 이를 알렸고, 그가 아내를 찾으러 미군기지에 갔을 때 그녀는 그곳에서 집단강간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은 그녀를 더 이상 자기 아내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미라키에게 말했다. 그녀는 친정으로 갔고, 며칠 뒤에 자살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많은 강간사건들이 문화적 금기 때문에 보고되지 않은 채 덮어진다고 추측한다. -235쪽

이상한 건 수감자들을 고문하는 미군이다. 이상한 건 수감자 하나당 5,000~25,000달러를 ‘보상금’으로 주었던 일이다. 더 이상한 건 금전적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현지인들의 고발내용을 먼저 조사하지도 않고 사람들을 잡아온 미군이다. 이상한 건 기소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5년 이상 억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건 자살한 수감자들의 시신을 고향에 보내기 전에 조직을 제거한 미군이다. 이상한 건 팔십 먹은 노인을 ‘적 전투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상한 건 미군병사들이 코란을 똥통에 던지는 동안, 행정부가 미국 헌법에 대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250쪽

"만약 미국인들이 무슬림과 나란히 앉아 서로를 알게 된다면, 우리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발견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전망이 있는 미래를 바랍니다."-257쪽

미국 정부의 문제는 그들의 결정이 꼬여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탐욕에 이끌려 움직인다. 그들은 자신의 위장을 좇고, 석유를 좇고, 돈을 좇는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고통당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다. 처음 미국인들이 왔을 때 우리는 무척 기뻤다. 러시아의 강점시기부터 우리는 그들을 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폭탄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난한 나라에 남아있던 모든 것을 산산히 부쉈고, 혐의도 증거도 없이 우리를 감옥에 가두었다. (중략) 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악이라고 불러야 할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미국인들과 탈레반이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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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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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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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5: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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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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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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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1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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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구판절판


"타인의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트집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정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체험이나 행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10쪽

"수령으로서 참을성이 없는 자는 매양 소장(訴狀)을 접할 때마다 그 사건의 근원부터 캐내어 밝혀내려 하지는 않고 다만 눈앞의 소첩(訴牒)에만 의거해서 판단하니, 더듬어 찾아도 얽히고 설켜 있어서 옳은 듯도 하고 그른 듯도 한데, 급하게 제결(題決)을 놓아 이졸(吏卒)을 꾸짖어 물러가게 하고는 구차하게도 목전의 할 일이 끝났음을 다행으로 여긴다."(정약용, <목민심서>)-40쪽

검사한테 가면 태도가 달라요. 그러니까 뭐 알려고 하지도 않고요. 이미 너는 노동조합활동 하는 애고, 너의 세계관과 나의 세계관은 다르고, 너는 어차피 그렇게 하면, 구속돼서 살 거 각오하고 하는 애 아니냐? 그런 태도죠.(이해영, 11면)-77쪽

85.5퍼센트의 시민들은 인맥으로 칠 법조인이 단 한명도 없는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연구진이 핵심 중산층으로 분류한 집단에서는 법조인을 인맥으로 확보한 비율이 21.5퍼센트에 이르지만, 하층으로 분류된 집단은 그 비율이 5퍼센트 내외로 뚝 떨어집니다. 핵심 중산층이나 주변적 중산층에 비해 하층에 속한 사람들은 법조인을 알게 될 가능성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통계는 많은 시민들에게 사법은 타자성의 세계이며, 미지의 세계에 속한 영역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80-81쪽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한다."(변교수)-81쪽

"돈을 받고 그릇된 재판을 해서도 안되오. 왜냐하면 뇌물은 지혜로운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며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 때문이오."(구약성경 신명기 16장)-86쪽

돈을 돌려준 경험을 이야기한 전현직 판검사들 중의 누구도, 돈을 준 변호사를 입건하거나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누군가 이런 조치를 취하면 그는 어떤 평판을 얻게 될까요. 일반인들은 혹시 그런 판검사를 청렴하다고 칭송할지 모르지만, 좁은 법조계 바닥에서는 ‘또라이’로 찍힐 개연성이 높습니다. -100-101쪽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는 하기 어렵다. 그럴 때 당신은 학연, 지연, 혈연을 찾아 누구에겐가 전화를 건다. 그러면 금방 해결된다. 당신에겐 전혀 죄의식이 없다.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기본일 뿐이니까. 그러나 당신처럼 그렇게 전화 한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연, 지연, 혈연을 갖지 못한 사람이 누구에겐가 돈을 주고 어떤 일을 해결했을 때 당신은 그건 부정부패라고 분노한다. 당신의 그러한 2중 기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연고에 의한 청탁은 괜찮고 금품을 이용한 청탁은 범죄라면, 그건 정말이지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강준만, <서울대의 나라>)-128쪽

신성가족은 자신의 힘으로 창조한 것이며, 사악한 사회에서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사회에서 해방시킨 존재입니다. 신성가족의 가장 큰 상징인 ‘거룩’은 처음부터 ‘구별’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습니다. 맑스는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겪어온 비판적 비판주의는 마침내 고독하고 신을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되는 데 성공했다"고 그들을 묘사합니다. -146쪽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중국, 프랑스, 이딸리아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가족주의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저신뢰 사회’로 규정했습니다. 가족주의사회에서는 혈연관계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만한 토대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인 결속력이 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고비용으로 연결되게 마련입니다. -152쪽

퇴직 후를 생각하는 판검사 입장에서 삼성은 통제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직장, 그것도 최고의 직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사건에 제대로 된 수사나 판결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삼성을 통제하기는커녕, 삼성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고 만 것입니다. 언젠가는 개업을 해야 하는 판검사로서는 삼성 같은 곳에서 많은 월급을 받으며 품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브로커’를 고용해 어렵게 개인 변호사로 사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이 역시 판검사들이 언젠가는 개업을 하는 우리 법조계 구조에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이한 일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172쪽

결국 ‘신성가족’에게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사장이라는 중개인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연관지어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성가족이 품위를 지키며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반인들과 이들을 중개해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씨스템에서 모든 지저분한 업무는 당연히 중개인들의 몫이 됩니다. -197쪽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겪어온 그들은 마침내 고독하고 신을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되는 데 성공했다."(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신성가족>)-215쪽

‘거절할 수 없는 관계’란 누군가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순간 마치 모래더미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리게 마련입니다. -314쪽

원만함은 우리사회에서 대체로 좋은 가치로 받아들여졌고, 어느 조직에서나 원만한 사람을 선호하는데 이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원만함이 사법 관련자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원만함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켜내는 것은 언제나 기득권층의 이익과 기존 질서입니다. 갈등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원만함으로 이해되는 조직에서, 모두 그러다보면 ‘정의’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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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6-1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에서 나름의 신성가족이란 불가피하지 않은가도 생각되네요...그것의 내재적 원리나 공유하는 가치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서 민중들에게 드러나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극복할 방법들도 나올텐데요...알면 더 답답하려나? ㅎㅎ

마늘빵 2009-06-14 22:47   좋아요 0 | URL
읽다보니 이게 제도로 보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개개인이 바뀌지 않는한은 불가능하겠다 싶기도 하네요. 그들은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것들이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들 입장에서보면 이건 완전 썩은 물이거든요.
 
폭력 비타 악티바 : 개념사 6
공진성 지음 / 책세상 / 2009년 1월
품절


이제 우리는 폭력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무엇이 폭력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폭력이라는 말에는, 즉 무엇이 폭력인지를 결정하는 ‘사실 판단’에는 언제나 ‘폭력이 나쁜 것’이라는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가치 판단 없이 무엇을 폭력이라고 사실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어떠한 힘의 사용에 대해서 가치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면, 설령 그 힘이 객관적으로 폭력일지라도, 굳이 그 힘이 폭력인지 여부를 사실적으로 판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속)-25-26쪽

(이어서) 그러므로 ‘폭력’에 관한 질문에는 언제나 가치 판단이 끼어든다. 어떠한 힘의 사용이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묻는 것이. 그리고 그 정당성에 관한 질문, 즉 가치 판단에 관한 질문을, 어떠한 힘이 폭력인지 아닌지의 형태로, 마치 그것이 사실 판단의 문제인 것처럼 제기한다. 이것이 우리가 폭력에 관해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중략)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폭력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부당한 힘의 사용이냐, 즉 ‘우리가 무엇을 폭력으로 규정해 배제하기를 원하느냐’일 것이다. 우리는 모든 폭력을 폭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25-26쪽

다만 그것을 폭력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폭력과 비폭력의 구분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힘, 곧 정치적 권력이다. 국가 상태에서는 무엇이 폭력이고 무엇이 폭력이 아닌지, 더 정확하게 얘기해서 무엇이 정당한 폭력이고 무엇이 부당한 폭력인지를 구분하는 권한이 각 사람에게 속해 있지 않고 오로지 국가에 속해 있다. 그런데 이 말이 각 사람에게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이 판단의 능력이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정당한 판단의 권한을 다시금 정당화 요구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만든다. -40쪽

군대와 경찰은 폭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폭력을 단순히 ‘이용’한다고 하지 않고 ‘관리’한다고 표현한 것은, 군대와 경찰에서는 폭력이 독점적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문명화한 사람들의 비폭력적인 신체와 성향이 그곳에서 다시 폭력적으로 바뀌고, 일정한 시간 동안 이용된 후에 또다시 비폭력적으로, 그러나 결코 완전히 비폭력적이지는 않게 순화되어서 그곳으로부터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명은 폭력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즉 폭력의 반대말이 아니라, 다만 폭력을 관리하는 세련된 형태일 뿐이다. -49-50쪽

한국의 남성들은 군대에서의 경험을 크거나 작게 일종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군대에서 겪은 폭력과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으로 회복한 폭력성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 심리로서 그 폭력성을 남성성과 동일시하고, 제대 후에도 그 폭력성을 버리지 못해 주로 자신보다 약한 타자에게 분출하곤 한다. 한국 사회 전체가 병영과 같았던 군부 독재 시절에 국민들은 이미 학교에서부터 재폭력화했고 제대후라고 해서 특별히 탈폭력화하지도 않았다. -52쪽

국가의 폭력 독점은 그 폭력의 출처인 개개인이 폭력적인 힘의 자의적인 사용을 포기할 때 가능하며, 그것은 다시 개개인이 스스로 자기 보존을 추구하는 것보다 국가라는 폭력의 독점 기구를 통해서 자기 보존을 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여길 때에 가능하다. 그런데 폭력의 독점 기구인 국가의 자기 보존 노력이 폭력의 출처인 개개인의 자기 보존 노력과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국가의 폭력 독점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67쪽

부르디외에 따르면 교육 행위 자체가 상징적 폭력이다. 그것이 폭력인 것은 일차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학습자에게 자의적인 문화를 주입하기 때문이고, 이차적으로 그 과정에서 특정한 의미 체계를 선택하고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육 과정은 마치 사회의 집단적․계급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지배적인 문화와 가치를 주입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서 기존의 권력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교육 행위는 철저히 지배 집단이나 지배 계급의 객관적인 이해관계, 곧 그들의 물질적인 이해관계, 상징적인 이해관계, 그리고 교육적 차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124쪽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끼고 남이 겪는 폭력을 마치 내가 겪는 폭력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도덕적 요청과,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단련하고 폭력에 무뎌지게 해야 한다는 정치적․군사적 요청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관찰하게 되는 미국과 같은 대외적으로 폭력적인 탈영웅적 사회는 이 딜레마를,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군대를 전문화하고 시민들을 탈군사화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듯하다.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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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09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의 밑줄긋기, 잘 읽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들여다 보면서 인사를 남기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여 글을 남깁니다.

마늘빵 2009-06-09 09:06   좋아요 0 | URL
아핫, ^^ 요새는 읽은 책마다 리뷰를 안써서 밑줄긋기라도 충실히. 소설 책의 경우는 밑줄 그을 게 없어서 안 올리는 것도 가끔 있어요. 이 책 폭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더라고요. 관련된 몇몇 학자들의 책도 읽어보려고요.

바라 2009-06-1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많은 책들을 어찌 다 읽으시는지 존경스럽스럽니다ㅠ 아프님 읽으시는 책들이 제 관심 분야 책들하고도 많이 겹쳐서.. 저도 감사히 읽겠습니다~

마늘빵 2009-06-10 09:14   좋아요 0 | URL
아쿠, 가벼운 책들만 보고 있어요. 1차 서적들은 크고 두껍고 무거운데다 집중해야하니 지하철, 버스 간에서 보기가 어려워서... 출퇴근 시간에만 책 읽어요. ^^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 - 국가폭력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1
조현연 지음 / 책세상 / 2000년 9월
구판절판


"빛도 공기도 들어오지 않는 단단한 방 속에 갇혀서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벽에 구멍을 뚫어 밝은 빛과 맑은 공기를 넣어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방 속의 사람은 감각과 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까닭에 그 상태를 고통으로 느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진실을 보는 시력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되살려줄 신선한 공기를 주는 것은 차라리 죄악이 아닐까?"(루쉰)-7-8쪽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8쪽

"그 진위야 어떻든 상관이 없다. 또 아무리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해도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관념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대중의 심리를 파악한다. 그럼녀 ‘네모꼴이 실제로는 원’이라고 논증하는 것도 결코 어렵지 않다. 말이라고 하는 것, 그것은 어떤 관념에 다른 옷을 입혀 전혀 엉뚱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괴벨스)-24-25쪽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르 몽드>창간자 뵈브 메리)-35쪽

자유주의란 "개인의 자유를 인간 생활의 기본 규범으로 간주하며 문화와 법률, 도덕규범과 경제, 사회질서의 진보를 위해 애쓰고 개인의 해방을 추구하는 세계관"(독일의 백과사전 <브로크하우스>)-38쪽

"유엔에서 우리를 도와 싸우기로 작정하고 이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공중으로 군기 군물을 날라와서 우리를 도우니까 국민은 좀 고생이 되더라도 굳게 참고 있으면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이승만)
"서울에서 살아 남은 사람이 국민인지 적과 내통한 자인지 심시하라."(이승만)-60-61쪽

과거란 그저 덮어버린다고 하여 그리고 그저 잊어버린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청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과거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현재를 매개로 과거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잘못된 과거가 만들어놓은 매듭을 올바로 풀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 해도 매듭은 더욱 꼬일 뿐이다. -137쪽

"처음에 나치는 공산주의자를 탄압했다. 그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나치가 민주주의자들을 잡아갔다. 그때도 모두들 침묵했다. 그리고 나치가 기독교 성직자인 나를 잡아갔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도 말해줄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히틀러에 의해 살해된 본회퍼 목사)-141쪽

각주4)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부산정치파동 때 <런던타임스>의 논평)-148쪽

각주35) 주민 희생 사건 연구계획(해원사업계획)과 관련한 1999년 7월 14일의 국방장관 조성태의 발언을 받아적은 메모에 따르면, ① 제주도, 문경, 함평, 영동, 나주 사건 등은 군이 보유한 자료를 섭렵하고 차후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는 남원, 임실, 고창 순창 사건은 손대서는 안된다(현장 출장은 금지하되 자료는 정리) ② 참전자의 증언을 청취, 사실 여부를 확인하되 주민과 접촉해서는 안 되며 현지 조사는 뇌관을 건드리고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니 안 하는 게 좋겠다 ③ 군의 최대 양보선은 양비론이다 ④ 군이 잘못한 점이 있다면 인정하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인정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문화일보> 2000년 7월 24일).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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