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절판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건 정말 짧고, 나머지는 대부분 불행하다고 해도 좋다. 결국 불행이라는 건 그 순간순간에 느끼는 거다. 그래서 괴로운 법이다. 반면 행복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된다. 행복이란 회상하는 것이라서, 그 당시에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은 "저 녀석, 요즘 행복해 보여"와 같이 타인이 말할 뿐, 당사자는 전혀 깨닫지 못한다.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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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 이제이북스 / 2006년 11월
구판절판


모든 기예와 탐구, 또 마찬가지로 모든 행위와 선택은 어떤 좋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음을 모든 것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옳게 규정해 왔다. -13쪽

그것은 으뜸가는 학문, 가장 총기획적인 학문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치학이 바로 그러한 학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폴리스 안에 어떤 학문들이 있어야만 하는지, 또 각각의 시민들이 어떤 종류의 학문을 얼마나 배워야 하는지를 정치학이 규정하기 때문이다. -14쪽

대중들과 교양 있는 사람들 모두 그것(최상의 좋음)을 '행복(eudaimonia)'이라고 말하고, ‘잘 사는 것’과 ‘잘 행위하는 것’을 ‘행복하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17쪽

교양 있는 사람이나 실천적인 사람은 명예를 선택한다. 대개 이것이 정치적 삶의 목적이니까. 그렇지만 명예는 우리가 추구하기에는 너무 피상적인 것 같다. 명예는 명예를 받는 사람보다 수여하는 사람에게 더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좋음은 고유한 어떤 것으로 쉽게 우리에게서 떼어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자신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이다. 어쨌든 그들은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또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또 그들의 탁월성을 근거로 명예를 얻고자 한다. 따라서 적어도 이들에게는 탁월성이 명예보다 더 나은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쪽

좋음은 신과 지성이 좋다고 이야기될 때처럼 무엇임에서 좋다고 이야기되기도 하고, 탁월성이 좋다고 이야기될 때처럼 성질에 있어서 이야기되기도 하며, 적당량이 좋다고 할 때처럼 양에 있어서, 무엇에 대해 유용하다고 할 때처럼 관계에 있어서, 적시를 이야기할 때처럼 시간에 있어서, 적절한 거처를 이야기할 때처럼 장소에 있어서, 그리고 그 밖에 다른 것들[을 이야기할 때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음이 어떤 공통적이며 단일한 보편자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2-23쪽

우리는 그 자체로 추구되는 것이 다른 것 때문에 추구되는 것보다 더 완전하다고 말하며, 다른 것 때문에 선택되지는 않는 것이 그 자체로도 선택되고 그것[다른 것] 때문에도 선택되는 것보다 더 완전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언제나 그 자체로 선택될 뿐 결코 다른 것 때문에 선택되는 일이 없는 것을 단적으로 완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행복이 이렇게 단적으로 완전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행복을 언제나 그 자체 때문에 선택하지, 결코 다른 것 때문에 선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7쪽

품성 상태들은 [그 품성상태들과] 유사한 활동들로부터 생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우리의 활동들이 어떤 성질의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활동들의 차이에 따라 품성 상태들의 차이가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죽 이렇게 습관을 들였는지, 혹은 저렇게 습관을 들였는지는 결코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큰 차이, 아니 모든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53쪽

그러므로 행해진 것들이 정의롭거나 절제 있다고 이야기되는 것은 그것들이 정의로운 사람이나 절제 있는 사람이 행했을 법한 그런 종류의 행위들일 때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나 절제 있는 사람은 이런 일들을 [단순히] 행하는 사람이 아니고, 마치 정의로운 사람들이나 절제 있는 사람들이 행하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이런 일들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일들을 행하는 것으로부터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들을 행하는 것으로부터 절제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이러한 일들을 행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며, 될 가망성조차 가지지 못할 것이다. -60쪽

마땅히 그래야 할 때, 또 마땅히 그래야 할 일에 대해, 마땅히 그래야 할 사람들에 대해, 마땅히 그래야 할 목적을 위해서, 또 마땅히 그래야 할 방식으로 감정을 갖는 것은 중간이자 최선이며, 바로 그런 것이 탁월성에 속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위에 관련해서도 지나침과 모자람, 그리고 중간이 있다. 그런데 탁월성은 감정과 행위에 관련하고, 이것들 안에서 지나침과 모자람이 잘못을 범하는 반면, 중간적인 것은 칭찬을 받고 또한 올곧게 성공한다. 이 양자가 탁월성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탁월성은 중간적인 것을 겨냥하는 한 일종의 중용이다. -65쪽

합리적 선택은 명백히 자발적인 것이지만 그것과 동일하지는 않고, 자발적인 것이 더 널리 적용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나 다른 동물들도 자발적인 것에는 참여하지만 합리적 선택에는 그러지 못하며, 또 갑작스러운 행위를 자발적인 것이라고는 해도 합리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86쪽

용감한 사람들은 고귀한 것 때문에 행위하며, 분노는 그들을 옆에서 거든다. (중략) 또 분노로 인한 용기가 가장 본성적인 것으로 보이며, 합리적 선택과 [왜 용기를 내는지] 그 목적을 추가적으로 취한다면 참된 용기가 되는 것 같다. 사람들 또한 화가 나면 고통을 느끼고 보복을 하면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 때문에 싸우는 사람들은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기는 해도 용감한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귀한 것 때문에 싸우는 것도, 이성이 명한 바에 따라 싸우는 것도 아니며, 감정 때문에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용기를 닮은 어떤 것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108-109쪽

마땅히 화를 낼 만한 일에 대해 마땅히 화를 낼 만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더 나아가 마땅한 방식으로, 마땅한 때, 마땅한 시간 동안 화를 내는 사람은 칭찬을 받는다. 그렇다면, 온화가 칭찬을 받는 것인 한, 이런 사람이 온화한 사람일 것이다. 온화한 사람은 동요가 없는 사람이며, 또 감정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이성이 명할 것처럼 그렇게, 화를 낼 만한 대상에 대해 화를 낼 시간 동안 노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46쪽

이 방면에서의 모자람은, 그것이 일종의 ‘화낼 줄 모름’이든 다른 무엇이든, 비난을 받는다. 마땅히 화를 내야 할 일에 대해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되고, 마땅한 방식으로 화를 낼 줄도, 마땅한 때에 마땅한 사람에 대해서 화를 낼 줄도 모르는 사람 역시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146쪽

정의란 그것에 따라 정의로운 사람이 정의로운 것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서 실행하게 된다고 이야기되는 탁월성이며, 그것에 따라 정의로운 사람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분배할 때, 선택할 만한 것을 자신에게는 더 많이 배분하고, 이웃에게는 더 적게 배분하며, 해로운 것은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에 따라 동등한 것을 배분하며,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분배할 때도 마찬가지로 하게 하는 탁월성이다. -180쪽

부정의를 당하는 것과 부정의를 행하는 것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의를 행하는 것이 더 나쁘다. 왜냐하면 부정의를 행하는 것은 악덕을 동반하는 것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되, 그때의 악덕은 완전하고 단적인 악덕이거나 그에 가까운 악덕인 반면, 부정의를 당하는 것은 악덕도, 부정의도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201쪽

이해력은 언제나 그런 것들, 또 변하지 않는 것들, 혹은 생겨나는 것들 중 어떤 것이든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숙고할 수 있는 대상들에만 관계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것은 실천적 지혜의 대상이 되는 것들과 동일한 것에 관련되지만, 그렇다고 이해력과 실천적 지혜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실천적 지혜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고 무엇을 행하지 말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명을 내리는 것이며, 이것이 실천적 지혜의 목적인 반면, 이해력은 오로지 판단을 내리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223쪽

소크라테스 또한 어떤 측면에서는 옳게 탐구했지만, 다른 어떤 측면에서는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모든 탁월성들이 실천적 지혜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는 잘못을 범했던 것이며, 그것들이 실천적 지혜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점에서는 옳게 이야기한 것이니까. -230-231쪽

이것들 중 최선은 군주정이며 최악은 금권정이다. 참주정은 군주정의 타락한 형태이다. (중략) 민주정은 금권정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은 서로 경계를 공유하고 있다. 금권정 여기 다중의 지배를 지향하며, 일정 재산 이상의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동등하기 때문이다. 타락한 정치체제 중에서는 민주정이 가장 덜 나쁜 것이다. 제헌정의 기본틀로부터 약간만 타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299-300쪽

우리는 행복이 품성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만약 행복이 품성상태라면 평생 잠만 자면서 식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크나큰 비운을 겪고 있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생각이며, 앞으로 말했던 것과 같이 행복을 일종의 활동으로 규정해야 한다면, 또 만약 활동들 중 일부가 다른 것을 위해 선택되는 필수적인 것이고, 다른 일부는 그 자체로 선택되는 것이라면, 행복은 분명 그 자체로서 선택되는 활동들 중 하나로 놓여야 하며, 다른 것 때문에 선택되는 활동들의 하나로 놓여서는 안 된다. 행복은 그 어떤 것도 부족한 것이 없고 자족적이기 때문이다.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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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킹 베를린 - 천유로 세대의 위험한 선택
소니아 로시 지음, 황현숙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3월
품절


숍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주로 속옷 차림으로 일한다. 물론 옷을 입고 있어도 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날렵한 속옷이나 빨강 혹은 검은색 코르셋에 부츠나 굽이 높은 힐을 신는데, 처음엔 이런 것이 마치 노동자들이 푸른색 옷으로 상징되듯 사람들이 지닌 우스운 통념이란 것도 몰랐고, 또는 보통의 남자들이 이런 차림에 달아오른다는 통계가 분명하게 입증되고 있는 것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 역시 속옷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짝이 맞지 않는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렇게 쇼핑을 하기보다는 뭔가 더 나은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속옷을 사러 가서는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56쪽

(이어서) 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최소한 30분, 그 시간은 물론 조금씩 단축되었다. 일은 저녁 시간에 시작되었는데, 그 전에 다리와 겨드랑이 등에 있는 털을 깔끔하게 밀어낸다. 음모를 면도하는 것은 각자의 취향 나름이지만, 경험상 남자들은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선호했다. 화장을 할 때도 특히 눈 주위 아이라인을 검고 두껍게 칠했다. 그리고 마무리로 은이나 금으로 된 귀고리를 하고, 목에 향수를 바른 후 머리를 벗어 내린다. 고객은 스스로 아가씨를 고르는데, 첫눈에 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섹시하고 여성스럽게 보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데, 그날 화장이 잘못되었거나, 차림새가 좀 이상하면 그냥 집에 가서 쉬는 편이 나았다. 섹스에 돈을 쓰는 사람은 이상적인 섹스 파트너를 찾기 때문이다. -56쪽

"누구와 교제를 한다는 것은 주식 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해요."
내가 설명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한다 해도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166쪽

"독일 남부 지방 클럽에서 일할 아가씨를 구합니다. 보수는 주당 2000유로."
난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해봤다. 노트북과 컬러화면으로 된 휴대폰도 사고 독일에서 맞는 칙칙한 봄을 떠나 라드야와 여행하며 레스토랑에 가서 밥도 먹고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집에 올 때는 비틀거리며 전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스텔라, 네 손님이야!"-175-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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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2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와 교제를 한다는 것은 주식 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해요.”
내가 설명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한다 해도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 166쪽

맞는 말이네요.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마늘빵 2009-04-24 11:47   좋아요 0 | URL
^^ 리뷰를 쓰고 싶은데 쓸지는 또 모르겠습니다. 계획과 실천은 언제나 따로 노니까.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합니다. 이래도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참 쉽게 산다,하는 마음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걸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

pjy 2009-04-2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6p 저도 땡깁니다만..내용이 우울해보입니다..

마늘빵 2009-04-25 21:24   좋아요 0 | URL
전체적인 구조를 생각하면 우울한데, 저자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면서도부터는 일이 끝난 후 받을 돈 때문이겠지만 일에 적극적이고, 즐기기까지 하는 듯 합니다. 확실히 성매매가 자유롭고 합법적인 베를린이라 이곳 상황과는 좀 다르죠.
 
드림 위버 -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
잭 보웬 지음, 박이문.하정임 옮김 / 다른 / 2009년 3월
절판


철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믿고 있던 모든 것에 대해서 반성적 물음을 던지고 거기서 '경이'를 발견하고 그 경이를 풀기 위한 논리적 사유를 추구하는 능력의 행사 자체이다. (박이문)-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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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1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이문님 책은 서평과 여행기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막상 철학책은 읽어보지 못한듯 ㅎㅎ

마늘빵 2009-04-18 10:27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선 감수만 했어요. ^^ 보통 '감수'라고 할 때는 워낙 스펙트럼이 넓죠. 그냥 이름 빌려주고 한번 읽어봤다, 정도부터 번역을 새로 뜯어고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박이문이 어느 정도까지 관여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노동하는 섹슈얼리티 - 자본주의 사회의 성 상품화와 성노동
다자키 히데아키 엮음, 김경자 옮김 / 삼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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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네크세노스>에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매춘부인 그녀야말로 페리클레스의 변론술 선생이라고 말한다. 즉 민주주의의 기본인 변론술도 매춘부 여성이 가르쳤던 것이다. 철학과 민주주의의 기원에 매춘부가 있었다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매춘을 하고 철학도 가르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가르쳤던 헤타이라는 원래 신전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성적 쾌감을 주고 자신들도 느끼며, 그뿐만 아니라 문화를 생성해내는 힘을 가진 여성이었다. 벨은 쾌락과 생식으로 여성이 분할되기 이전의 여성으로서 헤타이라의 모습을 그렸다. -39쪽

성 상품화 또는 상품이 된 성의 뒷면에는 공공연하든 비밀이든 반드시 상품이 되지 않은 성과 성의 본질이라는 말(개념)이 상정되어 있다. (중략) 성적인 것은 상품이 아니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 위에서만 비로소 유의미한 상품이 될 수 있다. -56쪽

상품이 됨으로써 비로소 근대적인 의미에서 노동(개념)이 탄생했으며, 노동력 상품이 탄생함으로써 비로소 상품이 된 노동(임금 노동)인 생산 노동의 구별이 성립되었다. 동시에 양자의 공통된 본질로 노동 그 자체(라는 개념)가 성립된 것이다. 상품이 된 노동의 소외감에 의해 상품이 되지 않은 노동 그 자체에 장밋빛 인간의 본질이자 인간성의 확증 행위인 듯한 심장이 부여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도 상품이 됨으로써 비로소 상품이 된 성(금전을 매개로 한 성)과 상품이 되지 않은 성(가령 애정만을 매개로 한 성)의 구별이 생겨났고, 양자의 공통된 본질로서 성 그 자체의 쾌락이라는 성에 관한 인식이 탄생했다. -56-57쪽

선진적 상품사회에서 ‘성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현상도 이렇게 보면 아주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성 상품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시장경제의 냉혹한 법칙 아래서 성적인 것이 그 밖의 노동이나 상품과 차이가 점차 희미해지는 상황에 직면하여, 성이 인간의 본질에 관여하는 중대사이자 삶 그 자체라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통해 성의 본질, 즉 상품이 된 성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또한 급속히 부패하는 상품의 가치 하락을 막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아니, 그것은 나아가 상품이 된 성의 교육 효과와 맞물려서 상품화한 성의 소비자를 생산하는 소임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하겠다. -58쪽

성산업 밖에 있는 여성의 처지에서 보면, 가사 노동과 성상품 시장은 완전히 다른, 분단된 영역인 듯하다. 그런데 남성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항상 그 절반은 성 시장에, 남은 절반은 가족 관계 내부에 두는 식이 된다. -66쪽

"개인 생활이 관리되늰 복잡한 현대 생활의 기계적 매너리즘을 감소시켜서 그 무미건조한 단조로움을 끝내고 생활에 활기와 변화를 주는 것이 매춘의 영향력"(엘리스)-72쪽

자본․국가가 여자를 취득하는 방법은 처에 대한 남편의 점유율을 몇 퍼센트씩 훔쳐 내는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 때문에 이 사회는 외관적으로 일부일처제의 균형적 제도를 이용하면서 자본․국가에 의한 권력 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여성을 빼앗긴 남성들에게는 실제와 비슷한 일부다처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디ㅏ. 바로 시장에서 성산업에 의해 여성이 공급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이는 여성의 성적 서비스에 대한 일시적 사용권만을 상품화해서 파는 방식이며, 성적 노동력인 여성 그 자체를 파는 것은 아니다. 그 자원은 항상 자본의 손 안에 있다. 이렇게 해서 성산업에서 남자들은 일시적으로 일부다처제를 누린다. 이것이 바로 자본과 국가에게 빼앗긴 처에 대한 지배를 메워 주는 반대급부이다. -76쪽

연애는 성적인 욕망을 혼인에 의한 가족 형성으로 매개하는 성애의 특수 형태이다. -98쪽

연애는 특정한 남성 이외의 남성과 성교섭을 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금욕을 의미했다. 한편, 연애로 연결되지 않는 성적 행위는 성노동자들처럼 불특정한 남성과 성교섭하는 것을 함의하는 성적인 욕망의 노골적 상징이 되었다. -102쪽

성적인 욕망을 사고파는 것은 남성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백화점에서 옷을 살 때 소비자로서 욕망 충족을 위해 화폐를 쓰는 행위와, 그 욕망의 환기와 충족의 구조 면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105쪽

재분배와 호혜 교환에서는 물건을 받는 쪽 욕망의 동기는 부차적이며, 어떠한 물건을 줄 것인가 하는 결정권은 보내는 쪽에 있다. 따라서 받는 쪽의 욕망은 받은 물건과 보낸 쪽의 인간관계 속에서 나중에 형성된다. 이에 비해 교환은 사는 쪽의 욕망이 선행한다. 사는 쪽에 ‘사고 싶다’는 욕망의 동기가 먼저 형성되지 않으면 구매 행위는 일어나지 않으며, 물건의 이동도 실현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교환이란 화폐와 상품 사이에 일어나는, 시장 경제의 교환이다. -109쪽

도덕적으로 성매매의 가치는 항상 혼인에 의한 성교섭보다 하위일 것, 즉 행위 선택 시에 항상 혼인 관계의 성교섭을 우선한다는 것이 가치관의 타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혼인을 해서 특정한 남성과 지속적으로 성교섭을 할 것인가, 또는 불특정한 남성과 시장경제적 계약에 기반한 성교섭을 할 것인가는 사회에서 비중이 같은 선택지가 아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일은 언제나 억제되어야 한다. 이 억제의 대가로 보통 여성의 노동력보다 비싼 가격이 설정된다. 성매매의 가격이 고가인 것은 수급의 불균형, 즉 희소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도덕적 가치 등급에서 하위에 위치한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118쪽

일부다처제는 모든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혼인 제도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의 남성이 선택하는 혼인 제도이다. 성매매 시스템은 처 여러 명을 특정한 남성에게 할당하는 일부다처제와는 달리, 여러 불특정한 여성이 시장에 의해서 그때마다 일시적으로 불특정한 남성의 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매매 시스템은 근대 자본주의의 ‘평등’ 이념을 실현한다고 하겠다. -123쪽

"오늘날 여자는 (중략) 어차피 자신을 한평생 사줄 상대를 찾아야 하는 상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결혼이 남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라는 기본적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즉 재래 남녀 관계의 근본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단지 연애의 색을 덧칠해서 만족하고 있다. 이는 매물인 여자에게 무사 부인의 예복 대신에 양장을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겉모양만 근대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야마카와 기쿠에)-133쪽

쾌락의 성은 파는 행위가 규탄을 받고, 생식의 성은 파는 것이 되지 않고 찬미되는 도식은 어딘가 좀 이상하다. 생식은 성노동에 포함되지 않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현실을 둘러보면 이미 생식은 성노동이 되었다. 대리모나 정자은행은 생식의 성을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바로 성노동이 아닌가? -144쪽

성매매 반대론에서는 성매매가 노동이 아니라는 근거로서, 노동은 그 결과가 노동자에게서 분리되어 독자적 의미를 갖지만, 성은 인격의 일부여서 성매매 행위와 여성의 육체에서 성매매가 갖는 의미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194쪽

연애는 멋있다. 그런데 연애는 상대하고 사이의 관계성에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환상이 있기에 멋있는 것이다. 자신의 연애를 객관화할 수 있는 단계에서 연애 관계는 안정되고 풍부하게 변한다. -204쪽

제가 여성을 사러 가는 행위에도 그런 공포감이 있습니다. 아마 시작은 쉽겠죠. 기쁘게 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자신의 뭔가를 발산시켜 준다면 그걸로 족하죠. 단, 힘들이지 않고 마음이 편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이번에는 그녀와 하는 관계가 시큰둥해져 멀어지게 되죠. 즉 단지 돈을 매개로 한 섹스의 거래가 남녀 관계로 발전하는 게 무섭다고나 할까요. 역시 섹스는 그런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성매매는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임과 동시에 섹스 그 자체가 인간 관계가 시작되는 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데라카와, 자유기고가 30대)-306-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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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4-1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성매매는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동임과 동시에 섹스 그 자체가 인간 관계가 시작되는 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감성노동이 그 사람의 인격과 너무 밀접하게 붙어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불편해요.

마늘빵 2009-04-16 09:0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요. 성매매에 관해선 생각을 정리하기가 참 힘드네요. 다른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대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