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구판절판


세계에는 그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무덤'이 무척 많은가요?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 중 197명이 이른바 제 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거야. 레지 드브레(프랑스의 철학자)는 이들을 가리켜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어. -65-66쪽

피슐러는 왜 남아도는 식량을 아프리카나 브라질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지 않지요?

유럽연합은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 자국의 농민들을 살려야 하고, 그 때문에 농산물가격을 높게 유지해야 해.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것은 FAO나 WFP의 과제일 따름이지. 하지만 이들 국제기구는 우선적으로 긴급한 지역만 도울 수 있을 뿐이야. 8억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는 '구조적 기아',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나 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80쪽

미국의 대통령은 약간 부드러운 방식을 택하고 있어. 예를 들어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정책을 보자꾸나. 이집트 사람들의 주식은 밀이나 조를 빻아서 만든 에이시라는 빵이야. 그런데 에이시의 여섯 개 중 하나는 미국과 이집트 간에 맺어진 식량원조 협정에 따라 미국산 밀이 사용되고 있지. 이른바 'PL-480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되는거야. 이 프로그램은 이집트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협정으로 미국은 자국의 잉여농산물을 이집트에 팔아넘길 수 있었던 것이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는 셈이지. 무바라크는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단다. 무바라크는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어. 미국의 용병 역할에 순응하든가, 아니면 자국의 극심한 기아에 따른 반란으로 축출 당하든가 말야. -96쪽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 (아도르노)-171쪽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기 전에는 지상에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서로 책임져 주지 않는 한 인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171쪽

"선거용지가 고픈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니다."(브레톨트 브레히트)-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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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 봐! -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홍세화 외 지음 / 낮은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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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빠르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출퇴근 길에 주로 책을 읽는 나는, 이 책 한 권이면 퇴근길까지는 충분하려니 생각했는데, 걸어가면서도, 버스에서 손잡이를 붙잡고도, 지하철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도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몰입했다. 회사에 도착하기 전 결국 다 읽어버렸다. 이렇게 빨리 읽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 바쁜 출근길 와중에도 가슴이 몇 번이나 먹먹해졌고 코끝이 찡해졌다. 세상이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었다. 

  맨 처음 촛불을 든 여고생들과 그의 친구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비슷한 많은 청소년 서적이 나와있지만 -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와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10대 독자를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지만 청소년들이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 이만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승자독식, 공정무역, 기술과 행복, 시와 삶, 공동체, 평화 등 어려운 사회과학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핵심만 간략하게 추려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책은 불온서적이다. 국방부 기준에 따르면. 아직까지 정신 못차리고 뻘소리 내뱉는 MB의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분명 불온서적이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한창 공부해서 일류대학 가야할 아이들에게, 한창 공부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잠재적인 '인적자원'들에게, 이 책은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불온서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중고등학생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겠다. 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중 하나로, 그 중 으뜸으로 추천하겠다. 왜냐하면 이 책엔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감추고자 하는 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보인다. 교과서가 의심스럽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면, 왠지 세상은 지금 우리가 달달 외우고 있는 지식과는 달리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면, 이 책이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0분 토론에서 활약을 펼친 수의사 우석균은 신자유주의와 FTA가 우리를 어떤 상황으로 몰고가는지를 깔끔하게, 그러나 처절하게 보여준다. 얼마 전 경제 대안 시리즈를 끝마친 우석훈은 그가 내놓은 네 권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략히 줄였다. 강수돌은 우리가 먹고, 입고, 마시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를 알려준다.

  이른 아침부터 처 울고 싶었다. 여기 필자로 참여한 이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처절한지를 꼬집고 있었다. 너무 적나라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나 많은 부정의와 부도덕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라니. 사람들은 이 땅이 싫으면 이민을 가야겠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미 진실을 안 이들마저 이 땅을 떠나버린다면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좋자고 피하기보다는 부정의의 시정을 함께 요구하며 하나씩 바꿔나가는 게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다.

  홍세화는 '추천하는 글'에서 간단한 명제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게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이, 그리고 앞으로 세상에 나와 현실을 경험해야 할 아이들이 취해야 할 기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어지는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꾸 의심하고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잠시 멍 때리고 있으면 순식간에 우리의 머리와 가슴은 세뇌되고 조종 당한다.

  "1)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2) 그렇지만 태어날 때 생각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3) 지금 나는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4) 그 생각들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게 아니며 내가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 5) 그럼에도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6) 더구나 내 생각 중에 잘못된 게 있어도 나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7)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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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12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10대가 둘이나 있으니 필독서로 꼽아야겠군요.
우리 현실이 구역질나게 싫어도 우리가 살아내야 할 나라고 세상이니까요.ㅜㅜ

마늘빵 2008-10-12 09:12   좋아요 0 | URL
^^ 저도 가르쳤던 애들 중 가끔 연락오는 애들이 있는데, 걔네들한테 선물해주고 싶네요.
 
거꾸로 생각해 봐! -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홍세화 외 지음 / 낮은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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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2) 그렇지만 태어날 때 생각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3) 지금 나는 무척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4) 그 생각들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게 아니며 내가 선택한 게 아닐 수 있다. 5) 그럼에도 나는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6) 더구나 내 생각 중에 잘못된 게 있어도 나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7) 그러므로, 나는 끊임없이 거꾸로 생각해 봐야 한다. (홍세화)-9쪽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해 준다."-10쪽

"기존의 무역은 사람이 없는 무역이지만, 공정무역은 그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는 것"(영국 런던 정경대학 데이비드 랜섬 교수)-44-45쪽

한국 정부가 약값 절감을 위해 값싸고 효과 좋은 약만을 골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삼으려는 이른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주장도,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특허권의 보호’라는 거야. (중략) 미국의 요구는 이러해.

1) 약가 절감을 위한 포지티브 리스트, 약가 계약제 도입을 하지 말 것.
2) 외국의 신약을 선진 7개국 평균 약값으로 하여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높일 것.
3) 특허 기간을 연장하여 복제품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힘들게 할 것.
4) 특허권의 공적 사용이나 정부 사용(국민 건강에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비상업적 목적일 경우 특허가 걸린 의약품을 일단 생산하여 사용하고 나중에 특허가격으로 판매액의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 ‘경제특허실시’, 또는 ‘강제실시’라고 한다. 이 제도는 세계무역기구에서도 보장한 각국의 권리이다)의 사유를 제한할 것. (우석균)-88-89쪽

참 신비롭고도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많이 갖고 힘이 셀’ 때보다 힘없고 약할 때 더 많이 나누게 된다는 거야.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없을 때는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 있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을 저절로 배우게 되지. 내게 없는 것이 있으니 다른 사람 없는 것이 눈에도 들어오고 마음에도 들어오고 말이야.
‘가난’과 ‘부족함’만이 ‘나눔’이 가장 좋은 것임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지. 서로 더 많이 가지려고 할수록 가진 사람과 빼앗기는 사람으로 나뉘고, 둘로 갈린 무리는 서로 더 많이 가진 쪽으로 가려고 다투고 눈이 멀게 되니까 말이야. 언젠가 많이 갖게 되는 날 평화도, 우정도, 기쁨도 얻게 될 거라고 주문을 걸어 보지만, 그 ‘언젠가’를 위해서 더 많이 빼앗고 빼앗길 뿐이라는 걸 깨닫기도 어려워질 테고. (김수연)-139쪽

평화는 '평화'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을 뿐,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평화란 이 세상 어디에도 있지 않습니다. 그 아무리 무서운 폭력과 억압이 있따 해도 전쟁보다 더한 것은 없을 뿐 아니라 전쟁의 끝에는 더한 폭력과 억압만이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게임이나 영화에서 악을 물리쳐 선을 바로 세우는 전쟁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에는 그 낱낱의 고통과 슬픔, 공포와 분노가 가려져 있어 그래요. (박기범)-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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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구판절판


"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논어>)-31쪽

"지금 배우는 사람들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또한 언제나 단지 필묵이나 문자에 기대기 때문에 더욱 잊어버리게 된다."(주자)-35쪽

"마치 과일을 먹는 것과 같다. 처음에 과일을 막 깨물면 맛을 알지 못한 채 삼키게 된다. 그러나 모름지기 잘게 씹어 부서져야 맛이 저절로 우러나고, 이것이 달거나 쓰거나 감미롭거나 맵다는 것을 알게 되니, 비로소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다."(주자)

"한 번 복용하고 어떻게 병이 나을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복용하고 또 복용하고 여러 번 복용한 뒤에나 약의 효능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주자)-37쪽

85
"타인을 이해한다, 타자를 이해한다. 우리말로 하면 역지사지, 바꿔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건데, 기본적으로 타자를 긍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것은 내가 나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열어서 타인을 받아들이거나 내가 나를 버리고 타인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자본주의 문화는 자아의 문화, 나르시시즘 문화죠.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이해만 따지고, 절대로 문을 열지 않고, 접촉은 이해관계가 통할 때만 하고, 그런 문화 속에서 자아라고 불리는 단단한 문의 폐쇄화가 끊임없이 일어나죠. 이럴 때일수록 껍질을 깨주는 상상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는 예술이 수행하는 가장 위대한 인문학적 경험은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도정일, 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31-32쪽)-85쪽

"반면 저는 그곳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 적도 없고 고문도 받은 일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는 알지도 못하고 평생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어떤 생물과도 달리 인간은 경험하지 않고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타인의 아픔 공감하는 상상력이 세상 바꾼다’ <중앙선데이>, 2006.6.8)-87쪽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앙드레 지드)-116쪽

빨리 하는 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빨리 보는 것은 책 읽는 행위와 전혀 다른 것이다. 빨리라는 부사는 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나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을 수식하면 몰라도 말이다. 지은이(야마무라 오사무)는 빨리 읽기야말로 인생의 낭비라고 말하며 이런 독서법은 "매일, 매월 다량으로 책을 읽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 평론가나 서평가에게나 유효한 것"이라며, 한 방 먹인다. (중략) 필요가 있어 책 읽는 것은 읽는다가 아니라 살펴본다 혹은 참조한다고 말해야 옳다는 것이다. (중략) 책이란, 읽으며 읽는 이 스스로 이해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해야 한다. -120-121쪽

"세상에는 천천히 읽을 수 없는, 천천히 하는 독서를 견딜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책이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은 바로, 결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 천천히 읽는 것, 이것이 첫 번째 원칙이며 모든 독서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에밀 파게)-122쪽

"읽는 방식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전력을 다해, 시간을 들여, 거기에 채워 넣은 풍경이나 울림을 꺼내 보는 것은 바로 잘 익어서 껍질이 팽팽하게 긴장된 포도 한 알을 느긋하게 혀로 느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천천히 책을 읽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포도의 싱싱한 맛은 먹는 방법 하나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읽는 방법 하나에 책 자체가 달라진다. 즐거움으로 변한다."(나쓰메 소세키)

"살아가는 리듬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나쓰메 소세키)-123쪽

"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김두식)-138쪽

책 읽는 방법 가운데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 ‘깊이 읽기’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한 권의 책을 감명 있게 읽었다 치자. 그러고 나면 이름하여 ‘독서의 후폭풍’이라 할 만한 일이 벌어진다. 그 책에 그치지 않고, 그 책을 쓴 지은이의 책을 더 읽고 싶어 하는 경우가 일어나거나,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권으로 그치지 않고, 관련된 책을 두루 읽으니 정보와 교양, 그리고 지식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깊이 읽기라 한 것이다. 자고로, 좋은 책이란 그 책을 읽고 났더니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다. 그리하여 책읽기에도 족보가 생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고 하는 식으로, ‘가’를 읽고 났더니 ‘나’가 보고 싶어졌고, 그것을 읽었더니 자연스럽게 ‘다’라는 책을 읽게 되더라는 것이다. -146-147쪽

(책읽기는) "더 적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더 많이 이해하는 상태로 스스로를 고양하는 것"(애들러)-173쪽

나는 대단히 좋은 소설이란 밤나무들의 그 바람소리처럼 이뤄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람소리가 어떧ㄴ지 아주 세세하고도 정확하게 기록해야만 하는 게 소설가가 할 일이라면 그걸 읽고 밤나무 잎사귀들의 움직임이나 바람소리가 아니라 우리 머리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해야만 하는 게 독자들이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두고 그 기법이나 문체나 구조를 얘기하는 독자를 좀체 상상하지 못한다. 그건 문학관련 종사자들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좋은 독자라면 소설가가 어떻게 바람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했는지보다는 그 바람소리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소설은, 가끔 이럴 경우에 삶처럼 위대해진다. (김연수, '꿈이 있기에 자존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187-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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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품절


‘국부론’이라는 제목 자체가, 국가가 부유하거나 잘사는 것은 금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혹은 스페인처럼 식민지에서 금은을 대량으로 가지고 온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즉, 얼마나 국가가 건전하게 경제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책의 진짜 관심사였단 말이지요. 전쟁 따위를 해서 다른 나라의 은을 가지고 온다고 국가가 잘살게 되지는 않는다는 게 정말로 애덤 스미스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62쪽

‘국부론’에서 시작된 고전학파의 세계가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엄청나게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담고 있던 게 아닙니다.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기술과 지식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속에서 더 이상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72-73쪽

이때(박정희)부터 두 가지 정치이념, 즉 한국은 여타 나라와 다르다는 ‘박정희식 민주주의’와 일단 기다려서 압축성장을 끝내고 나면 분배를 하겠다는 ‘한국식 성장 우선주의’의 원형들이 하나의 정치이념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런 두 가지 정신에 충실한 사람들을 한국식 우파라고 부를 수 있는데, 여기에 ‘미국 없이는 우리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약간 변형된 실용적 숭미주의 같은 걸 결합시키면 바로 한국 보수이념의 원형이 됩니다. -123쪽

법조계에서 삼성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이 역시 단순히 삼성이 관리를 했기 때문에 한국의 모든 법조인이 동시에 부패했다기보다는 좋은 국민 경제에 대한 시각을 법조인이 가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시각을 가장 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다름 아닌 한국의 관료집단입니다. 이를 김용철 변호사가 해석하는 것처럼 ‘관리에 의한 부패’로 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건전한 국민경제에 대한 상식 수준에서의 시각을 한국의 법조계가 가질 기회 없이, 수출경제에 대한 환상이 너무 강해졌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략) 한국의 자본주의는 불행하게도 삼성이라는 존재로 인해 사법권이라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사라지게 된, 아무도 사법부의 결정을 믿지 않는 불행한 시장경제 모델을 가지게 된 셈입니다. -145-146쪽

농지 투기까지 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정치권력까지 갖는 건 중남미형 경제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이것이 전면화된 게 바로 이명박 정권 초기의 모습입니다. -162쪽

기껏해야 자기 집 한 채 정도 가지고 사는 사람들, 혹은 전,월세로 살아가는 세입자들, 즉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80% 가까운 사람들과 정상적인 기업에겐 땅값과 농지값이 안정된 상태가 더 좋은 경제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상식인데, 노무현은 지방의 땅값을 올리는 것이 지역경제가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고, 이명박은 서울과 수도권의 땅값을 올리는 것이 국민경제가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한 것이라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나 저 경우나, 국민경제에는 다 치명적일 뿐입니다. -170쪽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스한 자본주의, 혹은 인간적 자본주의, 좀 투박한 용어로 복지국가 등등 자본주의가 나름대로 사람들이 숨이라고 좀 쉴 수 있게 해보자던 노력들이 2005년 어디쯤의 한국에서는 무너져버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경제’라는 용어 한 마디 외에는 할 줄 모르는 좀비들처럼 변해버립니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국민경제는 이 순간에 죽었습니다. 사람들은 좀비처럼 경제만을 외쳐대고 있지만, 실제로 철저히 경제적 합리성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을 선택하는, 지독한 경제적 인간과 시장적 원칙만이 지배하는 상황이기라도 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손해 보는데도 지지하는 행위, 예를 들면 세입자가 뉴타운 개발을 지지하거나 땅도 없는 소작농이 지방토호들인 군수들의 땅값 올리기 개발정책을 지지하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기업의 노동유연성 정책을 지지하거나 하는 행위들은 ‘경제적 합리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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