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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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떠한 전쟁에서도 외국을 침략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이 많아서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나라는 정당한 데 비해 상대편 나라는 올바로 자기 나라의 주장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지껄이며 반항하기 때문에 이를 벌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일본 평론가 사토 다다오)

"가장 정당한 전쟁보다 부당한 평화가 훨씬 낫다."(키케로)-17쪽

"이기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건만 이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것이라, 무릇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는 천하에 뜻을 얻지 못한다. ... 사람 죽인 것이 많으면 슬피 울어 애도하거니와 전쟁에 이겼다 하더라도 상례로 삼아야 한다."(노자 <도덕경>)-18쪽

몸에 대한 권리는 나의 것인데 왜 내가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명령을 따라야 할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왜 군대에 입대할지 말지를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을까? 왜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할까? 똑같이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 험한 일을 도맡는데, 왜 사병과 직업 군인의 봉급은 달라야 할까? 이제 이런 물음들에 진지하게 답할 때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런 의무도 있을 것이다. 설령 내가 군인이라 해도 침략전쟁은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방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어떠한 이유든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전쟁에서는 총을 들기를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명령받은 대로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이제는 우리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30쪽

"사람이 없는 곳에서 너 자신이 사람이 되어라"(유대교 랍비)-64쪽

"국민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전투에 참여할 의무가 없다. 적과 싸우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은, 주권자가 그것을 거부할 경우 사형에 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 대신 충분한 능력을 가진 다른 병사로 대체할 경우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병역을 거부할 수 있다." (홉스, <리바이어던>)-75쪽

군대나 전쟁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예외 상태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유추하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그야말로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나쁜 점만 보는 것도 옳지 않다.
최악의 상황은 최선의 상황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일 뿐 아니라 최악을 정당화한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군대를 정당화하고, 군대의 존재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전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적인 상태에서 전쟁이라는 예외 상태를 이미 내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이런 논리에 따름녀 전쟁은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라 평화로운 질서 속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평화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더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군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악순환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89쪽

"국민징병제의 시행은 뇌물을 먹여 군대에서 빠질 수 없는 모든 남자들에게 한국 군대 특유의 교육을, 즉 매우 엄격한 미국 장교들조차 질리게 만드는 신병 훈련, 교련, 군기, 애국, 반공주의, 권위주의적인 관행 등을 받게 만들었다." (브루스 커밍스 <한국현대사>)-100-101쪽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소로우)-112쪽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아니한다." (이상 세계인권선언 제18조)-114-115쪽

양심에 딸느 병역거부권의 ‘마그나 카르타’로 불리는 가장 중요한 결의는 1998년 4월 22일에 발표된 인권위원회 제77호 결의이다. 제77호 결의는 1995년 인권위원회 결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권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고, 군복무 중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병역거부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그 문제를 다룰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만들어야 하고, 병역거부자가 공익적이고 형벌의 성격을 띠지 않는 비전투 또는 민간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또한 병역거부자가 구금되거나 계속적으로 처벌받지 말아야 하고 난민보호를 신청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116쪽

한 사회의 의견은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할 때에만 발전할 수 있었다. -118쪽

먼저 총을 내리면 상대방도 내 의지를 알게 된다. 먼저 평화를 택하는 건 바보나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용기 있는 선택이고 평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다. 인류의 비극은 그런 선택과 열정을 비현실적이라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무시하고 비웃을 때 시작된다. -138쪽

"우리 모두 조금 가난해지도록 노력합시다. 제 어머니께서는 ‘모든 사람이 조금씩만 덜 가지면 한 사람 몫이 나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우리 식탁에는 항상 한 사람 몫의 자리가 더 있었어요." (도로시 데이)-142쪽

이미 진실이 허위와 뒤섞여 버린 세계에서 현실적인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그치기 쉽다. 판단력을 잃어버린 중립과 중용은 힘이 강한 쪽으로 기울기 쉽다. 그래서 힘이 올바름을 대신하는 세계에서는 현실적인 입장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으며 실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55쪽

먼저 우리는 애국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지 않고 다른 대상, 나보다 더 큰 세상을 사랑하려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내 나라만’ 사랑하려는 그 태도가 문제이다.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사랑은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것이 내 쪽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상대편의 시선으로 보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내 자식이 아무리 예뻐도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집 자식을 무시한다면, 그 집 사람들은 나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랑이 지나쳐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배타적인 사랑은 시기나 증오, 갈등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 나라만을 사랑하는 맹목적인 애국심은 다른 나라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때로는 전쟁을 불러오기도 한다. (계속)-157-158쪽

(이어서) 자기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널리 사랑을 베풀 때 그 사랑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렇게 널리 베풀어야 그 사랑이 결국에는 나도 위한다.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가족, 우리나라만 잘산다고 삶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내 것을 다른 이와 나눌 때, 내 나라의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에게 양보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서로 돕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나와 내 나라가 어려울 때에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도 기꺼이 도우려 할 것이다. -157-158쪽

"감정으로서의 애국심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유해하고, 원리로서의 애국심은 어리석다."(톨스토이)

"애국심은 자신의 국민만을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의 마음의 평정, 재산을 희생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며 적들의 침략과 학살로부터 자신의 국민을 보호한다는 신조"이고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들을 침략하고 학살하는 것을 당연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사람을 노예화와 무지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일은 혁명과 신디케이트와 평화회의 같은 것들에 의하여 획득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로 하여금 폭력에 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폭력에 가담하는 자신을 향하여 깜짝 놀라 네가 왜 그 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질문하는 우리 각 사람의 양심에 의해서 획득할 수 있다." (<사랑의 법칙과 폭력의 법칙>(톨스토이, 오만규 역, 아웃사이더)
-159-161쪽

애국심과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안전하거나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마을 단위의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 굶어 죽지 않게끔 도와줬는데, 현대에는 그런 공통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 무조건 국가를 지지하려 한다. 혼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강력한 국가에 의지하려 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런 절실함을 이용해서 애국심을 자극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한다. -163쪽

프루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전쟁을 반대한다고 공허하게 외치는 대신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루동은 전쟁을 수동적으로 반대하는 정통적인 평화주의 입장이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었다.
따라서 폭력과 전쟁, 애국심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대안적인 삶을 구성해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로 ‘환대’이다. 환대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이나 삶마저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쪼개어 다른 이와 나누라는 가르침이다. 만일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면 갈등과 전쟁이 일어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163-164쪽

"산에 사는 노루나 토끼가 마을에 내려오면 절대 잡지 않는다. 그들이 마을에 내려온 이상, 우리 마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살고 있는 능구렁이도 우리 집을 지켜 주는 집지키미가 된다."(권정생)-165쪽

"군대는 주로 국내에서 억압적 통치를 하기 위해 필요하고, 군대에 들어간 모든 사람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폭력에 동참하는 자가 된다."(톨스토이)-167쪽

"정부 폭력을 없애 버리는 길은 단 한가지다. 사람들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톨스토이)-170쪽

"살아있다는 것은 거부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세면대에 난 구멍만큼밖에 생명력이 없다." (아멜리 노통브,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175쪽

종교적 양심이나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군대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어떤 위협 앞에서도 내 뜻을 지키겠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능동성을 표현한다. 따라서 그 요구를 실현하는 방법도 도피나 비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식이다. 반면에 군대에 가기 싫어하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안락 추구 외에 병역기피에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암암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군대를 면제받으려 한다. -176-177쪽

내가 살고 싶은 이상의 세계에 살기 위해서는 현실에 개입하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냥 꿈만 꾸는 것은 현실을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걸어갈 때 세상은 변한다.
세상의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걸음, 그 걸음이 바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다. 빛을 찾지 말고 내가 빛이 되자. 내 빛을 나눠서 사람들과 함께하자. 그 순간 이미 세계는 변하고 있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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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리라이팅 클래식 5
이혜경 지음 / 그린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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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주어진 감정을 마비상태로 만들지 말고 예민하게 하고, 또 그러면서도 튼튼하게 키우는 데는 그 마음이 수시로 자극되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것은 감정이기 때문에 자극에 의해 촉발되고, 자극에 의해 성장한다.
가장 좋은 자극은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오는 그 사랑이다. 자신에게 오는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그 사랑을 보내는 존재를 감지한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내게 소중하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슬픈 일을 겪었을 때,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그 슬픔을 나의 슬픔으로 경험한다. 깊은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랑에 의해 자신 안에서도 꿈틀거리는 그 싹을 느끼고 자신에게 베풀어진 그 사랑에 반응한다. 그리고 반응하면서 내 마음을 키운다. -74쪽

그런 반성(자신의 이기적 행동에 대한 반성)이 가능해지면 사회 도처에서 사회의 관습 때문에 스스로 무감하게 누려 왔던 특권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편하면 나의 편안함을 위해 두 배 이상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더 이상 자기 몸 편안한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도처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방법조차 갖지 못한 채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끈질기게 약자들을 억압하는 자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그 억압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을 할 수도 있다. -83쪽

오곡은 곡식 중에서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여물지 않으면 비름이나 피만도 못하다. 인의 가치 역시 여물게 하는 데 달려 있다. (<고자 상>19)-84쪽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고자 상>15)-97쪽

마음을 키우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사람됨이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하지 못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드물고, 사람됨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역시 드물다. (<진심 하>35)-100쪽

마음의 기능을 먼저 확고하게 세우면 감각기관이 그 자리를 빼앗지 못한다.(<고자 상>5)-102쪽

공자는 <논어>에서 "옛날 공부하는 자들은 스스로를 위해 했는데(爲己) 요즘 공부하는 자들은 사람들을 위해 하는구나(爲人)"(<논어>헌문 25) 라고 한탄했다.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면,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고 그들에게 미칠, 혹은 그들로부터 얻을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하는 학문은 위인지학(爲人之學)이다. 그 무엇인가는 통상 ‘명예와 공적’이다. -109쪽

공자 이래로 유학자들은 자신들의 인생 모토를 "스스로의 도덕성을 키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脩己以安人)으로 정했다. 자신들의 본성을 제대로 키운다면 세상 사람들을 향해 그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군자는 그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권력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본성에 의해 행동하는 군자의 당당함은 없어진다. 자신을 팔아야 하는 자의 가벼움을 면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군자가 아니게 된다. (중략)
세상에 쓸모가 없는 것은 위기지학 뒤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쓸모 있음은, 이 세상 모든 가치의 원천인 마음을 제대로 키워 냄으로써만 성취되는 일이다. 아무리 목표가 아름답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면 이는 근본과 말단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보기 좋은 결과를 이루어 냈더라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이 외부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110쪽

내 인격이 성장한다는 것은 내가 더 많은 사람의 삶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얽힌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며 그것들을 바른 길로 돌리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다. -124쪽

사람들에게는 차마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인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의이다. (<진심 하>31)

이는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을 확대해 가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매정하게 대할 수 없는 대상을 넓혀 가고 양심에 걸려서 하지 않는 일들을 넓혀 가는 것이다. 결국은 더 많은 대상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넓혀 가는 것이다. 내가 넓힌 내 마음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되고, 이제 그 길은 나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왕래하며 소통하는 세상의 것이 된다. -140쪽

좋은 삶은 자신의 인격을 키워 가는 과정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밟을 수 있는 올바른 길을 닦는 일이다. 올바른 길이란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물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곳이며, 그 위에서 서로를 고귀하게 하는 덕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공자와 맹자의 구상대로 덕 있는 군자가 군주가 된다면 자신의 마음을 넓혀 세상의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고, 그 길에서 모든 사람들이 순박한 마음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142-143쪽

인륜에 의해 맺어지는 바람직한 사회란, 서로 멀어져 가는 인간성을, 자기 성장을 통해 서로 통용되는 틀 안에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매 시대마다 각 사회 구성원의 자기 성장이 필요하다. 즉 서로 통용되는 데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각자의 감정이라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사회에서 소통하고 인정되는 수준까지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가치의 원천인 마음은 사회 규범의 근원이므로 제도화되고 형식화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경우에도 물론 예는 인의예지의 마음이 형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성인이란 나와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예민하고 빠르게 마음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다. 그래서 늦게 깨닫는 사람들을 위해 제도를 만들고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의거해야 하는 기준이란 자신의 마음에 비춰보아 옳은 것이며, 그것은 동시에 누구의 마음에 비춰 보아도 옳은 것이다. 즉 보편적으로 옳은 것이다. -144쪽

공자와 맹자는 광자, 견자, 향원 순으로 선비의 등급을 매긴다. 광자가 이상이 너무 커서 실천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견자는 자신과 타인의 부도덕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이다. 광자가 자신의 현실적인 능력 이상으로 지향이 큰 사람이라면, 견자는 자신의 행위가 행여 도에 어긋날까 전전긍긍하느라 자신의 능력보다 스스로 위축되어 있는 사람이다. 중도의 선비란 광자와 견자의 중도를 지키는 선비일 것이다. 마음의 지향과 몸의 실천이 떨어지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광자와 견자는 중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선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자는 중도의 선비가 없다면 광자와 함께 하고, 광자도 없다면 견자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이 지향하는 도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문제에서 바람직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결함이 있지만, 옳은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공자는 광자나 견자와는 달리 향원의 부류와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9쪽

향원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키운다. 밖으로 드러난 행위만을 따진다면 그는 누구에게 해를 입히기는커녕 대단히 훌륭한 사회인이다. (중략)
이들이 보여주는 언설이나 행위만으로 본다면 그들은 덕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언설이나 행위는 동네 사람들의 칭찬을 목적으로 하여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다. 나아가 도덕이 인간을 평가하는 모든 척도가 되는 사회에서 그들의 그러한 행위는 사회적 명성과 부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에너지가 집중된 결과다. (중략) 향원의 행위 방식은 ‘위선’이라는 것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그것이 사회 규범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실제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사회 규범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공자와 맹자가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던 향원은 사실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212쪽

공손추가 물었다. "남의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편파적인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가려 있는지를 알며, 근거 없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디에 빠져 있는지를 알고, 사람을 망치려는 사특한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정도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고,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처한 궁지를 안다. 이러한 나쁜 말들은 마음에서 일어나면 정치에 해를 끼치고 정치로 행해지면 나라 일을 해치게 된다. 성인이 다시 살아와도 내 말을 틀리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공손추 상>2)-220쪽

유학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학은 적극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의 이념일 수는 없다. 유학은 본성적으로 보수적이다. 오히려 유학이 바람직한 보수주의의 콘텐츠가 되어, 현대의 정치 이념으로서 자신들의 신념을 피력하고 그것이 진보주의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완화시키는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유학의 현대적 활로가 될 수 있다. 유학은 현실을 직면하고 그 현실을 충분히 숙고하면서 행복한 인간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당당하게 조언하는 사려 깊은 집단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270쪽

인이라는 것은 나를 밖으로 확장시키는 기능을 한다. 맹자는 이 말을 다른 사람의 불행을 함께 느끼는 능력으로 해석했고, 고자는 나의 육체적인 감각을 충족시켜 줄 대상을 원하는 마음으로 해석했다. 어느 쪽이든 사랑이라는 말로 번역될 수 있다. 맹자에 의하면 사랑은 대상에 대해 측은함과 애틋함을 느끼는 것이지만, 고자에 의하면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원하는 것이다. 사랑을 원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외로움이나 성욕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다의적이듯 인의 의미도 다의적이지만 그것이 개인을 개인 안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한가지이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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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8-1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다립니다.
이탁오는 맹자를 혹평했는데 제가 맹자를 잘 몰라 맹하게 언급할 수 없어 보류중입니다.

마늘빵 2008-08-19 23:48   좋아요 0 | URL
어쿠. 이거는 리뷰 건너 뛰려고 했는데요. 크크.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맹자에 대해서는 호불호는 없고, 묵자는 좋아라합니다. 흐흐. 맹자와 묵자가 대립했더랬죠. 저도 맹자를 안다고는 못합니다. ^^
 
왜 전쟁을 할까? 작은철학자
미리암 르보 달론 지음, 전미연 옮김, 조센 게르네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절판


평화보다 전쟁을 좋아할 정도로 이성이 없는 인간은 없다(헤로도토스)-8쪽

두 사람이 같은 것을 원하는데, 둘 다 그것을 누릴 수 없다면, 이들은 적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상대방을 파괴하거나 지배하려고 한다.(홉스)-17쪽

가령 물고기는 본성상 헤엄치도록 되어 있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물고기가 물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 그리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최고의 자연권에 의한 것이다.(스피노자)-24쪽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은 없고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 있을 뿐이다. (루소)-35쪽

전쟁의 냉혹하고 잔인한 행위는 그 어떤 것으로도 포장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 그 누구도 숭배나 경멸 또는 증오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투의 승패는 거의 대부분 운명이나 신에 의해 결정된다. 승자냐 패자냐 하는 것은 짐승이냐 물건이냐 하는 비교와 같기 때문에 군인들에 대해서는 경탄도 경멸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그토록 변한 데 대한 안타까움만 느껴질 뿐이다. (시몬 베유)-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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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뭐예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4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이효숙 옮김, 레미 쿠르종 그림 / 상수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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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상수리 출판사의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 <함께 사는 게 뭐예요?>를 극찬하는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출판사에서 나온 나머지 다른 책들을 보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 봤던 <함께 사는 게 뭐예요?>에 이어 두번째로 접한 책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검색해보면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두 권이 더 있는데 이것도 마저 읽고 싶다.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네 권의 글쓴이는 모두 철학 박사이자 교육자라고 소개되어 있는 오스카 브르니피에 라는 사람이고, 그린이만 다르다. 지난 책의 그림과 다른 이번 캐릭터도 귀엽다.

  이 책을 가볍게 음미하며 읽는다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한 쪽만 가지고 하루를 읽을 수도 있다. 왜냐면 이 책의 텍스트는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하니까. 그 질문 하나에 멈춰서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답을 내놓으려 하면 하루 종일 걸릴 수도 있다. 먼저, 나는 다른 단행본 책을 읽듯이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지난 번 책으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텍스트가 채워져있을 거란 걸 알기에 이번엔 그 내용을 미리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며 읽었다.

  '예술이 뭐예요?' 라는 커다란 질문 아래 목차는 어떤 물음으로 구성되어 있을까를 생각해보았고, 또 목차를 눈으로 확인한 뒤엔 각각의 제목 아래 어떤 물음들로 채워져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예술이 뭐예요?' 라고 물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절대적일까 상대적일까, 우리는 무엇을 두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할까, 예술은 아름다움과 어떻게 다를까, 예술은 왜 하는 것일까, 예술은 행위하는 것일까 감상하는 것일까, 등의 생각이 떠올랐고, 그것을 각 목차에 끼워보았다.

  분명 이 책은 집필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읽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각각의 물음으로부터 다른 물음으로 이어지는 맥락과 줄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열되어 있는 각각의 물음은 모두 바칼로레아 논술 감이다. 하나씩 질문을 던져주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서술할 시간을 주어도 될만큼 일상적이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아무 곳이나 펼쳐놓고 물음 하나를 골라보자.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점을 발견하면 그를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할 건가요?" 당장 할 수 있는 내 대답이다. "......" 

  어른들에겐 '애들 그림책'으로 보일 것이고, 애들에겐 글이 별로 없고 귀여운 그림이 많은 '그냥 그림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내겐 대답은 해주지 않지만 고민을 끊임없이 떠안겨주는 재밌는 철학책으로 보인다. 첫 물음으로 시작된 고민은 책장을 넘기며 이어지는 물음을 접할수록 실마리를 찾아간다. 물음과 물음과 물음과 물음과 또 계속되는 물음으로 구성된 텍스트는 대답을 주지 않고 계속되지만, 각각의 물음을 이해하면서 넘어간다면 스스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훗날(?) 애가 생기면 이런 식으로 교육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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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8-1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아프님은 훌륭하고 지혜로우며 현명한 부모가 되겠죠.
그런 어른들이 만드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마늘빵 2008-08-16 00:01   좋아요 0 | URL
글쎄 그게... 부모가 될런지도 미지수고, 훌륭하고 지혜로우며 현명할거 같지는 않다는. 큭큭. -_- 애새끼 혼자 놀게 놔둘지도 몰라요. 울어라 울어!

L.SHIN 2008-08-16 01:19   좋아요 0 | URL
흐하하핫, 무슨 그런 섭한 소릴~
아프님이 설마 아기가 울게 내버려둘까.
그런데 '애새끼'면. 애가 아기를 낳은건가요? +_+

마늘빵 2008-08-16 09:45   좋아요 0 | URL
음... -_-a 제가 애니까 제 애기는 '애새끼'가 될지도... ㅋㅋㅋ

L.SHIN 2008-08-16 15: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인생고수 - 삶의 열병을 앓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카운슬링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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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교 수업과 박사 학위 공부, 글쓰기, 책 집필, 교사 모임 등 참 정신 없는 삶을 살았을 것만 같다. 이 책 앞뒤 어딘가에 안광복 님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하루 일과를 근처에서 목격한 적도 없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밖으로 보이는 부분만 놓고 보더라도 엄청 바쁜 삶을 살아왔음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손대고 있는 것 중 어느 하나만 꾸준히 하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대단하다.

  <인생고수>는 그가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겪어왔던 바를 바탕으로 하여 그들 개개인에게 해주었던 말을, 혹은 해주고 싶은 말을 한 꼭지 한 꼭지 글로 엮어 내보인 책이다. 학교 현장에서 보는 아이들은 수많은 고민을 갖고 매일을 살아간다. 어떤 아이는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어떤 아이는 성적 때문에, 어떤 아이는 부모님과의 갈등 때문에, 어떤 아이는 여자친구와의 문제 때문에, 어떤 아이는 감옥 같은 학교에 갇혀있는 답답함 때문에 고민을 한다. 항상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지만, 딱히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학교가 싫다고 당장 벗어나자니 학교를 나간 이후가 막막하고, 부모님과 따로 살고 싶지만 가진 것 한 푼 없는 내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고.

  이 책의 1부는 고단한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 2부는 원하는 것 하며 살아가기, 3부는 너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개의 큰 제목 아래 있는 작은 꼭지들은 10대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들의 모든 고민을 포괄하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한번씩 고민해보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널리 적용될 수 있다. 각각의 고민거리에 대해 적절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철학자를 끌어들이며 그들이 했던 말을 빌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의 고민을 기본 토대로 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단순히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을 자기계발서식으로 제목을 만들어 간단하게 살펴보는 별 거 아닌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선생이 아니고, 책의 컨셉이 학생들의 고민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면. 그런 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단지 안광복 님이기에, 웅진지식하우스이기에 이만큼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안광복 님이 관심 갖고 있는 '철학상담'에 대한 첫번째 결과물로, 이후에도 그는 철학상담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삶의 열병을 앓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피상담자의 고민을 파고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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