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CEO - 명화에서 배우는 창조의 조건 읽는 CEO 2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3월
품절


나는 이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물을 보고 생각한다. (르네 마그리트)-13쪽

경이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경이로운 것은 어떤 것도 아름답다. 사실은 경이로운 것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앙드레 부르통)-21쪽

우리의 눈은 환상과 마찬가지로 바로 눈앞에서 또렷하게 보이는 것보다 막연하고 아련하게 보이는 것에 더 매혹되게 마련이다. (카스카 다비드 프리드리히)-81쪽

눈은 천문학의 주인이며, 인간이 창조하는 예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감각 기관이다. 눈은 자연이라는 완전무결한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필수적인 도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97쪽

화가들이여, 그대는 자연이 창조한 모든 종류의 형태를 모방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연의 다양한 형태들을 관찰하고 머릿속에 각인시켜두지 않으면 만능인이 될 수 없다. 화가는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자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답을 예술의 언어로 표현하는 통역사가 되어야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11쪽

나는 고집스럽게 작업을 계속한다네. 나는 길을 개척하면서 죽을 결심을 했네.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약속의 땅을 본다네. (폴 세잔)-125쪽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왜 그것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전혀 흥미롭지 않다. 그럴 바엔 다른 것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파블로 피카소)-141쪽

정확성이 진실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진정한 화가에게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장미를 제대로 그리려면 지금껏 그렸던 모든 장미를 잊어야 하기 때문이다. (앙리 마티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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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병역거부자 30인의 평화를 위한 선택
전쟁없는세상.한홍구.박노자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6월
절판


"공산주의자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 하에서도 그 선한 마음에 호소해야지 폭력을 쓰면 안된다. 폭력은 하나님과 인간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이다."(함석헌)-20쪽

각종 군사훈련은 직접적인 살상행위는 아닐지언정 살심을 유발하는 행위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제가 진정 두려웠던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발현되는 폭력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위기 상황에서 직간접적 폭력 행위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유발되도록 쉴새없이 주입받고 훈련받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태양)-44쪽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창살 아래 매어둔다고 해서 지금껏 지켜온 그들의 신념이 바뀌고, 삶의 방식이 변화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오랜 전통만 보더라도 인간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은 사회적 격려와 강제적 교화를 통해서는 결코 '교도'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들은 고난받고 상처입은 이웃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 동참함으로써,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책임감과 인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병역거부자들의 삶이 과거보다 더욱 성숙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교도'가 아닐런지요. (오태양)-49-50쪽

아무리 설명을 하고 또 해도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그래서 정말 당신이 병역거부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냐, 어떤 충격적인 경험이라도 했느냐?"라고 되풀이해서 묻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던 적이 몇 번 있다. 사실이 그랬다. 마치 신내림을 받듯이 결심을 한 게 아니었다. 더더구나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앎이 곧 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틀렸지만 적어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이론과 실천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나에겐 언제나 당위처럼 느껴졌다. 내게 만약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질문을 던진 사람들에게 내면 깊숙이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경험과 지식의 퇴적층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공감대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나동혁)-69쪽

저희들이 말하는 '평화주의'는 단순한 평화 애호도 아니고 이기심이나 방관이나 무기력도 아닙니다. 전쟁에 정의는 없습니다. 전쟁의 바탕이 되는 모든 유무형의 폭력에 '비폭력'으로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신념이 '평화주의'입니다. 저는 여기서 이상과 꿈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의 사태에 입각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분쟁지역 난민 구제, 평화 재건, 국가 간 빈부격차를 비롯한 불평등 해소, 평화교섭의 중재와 실현, 양심의 자유 인정, 평화교육 확산 등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태산입니다. 그 모든 노력을 멀리하고 하필 우리는 파병을 선택했습니다. 군사력 행사는 가장 최악의 선택입니다. (나동혁)-84쪽

저는 이제 제가 아는 것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견디고 이겨내 보려고 합니다.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그 길이 낯설고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길을 묵묵히 가려고 합니다. 아직도 저를 말리셨던 부모님의 눈물이 생각나고, 제가 없느 동안 부모님이 견디실 시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받는 것은 저의 자아를 모두 파괴하는 일입니다. 평생이 지나도 못 지울 상처를 드리는 자식을 용서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비록 부모님의 고통을 밟고 가는 길이지만 이 길이 폭력과 전쟁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멈출 수 있게 하는 길이라 믿으며 병역을 거부하겠습니다. (임재성)-123쪽

"막가자는 세상은 다소 고단하고 지친 나를 가르친다. 현실의 삶 속으로 더 녹아들라고, 긴 호흡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성찰하라고 한다. 네 자신을 돌아보라고 한다."(철도노동자 황하일의 칼럼 <변절에 대하여> 中, 한겨레21 제635호)-158쪽

"당신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세상을 부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나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순응하면 아무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더 대담해지고, 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중국 영화감독 지아장커)-159쪽

만연한 군사주의와 폭력 속에 획일적인 방향만이 강요되고, 서로 간의 차이는 차별로 존재하고, 소수자는 배제시켜 나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고, 서로간에 개성을 존중하고 같이 살아가는 법을, 자신과 다른 사람과 자유롭고 평등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바꾸어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삶의 양태를 바꾼다는 것이므로, 일상 속의 작은 실천들을 하나씩 모아나가면 어느 새 우리 삶의 문화는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 역시 거창하고 큰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행해지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저도 제가 지금 위치해 있는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하려고 합니다. (조의정민)-182쪽

"현실적으로 '영구평화'가 불가능하다면, 나는 차라리 평화를 기원하기보다 아득한 정망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 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쪽을 택하겠다."(김재명,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187쪽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 그런데 국방의 의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간단히 병역의무와 동일하게 여겨지고, 총을 들어야만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평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으면서 동시에 총을 들고 합법적으로 살인기술을 배우는 이율배반적인 곳이 바로 군대다. 총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총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총을 든 자의 폭력성을 불러일으키거나, 만들어낸다. (중략)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한,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한, 평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긴장감과 불안한 정적은 평화가 아니다. 그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뿐이다. (안홍렬)-199-200쪽

"최면을 가장 걸기 힘든 두 집단은 노인과 현역으로 군대를 제대한 한국 남성이다. 최면을 걸기 위해서는 감성이 풍부하고 상상력이 좋아야 한다. 한국처럼 아주 후진적인 군대에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동안 상당수의 사람들이 정신의 일부를 거세당하는 것이다."(한 최면 전문가)-226쪽

김대중 대통령은 10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병역의무의 기피는 우리 현실에서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고 형평에도 맞지 않다"면서 "일부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기피를 주장하며 다른 방식으로 봉사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군대 대신 다른 방식의 봉사를 용납하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비록 "처벌만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발언하는 했으나, 인권 대통령을 표방한 그가 ‘양심적 병역기피’라는 희한한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다.(한홍구)-322쪽

대체복무제도 문제는 병영문화 개선대책위 차원을 넘어서서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수용해야 한다는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군이나 국방부, 병무청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국방부 등의 입장이 최종적인 것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보겠지만, 국방부 등이 아직 최종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냥 대통령 개인의 소신으로 두고 있다. 국회의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꼭 필요하다면 국방부 등을 설득하겠다. 그러나 당장은 국민적 논의가 중요한 것으로 보이니, 좀 두고 보면서 했으면 좋겠다. 어느 경우에나 국방력 약화나 군 복무자에게 박탈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정치적 결단은 좀 미루면서 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같이 노력하도록 하자. (노무현 前 대통령)-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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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박정태 옮김 / 이학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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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지식인이라는 집단은 지적 능력에 관계되는 일(정밀과학, 응용과학, 의학, 문학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명성을 획득한 후에,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인간이라는 보편적이고 독단적인 개념(그 개념이 애매하건 명확하건, 또는 도덕주의자이건 맑스주의자이건 상관없이)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회와 기존의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들의 명성을 남용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14쪽

모든 실천은 몇 가지 계기를 포함합니다. 다시 말해 행위란 아직 없는 것(도달해야 할 목표를 말합니다. 즉 최종 분석을 거친 후에 그 분석에 의거해서 삶을 다시 일구어내기 위하여 상황 속에 최초로 주어진 것들을 재배치하는 것)을 위하여 지금 있는 것(변화시켜야 할 상황으로 주어진 현실의 장)을 부분적으로 부정하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정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또한 긍정을 동반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부정 속에서 우리는 지금 있는 것을 가지고서 아직 없는 것을 실현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직 없는 것의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서 지금 있는 것을 드러내는 파악 작업은 가능한 한 정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파악 작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이미 주어진 것 속에서 찾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재료에 요구되는 강도는 그 재료가 현실적으로 틀림없이 견디는 압력의 실제 정도를 따라서 정해지는 법입니다). 이와 같이 실천은 현실을 드러내고, 현실을 극복하며, 현실을 보존하는, 그리고 현실을 미리 앞서서 변경하는 실천적인 지식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16쪽

따라서 지식인이란 자기 자신 속에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실천적인 진리(자기의 모든 규범까지 포함한 실천적인 진리)에 대한 탐구와 지배 이데올로기(자기의 전통적인 가치 체계까지 포함한 지배 이데올로기) 사이에 벌어지는 대립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물론 이 깨달음이 실재적인 깨달음이 되기 위해서는 이 깨달음이 우선은 지식인에게 있어서 그의 직업 활동과 기능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이처럼 개인적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이 깨달음은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깨달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즉 이 깨달음은 계급 간의 싸움을 드러내는 깨달음입니다. 또한 이 깨달음은, 지배계급이 자기의 사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진리가 한편에 있고, 지배계급이 자기의 헤게모니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른 계급에게 주입시키길 원하며 그 유지를 위해 애쓰는 신화, 가치, 전통이 다른 한편에 있다고 할 때, 바로 이 둘 사이에 벌어지는 유기적인 싸움을 지배계급의 한복판에서 드러내는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53-54쪽

실제로 지식인이 사회 전체를 객관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사회 전체를 지식인 자신 속에서 지식인 자신이 지닌 근본적인 모순으로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식인이 지식인 자신을 단순하게 주관적으로 문제 삼는 일에만 만족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은 지식인 자신을 만들어낸 정의된 어떤 한 사회 속에 정확하게 소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59쪽

지식인의 사유는 끊임없이 사유 그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인의 사유는 이 되돌아봄을 통해서 언제나 사유 그 자신을 특이한 보편성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3쪽

지배계급의 영향을 받아 지식인 자신 속에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및 프티부르주아적 사유 방식과 감정을 필연적으로 재생산하는 바로 그 지식인 자신의 계급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식인은 자기 고유의 영역 속에서 보편성이 결코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보편성은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보편의 전문가입니다. -64쪽

지식인은 그의 조사를 모든 수준에 걸쳐서 실행하며 또 자신의 사유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수성에 있어서까지도 스스로를 변경시키고자 시도합니다. 이 말은 곧 지식인은 가능한 한 자기 자신 속에서 그리고 타인들에게서 인격의 진정한 합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 인간 각자가 자신의 활동에 부과된 목적의 회복(이렇게 회복될 때 그것은 이제 또 다른 목적이 될 것입니다)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 그리고 외적으로는 계급 구조가 낳은 사회적 금기를 제거하고 내적으로는 심리적 억압과 자기비판을 제거함으로써 소외 현상을 없애며 사유의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67쪽

진정한 지식인은 그 자신이 급진적이라는 점에서 자기가 도덕주의자도 아니요, 이상주의자도 아님을 압니다. 예를 들어 그는 베트남의 유효하면서도 유일한 평화는 눈물과 피의 값을 치러야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또 그 평화는 미군의 철수와 폭격의 중지에 의해서, 따라서 미국의 패배에 의해서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가 지닌 모순의 본성 때문에 진정한 지식인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갈등 속에 스스로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갈등은 모두가 다 - 그것이 계급 간의 갈등이든 또는 국가 간의 갈등이든 또는 인종 간의 갈등이든 상관없이 -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배계급의 억압으로부터 비롯된 특수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진정한 지식인은 그 자신이 곧 피억압자임을 의식하고 있는 피억압자라는 점에서 결국 그 또한 피억압자의 편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75-76쪽

지식인은 고독합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지식인에게 무언가를 위임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진 모순 중의 하나입니다 - 그는 다른 사람들 또한 함께 해방되지 않으면 그 자신도 해방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자기 고유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체계에 의해서 이 목표가 끊임없이 도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외는 지배계급에까지 확장되어서 나중에는 지배계급의 구성원들마저도 그들에게 속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목표를 위하여, 즉 근본적으로 이익을 위하여 일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기 고유의 모순이 결국에는 객관적인 모순의 특이한 표현임을 깨닫게 된 지식인은 이러한 모순에 맞서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과 연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77쪽

지식인과 함께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인가는 지식인이 하는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지식인의 임무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지식인 자신의 모순 속에서 사는 일이며,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급진주의를 통해(즉 진리의 기술을 환상과 거짓에 적용함으로써) 지식인 자신의 모순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지식인은 이처럼 그 자신이 지닌 모순 자체를 통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105-106쪽

롤랑 바르트는 글쟁이와 작가를 구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글쟁이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언어를 사용합니다. 작가는 공통의 언어의 수호자이지만, 그는 글쟁이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며, 또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비-기표로서의 언어 또는 정보 왜곡으로서의 언어입니다. 말하자면 작가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의미 작용과 비-기표를 수단으로 취하면서, 단어의 물질성에 의거하는 작업을 통해 그 어떤 언어 대상을 생산하는 장인인 것입니다. -122쪽

글을 쓰는 것이 소통하는 것이라면, 문학적 대상은 언어를 넘어선 소통과 같은 것으로서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비록 단어들에 의해서 생산되었지만 다시 단어들에서 의해서 닫혀진, 의미 작용을 하지 않는 침묵을 통해서 문학적 대상은 언어를 넘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문학적 이야기입니다."라는 말은 곧 "당신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기 위하여 말을 합니다."를 의미한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제 문학적 대상이 독자와 소통해야 하는 이 아무것도 아닌 것, 바로 이 침묵하는 비-지식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일이 남게 됩니다. 이러한 탐구를 위한 방법은 유일합니다. 그것은 곧 문학작품 속에서 의미 작용을 하는 내용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내용을 둘러싸고 있는 근본적인 침묵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123-124쪽

작가가 왜 공통의 언어의 전문가인지, 즉 최대한의 정보 왜곡을 내포하는 언어의 전문가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물음을 통해서입니다. 단어는 우선 세계-내-존재와 마찬가지로 이중의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단어는 희생된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단어를 넘어서 단어의 의미 작용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때 단어의 의미 작용은, 일단 그 의미 작용이 한번 이해된 후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즉 다른 단어와 함께 표현될 수 있는 다가적(多價的)인 언어도식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단어는 물질적인 실재성이기도 합니다. 단어가 단어 자신에게 부과하는 객관적인 구조, 의미 작용을 희생시켜가며 언제나 단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구조를 가지는 것은 이와 같이 단어 그 자체가 물질적인 실재성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중략)(계속)-141-142쪽

(이어서)

작가가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작가의 이 선택은 단어가 지니는 이와 같은 물질적인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바로 이 물질적인 무거움 때문에 한 선택입니다. 작가의 예술은, 가능한 한 정확한 의미 작용을 단어로부터 빼내어 자유롭게 풀어놓음으로써 사람들의 주의를 단어의 물질성 위로 끌어들이는 것, 그리하여 의미가 주어진 사물이 단어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바로 그 단어의 물질성 속에서 육화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143쪽

언어는 한편으로 보면 우리를 동일인으로서, 즉 의도적으로 소통하는 주체로서 연결시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언어가 우리를 동일인으로서 연결시키는 한에 있어서, 언어는 또한 타인으로서의 나를 타인으로서의 다른 사람에게 연결시킵니다. 작가의 목적은 결코 이 역설적인 상황을 제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목적은 오히려 이 역설적인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의 언어-내-존재를 그의 세계-내-존재에 대한 표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145쪽

작가의 참여는 공통의 언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 왜곡의 부분을 활용함으로써 소통이 불가능한 것(체험된 세계-내-존재)을 소통하는 일을 겨냥합니다. 또 작가의 참여는 전체와 부분 사이에서, 전체성과 전체화 사이에서, 세계와 작품의 의미로서의 세계-내-존재 사이에서 긴장을 유지하는 일을 겨냥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그의 직업 자체 속에서 특수성과 보편적인 것의 모순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중략)(계속)-156쪽

작가는 자신의 내적인 과업 속에서, 지평선상에서 삶을 확인하는 보편화를 암시해가면서 그 자신이 직접 체험의 차원 위에 머물러야 하는 의무를 발견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다른 지식인처럼 우연히 지식인이 된 게 아닙니다. 그는 본래부터 지식인인 것입니다. 작품 그 자체가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벗어나서 이미 다른 지식인이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실천-이론적 차원 위로 옮겨 갈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확하게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작품은 우리를 짓누르는 세계 내에서 존재를 - 비-지식의 차원에서 -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품은 절대적인 가치로서의 삶을 체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자 다른 모든 자유에 호소하는 그 어떤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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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소 먹기 싫다고 너나 쳐드시라고 외치는 '시민'들이 늘고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지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발생한 - 그 전에도 가볍게(?) 있었지만 -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분노하고 저항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시청과 광화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논점은 미친소과 광우병이 아니다. 정부는 여전히 뒷북치며 어떻게 하면 광우병 재협상에 '준하는' 방법을 내놓을까 고심하고 있지만, 이미 시민들의 구호는 "이.명.박.은.물.러.가.라."로 나아갔다. 시민은 계약에 의거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는 자신의 권리를 일부 위임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지켜줄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있다. 국가와 시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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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
하워드 진 지음, 앤소니 아르노브 인터뷰,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3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미국민중저항사>와 <오만한 제국>등으로 잘 알려진 하워드 진의 책. "좌파출판사 '사우스 엔드 프레스(South End Press)'의 편집자 앤소니 아르노브가 미국의 9.11 테러 직후 정부의 공격적 방어전략에 대해 하워드 진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알라딘) 미국 시민은 미국 정부를 그대로 따라갈 수 없으며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좋은 방법은 보복전쟁이 아니라 미국 시민들이 왜 미국 정책에 반대하고 분노하는가를 따져보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제는 우리와 다르지만, 방식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불복종에 관하여
에리히 프롬 지음, 문국주 옮김 / 범우사 / 1996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소유냐 삶이냐><사랑의 기술>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에리히 프롬이 <불복종에 관하여>라는 책도 썼구나.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96년에 범우사에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존재는 처음 알았다. 제 1부에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불복종의 필요성과 그 본질, 그리고 자유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7,900원 → 7,110원(10%할인) / 마일리지 39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회계약론과 인간불평등기원론은 번역서가 여럿 있는데, 어떤 책이 가장 적합한지는 다 살펴보지 않아 모르겠다. 원문을 청소년용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번역서로서 간단하게 읽기에는 책세상 문고판이 괜찮다. "인간의 역사를 진보가 아닌 타락과 퇴보의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원시적 자연 상태에서 평등한 삶을 누렸던 인간이 어떻게 불평등하게 되었는지를 가족, 사회, 국가, 계급의 형성과정을 통해 면밀히 분석한다."(알라딘)
인간을 위한 약속 사회계약론
김성은 지음, 장 자크 루소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청소년용으로 가장 많이 나가는 아이세움의 것 말고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사회계약론>과 그외 동일한 제목을 단 몇몇 책들이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 내용뿐 아니라 루소의 생애에 대해서도 다루고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국가와 시민의 관계, 좋은 정부는 어떤 정부이고, 진정한 자유는 어떤 자유인가를 말한다. 비록 국가는 계약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주권은 시민에게 있고, 그 시민은 국가에 대한 저항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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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바기 덕에 공부도 하고, 더불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먹어왔던, 소, 돼지, 닭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도 갖고. 한달 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끝날 줄을 모르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간다. 그 무리 중에는 물론 10회 이상 참여한 열혈 시민도 있긴 하다만, 횟수가 중요하랴. 참여하고 함께한다는데 의미가 있는거지. 시작한지 한 스무날 정도가 지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많진 않았다. 청계천에 모이면 양쪽 도로와 저 뒤에 다리 너머까지 가득 메워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청계천에서 모이면 동대문 너머까지 줄을 서야할지도 모른다. -_- 이미 시위의 주제는 미친소를 건너뛴 것으로 보이지만, 최초 촛불을 들게 만든 광우병, 그리고 나아가 육식생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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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논쟁- 광우병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역사
김기흥 지음 / 해나무 / 2009년 8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5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8월 29일에 저장

살인단백질 이야기-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D. T. 맥스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2008년 06월 15일에 저장
절판
원제는 <잠들지 못하는 가문 - 의학 미스터리>.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에 걸리면 기력이 쇠진해져 목숨을 잃는다. 식인종, 미친 소와 이 불면증의 관계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정상적인 단백질이지만 구조이상이 발생하면 치명적인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프리온 등 살인단백질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와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의 기원을 추적한다."(알라딘)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실제로 변형단백질에 의한(추정) 정체불명의 질병을 앓고 있고, 두 아이에게 전해졌을까 걱정한다.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 최대 축산업자의 양심 고백
하워드 F. 리먼 지음, 김이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절판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기 소개된 리먼의 선택과 싱어의 선택이 가능한데, 싱어는 윤리적 관점(동물도 우리와 같이 고통을 느끼는가)을 기준으로 채식을 선택하는가 하면, 리먼은 거대 축산 현장에서 보이는 비윤리적인 사육, 도축 환경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기준으로 채식을 선택한다. 결론은 같지만 과정은 다른 셈. 리먼의 선택과정도 읽어볼만하다.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8년 06월 06일에 저장
절판
유명 프리랜서 시사전문 기자이며 다큐멘터리 기획자이자 도서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의 <독소>. 현대인들의 식생활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식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비만, 암, 심장병, 당뇨, 식중독, 인간 광우병 등에 이르는 요소들을 책의 주제로 삼고 있다. "한미 FTA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삶의 요소인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고, 취재와 자료 분석에 근거힌 ‘안전 먹을거리’ 안내서가 될 것이다."(알라딘) 싱어, 리프킨, 블리엣의 책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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