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 기획자노트 릴레이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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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편집자는 저자의 책이 매력적으로 제작되고, 그 책이 효과적으로 팔리고 배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책임이 있다.
둘째, 편집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원고를 재집필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저자를 설득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편집자는 저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의 이익이 되는 편에 서서 보호해야 한다.
넷째, 저자에 대한 의무와 공익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고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날카로운 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우연 랜덤하우스 기획출판팀장)-153쪽

누가 아이템을 기획했느냐를 떠나서 편집자가 작가와 원고의 내용과 방향성을 충분히 협의, 공유하였다면 편집자가 해야 할 주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작가의 창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작가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편집자 자신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획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또 원고에 들어갈 내용에 대하여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원고 디렉팅이다. 작가가 완성해온 콘티나 밑그림을 보면서 원고의 성격에 맞게 연출이 되었는지, 또 필요한 요소들은 다 들어갔는지 확인하면서 모자란 부분이 있을 경우 보태고,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동 학습 만화에서는 원고 디렉팅이 편집자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홍재철 코믹컴 실장)-169쪽

기획자의 '감'이라고 해서 오랜 출판 경험으로 얻은 무수한 성공과 실패 경험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미 입증되어 있는 출판업계의 논리나 경험보다 중요한 게 독자들의 체험이다. 어떤 출판계 선배들은 기획자나 편집자가 자신이 만드는 책을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알 수도 없을뿐더러 책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지도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정말로 '좋은 책'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이 만들려는 책의 독자 세계를 최소한 직접 겪어봐야 한다. (안희곤 세종서적 편집장)-235쪽

문고란 한 출판사의 경험과 정신이 집대성된 출판양식이다. 출판인이라면 누구나 '오래가는 책'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단기간에만 팔리고 수명을 다하는 책들도 나름대로 필요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책들이 많아질 때 한 나라의 출판문화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잘 만들어진 문고는 단행본이 필연적으로 처하게 될 '책의 운명'에서 약간은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듯하다. 문고 안에서도 어떤 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책들은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문고의 정신은, 아니 문고라는 양식은 남을 것이다. (강훈 살림출판사 기획1팀 팀장)-327쪽

"'편집자'라는 직업명은 여느 명칭보다 은유적이다. '놀라운 편집'과 '형편없는 편집'이라는 수사가 가치가 담긴 언어로 들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놀라움과 형편의 차이를 가늠하고, 미쁘고 여문 편집의 요건을 되새기고 채비하는 것은 윤리적인 판단이자 가치 지향적인 활동으로 여겨진다. 이때의 윤리는 즐거운 실천이고, 가치는 경쾌하여야 한다. 그래서 직업윤리로서 오식과 허식 없이, 필요한 만큼의 노력과 방편이 깃들인 텍스트를 좋은 덕목을 갖춘 텍스트라 말하는 것처럼, '좋은 편집자'는 생활의 구체적 꾸림, 즉 '삶의 편집'을 통해 그 아름다운 은유를 표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 끊임없이 질문 앞에 노출된 존재. 하나의 답으로부터 다시 좋은 질문을 찾아 텍스트를 뒤적이는 언어의 추적자. 그 추적의 속도가 강요될수록 늘어나는 질문의 상투화 혹은 질문의 죽음을 근심하는 편집자의 윤리는 '삶의 윤리'이기도 하다." (김수한 생각의나무 편집부장)-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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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학교 1
스티븐 로 지음, 하상용 옮김, 김태권 그림 / 창비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가해진 평점을 보면 네 개 내지는 다섯 개 가량인데, 나는 두 개 내지 세 개 이상은 못 주겠다. 글쎄 책을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지는건지 모르겠다. 이 책은 분명 철학사가 아닌 철학함을 가르치는 책이긴 하지만 그 의도를 제대로 표출해내지 못했단 생각이다. 참 많이 팔렸고 좋은 평가를 받는 책임에도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건, 내용서술이 산만하고 명확히 머리 속에 정리가 되지 않으며, 원어로 서술된 내용을 번역어로 맛깔나게 옮겨내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이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어로 서술된 책 자체가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맛'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다. 색상도 좀 더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붉은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했는데,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에도 대충 색을 칠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김태권의 삽화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외국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쉽게 재밌게 읽힐 것 같은 책이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책이 있다. 안에 수록된 내용들도 외국 학생들에겐 자연스럽게 읽힐 것이 한국 학생에겐 어느 정도의 지식을 요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서술 방식 또한 그럴 수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진 청소년 교양, 청소년 입문서적들은 책으로 만들 때 이런 점들을 유의해야 한다. 쉽고 재밌게 철학함에 입문시키자는 것이지 공부시키자는게 목적이 아니므로, 익숙치 않은 내용, 난감한 전달방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 그 동네서 모르면 이상한 내용도 이쪽에선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학습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한국 학생들에겐 마냥 쉽게 편하게 읽힐 것 같지는 않단 생각이다.

  이미 한국엔 한국 철학자들이 쓴 이보다 훨씬 좋은 철학 교양서적들이 널렸다. 대표적으로 철학자 김용규의 철학 통조림 시리즈가 그렇고, 좌백의 철학 환타지물, 디딤돌의 청소년 철학 소설 등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검증된 좋은 번역서로는 소피의 세계 같은 것들이 있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 책은 결론적으로 내겐 실패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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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라고는 통 모르는 이 씨 일가를 위한 리스트. 언론에서 별로 다뤄주지도 않았지만, 언론에 공개된 것 이상으로 이들의 죄악은 크다. 그 증거물이 여기 있으니 널리 읽고 세상을 이롭게 할지어다. 삼성이라는 대한민국을 맘대로 움직이는 거대 권력과 싸운 이들이 살아있는 한, 증거는 없앨 수 없다. 모든 직원의 컴퓨터 파일을 지우고, 외장하드 사용을 권한다고 해도, 문서를 불태우고, 사법계와 언론계, 정계를 다 지배한다고 해도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의 범죄 행각은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삼성과 싸운 이들이 여기에 있다. 이씨일가와 싸운 이들이 여기에 있다. 이들이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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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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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이란 기업 경영에 관한 실질적인 권리조차 없는 이건희와 이재용이 왜 삼성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책. 의문 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 삼성의 실질적인 주인을 바꾸어야 할 것.
삼성을 살다- 12년 9개월
이은의 지음 / 사회평론 / 2011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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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성에 관한 가장 부드러운 책. 비판서가 아니다. 삼성에서 겪은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비판서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삼성의 죄를 보여주지는 못하였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삼성을 비판하기 위한 책은 아니기에 그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면 이 책의 존재 의미는 또 무엇일까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냈던 사회평론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노회찬과 삼성 X파일-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운 7년의 기록
노회찬 지음 / 이매진 / 2012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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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성과 싸운 이들은 모두 깨졌다. 깨질 것을 알면서도 제 몸을 던지고 또 던진 이들이 있다. 김성환 님과 노회찬 님이 대표적일 것. 삼성과 오래도록 싸운 흔적을 담았다.
굿바이 삼성- 이건희, 그리고 죽은 정의의 사회와 작별하기
김상봉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10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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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작별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본격 선언. 토 삼성격문을 작성하신 철학자 김상봉 님 외 여러 사람이 한 글씩 보탰다. 삼성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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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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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력을 행할 수 없는 동안은 목동이 되어 지내면 좋겠구나. 네가 좋다고 한다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님은 라 만차의 기사, 사자의 기사인걸요. 목동의 지팡이가 아닌 창을 잡아야 합니다요."
"딱 1년 동안만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기사의 직분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내가 시에라 모레노 산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기사는 시심(詩心)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 말이다."
"기억나고말고요."
"목동도 마찬가지니라. 목동은 순하디순한 동물들을 돌보며 초원을 돌아다니지. 자연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말이다. 시냇물의 노래를 듣고, 맑은 샘물을 마시며, 잘 익은 나무 열매를 따서 먹겠지.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고, 꽃들은 향기로 우리를 맞이하며, 어두운 밤에는 달과 별이 빛을 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한가롭게 사색을 하며 보내는 것이니라. 그러니 기사의 책무를 벗어 놓는 1년 동안 이보다 더 적당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303쪽

산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편력보다는 훨씬 평화롭겠네요. 그야말로 최고로 평온하고 걱정 없는 생활이 될 겁니다요."
돈 키호테는 만족스런 미소를 띠었다.
"평화야말로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니라. 나는 둘시네아 아가씨께 바치는 시를 짓고, 모닥불을 가운데에 놓은 채 목동들과 둘러앉아, 내가 겪은 영광스러운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련다. 그나저나 해가 지고 있구먼. 산초야, 오늘 밤을 보낼 만한 곳을 찾아봐야겠구나." -303-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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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세계명작으로 읽은게 끝이죠. 라헐 판 코헤이의 소설 '바르톨로매는 개가 아니다'에서 곱추소년에게 글을 가르치는 신부님이 '돈키호테' 책을 빌려주어요. 바르톨로매는 탐독하며 얼마나 행복해하는지...그 책을 읽으며 '돈키호테'제대로 봐야겠단 생각만 했지 아직도...독서회 토론도서로나 정해야 볼 듯해요.^^

마늘빵 2008-05-11 19:08   좋아요 0 | URL
^^ 재밌더군요. 저도 얼마전(?) 한겨레에 글 연재하시는 김용석인지 김용규인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분의 글을 읽고 <돈 키호테>에 관심이 갔습니다.

다락방 2008-05-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 말고 그 굉장히 두꺼운 책 있잖아요. 시공사에서 나온. 그 책을 읽었거든요. 그 책을 다 읽고서는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 돈키호테를 읽은 남자와 결혼할테야, 라고 불끈 결심했어요. 대체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여튼, 그 책이 너무 두꺼워서 지하철안에서 읽으려고 (멍청하게)시도했다가 팔 아파서 죽는줄 알았어요. 그래서 결국 집에서만 읽었었답니다. 윽. 악몽이야.

마늘빵 2008-05-13 08:52   좋아요 0 | URL
아 시공사 것이 제대로 된 책이군요. 이건 청소년용으로 나와서 그런지 얇던데. 읽기는 수월했는데, 시공사 걸로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마사 너스봄 외 지음, 오인영 옮김 / 삼인 / 2003년 6월
품절


세계시민주의는 보편적 정의와 선을 중시하는 반면, 세계화주의는 시장 질서와 자본의 자유 이동을 강조한다. 애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의 세계시민주의가 인간은 그들이 세계 어디에 살든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윤리적 견지의 세계주의를 강조한다면,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에 구현되어 있는 세계화주의는 윤리적으로 가치 중립적인(사실은 '비윤리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자본 주도적인 성격을 노출하고 있지만, 여하튼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해서) 태도를 표명한다. (역자 오인영)-11쪽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다. 인간은 인류적 질서보다 더 협소한 정치적 질서 속에서 살고 있고, 바로 그러한 정치적 질서 안에서 공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주로 제기되고 결정되기 때문에 동료-시민의, 즉 동일한 질서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결코 임의적인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자유주의가 국가를 강조한다는 세계시민주의자들의 비판이 과장되었다고 본다. 즉 세계시민주의자들이 찬양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국가들의 실재의 복수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 -54쪽

국가는 원래부터 도덕적 문제이다. 국가는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항상 도덕적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강제적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규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국가 제도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근대인의 수많은 목적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남용의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홉스가 생각했듯이, 국가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공인된 강제형식을 독점해야만 하고,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국가에 조금도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많은 포스트-식민 사회들에서조차도, 정당성을 필요로 한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55쪽

인간은 소규모로 사는 것이 가장 낫기 때문에 우리는 국가만이 아니라 나라, 도시, 거리, 사업, 기능, 직업 및 가족 등도 공동체로서, 또한 인류적 지평보다는 협소하지만 도덕적 관심의 영역으로는 더 적절한 수많은 동심원의 일부로서 옹호해야 한다. 세계시민주의자인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국경 안에서나 국경을 초월하여 충분히 연대할 수 있는 민주 국가에서 애국적 시민이 되어 살아갈 권리를 당연히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세계시민주의자로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러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56쪽

세계시민주의자들이 좋은 시민으로써 우리가 살기를 바라는 세계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세계에서 특수한 이 지역, 저 지역, 이 계곡, 저 해안, 이 가족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애착은 지역에 대한 애착에서 시작하며, 그 이후에나 밖으로 뻗어나갈 뿐이다. 세계시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 그런 점들을 무시하게 되면 종착지가 없는, 모국에서도 세계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위험에 곧바로 빠질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소란스러운 다문화적 정치가 주는 교훈이다. 즉 미국인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ㅁ너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폴란드계 미국인 혹은 유대계 미국인이나 독일계 미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타고난 시민으로서 존엄을 획득하기 위해서 그들은 먼저 자신의 지역 공동체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벤자민 R 바버)-62쪽

보편주의적 견해나 한계를 설정한 견해 모두 인간의 생존과 안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둘 중 어느 하나도 별 생각 없이 도덕적으로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여 폐기할 수 없다는 시지윅의 견해에 동의한다. 따라서 그가 언급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의무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미 모든 사회와 도덕적 전통이 알고 있는 것이다. 즉 아무리 소규모일지라도 내적 지지와 충성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집단은 없다. 두 견해의 지지자들은 최소한 그러한 약간의 의무가 생존에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물론 더욱 좁게 한정된 의무가 인류 전체에 대한 의무와 빚을 수 있는 마찰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두 견해의 주창자들 대부분은 살인, 약속의 파기 및 사기 등에 있어서는 모든 동심원의 모든 경계를 초월해 유지되어야 할 어떤 금기가 있으며, 심각한 긴급 상황에서는, 예컨대 지진 이후에는 경계를 초월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무가 국내의 요구들에 우선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시실라 벅)-70쪽

애국주의는 주권 국가가 국제 사회를 조직하는 기초라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선권은 자연스럽게 교육, 사회화, 포부 및 충성이 지향할 방향의 기초로서의 국가주의 의식에 주어진다. 이런 식의 방침은 영토상의 주권 국가가 어느 정도 자율성과 일차성을 갖는다고 가정하는데, 기실 그런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국가가 다시 존재하려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직이 국가적, 지역적, 세계적 차원에서 큰 구조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오늘날 그러한 국가의 자율성과 일차성은,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유형의 지방화와 세계화에 의해서, 특히 복잡한 형식의 경제적, 전자적, 표의적인 통합에 의해서 중요하고 누적적인 타협이 강요되거나 심지어 대체되고 있다. (리처드 폴크)-87쪽

세계시민주의적인 견해는 명백히 세계적 차원의 윤리와 인본주의를 갖고 있지만, 급속하게 경계를 초월해서 경험을 통합하고 있는 세계화 경향들과 충분히 구별되지도 않거니와 그것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통화 딜러와 카지노 자본가들뿐만 아니라 초국적 법인과 은행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시장 주도 세계화의 파괴적 도전에 대한 대처 없이, 환상적인 세계시민주의를 국가주의적 애국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기획하는 것은 현대적 형태의 흐리멍덩한 순진무구에 빠질 위험이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세계시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에 구현되어 있는, 윤리적으로 결함 있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 및 세계를 전체로 파악하는 인식에 담긴 윤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내용을 최소화시키는 법을 어떤 식으로든 제정하려는 세계주의에 대한 비판과 마땅히 결합되어야만 한다. (리처드 폴크)-90-91쪽

무엇보다 세계시민주의는 부모, 조상, 가족, 인종, 종교, 유산, 역사, 문화, 전통, 공동체, 국적 등과 같이 생명을 주는 기존의 사실들을 애매하게 만들고, 심지어 부정한다. 그것들은 개인의 '우연적인' 속성이 아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인 속성이다. 우리는 자유로이 유영하는 자율적인 개인들로서 세계에 편입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인간으로, 정체성을 지닌 인간으로 충분히 형성시키는 모든 고유하고 독특한 특성들을 완전히 갖추고서 세계로 유입된다. 정체성이란 우연도, 문제도, 그리고 선택도 아니다.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의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도중에 선한 동기에서 이런 소여의 어느 한두가지를 배제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아에게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다. 정체성을 다시 새롭게 창조하기를 갈망하는 '변화무쌍한 자아'는 자신의 국적을 부인하는 사람이 국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정체성 없는 자아이다.(거트루드 힘멜파브)-114쪽

자기 문화의 업적에 전혀 관심이 없는 학생은 다른 문화의 업적에 대해서도 별로 가치를 부여할 것 같지 않다. 종교가 없는 학생은 다른 사람의 종교적 헌신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나라의 영웅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영웅들을 존경하는 사람들의 순진함을 경멸하기 십상이다. 어린이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우선 가치를 존중하는 법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중략) 그 대신에 어린이들을 '세계시민'이 되도록 교육하면, 아마도 그들은 십중팔구 애국자도 세계시민주의자도 되지 못하고, 세계 전역에서 실재하는 결함투성이의 개인과 문화들을 포용할 줄 모르는 추상과 이데올로기의 애호가가 될 것이다. (중략) 그런 교육은 고결한 세계시민주의를 고무시키는 영감이 아니라 자칫 이기적인 개인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친밀한 사람들을 덜 사랑한다고 해서 소원한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W 매코넬)-118-120쪽

나에게는 '세계시민'이 아니라, 바로 그 누군가가 동료이며, 무덤까지 함께 갈 동반자라는 사실이 도적적으로 중요하다. 내 생각에, 그것은 우리가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견해에 호소하고, 다른 모든 인간과의 공감에 호소한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반면에 사람들은 '잠재력'에 호소한다. 그 잠재력은 실제로 보편적일 뿐 아니라, 내가 속해 있고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시민'은 언젠가는 그런 유의 도덕적 무게를 지닐 것이고, 마사 너스봄도 새로운 도덕적 통찰의 예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힐러리 퍼트넘)-137-138쪽

"만일 누군가가 내일 새끼손가락을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고 하면, 그는 오늘 밤 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수억 명의 형제들이 잔해 위에서, 자신의 그 하찮은 불행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고 그저 객체로 보일뿐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파멸 위에서 태평하게 코를 골며 잘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그들을 본 적이 없다면. 그러므로 결코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인류의 한 사람'인 자신에게 닥친 하찮은 불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그 수억 명의 형제 인류의 목숨을 희생시키려고 할 것이다. (애덤 스미스) (아마티아 센이 자신의 글에서 인용)-160쪽

우리에게는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 둘 다 필요하다. 왜냐하면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지극히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공동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성원들에게 대단히 많은 것을 요구하고, 전체 인류보다는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더 큰 연대 책임을 요구한다. 강력한 공통의 귀속 의식 없이는 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세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고려할 때, 우리가 이 사업에서 실패하면, 그것은 인류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찰스 테일러)-168-169쪽

우리는 또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근대 국가들이 꼭 민주적인 국가들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전통적으로 계급 제도에서 벗어난 국민 국가들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국민 동원을 요구한다. 동원은 공통의 정체성에서 생겨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선택권은, 사람들이 공통의 정체성에 입각한 동원에 호응할지 호응하지 않을지 여부에 이쓴 것이 아니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정체성들 중에서 자기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하는 정체성(들)이 어느 것인지에 놓여 있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세계시민주의적인 연대에 좀더 개방적이고 우호적이다. 문명적으로 개화된 세계시민주의를 위해 가끔 벌일 수밖에 없는 전쟁은, 바로 이런 정체성들 사이에서 일언아는 것이지 모든 애국주의적 정체성들을 파기하려는 불가능한(가능하다해도, 자멸적일 수밖에 없는) 시도에서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찰스 테일러)-169쪽

세계 시민권에 대한 너스봄의 견해보다는 그녀의 동심원 이미지가 훨씬 더 유용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근본적인' 충성들 가장 바깥의 원에 두거나 두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의 충성은 나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중심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자의 가치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타자를 관통해서 가장 바깥쪽 원에 도달하는 방식을 이용해 매개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으 안쪽의 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호의적이며 마음을 끄는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설명을 요구한다. 그런 후에 안쪽의 원을 바깥으로 펼치는 것 못지않게 바깥쪽의 원을 안으로 그려넣으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마이클 왈쩌)-176쪽

진정 세계 시민으로 처신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러므로 세계 국가의 부재는 세계 시민적인 행위의 장애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시민주의는 우리에게 어떤 경우에도 세계의 모든 지역들에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세계시민주의 전통에 속하는 주요 사상가 어느 누구도, 자신과 자기 가족이 속해 있는 지역 및 국가에서의 관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부정한 적이 없다. 분명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 국가는 우리의 모든 일상적 행위의 기본 조건을 구성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시민주의자는 특정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시민주의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특성 지역이 그 자체로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분별 있게 선을 행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사 너스봄)-187-188쪽

우리는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애피아가 말하듯이, 세계시민주의적인 이상에는 인간의 문화, 언어, 생활방식의 다양성에 따른 실제적인 즐거움이 내포되어 있다. 이 다원주의는 소위 '좋은 것보다는 올바른 것의 우위'를 주장하도록 세계시민주의적인 자유주의자들을 자극한다. (마사 너스봄)-189쪽

세계시민의식은 그런 경우, 우리 각자의 상상에 엄격한 요구를 부과한다. 확실히 상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가 지적하듯이, 타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약하고 지속되기 어려운 관념이다. 만일 세계 시민권을 변덕스러운 일상적 반성에 맡겨놓는다면, 우린는 최상의 이념을 제도화하려고 할 때보다 더 제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상상력은 개인들의 동등한 가치를 가능한 한 최대로 제도화할 수 있는 법률을, 특히 입헌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일레인 스캐리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법률은 상상력에서 동력을 얻어야 하며, 사람들이 우둔할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법률 조항에서는 물론이고,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서도 세계 시민권을 계발해야 한다. 나는 스캐리와 몇몇 사람이 제시한 이유에서, 상상에 의거한 문학 작품들이 그런 계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스캐리의 견해에 동의한다. (마사 너스봄)-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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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05-05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흥미롭군요..

마늘빵 2008-05-05 09:50   좋아요 0 | URL
나온지 꽤 된 책이고, 그냥그냥 묻혀버린 책인데, 주제가 끌리시죠. ^^ <보스턴 리뷰>라는 잡지를 통해 이루어진 미국 철학자, 작가, 사회학자들 간의 논쟁을 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