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논술에 딴지걸다
문우일 지음, 한국논술평가원 감수 / 명진출판사 / 2007년 9월
품절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경험을 통해 반성하며 사는 삶이에요. 그런 삶이 기초가 됐을 때 비로소 훌륭한 한 편의 글이 탄생하는 거죠.

만약 이것이 논술의 전부라면 구태여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고리타분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요?

(중략)

구체적으로 이런 의문에 대해 철학자들의 고민을 추적해보면 철학이 우리의 삶속에서 왜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답니다. 철학자들의 고민이 현실에 대한 문제를 풀어낸 결과물로써, 그들의 철학이 적어도 유사한 상황 속에서 우리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13-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 / 이제이북스 / 2003년 11월
절판


언어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언어는 하나의 활동, 혹은 인간들 사이의 의사소통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어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고 전달해 줄 수 있는 사회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인간 사회는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생계를 꾸릴 수단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사회가 번성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언어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언어가 그 사용자를 잃게 되면, 그 언어는 죽어간다.-18쪽

인간의 발명품인 언어는,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에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문화, 기술, 예술, 음악,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가능케 한 것이 언어였다. 모든 인간들이 축적해 놓은 풍요로운 지혜의 원천이 바로 언어이다. 기술은 다른 기술로 대체될 수 있지만, 언어들은 그렇지 않다. 각 언어마다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창이 있다. 모든 언어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언어가 스스로 일구어 낸 모든 문화의 기념비와도 같다. 다양성의 상실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의 일부라도 잃게 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에게 손실을 안겨 주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를 가질 권리, 그 언어를 문화 자원으로 보존하고, 자손들에게 물려줄 권리를 갖고 있다.-34-35쪽

과거에는 이러한 멸종이 대개 인간의 개입과 관계없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개입을 통해, 특히 인간이 환경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유례 없는 규모의 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언어들의 멸종은 전 세계적인 생태계 붕괴 현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소위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 이면에는, 인간이 지구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 -39쪽

언어의 전환은 지구촌 현상을 불러온 훨씬 대규모의 사회적 변화 과정의 징후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세계 도처의 사람들, 심지어 아마존의 가장 외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몇몇 세계 언어들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소규모 언어들이 사멸하고 있다. 오늘날의 지구촌에서는 세계 인구 중 약 90퍼센트가 백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언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인간 사회가 이렇게 급진적으로 재편됨에 따라 영어와 몇몇 세계 언어들이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재편이 '적자생존'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ㅇ느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조건 아래서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이 이루어진 이상적인 시장경제 체제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지배적인 언어의 등장은 사회적 변화가 불균등하게 일어남에 따라,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간에 현저한 자원의 불균형이 생긴 데서 나온 결과이다. -41쪽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소주 민족들이 이런 식으로 광범위하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체적으로 무시되고 있는데, 이는 동화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큰 그림을 놓고 보면, 강요된 동화와 자발적인 동화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47쪽

언어를 보존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지닌 다양한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이기적인 목표라는 점은 인정한다. 사회언어학자인 조슈아 피시먼은 언어 유지를 반대하는 입장 또한 가치 기준에 관한 하나의 의견인 만큼, 언어 유지를 지지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가치 기준에 관한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혹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언어 유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소규모의 문화와 언어들이 단순히 사멸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언어나 전통 문화가 없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히 강요에 의한 획일화가 좋다거나, 한 민족이 언어를 상실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0쪽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큰 과정의 주요한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언어는 인간이 자연환경과 그 환경에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고, 유지하고, 전승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언어의 위기에 관한 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보존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지킬 수 있느냐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56쪽

특정 언어들이 확산되어 나가는 반면 다른 언어들이 위축되는 이유는 언어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둘 필요가 있다. 언어를 확산시키는 것은 사람들이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 이런 확산들은 지역적 생태 환경의 영향으로 유발되었다. 즉 사람들은 자원이 빈약한 터전에서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해 가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원하는 지역을 다른 집단이 이미 점거하고 있는 경우에는 잠재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었다. 더 나중에 일어난 확산은 에트루리아어를 비롯한 다른 여러 언어들의 사멸을 불러왔다. 로마 제국이 정복하기 이전까지 유럽에는 아마도 현재까지 살아남은 서유럽의 바스크어와 같은 비인도유럽 어족의 언어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새로운 언어가 어떤 지역으로 확산되면, 일부 구조적인 특성들이 다른 특성들을 제치고 퍼져 나가게 된다. 이렇게 언어의 확산은 한 지역의 언어적 다양성을 고갈시키게 된다.-73쪽

일반적으로 외래어가 한 언어의 어휘로 채택되는 정도는 문화적 접촉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 이른 죽어가는 언어는 새 언어로부터 많은 단어를 도입했을 수 있다. 일부는 새로운 것들을 가리키면서, 또는 원래의 단어들을 대체하면서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악순환을 낳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고 여기는 언어를 말하는 데 반감을 가지기 때문이다.-100쪽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언어가 죽어가고 있는 사회에서는 글을 배우거나 문어체에 어울릴 만한, 보다 형식을 갖춘 표현법을 습득할 기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충분히 가르치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언어라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에는 그 언어의 보다 단순한 측면들을 먼저 익힌 후에 더 복잡한 것으로 옮겨 간다. 구조가 복잡할수록 언어를 배우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영어를 하는 아이들이라도 학교에 갈 나이가 되기 전에는 세세한 관계절 구문을 완전히 숙지하지는 못한다. 그 한 가지 이유는 관계절들, 특히 "내가 앉은 의자는 빨간 칠을 했다" 같은 유형의 표현들은 구어보다는 문어에서 훨씬 더 자주 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작문을 배우기 전에는 그런 문형을 접하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언어들의 경우, 아이들의 언어 습득이 바로 이런 종류의 복잡한 문법들을 익히는 나이에 중단되면서 학교에서 다른 언어로 전환하도록 강요받기 쉽다-101-102쪽

한 언어의 어휘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역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한 문화가 이야기하고 분류하는 사물들의 목록이다. 따라서 태평양의 오세아니아 언어들에는 물고기의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이 반영되어 있다. 어떤 개념에 대해 문법적인 차이를 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차이, 또는 단수와 복수의 차이), 언어들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개념들에 개별적인 이름을 부여한다. 따라서 세계의 많은 언어들은 머릿속의 개념의 범주를 형성하는 구조에 관해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주며, 인간 정신의 무궁한 창의성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109-110쪽

한 언어의 일부분을 다른 어어와 비교해서, 특별한 문법 구조로 인해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여러 가지 사물이나 상황을 더 쉽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음으르 보여 주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피진어를 제외하고) 원시적인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통해 우리 자신의 언어를 바라볼 때,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언어만이 논리적이라고 간주할 만한 필연성이 없단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을 비추는 창으로서 특별히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언어는 없다.

또한 언어 구조의 문제 때문에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언어도 없다. 모리스 스와데시는 선천적으로 취약하게 타고난 언어, 즉 천성적으로 환경 변화를 이겨 낼 능력이 없는 언어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언어들 역시 한때는 기술적으로 더 단순한 사회에서 쓰이던 것들이었다. 아직도 텔레비전을 가릴키는 단어가 없는 언어들이 많다. 하지만 영어에도 텔레비젼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그 단어가 없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든 새로운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를 만들어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12-113쪽

토착 언어와 문화를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고 무시하면서 그것을 서구의 언어와 문화로 대치하는 것이 현대화의 진보와 선행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는 미래를 이상적인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견해는 많은 이유에서 잘못된 것이다. (중략) 현대인의 사고방식에서 고쳐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가장 유형이 다른 언어들을 연구하는 데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이 언어들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126-127쪽

언어는 허공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생태학이라는 용어는 몇 가지 의미에서 언어와 연관짓기에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생태학을 뜻하는 영어의 ecology라는 단어의 어원은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 이다. 언어는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전해 주어 항시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어야 번성할 수 있다. 사회는 살 만한 환경과 지속 가능한 경제 체제가 있어야만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언어가 생겨나고 사멸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언어 자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삶의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생태학적 사회관이다. 인간은 지형과 천연 자원에 의해, 자신의 지식과 기회에 의해, 그리고 타인의 행동에 의해서 그 경계가 그어지는 복합적인 장에서 움직이는 행위자들이다. 희귀생물이 생태계에 얽혀 있듯이 언어 역시 사회적, 지리적 기반에 얽혀 있다.-139쪽

우리는 인간의 행위를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고, 사람들이 언제나 자기가 접하는 언어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를 택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러는 편이 많은 사람들과 정보와 용역을 교류하는 데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수의 언어를 계속 고수한다면, 그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다른 언어를 습득하는 비용이 어떤 이유에서든 너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진 그 언어의 문화적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오류이다.-150쪽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하려고 하는 노력은 대부분 긴밀하게 얽힌 지역 사회에서 좋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선물하기나 수다 떨기, 종교적이거나 세속적 모임 등과 같은 인간의 여러 행위들은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행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종종 이런 활동들을 원시적인 심리 상태에서 기인한 기묘하고 비합리적인 잔재 정도로 치부한다. 예를 들어 발전 이론가들은 원시 부족들이 힘들게 얻은 생산물을 불필요한 큰 잔치에 쏟아 붓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 같은 활동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리의 경제적 시각이 비현실적으로 편협하기 때문이다.-150-151쪽

언어를 직접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 토착민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정책들이 소수 언어를 사멸시킨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실은 언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보다 전반적인 생태적, 경제적 기반의 결과물이라는 우리의 견해가 옳다는 확신을 준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단속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어를 겨냥한 정치적 행위들은 실패로 끝나기가 쉽다. 반면 경제적, 사회적 영역의 주요 물자들은 손에 넣고 통제할 수가 있다. 그런데 언어는 사회적, 경제적 기반 없이 번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언어를 소생시키고자 하는 운동에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157쪽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규모가 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면 사람들 스스로 그것을 깨달을 것이다. 따라서 강제로 사람들을 '현대화'시키려는 시도들은 잘되어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고, 잘못되면 다른 문제들을 덮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세계 경제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나 다른 세계어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모국어를 잃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쉽사리 양자택일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그들에게 스스로 개발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흔히 양쪽에 모두 유리한 방안을 찾아낼 것이다. 즉 지역 사회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광역의 경제 및 정치 체제에 적절히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렇게 되면 철저한 다중 언어 사회가 이루어져서 그 사회에서 쓰이는 모든 언어가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받고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248쪽

많은 사람들은 변방 국가들의 언어 보존과 경제 개발의 필요성은 상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둘은 동일한 문제에 대해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의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상적인 과거에 대한 감상적 찬미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지역 상황에 적합하게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되돌려 주려는 노력의 일부이다. 따라서 언어의 사멸은,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관련된 여러 가지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게 해 주는 "유익한" 문제이다.-256쪽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개발에 따른 이런 편향성들 - 도회지 엘리트 위주이며 자원 고갈과 동질화를 지향하는 성향 - 은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 작용하는 우호적인 자유 시장 체제의 산물이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식민 시대와 식민지 이후 시대에 소집단 엘리트들이 자원과 기회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이런 엘리트들은 정치 제도와 법 제도를 이용해서, 그리고 종종 실력 행사까지 해가며 국가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주변 지역 사람들의 자원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국가 발전은 시골 사람들의 자원으로 자금을 마련하면서도, 그들을 위해서는 별 혜택을 주지 않는다. 도회지의 엘리트들은 시골의 빈곤을 완화시켜 주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소득을 유용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토지는 장기적으로 다수에게 최선의 소득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소수에게 가장 높은 수입을 주는 쪽으로 전용된다. -268쪽

언어적 다양성을 유지한다고 해서 언어의 종류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 경제가 제공하는 신나고 유익한 혜택을 누리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나 다른 세계어를 습득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필요성이 다양성의 유지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언어들은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하며 공존해 왔다. 더욱이 이중 또는 다중 언어 상황은 강력한 지역적인 정체성과 아울러 세계적인 의사교류 체제의 이점을 거의 추가 비용없이 제공해준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의 자생적인 언어 습득 능력은 거의 무한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언론에서 종종 다중 언어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무슨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 계급이 통제하지 못하는 지식이나 조직을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289-290쪽

어떤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정체성에서 나오는 행동 또는 특정의 사회에 소속되려는 행동이다.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체성은 언어나 이름의 선택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자유를 뜻하기도 한다.-290쪽

언어는 복장, 행동 양식, 종교나 직업 등 여러 특성들과 더불어 집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한 언어를 포기하거나 잃게 되면 다른 언어가 곧 대체하겠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차이가 생긴다. 언어는 궁극적인 상징체계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표시하는 데 아주 적합한 도구이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공유하는 의미나 경험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하려는 문화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언어든 큰 부분은 그 문화 특유의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어가 사라질 때 자신들의 전통 문화와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린다고 느낀다. 한 아메리카 원주민 대릴 베이브 윌슨은 아주머니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백인들의 말을 알아야 한다. 그러너ㅏ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우리말을 알아야만 한다."-321-322쪽

"세계의 문화를 단일하게 통합하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인간의 창의성과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고갈시키는 것은 없을 것이다. 문화적 획일성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높다. 일원적인 체제는 특권적 소수 세력의 지배권을 더 강화할 뿐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건강함과 성취를 함께 이룰 수 있는 이 세계의 잠재적인 원천의 하나이다." (론 크로콤)-332쪽

"우리가 본질적으로 언어를 통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 적응한다든지, 언어가 단지 의사소통하고 사고하는것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부수적 수단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사실상 "현실"세계란, 상당 부분이 집단의 언어 습관 위에 무의식적으로 쌓아 올려지는 것이다. 어떤 두 언어도 동일한 사회적 현실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비슷하지 않다. 서로 다른 사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다른 세상들이다. 같은 세상에 이름만 다르게 붙인 것이 아니다." (에드워드 사피어) -3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 內 이 책의 카테고리는 '경제경영>마케팅/세일즈' 이지만, 개인적으로 '에세이'에 넣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 흔히 경제경영 실용서로 분류되는 책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영업'을 하고자 하는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이나 아직 업무에 익숙치 않은 사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분명한 실용서이긴 하지만, 대개의 실용서가 담아내는 컨텐츠와는 거리가 한참 멀고, 그녀의 글쓰기가 자신의 일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에세이'라 할 수 있다. 

  해외영업만 10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언론고시 준비도 했다던 그녀는 보기좋게 낙방하고, 얼결에(?) 찔러넣었던 이력서가 최종합격을 통보해오는 바람에, 오늘에 이르게 된다. 어릴 적 꿈꾸던 미녀 스파이는 되지 못했지만 노트북을 들고 세계를 누비며 바이어들과 거래를 하는 베테랑 미녀 영업사원으로 그 꿈을 대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는 측면에서 스파이와 다를 바 없고, 감성 영업을 통해 그들로부터 사인을 받아낸다는 측면에서 스파이와 다를 바 없다(?). 

  철저히 자기 일을 즐기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이상적인 회사원'의 전형.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 담당 여성과장 1호.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하고 쓴 감상문과 자신의 일상을 토대로 쓴 일기글이 홈페이지에 가득하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회사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작업들은 그녀가 오늘에 이르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대개의 회사원들은 매일 자기계발서 읽고 토익 공부하며 자신의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보기에 안쓰럽다. 하지만 성수선씨에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강박관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는 오히려 평균적인 회사원의 행태를 역행하는 삶을 산다. 회사일과 동떨어진 책읽기와 글쓰기는 '감성 영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 책에는 그녀의 감성 영업 비결이 가득하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건 전략적으로 접근해서는 먹히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전략과 계획보다는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감성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계획을 짜고 준비한들 상대에게 전달될리 없다.

  매우 재밌게 읽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 책을 읽다가 내릴 정거장을 지나버렸고, 토요일자 한겨레 신문을 사려던 생각을 집에 들어온 다음에야 떠올린 바람에 결국 토요일자 한겨레 신문을 사지 못했다. 평소 그녀가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포스팅하던 일상의 재밌는 글들이 종이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다던 그녀 답게 문장은 매우 가독성이 높고 맛깔나다. 순식간에 책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해외 영업을 할 일이 전혀 없는, 심지어는 해외에 나갈 일이 있을까 싶은, 직업이 영업사원도 아닌 나에게, 이 책에 담긴 노하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미난 에세이로서 내겐 충분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08-03-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그 책이군요 :)

다락방 2008-03-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렇군요! 잘 읽었어요. :)

개인주의 2008-03-11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에세이에 분류해주고 싶었어요^^
 
인정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입사한지 보름을 맞이한 파릇파릇한 신입사원이다. 이 책은 갓 회사에 들어간 신입사원이 읽을 적절한 책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읽어보니 나쁘진 않다. 신입사원이 팀장을 바라보는 입장을 취하면 팀장이 읽을 때와는 별도로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있을 것. 내가 자발적으로 이런 실용서를 읽을리는 없다. 회사에서 필독서라고 전 직원을 상대로 돌려가며 보라 했기에, 팀장님 다음으로 나에게 이 책이 건너온 것일 뿐. 일단 회사에서 읽으라 하니 읽긴 했는데 그다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심지어 불쾌한 부분도 간혹 있었다. 

  저자가 불필요한 비유나 예시를 들어 자신의 정치성을 쓸데없이 드러낸달까. 내가 보기엔 그 예시들이 비판의 예로 사용되기엔 부적절한 것들이었다. 한 교원단체의 어떤 사람의 예를 들면서 - 아마도 전교조 소속이 아닐까 한다 - "고객관점이 실종돼 있다"느니, "공급자인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코미디 같은 대사"이니 하는 코미디 같은 대사를 날려주시기도 한다. 교육과 기업은 엄연히 다르다. 교육을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이런 '코미디' 같은 멘트를 할 수밖에 없다. 기업 내의 팀장과 사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기업에 한정해서 말하면 그만인데, 쓸데 없이 교육을 기업과 동일시하며 비판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이 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략 이 책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느꼈을 만한 뻔하디 뻔한 말을 하지만, 읽어서 나쁠 건 없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한 번 빠르게 읽고 나면 대략 무슨 말인지 알기 때문에 굳이 사서 볼 필요는 없고, 서점이나 동네 도서관에서 뽑아서 쭉 훑어보고 내려놓으면 된다. 아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해 다룬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팀장들이 중간관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줘야 회사가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대략 크게보아 유의미한 말들이고, 팀장이 아닌 일개 사원이 읽는다해도 취할 부분은 있는 책이다. 

  신입사원으로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글귀는 이 부분. "팀장이 노동력을 쥐어짜려 하면 팀원들은 일당받고 주어진 시간만 일하는 노동자가 된다. 그러나 팀장이 자존심을 쥐어짜면 팀원들은 연봉받는 전문가의 집단이 된다. 팀장 자신이 이끌어갈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p89) 노동력을 쥐어짜기보다는 자기존중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것이 관리자에겐 꼭 필요하다. 건전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소가 아닌 생계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회사는 한 개인에게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정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5년 11월
절판


기업에서 민주적 팀은 존재할 수 없다. 단지 합리적 팀만 존재할 수 있다. '합리'란 이치에 맞다는 뜻이다. 이치란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살아있다는 의미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의 구분이다. -30-31쪽

"상황이 발생했을 때 리더는 최선을 다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판단력은 완전하지 않다. 때로는 잘못된 결정도 내린다. 최악의 리더는 막연히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다. 잘못된 결정보다 지연된 결정이 더 문제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리더십 교육 中)-44쪽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피터 드러거)-52쪽

일정한 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단순한 목표를 설정해서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다음 단계에서는 목표를 바꾸는 식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방향이 분명해지고 팀장 자신의 사고도 정리된다. 이것저것 늘어놓으면 심리적 위안은 받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추진력은 가지기 어렵다.

만약 여러가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 최소한 우선순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을 분명히 해야 혼선이 빚어지지 않고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75쪽

돈은 나누면 각자의 몫은 줄어들지만, 지식과 경험은 나눌수록 각자의 몫이 늘어난다. 돈은 나누어도 총액은 그대로지만, 지식과 경험은 나눌수록 총량도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팀장이 돈을 줄 수는 없지만, 경험과 지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면 팀원들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돈이 들지도 않는다. 팀장의 리더십과 팀의 분위기만 조성되면 가능하다. 팀장이 팀원들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키워나가는 선순환구조만 만들 수 있다면 팀의 실적과 팀원들의 사기는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82쪽

팀장이 노동력을 쥐어짜려 하면 팀원들은 일당받고 주어진 시간만 일하는 노동자가 된다. 그러나 팀장이 자존심을 쥐어짜면 팀원들은 연봉받는 전문가의 집단이 된다. 팀장 자신이 이끌어갈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89쪽

어떤 기업이든 성공만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의 세계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에서의 성공, 실패는 도박에서의 성공, 실패와는 다르다. 기업경영에서는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다. 반면 도박에서는 그때 그때의 운에 맡긴다. 따라서 도박의 실패는 단순한 확률이지만, 기업경영의 실패는 활용 여하에 따라 소중한 자산이 된다. -107쪽

"당신이 가진 힘이란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의 크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의 크기, 그것이 힘이다. 힘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가운데 존재한다."(전직 마피아 중간보스 V) -154쪽

"감정은행계좌란 인간관계에서 구축하는 신뢰의 정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공손하고, 친절하며,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면 우리는 감정을 저축하는 셈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우리에 대해 갖는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그러한 신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다른 사람에게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말을 막고, 무시하고, 독단적이라면 감정계좌는 잔고가 바닥나거나 차월된다. 즉 신뢰수준이 매우 낮아진다. (중략)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들과 이룩하는 감정계좌는 좀더 규칙적인 예입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 하는 상호작용이나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오해하는 데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인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中)-216-2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