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인 스파르타인 살림지식총서 173
윤진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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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플로타르코스에 따르면 스파르타 여성들은 남자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운동을 함께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뤼쿠르고스가 젊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운동하고, 행진하도록 쿠르고스가 젊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운동하고, 행진하도록 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지나친 소심함이나 밖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여성답다고 여겨지는 모든 태도를 버리도록 하기 위함"이라 말했다. 이 놀라운 관습을 변명하기 위해 그는 곧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젊은 처녀들이 벌거 벗었어나 부끄러움이란 없었고, 정숙했으며 음탕함은 배제되었다. 이는 젊은 여성들에게 소박함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르치고, 고상한 정신을 지니도록 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여성들도 고귀한 행동과 영광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처녀들이 운동과 행진에서 벌거벗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38-39쪽

이를 위해 훈련은 매우 이른 나이, 7세부터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6년간은 파이디온이라는 등급에 속해 있으며, 기초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13세기 되었을 때,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부터 6년간은 아마도 헤본으로 불렸던 것으로 보인다. 머리는 짧게 잘라야 했고, 신발도 신지 못했으며, 단 한 겹의 옷만으로 사철을 견뎌내야만 했다. 잠자리는 에우로타스 강변에서 손으로 직접 뜯은 골풀로 마련해야 했고, 그리 많지 않은 식사량을 보충하기 위해 때로는 먹을 것을 훔쳐야만 했다. 그러다가 붙잡히면 심하게 얻어맞는 것은 예사였다. 훔치는 것이 나쁘다는 도덕적인 면에서의 처벌이 아니라, 단지 붙잡혔다는 이유에서였다. 19세가 되면 에이렌 등급이 되었다. 이때부터는 전투에 나가는 것이 가능했고, 소년들로 이루어진 소대의 감독자, 즉 소대장이 되었다. 24세가 되어서야 정식 전사가 되며, 30세가 넘으면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되면 병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 (스파르타)-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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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역습
모집 라티프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05년 4월
품절


강우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골고루 증가하지는 않는다. 원래 비가 많이 오던 지역에서는 더욱 많은 강우가 집중되고, 비가 적게 오던 지역에서는 강우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유럽에서 확인되고 있다. 북유럽의 연간 강우량은 늘어난 반면 지중해 연안에서는 줄어들고, 남유럽에서는 식수 확보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기후에는 부당한 측면이 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을 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시키니 말이다. 메마른 사하라사막은 더욱 커지는 반면, 퍼붓는 빗물에 잠길 지경에까지 이르는 지역이 생길 것이다. 인도에는 태풍이 더 심해질 위험이 예상된다. -36쪽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일부 해수면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평균 4년(2-7년의 준주기)마다 발생한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라는 뜻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발생하며 해수면온도가 상승하면서 물고기 떼가 사라져 어획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페루 연안의 어부에게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계절을 알리는 신호로 각인되었다. 그런데 원래는 수개월 정도 지속되던 해수의 온난화가 1년이나 지속되는 등 수년 간격으로 심해지자 물고기들이 평년과는 달리 연초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특별히 오래 지속되는 온난화만 '엘니뇨'라고 부르고 엘니뇨현상은 수년을 간격으로 그러나 비정기적으로 반복된다. 호우 등의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기상상태를 몰고 오는 엘니뇨 현상을, 페루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아기예수'가 아니라 '악마의 자식'이라고 부른다. 엘니뇨는 비가 잘 오지 않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비를 내린다. 크게 히트한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오지 않아요"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엘니뇨의 영향으로 겨울마다 정기적으로 큰 비가 내리고 이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져서, 기와장이들은 호우가 닥치기 전에 지붕을 수리하라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한다. 미국보험협회에서 만든 엘니뇨 보험 상품도 있다. -70쪽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세계기록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데,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4을 차지한다. 독일은 전체 배출량에 있어서 선도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인구 1인당 배출량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1명이 배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의 양은 20톤 정도이고 이에 비해 독일인은 10톤 정도라고 한다. 한국은 2002년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고,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이미 앞지른 상황이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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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3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니뇨....'아기예수'에서 '악마의 자식'이라니....
그 지역 사람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리도 극단적인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
인간이란 참...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뭐, 이것도 자연의 섭리이겠지만.

마늘빵 2007-04-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한게지요. 물고기들이 돌아오지 않고 밥벌이가 힘겨워지니 원망스러웠을겁니다. 극과 극으로 변신을 했네요. 자연이 이렇게 무서워요.

암리타 2007-04-3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다른 재앙이 기후의 변화때문에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ㅜㅜ

마늘빵 2007-04-3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신문에서 많이 떠들더라고요. 그만큼 또 위험하다는 뜻이겠죠. 요즘 이 문제에 관심 많습니다.
 
한국 철학 스케치 2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절판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실학사상이다. 사람은 발을 땅에 딛고 걸어 다니는 동물이다. 동물에게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을 때 예의도 차릴 수 있고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는다'고 했다. 도둑질하지 말라고 가르치려면 우선 굶주리지 않도록 국가가 경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성리학은 이를 등한시했다. 실학은 당시 성리학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논쟁만 일삼고 백성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 좋은 해결 방법을 내놓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일어난 새로운 사상이다. -13쪽

"부자의 땅은 끝없어 경계가 서로 잇닿을 지경이고, 가난한 사람은 송곳 하나 꽂을 만한 땅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되어 마침내 부자는 천하의 토지를 모두 갖게 되고 백성들은 굶주린 식구를 이끌고 떠돌아다니다가 부잣집 머슴살이로 들어간다." (유형원)-19쪽

이익은 원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양반들은 놀고먹으며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것을 고치고 능력 있는 양반이 나서서 나랏일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파에 따라 일을 맡기지 말고 능력에 따라 일을 맡겨야만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벼슬도 하지 않으면서 놀고 먹는 양반이었다. 그는 "벼슬이나 돈은 몸에 지니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임금으로부터 농민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없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하면서 일을 하지 않는 양반은 노비보다 못하다고 못 박았다. 양반이라고 거드름을 피우며 특권 의시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생산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은 양반의 신분적 특권 의식을 거부하고 조선 후기 사회가 안고 있던 사회 구조적인 핵심 문제를 건드렸다. -27쪽

정약용은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기호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마음에 관계된 것으로 착한 것을 즐거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며, 착한 일을 하기를 좋아하고 나쁜 일을 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이것을 인간만이 가지는 도심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몸에 관계된 것이다. 우리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빛깔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 하며,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을 인심이라고 하며 인심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다.
즉, 정약용의 생각을 정리하면 인간은 도심과 인심을 모두 가지고 있고 도덕적인 마음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감정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옳은 것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도 인간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36쪽

정약용은 "인간은 도심과 인심을 다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착한 일인지 구별할 수 있다." 라?ㅏ면서 인간이 선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곧 아무리 악한 짓을 일삼는 사람일지라도 선한 행위를 일깨워 줄 때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누구라도 도둑질을 자랑스레 드러내 놓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누구나 선을 즐거워하고 악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정약용은 "선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공이고 악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죄다"라는 말과 함께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은 얼마든지 인정하지만, 도둑질 같은 악한 행동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37-38쪽

사람이 사물에게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은 사물을 가리켜 구별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이름 때문에 사물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이 젖고 불이 타는 것은 물의 성질, 불의 성질에 있는 것이지 물과 불이라는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이름을 붙일 때 불을 물이라고 이름 지었다면 우리는 타는 것을 물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물을 경험할 때 이름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사물의 이름만으로는 그 사물의 본래 모습이나 성질을 분명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한기는 이름이나 글자만 가지고 하는 공부는 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요,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공부를 오래 하면 할수록 잘못된 앎이 쌓인다고 경고했다. 옛날 학문은 실제 사물에 대해 연구할 때 직접 실험하고 관찰하는 것보단느 글을 가지고 따졌기 때문에 잘못된 공부 방법이라고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하늘에 대해 연구하려면 망원경을 갖다 놓고 매일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한기)-67-68쪽

사상은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 시대의 사회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으 ㄹ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상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아서 생명력을 잃은 나무는 큰 의미가 없다.
실학사상은 성리학이 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논쟁만 일삼는 데 반대했다. 그리고 시급한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해결책의 밑바탕이 되는 새로운 사상을 전개했다. 실학사상은 조선 후기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했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사회에서 성리학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물성 동이 논쟁과 예학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조선 후기 사회가 부딪친 여러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미흡했기 때문에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철학은 바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깨어 있는 시대정신인 것이다. -72-73쪽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분명 유교적인 하늘님의 의미와 차이가 난다. 유교에서의 하늘님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오히려 도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용>이란 책머리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이 명령한 것이 본성이라는 뜻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명령한 본성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도덕성이다. 그러니까 하늘은 인간이 마땅히 도덕적 삶을 살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말하는 개념이다. 인간이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하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학에서 하늘과 인간의 관계는 기독교처럼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다. 또한 유교에서는 천주교나 기독교처럼 사람이 죽고 나면 새로운 세계로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유교는 철저히 현실 세계 중심의 사상이다. -152쪽

"진실로 한 나라의 부강을 이루어 모든 나라들을 대항하려면 임금의 권리를 다소 약화시키고, 인민이 마땅한 자유를 얻어 각기 나라에 이바지해서 점차 문명화해야 한다." (박영효)-191쪽

동도란 유학의 인의예지신과 효제충신 등 우수한 정신문명을 가리키며, 서기란 서양의 앞선 물질문명과 과학 기술을 말한다. 즉 동도서기론이란 우리의 장점은 지키되 서양의 앞선 물질문명을 수용하자는 논리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서기를 수용해서 새로운 세계의 흐름에 대처하고 경제 부강을 이룩하고자 했다.
결국 개화의 대상은 정신이 아니고 기술과 과학이므로 서양에서 배울 것은 바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몸짓은 마음이 드러난 것이듯 서양의 과학 기술은 중세와 다른 근대적 사고와 발맞추어 발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과연 유학의 윤리 의식을 지키면서 서양의 물질문명만을 수용하는 식의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할까?
과거 우리 조상들은 식사를 할 때 음식을 차려 먹는 밥상을 사용했는데 집안의 어른이나 가장은 별도의 밥상을 받았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장 어른이신 할아버지가 잡수시는 밥상이 필요하고, 다음에 아버지가 잡수시는 밥상이 필요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큰 밥상에 여러 밥그릇을 올려놓고 먹었다. 경우에 따라 여자들은 밥상에서 못 먹고 부엌에서 나중에 따로 먹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탁을 살펴보자. 할아버지 식탁, 아버지 식탁 등으로 따로 나누어져 있는가? 보통은 가족 모두 같이 식사를 하게 마련이다. 이 식탁이란 물건은 서양에서 온 것이다. 여기에는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이 누구나 같은 자리에서 평등하게 먹는다는 정신이 깔려있다. 물건 따로, 정신 따로는 없다. 곧 물건에 정신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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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의 경영이념으로서의 유학의 생명은 "대한제국'의 처참한 몰락과
그 운명을 같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맹과 주희의 극단적으로 충실한 제자였던
'조선'의 성리학이 현실을 해석하고 민중의 삶을 평안하게 하려는
'유학 본연의 권능'을 잃었을 때 유학의 운명은 이미 그 역할을 다한 셈이지요.
'실학'은 그러한 대세를 거슬러 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지만 역부족이었지요.

그렇다면 현대의 유학은? 저와같은 유학의 사도는?
현대의 유학은 철학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윤리학'입니다.
철학으로서의 유학은 아주 또는 꽤나 '매력적'이랍니다. 아프락사스님.
하하


마늘빵 2007-04-2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철학'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뭐 다른 철학분야도 마찬가지만 한국철학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래서 머리 속에 한국철학을 그리기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이 책을 접했습니다. 매우 쉽게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학이 본연의 권능을 잃었을 때 운명을 다 한게지요. 오늘날 한국의 철학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식인 이라 칭할 이들은 꽤 있지만, 한국의 철학자라 칭할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 서양의 철학을 세례받은 이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독창적인 한국의 철학이라 할 만한 꺼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시야가 좁은 탓에 못 보는 것일 수도 있구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보일지도 모르지요.
 
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품절


지눌은 자신이 곧 부처임을 깨닫기만 한다면 여러 이론을 놓고 다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의 논쟁을 화해시키려고 한 원효의 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처음부터 논쟁 자체가 필요 없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 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다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는다면 처음부터 차별이 없기 때문에 논쟁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까닭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욕심을 일으키는 그 마음 자체도 본래 부처의 마음이라고 보았다. 욕심을 일으키는 것도 마음이고 깨닫는 것도 마음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한 마음에 두 개의 문이 있다고 한다. -84-85쪽

지눌은 돈오와 점수 두 가지 가운데 자신이 부처임을 깨닫는 돈오가 먼저라고 한다. 그래서 선오 후수, 즉 돈오가 먼저고 점수가 나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때 주의할 것은 첫째, 자기 마음이 부처의 마음인줄 모르고 깨닫는 일은 뛰어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 나같이 능력 없는 사람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내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우쭐해져서 더 이상 수양하려고 하지 않는, 스스로를 높이는 태도다. -86쪽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일까? 그것은 어떤 사물을 대하든지 나라는 존재의 입장을 버리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생겼다고 하자. 그 일은 민족을 또는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다보면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때 내게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진다면 전혀 일이 진행될 수 없을 것이다.
지눌은 분별을 버리면 나와 남의 구별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남을 위하는 일이 바로 자기를 위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의식을 갖고 사물을 보았을 때 비로소 참답게 필요한 일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역사상 거란과 싸운 승병이나 임진왜란에 참여한 승병들은 모두 이와 같은 불교의 정신을 실천으로 나타낸 예다. -90쪽

정몽주는 불교를 엄격히 배척했다. 불교식의 장례를 금하고 유교 장례 의식을 보급한 사람도 정몽주였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승려를 불러다 재를 올리며 종이돈을 태운다. 하지만 유교에서는 매장을 하고, 주자가 정해 놓은 절차대로 죽은 자와 이별하는 예식을 행한 다음 때맞추어 제사를 지낸다.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제사 관습은 바로 정몽주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 정몽주는 불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세속을 떠나 도를 닦아야 하는데, 그런 일은 평범한 사람들이 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처럼 어렵게 도를 닦기보다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불교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전형적인 성리학자의 태도였다. -117쪽

민본사상과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상은 다르다. 민본의 이념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므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백성을 위한다'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이념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백성이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했다. 민본사상은 이 중에서 '국민을 위한' 이라는 면을 생각하지만 '국민의'나 '국민에 의한' 이라는 면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민본사상에서는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122쪽

조광조의 사상은 다음 말 속에 집약되어 있다. "도학을 높이고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하며, 성현을 본받고 지치를 일으킨다." 여기서 도학은 '도'를 배우는 학문을 뜻한다. 도는 본래 '길'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길을 따라 가지 않으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길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거리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 속에도 길이 있다. 거리의 길이 장소를 옮겨가기 위한 것이라면 마음 속의 길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이다. 길을 잘못 들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듯이 마음 속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되지 못하고 짐승과 다름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139-140쪽

철학은 본래 체계를 갖춘 사유다. 따라서 생각하는 목적이나 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면 생각하는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논쟁이 생긴다. 철학 논쟁은 자신의 의견이 옳고 상대방의 의견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논쟁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논쟁은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자기 생각을 체계적이고 날카롭게 다듬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논쟁이 풍부했던 철학은 그만큼 발전하게 된다. 또한 논쟁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다운 논쟁은 언제나 논쟁 전과 후의 모습을 달라지게 만든다. 논쟁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나은 이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62-163쪽

이언적은 진리가 모든 만물보다 앞서는 궁극적 본질이지만 구체적으로는 경험 세계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주장은 진리가 한갓 사물의 존재 법칙이 아니라 도덕 원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그 원리를 따른다면 도덕적 실천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도덕적이라는 확신과 아울러 마땅히 그 본성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170쪽

이황은 리와 기가 같이 있다고 해서 그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면, 결국 인간의 순수한 마음과 욕심 섞인 마음을 하나로 보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마침내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군자는 자신의 인간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 지성인이고 소인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욕심꾸러기다. 이황의 주장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다가 비록 목숨을 잃더라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꿋꿋이 실천해 가는 군자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고 해치는 소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단은 언제나 선이기 때문에 사단을 따르는 사람은 소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단이나 칠정이 모두 악이 될 수도 있는 기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결국은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182쪽

허균은 똑똑하고 글을 잘 지었지만 행동은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았다. 그래서 '남녀의 정욕은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고, 남녀가 나뉘는 윤리와 도덕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감히 하늘이 준 사람의 본성을 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안정복의 <천학문답>, 심재의 <송천필담> 中)-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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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에떼 - 문화와 정치의 주변 풍경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우리말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고종석 만큼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 -  아직까지 많은 글을 접해보지 못한 나의 좁은 시야에서 비롯될 수도 있겠지만 - 고종석의 글이라면 무조건 갈무리하고, 고종석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모으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내가 고종석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그의 사회, 사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개 나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 우파 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유럽의 시각에서 봤을 때나 긍정할 수 있을 뿐, 실상 오른쪽으로 편중된 시각이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한국땅에서는 옳지 않다. 고종석의 정치, 사회적 발언내용에서 내가 그에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은, 영어공용어화에 대한 시각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간 고종석은 꽤 많은 책을 냈고, 그 책들은 많이 팔리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위 그의 팬들은, 그의 문체 때문이건, 사회정치적 메세지 때문이건, 그 밖의 어떤 이유 때문이건 간에 고종석을,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었다. 그가 낸 모든 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감염된 언어>이다. 1999년에 나온 이 책은  이후 약 8년 동안 나온 다른 책들보다, 그 이전에 나온 다른 책들보다 뛰어나다. 나로 하여금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들었고,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번 책 <바리에떼>는 실망스럽다. 

  <바리에떼>에 대한 나의 실망감은, 고종석의 시각이나 글에서보다는 편집구성과 그것이 책으로 엮여졌다는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다. 개별 글들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묶여졌을 때 상황과 맥락에 의해 빛을 발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각각의 글의 질적 저하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고종석의 이번 책은 후자에 가깝다. 그저 그의 글들을 하나로 묶어 찾기 쉽게, 읽기 쉽게 엮어놨다는 정도의 의미 밖에는 찾기 힘들다. 그의 열성적인(?) 팬인 나는,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그의 글을 손쉽게 읽어볼 수 있어 좋지만, 그나마 나같은 열성적인 팬에게나 의미를 지닐 뿐이다.

  바리에떼. 프랑스어로 다채로움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고종석은, "'잡다함'이나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한국어 화자들에게 행사할 정서적 환기력을 조금이라도 눅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제목에서 고종석의 프랑스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그가 글을 쓸 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점을 읽어낸다. 고종석의 글에서는 비슷한 활동을 하는 강준만이나 진중권의 글보다 조심성이 느껴진다. 가끔 강한 어조로 칼럼을 쓸 때도 있지만, 대개 그의 사회적 메세지는 사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면서도 에둘러간다. '바리에떼'라는 제목은 그의 글쓰기에 임하는 자세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목차는 1부 어스름의 감각, 2부 정치의 둘레, 3부 친구의 초상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그 안에는 각기 다른 정말 '바리에떼'한, 속되게 말하면, 잡글이 모여있다. 문학동네에 기고했던 옛 글부터 시작해서 한 시인의 책에 쓴 글, 또 고종석 스스로 스승이라 칭하는 복거일의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에 대한 긴 반박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글들의 집합이다. 그런 만큼 이 책 한권에서 정치, 사회, 시 등의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고, 또 다양한 고종석식 글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앞서 언급한대로 각 글들의 관계성이 느슨하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단지 '글의 집합' 이상의 의미는 없다.

 * 고종석에 관심을 갖고 맨 처음 그를 접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은 피하길. 이전에 나온 <서얼단상>이나 <감염된 언어>, <코드훔치기> 등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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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님글 관심은 있는데 첨읽는 사람이라면 비추라니,
보관함에 있던 책인데 급좌절... -.-... 리뷰 고마워요 :)

홍수맘 2007-04-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짐 보관함에 있는데...........
고민거리 하난 생겼습니다. 그려.

비로그인 2007-04-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다락방 2007-04-2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관심도 없었는데 이 리뷰를 읽고 나니 [감염된 언어]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군요. 흐음.

가넷 2007-04-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사두었는데. 그런데 감염된 언어는 품절인것 같군요. 흠;

마늘빵 2007-04-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 처음이시라면 이건 비추에요. 위에 언급한 세 책 중 하나가 나을 듯 합니다.
홍수맘님 / 다른 책을 먼저 읽으시고, 반하셨다면 그때 읽으셔도 늦지 않을 듯 합니다. 열성적인 팬이 된다면 그때.
엘신님 / 고종석 팬이면서 별 세개 달기 힘들더군요. 네개와 세개를 고민하다, 정직하게 세개로 했습니다. 딱 고만큼의 값을 해요.
다락방님 / 네 꼭 읽어보세요. 가장 고종석 다운 글과 논조면서 고종석의 책들 중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늘사초님 / 품절이요? 음. 그 책이. 나온지 오래되긴했지만 꾸준히 매니아(?)들에 의해 읽히는거 같았는데.

비로그인 2007-04-2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도 '마리안느'의 매력을 알게되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D

마늘빵 2007-04-2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걔는 누구에요?

marine 2007-04-24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기 작품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감염된 언어" "서얼단상" 너무 좋죠 전 영어 공용화론도 동조하는 입장이라 여러가지로 마음에 듭니다 단 정치적 입장은 동의하기 힘들구요 역시 그 분은 수필가로서 길이 남으셨음 좋겠어요

마늘빵 2007-04-2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정치적 입장도 대략 큰 틀에서는 동의해요. 복거일과 다른 논변을 취하고 있지만 영어공용화론은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음, 언어, 글에 관한 글들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