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매콤한 맛 ㅣ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1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기의 딸을 둔 아빠로서, 내 아이에게 철학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다는 저자 김용규.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사놓고 아직 보지 못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의 저자이기도 하고, 그 이전에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내며 '작가'로서 활동해온 철학자다.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학부와 대학원, 박사까지 다 마친 것 같고, 한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 같지도 않은 저자는, 언제부턴가 서서히 이름이 알려졌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라는 간단한 프로필만으로는 그를 추정하기 어렵다. "지금은 서울 한가운데이지만 꽃나무, 과일나무들로 둘러싸인 벽돌집에서 궁금한 것이 유난히 많은 딸, 그리고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함께 알콩달콩 살고 있다." 라는 소개글은, 딸과 아내를 사랑하는 다정한 아빠이고 그 이상의 뭔가를 드러내고 과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어떤 저자의 소개글은 그가 속해있는 온갖 학회와 해당 분야에서의 그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는 화려한 이력으로 치장한 반면, 그의 소개글은 전혀 이런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생각은 많고 욕심 없는 소장 철학자의 느낌이다.
김영사에서 나온 철학 통조림 시리즈는, '도덕' 통조림과 '지식' 통조림 두 분야가 있으며, 각각 1,2권에 나뉘어져 있다.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은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의무론' '이기주의' ;이타주의' '실존주의' '실용주의' 등등의 윤리학의 각각의 사조들을 겨냥하고 있으며, 글쓴이가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은 매우 쉽고 간편하다. 아빠와 딸의 대화 형식을 빌어 궁금증 유발에서 사유 과정에까지 자연스럽게 흐름이 연결되며, 글을 읽다보면 온갖 철학자들은 다 만나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읽어본 청소년 철학서 중 가장 쉽게 씌여져있으며 각각의 주제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짚어준다.
질문과 응답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 편하고, 대화의 소재 또한 흔히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작품과 철학서, 영화들이어서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소재거리로 등장한 소설 등의 고전작품들을 읽고 싶어진다. 이 책 하나면 도덕교과서는 따로 필요 없다. 지금의 도덕교과서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 내지 행위명령만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것은 이래서 옳다, 가 아니라, 이것은 옳다, 로 일관하고 있다. 세뇌된 학생들은 시험문제에서 당연히 옳다고 배웠던 것들을 정답으로 체크하지만 그것이 왜 옳은지는 모른다. 또한 그것이 정말 옳은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옳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개인이 될 것이며, 각각의 개인은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그것이 왜 옳은지에 대한 사고과정이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제외되어있다. 이 책은 이 사고실험과 대화를 통해 교과서에선 볼 수 없는 사고과정을 다룬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옳다고 알고 있는 것들이 내가 아닌 국가나 사회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는 사실이며, 그것이 정말 옳은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고, 정말 옳다 하더라도 왜 옳은가에 대한 생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철학은 이런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고, 이 책은 그 표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