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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ㅣ Easy 고전 4
전호근 지음, 이예휘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삼성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공자와 노자 읽기에 이어 맹자를 읽는다. 사실 이들의 철학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를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만, 집에 모셔다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지 않은 풍우란의 두꺼운 중국철학사와 기타 다른 중국철학서적들을 놔두고 이 시리즈를 읽는건, 재미 때문이다. 매일매일 삶이 그다지 재미없고 무료하고 우울할 때 도피를 해야 할 곳은, 평소에 접하지 않던 다른 생활로의, 다른 장소로의 일탈이겠지만, 그것을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나약하다.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장자> 를 오강남씨의 해석본으로 본 나는, 공자의 <논어>와 맹자의 <맹자>는 읽지 못했다. 그건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이 알찬 적절한 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도 몇년이 흘렀으므로 그 사이 괜찮은 책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한문 빽빽히 들어서서 별로 읽고 싶지도 않게 생긴 누런 책들을, 그래도 철학을 전공했다는 나로서는 읽어야 마땅했겠지만, 학부시절 중국철학보다는 서양철학에 눈독들인 나로서는 개설 교과목 중 중국철학은 거의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양철학에 뭔가 아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혓바닥 갖다 대는 정도)
이 책은 맹자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맹자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중1부터 고1까지' 라는 문구는 과연 그들에게 적합할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관심있는 입문자들에겐 재미와 더불어 맹자를 만나는데 제격이다. 아무 것도 몰라도 좋다. 맹자철학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그래도 꽤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짚어주고 있으니깐 나름 깊이도 있다. 성선설과 성악설, 인의예지, 공자와 맹자의 차이, 맹자의 삶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 입문자들은 이 책과 더불어 시리즈의 '공자'를 읽고, 김영사에서 나온 지식인마을 시리즈에서 '공자 & 맹자' 를 읽는다면 그 둘에 대해 더 자세히 비교해가며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맹수레'는 맹자의 별명이었다 한다. 처음 들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공자를 '공수레'라 칭하기도 한다. 수레를 타고 다녔다는 의미이다. 글쎄 재밌으라고 제목을 이렇게 붙이고 내용에서도 맹자가 아닌 맹수레로 칭하는 듯 한데, 그냥 '맹자'라고 칭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맹자와 누군가의 대화에서조차 '맹수레'로 칭하는데, 이건 좀 오버다.
* 이제 공자, 노자, 맹자를 읽었으니 장자를 읽으려는데, 김시천 선생이 아직 완성하지 않은건지, '출간예정'으로만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김시천 선생을 주목하고 있다. 학부대학 한참 선배로 대면한 적 없고 단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강단 밖의 활동을 많이 하는 듯 하여 관심대상에 올라있다. 호서대 김교빈 교수와 함께. 그의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은 꽤 재밌게, 인상깊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