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스승에게 길을 묻다
이선민.최홍렬 엮음 / 민음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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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00편까지 나오곤 했지. 그러니 어떤 배우는 심지어 20편을 동시에 촬영할 때도 있었어. 신인 감독의 진입도 쉬워졌찌. 양이 질을 지배한다는 논리엔 수긍을 하지만, 양에 함몰되는 순간 그때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사실이야.
(영화감독 유현목) -31쪽

"물론입니다. 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지만 책을 통한 배움도 이에 못지 않아요. 우리는 책에서 인생의 다양한 좌절과 성취와 깨달음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자극을 받습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 과외에 치중하는 것을 봅니다만,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은 책을 만났을 때부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민음사 회장 박맹호) -41쪽

"세계적인 어느 수학자가 한 말인데, 자기가 두렵게 생각하는 수학자는 머리가 좋다든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보다 수학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저리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가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가 더 수학을 잘하는가는 누가 더 좋아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그만큼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서 그 길을 택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68쪽

"저는 인문학을 '기본적 학문'이라고 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기본' '기초'라고 하면 왠지 초반 일정 기간만 배우고는 '졸업'할 대상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근원적인 것을 천착하는 '일상적인 학문'으로 인문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젊음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고 싶은대로 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삶은 의외로 높고 깊고 넓습니다. 아무리 부지런하게 살아도 모자랍니다. 약삭빠르게 계산하고 재는 삶은 이미 젊음이 아닙니다."
(한림대 특임교수 종교학 정진홍) -156쪽

"요즘 교육이 경쟁력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대학을 비교하는 수치가 있는데, 그 수치에는 속임수가 많아요. 대학의 서열 매기기는 미국의 잣대를 사용한 겁니다. 유럽 대학은 수치를 매기는데 모두 빠져 있는 상황이죠. 대학 강의를 영어로 하면 경쟁력이 커진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하짐나 학문의 모국어가 영어일 수 없는 한국에서 영어로 바꾸느라 힘만 들 뿐 소득이라곤 별로 없지요. 우리 학문은 우리 말로 강의해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국산품의 질을 높여야 하듯 우리 학문도 기술 도입과 같은 문제나 주문자 생산 방식의 수준에서 벗어나야 해요. 국내에서 생산한 물건을 외국 것과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서만 외국어로 바꿀 필요가 있겠지요."
(계명대 석좌교수 국문학 조동일) -172쪽

"저는 후학들이 '철학자로서의 지식인'이 되길 바랍니다. 지식인은 활자나 기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여 그 사회의 문화 향상에 영향을 주는 사회 계층을 지칭합니다. 교수와 언론인, 종교인이 대표적인 계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 국제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말씀드립니다. 지식인은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술자로서의 지식인'입니다. 강대국 국제 정치 이론을 충실히 전파하는 집단인데, 이들의 역할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강대국 이론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전달 자체가 자기 해석이 결부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전달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화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둘째, '이념 전달자 또는 이념 창조자로서의 지식인'입니다. 특정 정당, 정치 집단의 명분을 선전하는 집단인데, 그들이 지탱하려는 집단의 성격에 따라 역할이 상이하고 이른바 선진국과 후진국에서의 그들 역할도 상이합니다. 1960년대 이후 너무 많은 교수들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 국제 정치학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철학자로서의 지식인'입니다. 자신이 처한 국가나 사회의 역사적 발전 방향을 설정해 이에 대한 원칙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인입니다. 저는 후학들이 이런 지식인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철학자로서의 지식인에게는 자연히 뒤따라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김용구) -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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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전히 '액션'만 있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몇몇 좋아하는 시리즈 물이 있는데, <다이하드> 편과 <리셀웨폰> 편이 그렇다. 둘 다 굉장히 오래된 영화들인데, <다이하드>는 88년에 1편이 나오기 시작해 4편까지 있고, 리셀웨폰은 3편까지 나왔던가. 뭐 검색해보면 금방 나오겠지만 귀찮아.  

  순수 액션 영화인 다이하드의 주인공은 언제나 존 맥클라인 경사. 브루스 윌리스. 이 사람 나온 영화들은 거의 다 좋아한다. 특별히 매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브루스 윌리스는 나오는 영화마다 거의 이런 식의 액션영화들인데 출연작도 엄청 많고 대개 흥행했다. 비슷한 이미지로 이렇게나 오래 읅어먹는 사람도 많지 않을텐데, 게다가 이렇게 또 오래도록 사랑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 참 멋있게 늙었다. 저 나이(55년생)에 몸매도 저 정도면 잘 빠졌고.

  언제나 살짝 벗겨진 이마에 인상 잔뜩 지푸린 얼굴로 피를 흘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브루스 윌리스. 영화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올시다. 탐크루즈가 나오는 액션도 좋아하지만 대개 탐크루즈의 액션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영화에 메세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출연작은 그렇지 않다. 나름 스타일이라면 스타일. 두 사람 다 온몸을 내던지며 열연하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액션은 안쓰럽다. 맨날 많이 당하고 주먹구구식 싸움인 경우가 많다. 탐 크루즈 처럼 최첨단 무기도 사용하지 않으며 기교를 부릴 줄도 모른다. 그냥 냅다 몸만 던진다. 이제 나이 생각도 하셔야지. 88년 첫 작품이면 거의 20년 세월이다. 대단하다.

   역시나 <다이하드> 1편에서도 홀로 독일 우익 테러범들과 맞서 고군분투 하며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맨발의 청춘으로 계단을 이리저리 뛰댕기고, 엘리베이터 안에 위에, 옥상에, 책상 밑에 여기저기 안다니는 곳이 없다. 그러다 결국 발바닥에 유리 잔뜩 찔리고, 근육질 어깨는 피투성이다. 아 그냥 얼굴만 봐도 아프겠다 싶다. 수고했다 존 맥클라인 경사. 당신이 수고한 만큼 20년 뒤에도 이 영화를 사랑하는 나같은 이가 있으니. 이 영화를 내가 대여섯번은 본 거 같은데 봐도 봐도 다음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뻔히 알면서도 재밌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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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바랜 사진 한 장에 담겨진 함께 오락실도 가고 야자도 하고 땡땡이도 치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영화 <친구>를 보고나면 문득 내 어린시절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한국영화 대박신화의 초기의 획을 그은 <친구>의 흥행원인은 아마도 잊고 지내던 친구와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001년의 개봉 당시에는 아마도 나는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당시 전국민의 1/4 정도가 봤다는 이 영화를 나는 그로부터 횟수로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만났다.

  장동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하지만 그 옆에 별거 아닌듯 보이는 유오성의 전혀 가오잡지 않은 가오가 더 눈에 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의 포스터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 다르다. 좋아하는 배우 유오성과 장돈건의 젊게 꾸민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영화. 나는 남자이고 완전한 이성애자이지만 장동건을 정말이지 좋아한다. 여자들이 장동건을 좋아하는 똑.같은 이유로. 잘생겼잖아. 멋있잖아.



* 정말 해맑은 모습을 한 순수(?)했던 시절의 네 친구의 모습이다. 몇 년이 지난 후 각자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결국 공부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나는 어릴 때 공부밖에 모르는 순도 100% 의 모범생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 하기 전에는 수줍어 얼굴 새빨개지는 그런 아이였고 언제나 엄마 치마 뒤에 숨어서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였으며, 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 꼬박꼬박 하고 - 아이들은 보통 다음달 학교 와서 숙제하지만 난 집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날 학교에서 되도록 끝내려했던 아이였다 - 수업도 열심히 듣고 필기도 다 하고,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고, 밖에 나가하는 축구, 농구 이런건 관심도 없었으며, 오락실도 멀리했더랬다. 아으. 지금 생각하면 완전 내 친구 말마따나 '재수없는 모범생'이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에겐 항상 나를 지켜주는 주먹들이 있었다. 공부 잘하는 순둥이 모범생에게는 으레 시비거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며 그다지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못했던 나는 건드리면 발악하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질 싸움 뻔히 알면서 덤비다가 코피 쏟는건 당연하고, 코뼈가 휘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언제나 나랑 붙는 녀석들은 반짱, 학년짱의 수준인 주먹들이었다. 게임이 되나. 그러나 그녀석들이 날 칠 때마다 옆에서 그 아이들을 말리고, 나를 현장으로부터 도피시켜주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참 고마웠다. 그 친구들은 어디서 뭐 하나 궁금하네. 친놈이나 막은놈이나.

  남학교에서는 특히나, 주먹이 계급서열을 짓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여학교는 모르겠고. 그러나 졸업하고 누구는 대학가고, 누구는 재수하고, 누구는 깡패가 되면서 서열은 거꾸로 뒤바뀐다. 영화 속 준석과 동수, 중호와 상택은 전형적인 서열의 뒤바뀜을 경험한다. 약에 찌들어 방구석에서 떨고 있는 준석과 깡패 시다바리를 하고 있는 동수, 2년제 대학에 간 중호, 4년제 대학에 가고 유학까지 한 상택의 모습은 너무나 일반적이다. 한때 바다에서 튜브 띄워놓고 함께 이야기 나누던 그들은 어느덧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한바닥에 머물던 준석과 동수는 결국 부딪히게 되었고, 비극적인 결말을 낳았다.



* 장동건 정말 멋있다. 머리길이가 기나 짧으나, 정장을 입으나 교복을 입으나, 수염을 깎거나 기르거나, 어떻게 해도 멋있다. 야 정말. 잘생긴게 컴플렉스일수도 있겠다. 너 정도면.

   상택이 준석을 면회하기 위해 신청서 '관계'란에 친.구. 라고 적어넣는 그 장면은 눈물 핑 돌게 한다. 결국 친구를 죽이고 친구에게 미안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길 자청하고 철장 안에 있는 준석의 모습과 그 친구를 면회간 성공한 상택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 모인 네 명의 인생살이는 너무나 달랐다. 똘똘뭉치고 학교를 퇴학당하면서 서로를 지켜주던 그 모습은 이제 없다.

  친구. 곁에 두고 오래 사귄 벗. 내게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저들만큼이나 서로를 아껴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을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누군가와 사귐에 있어 나를 다 내놓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러다보니 자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직장'과 '학교'와 '동호회'로 이어져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엇' 때문에 연결된 사이라 할 수 있다. 그 '무엇'이 지워지면 고리는 자연 사라진다. 관계망에 있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친구'라 지칭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모두가 시간을 쪼개살면서 맺게 되는 관계는 대개 '무엇'을 통하기 마련이니까.

  p.s.

 영화 <친구> 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93년 7월 부산에서 곽경택 감독의 친구인 칠성파 행동대장 정모씨가 부하들을  시켜 신20세기파 행동대장을 살해한 사건으로, 흥행 이후 2001년 정모씨와 칠성파 권모씨가 곽경택 감독에게 돈을 요구해 3억원 가량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법정 재판 과정에서 곽감독이 이를 부인함으로써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005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1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영화 속 모범생 상택은 곽경택 감독의 모습이었던 것인가? 그렇담 친구인 정모씨가 곽감독에게 금품을 요구함으로써 영화의 결말까지도 유지되던 준석과 상택의 우정과는 참으로 다른 현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된다. 결국 친구가 친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것이니. 정모씨와 권모씨는 비록 징역 3년과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실형을 샀는지는 의문이고, 3억 받아낸 것치고는 꽤 작은 수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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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2-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속닥님 / 이른 아침부터. ^^ 동감. 그런게 심하게 드러났었죠. 근데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고, 남자들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하는 녀석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인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고 볼 수 있죠.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6
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 책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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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의미하는 것을 말해야지." 3월의 토끼가 말했다.
"그럴게." 앨리스가 허둥지둥 대답했다.
"적어도..... 적어도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을 의미해...... 이거나 그거나 같은 거잖아."
"전혀 같지 않아!" 모자 장수가 말했다.
" '나는 내가 먹는 것을 본다'와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먹는다'가 똑같다는 말이니?"
"그러니까 네 말은,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좋아한다'와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졌다'가 똑같은 거구나!" 3월의 토끼가 거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는 잠을 잘 때 숨을 쉰다'와 '나는 숨을 쉴 때 잠을 잔다'가 똑같다는 거구나!" 겨울잠쥐까지도 잠꼬대하듯 거들었다.
"너에게나 똑같겠지!" 모자장수가 말했다. -92쪽

남기헌 : 그렇다면 혹시 부조리와 난센스-무의미는 서로 다른 것인가요? 사뮈엘 베게트는 보통 부조리 작가로 여겨지는데, 선생님은 이와 어떻게 구별된다고 보십니까?

캐럴 : 음. 부조리가 한 의미의 체계 안에서 상반되는 의미들을 대조시키는 것이라면 무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의 체계가 존재함을 전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의미는 의미의 체계가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일 뿐, 다른 의미 체계 사이에 종속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두 의미 체계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부정하고 하나의 의미 체계로 다른 의미 체계를 이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자와 저자의 가상인터뷰 '나른한 오후의 다과회' 中 ) -185-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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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와 루이스 캐럴 간의 가상 인터뷰 형식, 흥미롭네요.
 

2007. 1. 25  예스24 영화

http://movie.yes24.com/movie/movie_memwr/view.aspx?s_code=SUB_MEMWR&page=2&no=13861&ref=2&m_type=0

 

매트릭스 directed by 앤디 워쇼스키, 래리 워쇼스키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마도 대학 2학년 시절 본 것 같은데, 그간 배웠던 철학적 지식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워쇼스키 형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삼아 이것저것 다 끼워 맞춰봤다고 하지만, 영화는 이미 던져졌고 난무하는 것은 해석뿐.
우리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사물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내가 만지는 이 자판이 딱딱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는 현실세계에 살고 있는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진짜와 가짜는 무엇인가, 어떻게 규정되는가 등등의 질문들. 이 영화 한편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철학 수업이 가능하다.

봄날은 간다 directed by 허진호

아, 도저히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 일어설 수 없었다. 그렇게 아픔을 가져다준 영화였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안에서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존재했지만 나를 포함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를 심적으로 거부한다. 받아들이지 않는다. 봄날은 그렇게 간다. 사랑에 빠졌고 사랑은 떠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래 사랑은 변한다. 인정하자.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꿈꿔왔던 사랑의 관념을 뒤바꿔준, 현실을 확인시켜준 영화랄까. 허진호 감독의, 사랑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장미의 이름 directed by 장 자끄 아노

움베르트 에코의 힘겨운 소설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확인하는 매력이란 이런 것.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아, 어렵다, 정말, 벅차다, 이런 느낌이었으나 영화는 좀더 대중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영화 그 자체로서보다는 소설과 연계하여 봄으로써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소설 속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서 적절한 배우와 연기로 환원되었다. 지적인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소설을 읽기 힘들었다면 이 영화를 먼저, 혹은 함께.

사랑을 놓치다 directed by 추창민

애절하게 질질짜고 전혀 안 쿨한 사랑영화. 요즘 세상에 이런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이를 향해 고백하기 힘들어하는 두 남녀에 관한 이야기. 아, 한번의 고백을 위해 십년의 세월을 보냈던가. 난 그간 뭘 했던가. 우리가 만나기 위해 십년의 세월은 너무나 가혹했고, 십년은 우리의 그 애틋했던 느낌을 지속시키기 힘들었다. 어긋나고 어긋나고 또 어긋나고. 보는 관객이 더 화가 나고 답답해하는 그런 영화. 하지만 쿨한 요즘 세상에도, 과거와 똑같이,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향해 고백하기 그렇게 힘들다. 세상의 흐름과 사랑방식의 변화 문제가 아니라 본래적인 사랑의 문제이다. 쿨하지 않다고, 찌질하다고 그들을 욕하지마라. 정말 쿨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쾌락일지니.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directed by 리차드 링클레이터

참으로 다양한 사랑만큼이나 참으로 다양한 사랑방식이 존재하고, 참으로 다양한 사랑영화가 존재한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은 새로운 방식의 사랑영화이다. 낯선 남녀와 기차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끌려 함께 거리를 거닐고, 눈이 맞아 사랑을 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기차에서 헤어진다. 원나잇을 다룬 이보다 더 순수한 영화가 있을까. 사랑이 시작하고, 진행되는 과정을 매우 자연스럽게 압축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는 듯.

 

 

  지금 다시 고르라면, <장미의 이름>을 빼고, 
  <이터널 선샤인>  <파니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  <클로져> <아들의 방>
  중에 하나가 들어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랑영화가 아닌 것은 <매트릭스>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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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섯개네요.^^ 왜 아직 매트릭스를 못 봤지...

마늘빵 2007-02-0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더 꼽을 수 있지만 다섯편만 써달라해서 그리 되었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지금 와서 보면 다른 걸 집어넣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거 말고도 넣을 영화는 많은데.

토트 2007-02-0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놓치다는 못봤네요. 이 영화들 다 좋았어요.^^

마늘빵 2007-02-0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사랑을 놓치다>는 극과 극으로 나뉠 듯 하군요. 토트님께서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아픈 영화였답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2-0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포선라이즈-유럽여행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 영화. 언제 봐도 좋아요, 이 영화는. :)

마늘빵 2007-02-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리 정해놓지 않은 듯 한 그런 자연스러움이 좋았어요. 영화니 당연히 인위적인 설정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저 두 사람의 뒤를 밟아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이나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나. 간격을 두고 꾸준히 보고픈 영화입니다.

프레이야 2007-02-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그 블로그가 님의 것이었군요. 몰랐어요. 축하드려요.^^
토로피칼 빠숑, 재미있어요. 비포선라이즈는 정말 대사를 놓치면 안 되겠더군요.^^

마늘빵 2007-02-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네 ^^ 혹 알고 계셨던건가요. 비포선라이즈는 그쵸 대사 놓치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