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으로 시작하는 20대 파워 재테크
양찬일 지음 / 팜파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다음 학기 등록금 내면 또 통장잔고는 또 0에 가까워 갈테지만, 그래도 매달 꼬박꼬박 월급 들어오는 봉급생활자로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보고 아껴볼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나야 어느 분의 말씀처럼 M&A로 대박날 직업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될 거란 희망은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고 - 로또는 몇 번 해봤는데 아무래도 돈 붓는 짓 같아서 안하고 있다. 가끔 심심할 때 한다 - 부모님이 가진 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되려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고 애쓰는 불효자인데, 그러다보니 오로지 내가 돈을 모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내 봉급 어떻게든 많이 남겨 저축하는 방법 뿐이다.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20대 파워재테크>(이하 '20대 파워재테크'로 줄임)는 나같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회생활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돈 벌어본지 얼마 안됐으니 대학생활 하는 동안 굶어가며 데이트 비용 만들어내고 책사고 씨디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 이제 나도 내가 사고픈 것 좀 사고,  쓸 데 좀 써보며 살자 라고 마음먹고 매달 받는 족족 하나씩 질러대고 다음달에 카드값 갚느라 휘청대는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나도 그랬다. 큰 돈 아니지만 처음 돈 들어오던 그 날부터 아 이제 나도 돈 버는구나 하는 마음에 엠피쓰리도 사고, 좋아하는 음반도 사고, 책도 사고, 악기도 사고, 옷도 사고 그러다보니 매달 100만원 가량을 써버리고, 연애를 하던 때에는 그보다 더 심하게 쓴 적도 있다.

  이제 나는 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남아나는거 하나도 없다는 걸. 그래서 마인드를 좀 바꿔보기로 했다. 그래 2년 동안 쓸 만큼 - 아직 사고픈 것 많이 남았지만 - 썼으니 그만하고 이제 모아보자라고. 누누히 말하지만 지난 학기 학자금 대출 빌려놓은 것이 아직 한 가득이고, 다음 학기 학비를 또 대려면 통장에 남아있는 거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습관은 들여놓자는 생각에서 재테크 서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20대 파워재테크>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해준다. 학창시절엔 돈이 없었으니 돈을 모을 생각을 안했고, 사회초년병으로서 매달 월급은 받는데 이상하게 남는 것이 없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잘 모르겠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기존에 나와있는 주식, 복리 어쩌고 하는 어려운 재테크 서적과는 차원이 다르다. 순수하게 재테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100% 초짜도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쪽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기자생활을 거쳐서 현재 재테크 전문서를 내놓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행정학과 신문방송학이 재테크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직업생활을 통해서 공부하고 주변인들을 만나며 쌓아온 경험들을 가지고 썰을 풀고 있다. 사실 나는 재테크에 관심은 없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재테크 관련된 지침들은 내가 기존에 실천에 옮기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생활습관이 일단 재테크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돈을 모으지 못한 건 크게 한꺼번에 지르는 습성과 대학원 학자금 때문이었다.

   주변의 인맥들을 활용하라,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라, 부지런하라, 장사보다는 투자를 하라, 희소가치가 있는 투자대상을 찾아라, 돈 쓰는 버릇을 들여선 안된다, 푼돈을 아껴라, 물건 구입시 품질보다 가격이 우선이다,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를 만들어라, 계획적인 소비만 해라, 새것을 구입하지 말고 중고품을 활용하라, 현금영수증을 꼭 받고 가급적 체크카드로 결제하라, 신용카드를 만들되 포인트만 활용하라, 핸폰비 인터넷사용료를 아껴라, 은행수수료를 지급하지 말고 미리미리 뽑아놓거나 인터넷 뱅킹 등을 활용하라, 마이너스 통장은 사용하지 말라, 청약통장은 지금 당장 만들어라, 여윳돈은 CMA에 맡겨라 등등등 하나하나 읽으면 읽을수록 다 부모님 말씀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커피를 사먹기보다는 자판기 커피를 이용해야 하고, 옷을 살 때 멋드러지고 좋은 원단의 브랜드 옷을 사기보다는 동대문 쇼핑몰을 이용해야 한다. 한창 젊은 그 나이에 좋은 옷도 좀 입어보고, 좋은 물건도 좀 사보고 하고픈 것이 누구나의 마음일진대 이런거 하지 말라니.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구두쇠가 되어야한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 사서도 안되고(인맥활용에 있어 도움이 되는 이에게 투자하는건 나쁘지 않다 한다. 그러나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너무하잖아), 여럿이 모여 영화를 보는 등 돈을 지출할 구석이 생기면 더치페이를 해야한다. 아 삭막하다. 나도 더치 좋아하지만 재테크를 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하라는건 너무 쪼잔해보인다.

  "끊기가 힘들다면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4,000원 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를 1주일에 세 번 마신다면 한 번으로 줄여보자. 안 마시는 날은 회사에서 커피 믹스로 대신하거나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면 된다. 자판기 커피가 영 싫다면 패스트푸드 점포나 편의점 등에서 파는 커피를 이용하자.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평균 1,000원대로 테이크 아웃 커피보다 훨씬 싼 데다가 자판기 커피보다 품질도 좋다."

 응. 그래. 나도 알아. 자판기 커피 안마셔 본 사람 없고, 편의점에서 악마의 유혹 안마셔 본 사람도 없고, 테이크 아웃 커피 안 마셔 본 사람도 없을거야. 그런데. 문제는 다 맞는데 맛이 다르잖아. -_- 맛이 다른걸 어째. 비싸면 비싼 만큼의 값을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건 그다지 효과가 없고 - 한참 이런거 즐길 20대들한테 하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더더욱 - 횟수를 좀 줄여봐라 라고 말해야지 그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매일매일 마시는 사람이라면 하루 건너 한번씩을 권장하거나 말이야.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줘야지 그걸 싸구려 다른 커피로 대체하라고 하면 워쪄.

  이러한 좀 어거지성 발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재테크 관련 서적 중에서 나같은 쌩초짜가 볼 수 있는 책은 몇 안되기에 이 책이 초짜에겐 적절하다 싶다. 지난번에 읽었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는 이 책보다는 한단계 위에 있고,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생초짜는 이 책을 보고 그 책을 본다면 재테크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재테크하고 있다. 월급은 CMA에 넣는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 뱅킹으로 다른 계좌로 빼내어 쓴다. 매우 귀찮은 방법이다. 게다가 인터넷 뱅킹이 익숙치 않으면 스트레스 만땅이다. 주변 몇몇 인들에게 방법을 알려줬더니 손사레친다. 그러나 습관들이면 괜찮다. 그리고 매일매일 지출내역에 대해서는 가계부를 쓴다. 그리하면 한달에 내가 얼마나 썼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지난달보다 지출이 컸다면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알아낼 수 있다. 좀 더 세심히 하고픈 사람은 계획 외의 지출 - 예를 들자면 오디로를 샀다거나 컴퓨터를 샀다거나 옷을 샀다거나 하는 - 의 경우에는 빨간펜으로 지출내역을 적어두면 나중에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출은 가급적 체크카드로 하고, 현금은 2-3만원 정도만 가지고 다닌다. 신용카드는 만들되 사용하지 않는다. 주 거래 은행에서 만들면 연회비는 공짜다. 그렇담 체크카드에도 돈이 없고, 갑자기 크게 질러야 할 때 - 결국 이건 충동구매가 되겠지만 - 신용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사용하더라도 할부로 끊지 않고 일시불로 해버린다. 할부 이거 매달 돈 나갈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그냥 한번에 지르고 담달에 한번에 타격받자.

  나의 소비규칙에서 재테크에 반하는 하나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비싸도 사고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내가 안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데, 책이나 영화, 음반에 투자하는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어 자제 중이다. 집에 안읽은 책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소개해주는 책들, 신간들에 눈이 갈 때면 또 질러버리고 만다. 절대로 절대로 지르기 금지. 논문관련 서적 빼고. 재테크 마인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가진 돈 얼마 없지만 습관만은 미리 들여놓자는 생각이다. 그래야 나중에 돈이 생겨도 재테크를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연봉이 4-5000 정도만 되도 내가 이러지는 않겠는데 말이지. 하긴 그때 가면 또 소비행태가 더 고급화되고 커져서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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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지한 저같은 사람의 입문서로도 좋을까요? 도통 뭘 봐야할지 알 수가 없어요. 아는 게 있어야 궁금한 것도 있다고, 아는 게 없으니 궁금한 것도 없고, 아는 것은 더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입니다. 경제와돈에 대해서는요.

마늘빵 2007-01-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초짜가 보기에 괜찮은 책입니다. 좀 아는 사람이 보기엔 별로고요. 이상하게 저는 '초짜'와 '좀 아는'의 중간에 있나봅니다. 지난번 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더 좋았거든요. 이걸로 개념 정리하시고 <대한민국...> 보시면 될 듯 합니다.

기인 2007-01-1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 저도 읽어보든지, 애인한테 사주던지 해야겠네요. 흠..

마늘빵 2007-01-1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인님도 투자할 종잣돈 마련도 힘드시잖아요. 저랑 비슷한 위치에 있느니 만큼 투자하고 벌어들이겠다는 개념보다 마인드를 바꾸고, 습관들 들이는 쪽으로 관심을 가지시면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인드과 습관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혹여 이 책을 힐끗 보시고 실망하신다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를 추천해드립니다. 이 책은 조금 아쉽고, 방금 언급한 책이 더 알찹니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구판절판


부자란 정말 어떤 사람들일까? 부자란 바로 부를 늘리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더 이상의 부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부를 지키고 이전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부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20쪽

재테크란 애써 벌어들인 자산이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 애쓰는 행위이고, 때로는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보험처럼 예기치 못한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며, 그 중에서 일부는 자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 재테크란 노동의 가치와 달라서 중간에서 새어나가는 비용들이 자산가치 증가분을 잠식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몇 년 째 수입 퍼센트의 수익을 내더라도 이후 서너 번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되면 다시 본전이 되는 것이 투자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수익을 낼 때는 투자하고 상황이 나쁘면 빠질 줄 알아야 한다.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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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18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20대 파워 재테크
양찬일 지음 / 팜파스 / 2006년 11월
절판


<20대 재테크 목표>
1. 모의투자를 통해 투자의 기초를 배우고자 노력한다.
2. 신문 경제면을 통해 금융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식으로 알아둔다.
3. 가계부를 통해 자신의 수입과 지출현황을 분석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도록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다.
4. 여가생활에 대한 지나친 지출을 자제하며, 반드시 수입의 50%이상을 저축하도록 힘쓴다.
5. 주택마련을 위한 청약통장은 가급적 빨리 만들어둔다.
6. 비과세나 세금우대저축을 활용해 세후 이자 수입을 최대한 늘리도록 한다.
7. 우량주 중심의 펀드투자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본다.
8. 큰 목돈이 없더라도 부동산 간접투자로 부동산투자의 감각을 익힌다.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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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사진의 압박. 영화 포스터는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것인데, 왜 별로 영화보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까. 매주 CJ에서 보내는 영화 관련 설문조사를 하다보면 개봉예정작에 대한 포스터를 평가하는 문항이 있는데 그중 이런 질문이 있다.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드십니까?" 만약 그  설문에 <트루라이즈>가 올라왔다면, 별로 인상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표정을 끌리지도 않고, 문구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평가해주고 싶다. 엔지야 엔지.

  트루라이즈. 굳이 번역하자면 우리말로 진실된 거짓말, 의역하자면 '선의의 거짓말'로 볼 수 있을까. 영화 제목은 참 좋은데, 영화는 별로 이에 대해서 뭔가 메세지를 주려고 하진 않는 듯 하다. 흔해빠진 액션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품인데, 난 이 감독의  색깔을 잘 모르겠다. <타이타닉>에서부터 <터미네이터2>와 <람보2>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넘나든다. 유일하게 내게 보이는 공통점은 액션이 화려하다는 것, 스펙터클함 정도.

  컴퓨터 회사의 평범한 세일즈맨 해리 태스커 그리고 테러범과 맞서 몸을 날리는 해리 태스커, 둘 중 진짜 해리는 누구일까.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했을 때, 영화 제목이 의도한 것은, 전자를 거짓된 모습으로 후자를 진실된 모습으로 보고서, 해리가 아내와 가족들에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바른 해석이겠다. 하지만 전자도 해리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봐야지 않을까. 적어도 아내와 딸에게 비쳐진 일에 치여 바쁘지만 적어도 집에 있는 동안은 자상한 남편과 아빠였으니 말야. 그가 아내와 딸을 속인 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두 가지 모습 모두 해리의 모습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거짓말 이야기가 나았으니 말인데, 우리 첫째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이혼한지 꽤 세월이 흘렀다. 10년까지는 안된 것 같고 5년은 넘은 것 같고. 이혼한 이후에 공식석상에서 한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우리 친척들은 공식석상이란 것이 없어진지 오래됐으니깐. 큰 아버지는 큰 어머니와 결혼할 때 학력을 속였더랬다. 내 부실한 기억력을 검색해볼 때, 큰 어머니는 고졸이였고, 큰 아버지는 초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큰 아버지께서 고졸로 속이셨나보다. 그걸 어떻게 그 많은 세월동안 모르고 살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무슨 서류를 떼다가 들통나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더랬다. 초졸인 것이 꽤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속이고 몇십년을 살아온 것이 꽤심했는지 모르지만, 우얏든 '거짓말'로 인해 이혼까지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혼을 결정하는덴 다른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는 문제부터해서.

  살다가 거짓말을 안할 수는 없고. 정말 한번도 안한 사람이 있다면 절을 하고 싶다. -_- 사람이 어떻게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해. 거짓말의 의도와 정도가 거짓말의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의도와 종류에 따라서 나쁜 거짓말과 좋은 거짓말을 좌우에 놓고 그 사이에 나의 거짓말을 점찍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당장 상대방에게 "속았다"라는 충격은 주더라도, 그것이 종국에 상대방에게 큰 상처나 아픔을 안겨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거짓말을 지칭할터다. 해리가 아내와 결혼할 때부터 속였든 아니면 중간에 직장을 변경하면서 속였든 간에 속인 사실은 그녀에게 충격이었겠지만, 결국 '국가를 위해서였다' 라고 한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난 그 '국가를 위해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난 이 배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함과 싫어함을 좌우에 놓는다면 중간에 깔린 스펙트럼에서 싫어함으로 8정도까지 이동한 배우다. 그가 정치를 한다는 것도, 그가 주지사가 되었다는 것도, 그가 미국의 공화당이라는 것 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 문제. 정치성을 떠나서 보더라도 저 우락부락한 근육질하며, 각잡힌 얼굴과 몸매는 영 정이 안가올시다. 당신은 딱 터미네이터로 사는게 제일 어울리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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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미네이터 3를 찍을 땐 나온 배 때문에 코르셋을 착용하고 찍었다고 하더군요.^^
코르셋 착용한 터미네이터가 "I'll be back"을 외쳤다는 소리죠...ㅋㅋ

짱꿀라 2007-01-1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스님이 영화 평을 하는 것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감솨해요. 행복하세요.

marine 2007-01-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학교 보충수업 빼 먹고 극장 가서 봤던 생각이 나네요
그 때 얼마나 재밌게 봤던지...

마늘빵 2007-01-1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아 저 근육질 몸매의 터미네이터가 배가 나왔단 말여요? 아 나이는 못 속이는건가.
산타님 / ^^ 아 제가 감사합니다.
블루마린님 / 님의 나이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

2007-01-1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게 읽었어요
실은 저는 아놀드를 무쟈게 좋아했답니다. 트루라이즈는 다섯번 정도 본 것 같아요 ^^
그런데 터미네이터의 아놀드는 그 몸매 너무 부담스러워서 별로인데 영화가 좋아서 좋고요, '유치원에 간 사나이' '주니어' 이런 거 되게 좋아했었어요

마늘빵 2007-01-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딸기님 저도 다른 영화들도 봤는데, 왠지 어색하면서 잘 어울리죠. <유치원에 간 사나이> 같은 경우. ^^
 



* 스포일러 경고

  잔인함의 극치를 달린다. 왠만한 공포영화에서 벌어지는 손잘리고, 팔잘리고, 이런 장면들 별로 꿈쩍 안하고 보는 나도 와 이 영화 정말 리얼하더라. 이렇게까지 잔인한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었나.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심의는 어떻게 통과했지 싶을 정도로.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임산부, 심약자, 노약자는 절대 봐서는 안되는 영화. 아무리 나 강심장이야 라고 자신해도 이 영화만큼은 봐서는 안된다. 밥먹다가 이 영화를 봤다면 정말 밥 못 먹을뻔 했다. 밥 다 먹고 봤으니 다행이지.

  Wax 는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단 한차례 토익시험을 치루기 위해 한달 공부한 것 빼고는 영어공부라고는 안한 나도 알고 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왁스칠한다고 할 때 쓰는 재료가 되는 하얀 왁스, 또 하나는 밀랍인형. 이 영화에서의 의미는 밀랍인형이다. 하지만 밀랍인형을 만들기 위해 칠하는 것이 왁스라면 두 가지를 다 의미한다고 봐도 상관없지 싶다. 실제로 이 세트장의 마지막 녹아내리는 장면을 위해서 20여톤의 왁스가 쳐발라졌다고 하니 정말 '왁스로 만든 집'이다.

  풋볼 경기에 참가하려고 함께 떠난 6명의 남녀들은, 가는 길에 근처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한다. 공포영화의 첫째 조건 성립. 뭔가 길을 떠났는데 날이 어둑해져 야외에 머문다. 각자 텐트를 치고, 커플은 커플끼리, 안커플은 안커플끼리 들어가 텐트에서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안커플끼리는 뭐하느라 재밌는지 알 바 없고, 커플끼리는 안에서 둘만 하는 짓이야 뻔하지. 나란히 누워서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만지고 물고 빨고. -_- 너무 노골적으로 말했나.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의문의 트럭이 다가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나려는데 차가 고장났다. 마침 지나가는 마을주민이 있어 그에게 물어 주유소에 가면 있다는 정보를 얻어내고, 그들은 흩어지기로 한다. 둘은 부품을 가지러, 나머지는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에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공포영화의 두번째 조건 성립. 주인공들은 모두 흩어진다.  

  그런데 주유소 직원은 만났는데 뭔가 마을이 이상하다. 자기집에 들어와 부품을 가져가라는데, 집안에 온통 온갖 죽은 동물이 담긴 플라스틱 통과 의료기구, 밀랍인형으로 가득하다. 이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렇다. 결국 일은 벌어지고, 들어간 놈 하나는 의료기구에 묶여 산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 나오기로 한 남자친구가 안나오니 불안해진 여자친구,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속시간이 되었고,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모든 일행들은 서서히 문제의 마을로 모이게 되고, 과연 살아남은 자는 몇이나 될꼬.

  정말 잔인한 것은, 대놓고 손가락을 자르고, 목을 자르는 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살인자들에 의해서가 아닌 친구들에 의해서 산채로 밀랍인형이 된 녀석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것이다. 살려준답시고 피부를 벗겨내려다가 턱이 떨어지고, 볼따구 사라지고, 뇌도  사라지고, 눈은 꿈뻑거리지, 눈물은 흐르지, 아 정말 이렇게 잔인할 수가. 거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산 채로 밀랍인형이 되었다는 것. 몸속엔 여전히 뇌와 심장과 간과 위와 모든 내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1953년의 동일제목의 영화를 원작삼아 만든 <하우스 오브 왁스>는 공포영화의 상징  <13일의 금요일>을 따르고 있다. 야영지에서 젊은 남녀가 함께 노닐고,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퍼지고, 스르르 어둠이 밀려오며, 누군가 기습을 당한다. 연인들은 평소와 다름 없는 애정행각을 펼치고, 사랑을 나누는 동안 친구들은 하나 둘 희생되어간다. 뭐 이런거. 게다가 <13일의 금요일>과 더욱 유사한 것은, 은근 야하다는거. 그러나 <13일의 금요일>의 반도 못따라간 영화란 생각이다. '따라하기'를 해봤지만 재미도, 야함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다만 더 잔인해졌을 뿐.

  어릴적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게다. 학원에서, 아니 유치원 때였나, 어쨌든, 선생님들이 애들을 모아놓고 한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여준답시고 <13일의 금요일>을 빌려와서 틀어줬다. 근데 18세 이상 관람가를 안보고 가지고 왔는지 그냥 무심코 틀었는데 보다보니깐 야한 장면들이 스르륵 스르륵. 어린 꼬마였지만 난 은근 아래도리가 움찔했다. -_- 아 정말 야했어. 다시 보고 싶네. 그때 보다가 야한 장면이 많이나와 선생님들이 끊었기 때문에 호기심에 보고팠지만 내 나이에 빌릴 수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몇년 뒤에 집에서 혼자 봤던 기억이 있다. 

  <하우스 오브 왁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가슴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고, 긴장도 최고치를 달리게 한다. 한번 그 잔인함을 맛보기 시작하면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찾는 잔인한 장면 못지 않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커지면서 영화도 이에 부응해 가는 듯 하다. 공포영화는 더 잔인하게, 액션영화는 더 스펙터클하고 빠르게 현란하게, 멜로영화는 좀 더 농도깊고 아슬하게. <하우스 오브 왁스>는 2005년 최악의 영화 중 한편으로 뽑히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재밌다(?). 잔인성과 은근한 유혹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을 보상해줄 수 있는 영화. 한편 사람들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기대치는 점차 커지고 있으나, 포르노 영화의 경우 다 벗어서 보여줄 것이 없으니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만족시키는가 하면, 일상에서는 금기시된 상황설정을 탄탄한 스토리를 짜 기존의 포르노에서 탈피해 일반 진한 멜로영화에 다가서려는 경향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나야 즐겨 보는게 아니니 잘 몰라)  



* 이쯤은 되어야 패리스 힐튼 답다고 하지.


  미국 골든래즈베리재단 주최하는 래지상은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작품중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를 선정하는 상으로 이 영화의 네 명의 남녀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공주' 패리스 힐튼이 2005년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값싼 과일인 ‘래즈베리’는 야유를 뜻한다지. 돈많은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매일 파티를 벌이고 즐기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거야 이제 큰 기사거리도 안되고, 그녀가 최근 가수 준비를 하고있다거나, 국내 무슨 CF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거나,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쯤이 기사거리가 되겠지.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에 패리스 힐튼은 첫 데뷔를 했고, 최악의 여주조연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뤘다. 디비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왁스>에는 출연진들의 코멘터리가 있다고 하는데, 패리스  힐튼이 자신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며 다른 출연진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는 대목이 있다고. 이래저래 참 재밌는 여자야.

  <하우스 오브 왁스>에서는 텐트속에서 섹시도발 모드로 흑인남자친구를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를 보는 남자들의 아랫도리를 자극하지를 않나. 완전 옷벗는 포즈하며, 안에 입은 속옷하며, 넌 그 자체가 섹시야. 참, 미국의 어느 햄버거 광고에서도 그녀가 정차된 차에 비누칠을 하며 세차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that's hot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야할 수가 없다고. 광고가 나가 뒤 4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됐다고 한다. 말이 세차지 그녀의 온몸으로 차를 닦아주는거였다고. -_- 아 나도 찾아볼까. 이래저래 욕도 먹고 사건사고도 많이 터뜨리지만 변하지 않는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이걸 즐기고 있다는 것.

  패리스 힐튼은 이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야말로 조연급 연기자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그녀가 화려한 조명과 플래쉬 아래에 있다는 것에 비해서는 그녀에게 너무나 소홀한 대접이 아닌가. 영화를 통해 패리스 힐튼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생각만큼 카메라에 자주 머물지는 않으니 기대는 접고, 그녀를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그녀의 노출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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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1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리스힐튼이 아주 상징적으로 죽어주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타린티노의 "호스텔"에 비하면......^^

마늘빵 2007-01-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이 영화에서 패리스힐튼은 안보여요.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그녀가 패리스 힐튼이라는거. 하하. 그녀가 이렇게 묻힐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남들은 일상에서 묻히는데. 타린티노의 <호스텔>에도 나왔나요? 그건 안봤는데.

Mephistopheles 2007-01-1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출연했다는게 아니라...영화의 잔인성에 비하자면 호스텔이 수위가
높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 보고싶네요.

비로그인 2007-01-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함보다 무서움을 선호하는 저는, 가장 무서운 영화는 `블레어 위치', 무섭고도 재미있었던 영화는 `디 아더스'였어요. 특히 블레어 위치는 사람이 상상하는 만큼 무서운 영화인지라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상상력만큼 영화를 보게 되는 유동성을 선사한다고나 할까요.

2007-01-11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1-1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저도 잔인함보다는 무서움이 좋아요. 아 근데 저건 좋던데요. 아마도 잔인에 야함이 더해져서 그런건지도. 잔인만 있다면 볼 사람이 별로 없을거에요. 블레어 위치는 전 아직 못봤어요. ^^ 디 아더스는 봤지만. 공포영화는 머니머니해도 님말씀대로 관객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게 최고죠.
속삭이신님 / 그런가요? -_- 영화가 야해서.

mind0735 2007-02-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었어요. 원작도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결국 못 봤군요. 저 강심장인데, 요 영화 쬐끔 무서웠어요. ^^;; 그런데 미국 호러는 야한 장면 나온 후에는 꼭 죽더군요.

마늘빵 2007-02-0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영화 저도 좀 무서웠어요. -_- 잔인해. 근데 전기톱살인이나 나는 네가 ... 시리즈식의 잔인함과는 또 다르더군요. 야한장면과 호러가 결합된 최고의 영화는 머니머니해도 <13일의 금요일>이죠. 또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