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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정철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당신은 저축과 투자의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가? 만약 안다면 재테크에 있어서 최소한의 기본개념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는 '한번 배워 평생 가는 똑똑한 재테크 습관'이라는 부제에 충실하고 있다. 사회생활한지 얼마 안돼서 여기저기 돈 쓰다보니깐 남아난 것도 없고, 대학시절 학자금대출 받은 것은 아직도 갚고 있는 중이고, 없는 돈이지만 뭔가 안될까 하고 이저저거 머리 좀 굴려보고픈 이들이 봐야할 책이 딱 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놀랍게도 재테크와 관련해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일수록 실현 가능성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닫는 것이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독자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단돈 1000만 원이라도 빨리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부자들은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달콤한 묘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통쾌해했다. 부자마인드 하나로 드라마틱하게 인생 역전에 성공한다는 스토리에 열광했다."
그건 정말일테다. 지금껏 나온 재테크/실용 분야의 베스트셀러들은 대부분 그러지 않았던가. 부자들의 인생살이법이나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가, 나는 2년만에 몇 억을 벌었다 등등의 이런 제목들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같은 재테크 관련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달콤함은 조금도 주지 않는다. 정말 쥐어짜란다. 허리띠 졸라매고 아둥바둥 살아 돈 빠짝 모으란다. 다만 옛 어른들 말씀과 다른 것은 그걸 가지고 고스란히 은행창구에 가서 계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은행을 버리라고, 은행을 버리고 투자를 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이 옛 어른의 말씀과 다른 것은 그것 하나이다. 이 마인드를 가지고 이제 어떻게 투자하고 돈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방법을 알려준다. 최소한의 이런 마인드 - 허리띠 졸라매고 졸라게 저축하면서 그 돈으로 투자할 생각 - 이 없다면 더 이상 책장을 넘겨봐야 손만 아프다.
이 책은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을 겨냥하고 있다. 그 나이대의 사람들은 대개 사회생활 이제 몇년 지닌 여자들과 군대 면제 받은 남자들, 그리고 제대하고 막 대학 졸업하고 취업에 겨우 성공한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이야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문제지, 돈 있으면 다 대학가니깐 절대다수가 '학사'를 기본으로 이력서를 꾸리니 대학을 안나온 이들을 여기에서 제외시켰다고 해서 그들을 차별한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런 흐름 속에서는 대학을 안가는 이들이 더 특수한 경우이므로, 그들에게는 또다른 인생설계법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재테크 마인드와 몇몇 방법들은 실제로 내가 머리 속에 생각해놓고 있는 바였다. 그간 신문을 보면서 아 나도 이거 해봐야지, 저거 해보면 어떨까, 이런 막연한 그림은 그리고 있었는데, 일단 돈이 없다는 것, 대출금까지 하면 내 통장은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을 본 뒤에도 나는 아직 대출금 때문에 발벗고 나설 수 없는 형편이지만, 최소한 대출금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졌다. 예전엔 아 대출금 언제 갚아, 이것 때문에 안돼,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대출금으로 생겨나는 이자가 내가 대출금을 갚지 않고 돈 모아 투자해서 얻어낼 수 있는 이익금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돈이 조금 있더라도 대출금을 먼저 갚는 것이 우선이다,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바로 이런 것이 이 책을 읽은 효과이다. 그래 나 돈없어, 이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돈이 없어도 조금만 모으면 최소한 100만원만 있어도 투자는 가능하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들어온다면,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전제하에, 돈이 금방 모일 수 있고, 이걸 가지고 투자연습이 가능하다는 것은 깨달았다. 나는 세대주도 아닌지라 청약어쩌구 가입하지도 못하니, 또 큰 목돈이 있어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월급통장을 이자주지도 않는 은행통장으로 하지 말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일단 재테크의 첫 발을 밟은 것이라고.
184쪽 에는 도식이 하나 그려져있다. 나는 이제 어디에 해당되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A에서 J까지의 타입을 나누고, 내가 어디에 해당하는가인데, 나는 E 유형이다. "내 집 마련이 가장 힘든 상황이다. 종자돈 모으기와 청약통장 만들기를 하루라도 빨리 병행해야 한다." 며 일단 청약통장을 준비하라 하지만 난 세대주가 아니라구우우. 이거 가짜로 어떻게 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데 나는 대출금이 먼저인걸. -_- 아 오늘 대출금 나가는 날인데 확인해봐야겠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변함없는 사실은 내가 '재테크를 하기에는'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지만, 재테크 마인드는 생겼다. 의욕은 넘친다. 자 이제 허리띠 졸라 졸라. 근데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돈 좀 써주자고. (됐어됐어 그런 마인드가 이미 넌 글러먹었다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특별한 날엔 돈 써야지 맨날 어떻게 아득바득 모으고 있어 써써)
자 이제 내가 제일 먼저 재테크를 위해 할 일은, 월급통장 바꾸고 대출금 얼른 갚는 것.
잡설.
아마도 추정컨대 지금까지 내가 돈 주고 구입한 자기계발서적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21살 이래로, 딱 세번이다. <보물찾기> <남자생활백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그리고 굳이 하나를 더 말하자면 철학자 탁석산의 <대한민국 50대의 힘>인데, 이건 분류만 자기계발이지 자기계발이라고 하긴 뭣하기 때문에 패스. 딱 이 세 권은 모두 구입결과 대만족이었다.
대놓고 나는 자기계발서와 실용서 등에 반감을 표했지만, 자꾸 이래되면 대놓고 반감을 표현할 수 없다고. 구입한 실용서적들이 100% 만족감을 주면 어쩌자는거야. 분명한 것은 아직도 나는 서점에 깔리는 많은 자기계발/실용서 중 다수가 쓰레기라는 것에는 동의한다는 점 -그치만 그 중 이렇게 잘만 발굴해서 보면, 때로는 그것들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음으로써 대개의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그중 쓰레기가 아님을 증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형 인간>과 같은 안좋은 책들이 나오기 때문에(내가 아침형 인간인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 이다. 또다시 그러나, 몇 차례의 이런 선택의 결과로 이쪽 부류의 책들에 대한 전반적인 혐오나 반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도 자기계발서적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