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사전
A. C. 그레일링 지음, 남경태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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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에 봐도 제목에서 확 끌리는 제목을 달고 있는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 사전>은 도대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글을 담아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려운 강단 철학이 아닌 아마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하지만 그 단어가 내뱉는 무게감은 상당한 그런 주제를 가지고 가볍게 또 진지하게 쓰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책 매우 끌린다.

  제 1부 성찰해야 할 것들, 제 2부 버려야 할 것들, 제 3부 아껴야 할 것들로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일단 목차부터 재밌다. 저 큼지막한 제목들 아래로는 작은 여러가지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성찰해야 할 것' 에는, 도덕주의, 관용, 자비, 예의, 타협, 두려움, 용기, 패배, 슬픔, 죽음, 희망, 인내, 신중함, 솔직함, 거짓말, 위증, 배반, 충성, 비난, 처벌, 망상, 사랑, 행복이 위치해있고, '버려야 할 것들'에는 민족주의, 인종차별, 동물차별, 증오, 보복, 무절제, 우울, 그리스도교, 죄, 회개, 신앙, 기적, 예언, 순결, 이교, 신성모독, 외설, 빈곤, 자본주의가, 마지막으로 '아껴야 할 것들'에는 이성, 교육, 소질, 야망, 연기, 예술, 건강, 여가, 평화, 독서, 기억, 역사, 리더쉽, 여행, 사생활, 가족, 나이, 선물, 사소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세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작은 항목들을 보고 있노라면 재밌는 점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버려야 할 것들에 신앙과 신성모독, 그리스도교와 이교가 함께 있는 것이 재밌다. 신앙을 버리라하면서 신성모독을 버리라한다. 겉으로 보기에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것들이 함께 존재한다. 허나 엄밀하게 신앙과 신성모독은 대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눈으로 살폈을 때 얼핏 대립되어 보이는 이것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재밌다. 그리스도교와 이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교는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이 강하고, 이교는 그리스도교와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녀석이다. 둘이 함께 버려야 할 것들 안에 있다는 점은 재밌다.

  때로 어떤 이들은 아껴야 할 것들에 있는 요소들을 버려야 할 것들로, 버려야 할 것들에 있는 요소들을 아껴야 할 것들로 옮기고픈 욕망을 느낄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을 떠나 세 카테고리에 담겨있는 녀석들은 대개 우리가 수용할 만한 고개를 끄덕일 만한 기준으로 나뉘어져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머릿말에는 이 책의 서문을 대신하여 줄리어스 헤어의 수필집 <진리를 향한 추측>의 서문의 일부를 발췌했다.

  "이 책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몇 가지 생각을 제시할 것이다. ...... 생각이라기보다는 거의 꿈이라고 할 만큼 어렴풋하고 희미한 내용이지만...... 만약 여러분이 이미 다른 책을 읽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모든 설비를 갖춘 완성된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굳이 재료를 구하러 채석장까지 찾아올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구성하고 싶다면, 그래서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찾고 있다면 이 책에서 여러분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본래 런던대 철학교수이자 옥스퍼드 객원교수인 A.C.그레일링이 <가디언>지에 <유념해야 할 한 마디>라는 제목으로 매주 기고하던 것을 모아 다듬고 재배열하여 묶어낸 것이다. 각각의 글은 매우 독립적이며 또한 매우 짧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글이지만 많은 사색을 할 수 있다. 저자 그레일링은 강단철학보다 일상생활의 철학을 하는 자로 철학의 대중화라고까지 하면 뭔가 거창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우리가 접하는 철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가디언지 말고도 타임즈, 파이넌셜 타임스, 옵저버, 이코노미스트, 인디펜던트언 선데이,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뉴 스테이츠먼 등의 신문과 잡지에, 또 BBC 방송의 여러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자신만의 철학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주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며 주의주장을 담아내기보다는 편안하게 사색하고자 우리를 이끈다. 사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일상의 소재에서 찾아낸 사색은 좀더 무겁고 심층적인 것으로 옮겨간다.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덕과 악덕에 관한 철학 사전>은 일종의 입문서이다. 우리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사색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철학 입문서이다.

  분류체계나 주제는 맘에 들었지만 내용이 아무래도 매주 신문에 기고한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보니 좀더 깊이있는 사색을 기대했던 나에겐 약간의 실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지나친 기대 때문이지 이 책이 결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은 충실하게 독자를 안내해줬으며 독자를 남겨놓은 채 빠져나왔다. 비슷한 책을 원한다면 우리네 철학자인 김용석 씨의 <두 글자의 철학>을 권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는 <두 글자의 철학>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일상의 철학을 담은 철학책이긴 하지만 <두 글자의 철학>이 좀더 사색의 깊이가 담겨있다고나 할까. 또한 아무래도 번역서가 주는 텁텁함보다 본래 한글로 쓰여진 자연스러움이 더 편안함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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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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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돈 주고 책을 구입하는 데 있어 간혹 가다 예외적인 선택이 존재하는 바, 이것이 그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내 돈 주고 책을 산 건 아니고 인터넷 서점의 쌓인 적립금을 가지고 지른 책이지만, 어찌되었든 한정된 적립금의 금액을 가지고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이 책이 당첨된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혹은 소설을 구입해보는 나로서는 <남자생활백서>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녀석, 더군다나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 남자생활연구회 라는 별스런 이름도 다 있다고 생각되는 필진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을 고른 것은... 정말 잘 했다. ( -_-v 저 알바 아니거든요.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녀석, 제목만 봐도 눈동자 휑둥그레해지며 얼른 보고 싶다. 내가 어쩌다 관심이 이쪽으로 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다만 난 나를 좀더 멋있게 꾸미고 싶고 - 내면적으로나 외관상으로나 - 눈에 보이는 모습들을 꾸미기 위한 이런저런 팁들이 더이상 그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쓰레기 글로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쓰레기(?) 글들을 모아놓은 결정판이 바로 이것이다. 혹시 모르지 내가 다른 더 좋은 책을 못만나서 이러는건지도.

  서문에서 필진들이 밝히는 바의 거창한 문구들, 예를 들면 뭐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남녀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어쩌구 저쩌구, 어쩌다 이 땅의 남자들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한탄하며 가부장적 권위가 어쩌구 저쩌구 이런건 너무 거창하지 않아? 이런 외관상의 팁들을 알려주는데 있어서. 물론 필진들이 이것이 그저 꾸미기 팁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면 나로서야 할 말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실이 어쩌고, 양성평등, 사회적 강자 어쩌구 하는 거창한 사회학적 문구들은 왠지 안어울린다 얘.

  책은 크게 7장으로 되어있으며, 구성은 깔끔하다.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좋고 관심가는 대목을 훌쩍 뛰어넘겨 펼쳐보아도 상관없다. 남자로 사는 기술, 달콤한 연애의 기술, 본능에 충실한 섹스의 기술, 위버 섹슈얼한 뷰티의 기술, 부자로 가는 성공의 기술, 황홀한 인생의 기술, 향기로운 낭만의 기술 이라는 본 제목보다 더 끌리는 각 장의 부제들은 눈에 끌리는 향기로운 단어들로 가득하다. 황홀, 낭만, 섹스, 달콤, 본능, 연애 너무 좋잖아.

  책을 읽다보면 어떤 부분은 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필진이 말하는 바에 부합하는 경우들도 상당수 있고, 또 무심코 그냥 넘겼던 부분들도 있다. 확실한 것은 별 것 아닌 내용도 없는(정말?) 이 책을 상당히 천천히 느릿느릿 꼼꼼히 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머리 속에선 지난 과거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책이 말하는 법칙에 비추어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 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고 쓸모있는 지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자금'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각각의 남자들에게는 각기 다르게 다가올 터. 어떤 이는 본 바탕(얼굴)이 안되는 것을 어찌할 것이냐고 말 할 터이고, 우선 살부터 빼자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기타 등등.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금'이다. 돈이 있어야 니들이 말하는대로 뭘 좀 뽀대 좀 나게 할 거 아냐. 돈 없으면 다 소용없잖아. 그래 정말 그렇다. 내가 언젠가 에스콰이어 말고 지큐를 한번 돈 주고 샀을 때 펼쳐보며 느낀 것은 그것이었다. 장난하니. 광고에 나온 이것들 사려면, 니들 말하는대로 뽀대내려면 내 월급으로는 발바닥만 신경쓰기도 힘들어. 전신을 그렇게 치장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한거야. 얼마면 돼?!! 버럭. 그리고 다시는 패션지(?)를 사지 않았다. 보지도 않았다. 아니 솔직히 미용실에서 가끔 봤다. 그럼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돈 벌기. -_- 그게 맘대로 돼? 대출금 밀렸다. 통장에 돈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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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0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서 그런 게 유행하나봐요? 이런 책들이나 패션지는 그저 눈요기거리죠 뭐~

비로그인 2006-10-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션잡지를 보고나서 현실로 눈을 돌리면, 문제의 기본은 내 옷장과 내 몸매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니 차라리 개인 카운셀러나 지인의 충고가 백 번 나은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 솔깃해집니다, 이 책. 남자라는 사람들이 종종 무얼 생각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많아요.

마늘빵 2006-10-0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니님 / 네 요새 백수생활백서, 여자생활백서 등 나왔죠. 유일하게 이것만 봤지만요. 의외로 깊이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지난 연애와 나의 행각들을 살펴보면서요. ^^
쥬드님 / 네 저도. 제 옷장과 제 몸매와 통장잔고와 머 이런 것들. 멋 부리려면 확실히 자금이 받춰져야. 근데 이 책은 남자라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알기보다는 많은 남자들이 지나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말해주는 책이기에 현실 속의 남자들읠 머리 속 생각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은거 같아요. 이 책에 있는 대로의 남자라면 정말 드라마나 영화 속의 '그' 밖엔 떠오르지 않아요.

marine 2006-10-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돈,돈 아, 정말 영원한 딜레마죠 어제 "재키스타일" 을 읽었는데 그 유명한 재클린 케네디 역시 우아함과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결국은 오나시스와 결혼했다고 하니, 우리같은 평민들이야 뭐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우경화하는 神의 나라 -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
노 다니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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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국 일본과 관련된 문제라면 언제나 그것은 '대립'의 구도를 전제하고 있다. 매년 문제가 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새로운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 헌법개정 등등의 사안들은 그네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한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그렇게 말한다. 일본의 교육법과 교과서 검정 승인 문제조차도 우리는 한국과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이건 내정간섭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말한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얼마전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올리자 일본은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노라 선포했다. 이건 전쟁을 의미한다. "당장 전쟁을 하겠다"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당신들과 전쟁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정도로는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 중국, 한국 대 일본의 대결 구도는 해가 갈수록 점점 영원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당연하게도(?)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거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도 미국과 맞먹는 세계 경제 대국의 위치를 내세우며 국제 사회에서 또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려 하고 있다.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등은 일본이 더 이상 자국의 안위만을 책임지고 방어하는 수준의 군사력으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것이 한국의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이다.

  과연 일본은 우경화하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떤 생각으로 우경화를 주도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주의주장은 거의 생략하고 있지만 일단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들어가는 듯 하다. 일본은 우경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생각으로는 우경화의 한 가운데에는 일본 스스로 본국을 '신의 나라'로 인식하는 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신의 나라에 대한 인식'의 근거로서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주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을 쓴 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일본을 20년 이상 연구하고 경험한 한국인으로서 중립적인 시점에서 이 책을 쓰고자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지일'이 극일의 기초라는 생각에서 이다. 이 책의 목적은 일본인의 속마음을 느끼고 아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지, 일본의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하여 증오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한국인들은 사람에 따라 충격을 받거나, 분노하거나, 감동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책은 일본 지배 세력의 정신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내서이며 이야기책이다. 외국인에게 서울을 보여주는 관광안내인은 남대문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할 뿐, 평가는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공저하고 재미있게 소개만 하고자 한다. 그들의 생각과 언행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책 제목은 저자의 글쓴 의도와 다르게 이미 일본이 우경화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 신의 나라가 존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지금의 이러한 일본의 못마땅한 모습들을 두고 일본은 결코 군사대국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며, 다시한번 아시아 지배의 야욕을 부리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탁석산(철학자)은 일본은 그저 보통국가의 모습을 갖추려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한편의 의견과는 달리 저자는 이미 '우경화하는 신의 나라'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에 대한 한편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것은 저들의 행태가 이미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 내의 우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저자는 글 쓴 의도와는 다르게 객관적 위치를 상실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이 책엔 주의주장은 담겨있지 않으며, 그저 잘 짜여진 한편의 레포트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성실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하여 잘 만든 레포트라고나 할까. 그저 일본을 공부하는데 있어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그저 '참고'만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덧붙여 나의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나 또한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 언론의 일본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또한 한국의 주장이 틀렸다 에 대한 근거보다 일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 라는 주장의 근거들을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본과 관련하여 터지고 있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개의 한국인과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애국자도 아니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저 하나의 개인으로서 존재하고픈 위인임에도 한국과 일본을 떠나 하나의 개인으로서 보더라도 일본의 최근의 행태들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안별로 보자면 조금 의견은 다르다. 독도문제와 교과서 역사 왜곡문제, 신사참배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그 밖의 아시아 국가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자위군의 이라크 파병이나 헌법 개정 등의 사안에 있어서는 그것이 일본이 야심을 드러내는 근거라 생각지 않고, 하나의 보통국가로서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일본의 우파들이 아닌 다른 정치적 색깔을 가진 이들은, 혹은 정치적 색깔을 지니지 않은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우경화의 근거로서 신의 나라라는 인식을 들 수 있다면, 이에 반대하는 다른 세력들의 생각의 중심에는 천황과 신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그것이 우파들 뿐 아니라 일본인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혀있는 근거라면 같은 근거에서 어떻게 다른 두 주장이 나왔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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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하는 神의 나라 -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
노 다니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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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아공영권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생존의 길인 동시에 아시아 민족의 생존의 길이었다. 일본이 전쟁에 지기는 하였지만, 무력으로 모든 식민지에서 구미열강을 몰아내고, 그 결과 아시아의 식민지들은 차례차례 독립을 얻었던 것이다.<이부끼> (1996, 8월)-106쪽

일본의 천황주의는 다른 곳에서 보이는 민족주의와는 종류가 다르다. 민족주의란 국가라는 공동체를 정의하고 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그 정체성의 기준을 민족이라는 것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인종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민족이 공유하는 가치, 문화, 언어 등을 사고와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강하고 비합리적으로 발전하여 배타적인 성격을 띨 때 국수주의라 한다. 최근 한국이나 중국도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것을 국수주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도의 문제이지 본질적인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천황주의는 나라의 정점에 천황이 서 있고 그 천황에 인격이 있다는 것이다. 민족주의의 중심은 인간집단으로서 민족인 데 반해, 천황주의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라 천황이라는 것이며, 더구나 그 천황이 신의 직계 후손이라는 것이다. -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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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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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여자에게는, 좀 더 현실적인 계산들이 머릿속에 들어차게 된다. 앞으로의 삶이 '춘향'이 될지 '향단'이 될지를 결저짓는 고리인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탓도 있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비교적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남자들은 그제에 언제 여자 손 한번 잡아볼지, 어떻게 하면 뽀뽀할 수 있을지를 호시탐탐 노리던 철없는 모습을 버리고 그럴듯한 남성으로 변해간다. 경제력이 가져다주는 여유도 있다. 한때 그들이 건네주었던 장미 한 송이는 다발의 묶음으로 변했을 것이고, 싸구려 통닭집 대신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다. 무엇보다 '너 없으면 안된다'는 치기 어린 마음 대신, 주위를 돌아보며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한 번 해 보겠다'는 목적성을 가진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센스 있게 차려 입을 줄 안은 옷차림, 깔끔한 매너, 경제적 여유, 사회적 성공이 '널 위해 존재한다'가 아니라 '날 위해 존재한다'는 남자들의 자신감에서 비로소 여자들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52쪽

사랑은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그녀가 괴물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기까지의 즐거운 기간이다.
(존 배리모어)-131쪽

우리들이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곧 한 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즉, 사람은 무엇을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사람은 사랑할 보람이 있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235쪽

어린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 받기 때문에 사랑한다'이지만
어른의 사랑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사랑 받는다'입니다.
미숙한 사랑은 '나는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이 필요하다' 입니다.
(에리히 프롬)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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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0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 위해 존재한다'가 아니라 '날 위해 존재한다'는 자신감에서 비로소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은 눈에 쏘옥 들어오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마늘빵 2006-10-0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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