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게임 - '세대 프레임' 을 넘어서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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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들마다 다채롭다. 비슷한듯하면서도 또 다른 지점을 짚어서 재밌다. 이 책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2018년에 나왔으니 몇 년 지나 현재의 한국 사회를 읽기엔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가 이젠 옛날이다. 박근혜 정부와 촛불 집회 시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소재를 빼면 지금도 의미있고 재밌게 읽힌다. 


“세대 게임은 사람들이 세대에 주목하도록 판을 짜서 어떤 전략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활동이나 움직임을 말한다.” 


보통의 세대론에서 다루는 ‘요즘 세대’에 관한 책은 아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한 세대론, 세대 게임을 다룬다. 즉, 각 세대를 지칭하는 명칭이 어떻게 부여받고, 그 명칭에 속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의미 부여하는지 등 세대론이 만들어지고, 입히는 프레임, 그리고 각 세대들이 주장하는 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대론을 이용하는 정치판 등을 다룬다. 


흔히 세대는 나이 또는 출생년도에 따라 구분되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도 있다. MZ세대, X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의 명칭(시간 브랜드)은 전자에 해당하고, 촛불 시민, 태극기 부대 등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이나 살아온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한 주체성에 기반한 명칭(세대 브랜드)은 후자에 해당한다.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명명되는 여러 세대의 명칭에 해당할 수도 있다. 나이와 출생년도에 따라 구분되는 세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되는 것이며,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견해를 적극 드러냄으로써 명명되는 세대는 내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나이는 세대가 형성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서 스스로를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하는 세대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질문은 세대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어떻게 세대가 만들어지는지’를 향해야 한다.”


정치판에서는 이러한 세대론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노인과 청년층을 분리하기도 하고,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보수 계열이 지금의 노인 세대가 전후 한국 사회에서 힘들게 노력해온 노고를 칭송하고 위로하며 노인 세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진보 계열이 청년층의 어려움을 위로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래서 젊은층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인증샷 이벤트 같은 것을 하면, 노인 세대는 우리도 질 수 없다며 반대 심리로 투표를 하러 나오곤 했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던 선거부터 구도가 바뀌었다.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전략은 젊은 남성의 보수 지지율을 높이고, 반 페미니즘의 흐름을 만들었다. 젊은이들 중 남성이 보수로, 여성이 진보로 나뉘는 형태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노인 세대는 당연히 보수의 편이니, 보수가 청년 세대 중 남성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세대론을 이용한 싸움은 매우 위험하다. 단순히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걸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는 사회 갈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한 갈등은 노인과 청년의 갈등이 아니라 젠더 갈등이다. 


“페미니즘이 반대하는 것이 남성이 아니라 남성 중심주의인 것처럼, 우리 역시 세대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는 세대 프레임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대 갈등을 맞게 될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남성 당하는 성적, 신체적 피해보다 여성이 당하는 피해는 압도적이다. 사례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피해의 정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사귀던 남성에게 살해당하고, 집에 가다 얻어맞고 기절하고 성폭력 당하고, 납치당하려던 걸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해서 겨우 구해지고. 여성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남성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여성에겐 생존이다. 어제 본 뉴스 중 여성이 여성을 살해한 케이스도, 결국 피해자는 또 여성이다. 가해자는 남성이나 여성이 될 수 있는데, 피해자는 늘 여성이다.


“진실과 진리가 우리를 언제나 행복하고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특히 당사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 사실보다 믿음, 팩트보다 기분이 더 중요하다. 믿음을 방해하는 사실은 불편하다. 기분을 망치는 팩트는 더럽다.” 


팩트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라도 우리는 진실과 진리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있는 사실은 사실 대로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지, 여성이 왜 사회적 약자냐, 여성만 피해자냐는 식의 대결 구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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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의 얼굴 - 기술이 만든 얼굴이 우리에게 묻는 것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91
이소은.최순욱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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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핫하다. 한국 사회에서도 모든 영역에 걸쳐 인공지능이 핫하다. 뇌과학, 인공지능 관련된 학자들은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아 바쁘게 지내고 있고, 관련된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기술은 워낙 빨리 발전하고, 논의는 이를 뒤따르기에, 관련 논의와 주제가 있으면 부지런히 따라가야 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의 한 모습이다. 챗GPT의 등장과 관련없이 이전부터 문제가 됐고 논의가 됐던 주제다.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로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을 하는 등의 영상으로 논란이 됐었고, 가깝게는 한국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포르노 영상이 있다. 


딥페이크는 단순히 포토샵이나 영상 기술을 활용하여 남의 몸에 특정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바꿔 합성한다는 건 그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얼굴이 삽입된 대상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타인의 시선을 만족하기 위한 또는 놀이감이 되기 위한 대상이 된다. 


유명인의 얼굴이 딥페이크된 영상에서는 그 유명인이 살아온 역사와 경험은 무시되기도 한다. 성평등을 주장하던 사람이 성차별 발언을 할 수도 있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던 사람이 흑인이나 아시아인을 향해 인종차별을 가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유명인의 평소의 생각과 다르다면, 사람들은 의심할 수 있다. 그런데 평소 그의 삶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듯한, 하지만 그가 발언한 적 없는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내보낸다면, 보는 이들은 이를 믿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너진다. 잘 만들어진 딥페이크 영상은 진실에 대한 의심을 강화하고, 결국 딥페이크 영상이 아닌 모든 영상과 기사와 사실 보도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의심이 쌓이고, 불신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는 피곤하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이는 의도가 있다. 그래서 보는 이는 이 메시지를 담은 영상에서 누가 왜 그 사람의 얼굴을 넣었는가, 왜 바꿨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만든 이의 의도를 알면 딥페이크 영상에 관심을 줄 이유가 없다. 


이 책에는 딥페이크와 관련된 사건들과 구글, 메타 등의 플랫폼 기업들이 딥페이크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대처하는 기준을 세우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딥페이크와 관련하여 얼굴의 철학적 의미를 미셸 푸코와 벵자맹 주아노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얇은 책이고, 새로운 통찰을 주기보다는 딥페이크와 관련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잘 정리했다. 





딥페이크는 창작과 수정, 선택의 과정을 모두 기계의 작업으로 ‘블랙박스화’하며 이미지 합성과 조작을 심층적으로 자동화하고 있다. 인간은 영상을 조작하라는 명령만 내릴 뿐 실제 작업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데이터만 충분히 양질이라면 이미지 조작은 인간의 능력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딥페이크의 시대, ‘누가 이미지를 조작했는가’를 넘어 보다 핵심적인 질문들을 던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딥페이크로 조작된 영상물에 대해서는 창작자가 누구인지보다 ‘창작의 의도’와 만들어진 결과물이 가져올 사회적 파급력을 묻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 P31

딥페이크 영상이 자아내는 정서적 효과는 원본 이미지가 의도했던 정서를 전복하거나 변형한다. 이 점에서 딥페이크는 개인적 수준에서는 정서의 극대화일지 모르나 사회적 수준에서는 특정 이미지가 의도하는 정서를 개별적으로 날조하는 기술에 가깝다. 앞서 살펴본 정치적 인물을 바꿔치기하는 일이 ‘정보의 조작’과 관련된다면,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놀이’나 포르노그래피는 이미지가 전하는 ‘정서의 조작’과 연결되는 셈이다.
- P50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에 따르면, 가면을 쓴 사람은 가면이 상징하는 영혼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영혼이 되며, 가면을 쓴 ‘배우’는 자신의 존재를 ‘잠시 멈추고’ 가면에 재현된 얼굴 그리고 영혼을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가면이 가진 힘은 가면을 통해 세상에 직접적인 공간을 갖고 있지 않은 공간으로 육체를 들여보냄으로써 육체를 신의 세계와 소통하는 상상적 공간의 단편으로 만드는 데 있다. 가면을 걸침으로써 몸은 ‘위대한 유토피아적 배우’가 된다고 푸코는 말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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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세계 - 챗GPT는 시작일 뿐이다, 세계질서 대전환에 대비하라
헨리 A. 키신저 외 지음, 김고명 옮김 / 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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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등장 이후 놀라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서 알게 모르게 티나지 않게 생활의 편리를 돕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GPT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있는 결과물에 놀라고 있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시를 짓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거짓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만들어낸다. GPT 이용해 책을 출판사가 있고, GPT 이용해 사진전에 공모했다가 대상을 수상했으나 GPT 이용한 것임을 밝히고 상을 거절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까지 가지 않고, 한국의 조선 시대만 봐도 양반들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정치를 하는 놀고 먹고 창작하는 여가 활동을 위해 집안에 노예를 부려 귀찮은 , 허드렛일을 처리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쓸모로 생각한 것은 여기까지였지만, 이제 인간의 창작 활동까지 인공지능이 넘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만이 있는 일까지 인공지능이 해내고 있다.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통제할 있는 도구다. 문제는 우리가 설정한 안전상의 제한을 누군가는 설정하지 않으리란 점이다. 이에 반응하고, 규제하고, 대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올트먼, 오픈 AI CEO)


인간이 쌓아놓은 온라인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여 점점 발전된 결과물을 내놓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따라잡기는 사실상 어렵다. 인공지능은 생각하지 않지만, 생각하는 인간보다 좋은 창작을 해낸다. 보통 수준이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좋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인공지능에게 지시하는 인간이 그만큼의 전문성과 좋은 질문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스스로 좋은 창작물을 내놓지는 못하고, 사실상 뛰어난 인간과 협업을 통해 내놓을 있다. 그러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AI 배치할 때마다 인류는 가지 하나를 선택할 있다. AI 제한하거나, AI 협력하거나, AI 따르는 길이다.”


인공지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올바른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데이터를 축적하는 인간이 올바른 데이터세트를 만들어줘야 한다. 인간이 편향성을 지닌 데이터를 축적하면 인공지능은 잘못된 결과물을 내놓게 되고, 단순히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정책 결정이나 법적 영역이 때에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있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인공지능이 잘못 판단한 경우를 많이 접했다. 흑인 얼굴에 대한 인식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동물을 총기로 인식하거나 하는 등의 경우 말이다.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 삶에서 많은 영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나 풍경을 그림을 그려 보존하던 시대에 사진술이 등장했을 때의 충격과 같이 말이다( 사례는 최근 출판인회의 인사이트 포럼에서 김대식 교수가 강연 이야기한 내용이다). 


우리는 그동안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정리하여 배우고 암기하여 머릿속에 집어넣고 이를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훈련만을 해왔다. “현시대에는 인간의 정신이 데이터를 취합, 분석해서 습득하는 지식과, 관찰 깨달음으로 습득하는 지식을 중시한다.” 하지만 “AI시대에는 지식이라는 개념이 인간과 기계의 협력에서 나오는 결과물로 재정의된다.”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생각할지,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니 어떻게 인간을 교육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AI는 예측하고, 결정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자의식은 없다. 즉, 이 세상에서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사유하는 능력은 없다. AI는 의도도, 동기도, 양심도, 감정도 없다. 그런 것이 없어도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의외의 방법을 제법 잘 찾아낸다. 하지만 이런 AI로 인해 인간은, 그리고 인간이 사는 환경은 바뀔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AI를 경험하거나 AI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은 무의식중에라도, AI를 의인화하며 자신과 같은 존재로 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다. - P63

정보에 맥락이 더해질 때 지식이 된다. 그리고 지식에 소신이 더해지면 지혜가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소신이 생기려면 홀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용자에게 수천, 수만, 수억 명의 의견을 쏟아부으며 혼자 있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홀로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면 용기가 위축된다. 용기는 소신을 기르고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며 특히 새로운 길, 그래서 대체로 외로운 길을 걸을 때 중요하다. 인간은 소신과 지혜를 갖출 때만 새로운 지평을 탐색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는 지혜가 생길 여유가 없다. 디지털 세상에서 중시되는 덕목은 자아성찰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이다. 그래서 디지털 세상은 이성이 의식의 요체라는 계몽주의의 명제를 위협한다. 디지털 세상은 역사적으로 거리, 시간,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 행동에 가해진 제약을 파기하면서 ‘연결’을 의미 있는 미덕으로 내세운다. - P89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계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다. - P97

인공지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도구다. 문제는 우리가 설정한 안전상의 제한을 누군가는 설정하지 않으리란 점이다. 이에 반응하고, 규제하고, 대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 - P132

AI를 배치할 때마다 인류는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AI를 제한하거나, AI와 협력하거나, AI를 따르는 길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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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 Z세대, 그들이 바꿀 미래의 단서들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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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대 문제가 아니라 시대 문제다.”라고 서두에 밝힌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한다. 세대론은 매우 흥미롭지만, 그리고 세대마다 특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90년생, MZ세대, Z세대를 언급할 때 우리는 사실 그 세대의 경향을 말하는 것이면서, 이 시대의 트렌드를 말하고 있다.


기성 세대들이 새로운 세대들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생기는 문화적 차이, 세대적 차이를 대비 또는 극복, 미리 경험하고자 세대론 책들을 읽는데, 이건 대비하거나 극복하거나 미리 경험할 문제가 아니다. 어느 시대나 203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저자는 굉장히 넓은 범주에서 MZ세대를 논한다. 직장생활과 공정, 젊은 범죄자, 돈쭐내기, 인성, 젠더, 혐오, 내돈내산, 주식, 성 소수자, 공무원 응시생, 군대 문화 등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주제 하나하나가 모두 민감하고, 이슈 성격의 것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판단하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고, 자기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으며, 납득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문제 있음에 대해 문제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며,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겪는 부당함, 차별을 참지 않는 것이다.” ‘가장 개인주의적이고 가장 자본주의적 세대’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한편으로 이들은 바른 인성을 지니고 공동체를 위해,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돈쭐내거나 영상을 찍어 올려 칭찬을 퍼붓는 등의 행위를 한다. 친환경, 바른 인성, 공정 무역, 윤리적 소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이면서 그렇지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이 강하기도 하다. sns에서 집단 행동을 하거나 이슈 몰이를 하는 데에 능해 나쁜 일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좋은 일에 대해서는 격려하거나 칭찬하는 여론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 덕에 나쁜 일이 아닌데 나쁜 것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될 때에는 문제가 심각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준석에서 시작된 젠더 갈등이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이겼으므로 통했지만, 봉합할 수 없는 젠더 갈등을 만들었다. 20대 남성들은 자신보다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과 학교생활을 한 점, 군대에 가야 하는 점 등이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데 공감할 수 없고, 오히려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이며, 피해자라고 인식하게 됐다. 철저하게 개인이 살아온 경험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 인식이다. 이런 부분을 정치권이 잘 건드렸고 성별 대결 구도로 만들었으며, 여성에게 화가 분출되었다.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가꾸어야 할 나이에 군대를 가야 한다는 건 지옥같은 경험이기는 하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 피해를 국가에 호소하고 국가에게 보상받아야지, 여성을 향해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잘못되었다. 군대를 감으로써 취직이 늦어지고, 취직이 늦어져 자신보다 어린 여성을 선배 또는 상사로 대해야 하는 점도 부당하다고 인식한다면 역시 동의한다. 그런데 이 또한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 조직에 호소해야 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은 신입사원 연봉 산정 시 조금 더 받는다. 그런데 경력이 쌓이고 승진 시기가 됐을 때 절묘하게 사라진다. 실제 경력이 아니기에 경력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부당하다 생각한다면, 역시 동의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표출할 게 아니라, 국가와 기업, 조직에 호소해야 한다. 사소하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과적으로 성별 대결이나 젠더 갈등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MZ세대의 특징뿐만 아니라 MZ세대와 기성 세대, MZ 내 성별 이슈도 함께 다루고 있다. 세대론을 읽으면서, 한국의 오늘 트렌드를 읽고, 우리 사회의 이슈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좋은 책이다. 





사실 세대 문제가 아니라 시대 문제다. 서로 다른 세대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문제라는 것이다. 뉴노멀의 실체가 세대가 아님에도 자꾸 세대로 바라보는 것은 진짜 문제를 푸는 대신 세대 탓으로 돌려 당장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 P7

분명한 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들이니까 선처한다는 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지고, 잘했으면 보상이나 평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바로 공정이기 때문이다.
- P90

한국의 기업들이 조직 내 세대갈등이라고 오해하는 상황의 진짜 문제는 세대가 아닌 조직문화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모여 일하는 게 기업이다.
- P158

문제 있음에 대해 문제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겪는 부당함, 차별을 참지 않는 것이다.
- P268

일부 정치인들이 이런 z세대 남자들의 표를 공략하기 위해 징병제를 남녀 모두 평등하게 적용하자는 식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심각한 오류다. (…) 희생을 남녀 모두에게로 확대하자는 정치적 주장보다는, 남자의 희생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복무 기간을 줄이는 것과 사병의 월급을 공무원 수준에 맞게 개선하고, 복무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학업을 이어가거나, 학위나 자격증 등을 국가 지원으로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등, 징병제로 인한 의무 복무 기간을 손해, 희생이란 이미지에서 선택, 경력으로 바꿔야 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효율적 대안들이 필요하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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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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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왔다. 90년생이 온다가 아니라 이제 90년생이 왔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여 휴학을 하지 않고 졸업한다면 24살이면 졸업한다. 이 책이 나온 시점에 24살, 남성의 경우 군 제대 후 졸업하고 취업한다면 빠르면 27살, 기업의 신입사원 나이다. 근래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런저런 이유로 졸업이 늦어지거나 조교, 아르바이트, 어학연수 등을 거쳐 30살에 첫 입사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취직을 빨리하여 일하기 시작한 90년생은 이제 대리 이상 정도의 직급이고, 취직이 늦어 입사한 90년생은 사원이다. 여러 회사를 다녔는데, 내 경우엔 다소 연령층이 높은 동료들과 일하다가 약 3년 전부터 90년생들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나올 시점에 90년생의 특징, Z세대의 특징 등에 대한 뉴스와 말들이 많았다. 기존의 문법이 통하지 않아 기업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기업이 아닌 그곳에서 일하는 기성세대들은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당황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확실히 다른단 생각도 든다. 왜 똑같이 일했는데 내 월급은 부장님 보다 적고, 성과급도 부장님이 더 가져가는냐, 기업의 순이익을 배분할 때는 똑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보았다. 언론에 비치는 90년생과 직접 겪은 90년생은 또 차이가 있다. 세대론으로 잡아 그 연령대의 모든 사람들을 한 가지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90년생으로 묶어 그 특징을 분석하고 현 젊은 세대의 키워드로 풀어낸 책이지만, '90년생'을 버리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어느 시대건 2030이기 때문에 '90년생'으로 묶이는 것이다.


90년생뿐만 아니라 80년대생도, 70년대 중후반생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 많다. 이 책에서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의 특징을 표로 구분한 곳도 있는데, 70년대후반생인 내 성향도 이 책에서 언급한 90년생의 성향과 거의 유사하다. 똑같다고 말해도 될 정도다. 내가 젊은 세대에 포함되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이들이 겪은 꼰대들의 발언과 행동을 나도 선배들로부터 겪었고, 거기에 반감이 많았으며, 끝내 그들을 따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10분 전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나,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강매하는 전집을 왜 사지 않느냐는 힐난에 부당하다고 대응하며 끝까지 사지 않는 것이나, 기타 등등. 90년생들에게는 나는 이제 기성세대이고, 직급이나 경력 차이가 많아 어려운 사람일 수 있겠지만, 내가 선배들로부터 겪은 부당함을 이들에게 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시 한 번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평생 직장은 없으며, 누구도 나의 생계와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전 직장에서 한 회사에 수십년 몸담은 분의 끝이 어떤지를 목격하면서 저 분은 이런 꼴을 당하려고 그렇게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 있는 분인데 그 능력에 대해 대우를 못 받으셨고, 자신의 후배들에게도 회사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셨고, 하는 일과 성과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 없이 낮아도 인내할 것을 요구하셨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말하고 싶었지만, 그분이 살아온 시대는 그러했다. 


90년생은 간단, 재미, 정직을 추구한다. 더불어 한 가지 더 Z세대론에서 언급하는 공정을 추가해야 한다. '90년생'으로 분류할 때와 'z세대'를 언급할 때 시간적 차이가 살짝있지만, 동일시해도 무방하다. 90년생이고 M세대고 Z세대고 관계 없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합당하고 공정하고 솔직하고 재밌고 간단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변 환경 조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고, 1~2년만 지나도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일어나야 한다. 바로 재밌어야 하고, 바로 보여야 하고, 바로 불만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내일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책은, 90년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나 지침서라기보다는, 오늘날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있는 좋은 자료다. 구체적인 트렌드는 변화하지만, 틀에서 책에 나오는 분석과 이야기는 2023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현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P43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 P67

"산업 혁명 이후 식량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후 인류 최대의 고민거리는 바로 ‘오늘 뭐 먹을까’이다. 그리고 언제나 최선의 해답은 고기이다."(정육점 문구)
- P108

사회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바른 소리를 내는 불편러들의 증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러한 정의로운 예민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25

중요한 것은 90년대생들은 숙련공이 되기 전에도 자신의 회사나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하며, 직접 참여를 통해 주목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이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의 참여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정’의 의미이고, 이는 그들의 직무와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 P211

업무 몰입이나 흥미 증진에 있어서 제도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90년대생들에게 ‘일을 통해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성장을 할 수 없다면 지금의 일은 의미가 없고 죽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금의 이 업무가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면 일은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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