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재밌게 본 영화다. 개봉당시의 旣 관람객들의 평에 비해선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나름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고.



* 천하의 바람둥이. 저 느끼한 눈빛 좀 봐. 네 이 녀석.

  내 사전에 작업 실패란 없다! 매끈한 외모와 탁월한 작업 기술로 단 한번의 실패도 하지 않은, 매번 여자가 바뀌도, 동시에 몇명씩 생기기도 하는, 이 타고난 바람둥이. 꼬시는 기술도 가지가지. 은은한 눈빛을 한번 흘려주고, 주차장에 차 가로막기, 마술쇼로 없어졌던 차키 꺼내기 등등의 나름의 비법으로 온갖 여성들을 꼬드긴다. 치과의사 현주도 역시 어쩔 수 없다. 그에게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다. "우리 진도 너무 빠른거 아냐?" "진도가 빨라야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지" 말이나 못하면.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의 과거 수많은 애정행각 중 하나가 몰카에 포착되어 인터넷에 떴다. 헉. 이럴 수가. 어디 그를 그쳐간 여자가 한 둘이어야 말이지. 도대체 누굴까. 미연이, 수진이, 지혜, 지아, 현주, 희수, 현희 등등 여자이름은 끊이지 않고 입에 오르고, 이름과 얼굴이 매치나 되는지 어쩌는지 그의 머리 속에서는 그때 그 여자를 찾을 길이 없다.



* 이제 난 끝났다. 어떡하면 좋아. 엘리베이터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도대체 뭘 잘못한건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고 있는거야. 잘못한거 없어. 괜찮아.
  
  떠올랐다. 희수. "희수야" "희원이다" 이런. 얼굴을 봐도 이름을 모른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완전 꾼. 몰카의 남녀 주인공 지훈과 희원은 결국 다녔던 동네의 모텔을 찾아나서고, 몰카탐지기까지 장만하며 가망없어 보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 두 사람의 옛 기억은 서로의 머리 속에 아른아른 떠오르고, 그때 그 순수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나니.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면서도 두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몰카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학생들에게 놀림받고 프로포즈 들어온 남자로부터 차이고 내 인생 몰카 한방에 쫑났다.

   기억은 스멀스멀, 추억은 아른아른, 옛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꿈틀꿈틀 기어나온다. 아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였어. 지훈은 희원이를 찾아나서고 희연이는 이런 지훈의 맘을 알까. 주체할 수 없는 끊임없는 바람기는 여기서 이제 끝나는건가.

  하나. 아마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던게다.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이 여자, 저 여자,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여자들과 하룻밤 보내며 한 순간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네가 상처준 수많은 여자들의 맘을 아는가.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라고 한다지만, 적어도 사랑과 연애가 별개여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하고팠던게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한순간의 욕정을 원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또 그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욕정을 원했다면, 이는 신중해야한다. 다른 한쪽이 또다른 한쪽을 상처줄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계획된 것이라면 더욱.

 둘. 몰카에 찍혔다고 당했다고 그것이 인터넷에 떠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몰카를 찍은 놈 혹은 년이 잘못을 한 것이지 왜 몰카에 찍힌 내가 잘못한게 되느냔 말이다. 그래 맞다. 잘못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나와 관계맺고 있는 모든 이들 중 단 한명이 이걸 보게 된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쫑.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남들과 똑같이 사랑했을 뿐인데..." 라는 희원의 말은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저 남들과 같이 사랑해서, 사랑해서 관계했을 뿐인데, 비록, 그것이 또 과거가 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된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을 그저 쾌락의 수단으로 삼는 그들이 나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사랑한 것이 죄라고 하지 않는다면.

  혼자 큭큭 거리며 보기보다는 연인과 둘이서 본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과거를 막 캐물으며 니가 어땠느니 내가 어땠느니 싸우면서(?) 또 함께 서로의 다짐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뭐 나처럼 조용한 방안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봐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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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인정한다. 야한거 기대하고 봤다. -_- 포스터도 꽤나 야하다. 아주 제대로 체위를 잡아놨는걸. <정사1>은 봤지만, <정사2>는 보지 못했고, <정사3>를 봐버렸다. 하지만 이건 무슨 <에일리언> 시리즈나 <매트릭스> 시리즈같은 영화가 아닌지라 1,2,3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감독도 제각각, 내용도 제각각, 장르도 제각각 - 어떤건 에로, 어떤건 멜로, 배우도 제각각, 영화제작국도 제각각인 이 영화들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같은 제목에 1,2,3을 붙였을까. 이건 의문.

  핀란드와 일본이 공동제작(?)한 영화인 <정사3>는 - 일본인은 안나오는데 -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영화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딨어. 야하면 야한거고 안야하면 안야한거지. 있어. 있다면 있어. 장면은 야하게 내용을 오히려 슬프다. 아 야한 영화 한편 보려다가 감상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저 야한 장면들을 보면서도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건 영화가 슬프기 때문이다.





  이 한 몸 가눌 곳 없어 친구집에 의탁하며 집세내라는 독촉을 받는 밀라와 어린 꼬마녀석 둔 이혼남 아키의 만남. 그것을 우연이라 하면 우연이요, 운명이라 하면 운명이라 할 수 있는 - 우연과 운명은 별개의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무엇이 먼저, 그리고 함께 오기도 한다 - 두 방랑자의 만남은, 사랑으로 연결되었다. 두 사람 모두 희망없는 인생을 사는 젊다면 젊은 이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막연한 환상을 본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꿈을 실현해줄 운명이라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고 어찌보면 병적으로까지 매달린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될 줄 알았다. 사랑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 가졌던 꿈은 시간이 지날 수록 헛되게만 느껴진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꿈을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꿈은 이상이지만, 꿈의 실현은 현실이다. 이상은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이상의 발목을 잡기마련이다. 꿈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프다.

   두 사람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격렬한 섹스신(너무나 리얼해서 진짜 하는 거 같다) 과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 적나라한 노출(남성의 성기가 여지없이 수초간 드러나는, 하지만 배나온 뚱보아저씨의 몸매인지라 역시 성적흥분은 그다지)은 영화 제목에 어울리는, 영화 제목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일만 하지만, 갈 곳 없는 영혼들의 슬픈 멜로디는 몸의 자극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몸의 자극을 원한다면 <정사1>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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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니아 2006-07-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프락사스 님 요즘 영화 많이 보네요. 대체 누구랑 보는 거요? 혹시 여친이라도 생긴 거요? ㅋ

마늘빵 2006-07-1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이거 혼자 봤는데요. 집에서 구운걸로.

마늘빵 2006-07-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나침반님
 

*  스포일러 경고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정말 유쾌하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다. 이런 영화 원츄. 지금껏 내가 봤던 독일 영화 - 독일 영화 본 거 얼마 안되지만 - 중에서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뿐만 아니라 내가 봤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뽑을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정말 보길 잘 했다는 생각.

  저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는 영화를 보기 전보다 본 후에 더 웃음을 유발한다. 원작 Der Fischer und seine Frau. 물고기맨(낚시꾼?)과 그의 아내. 원작 제목보다 한국어 제목이 더 낫지 싶다. 원작 제목이었다면 아마도 보지 않았을 수도. 연인끼리 함께 가서 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 지금 사귀고 있는 이 남자의 유통기한을 한번 살펴볼까. 어디에도 써있지 않지만 추측은 가능하잖아. 왜 이 영화에 이런 한국어 제목을 붙였는지는 이 역시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 끄덕끄덕하게 될 것이다.



* 이 여자.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고픈 마음,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원하는 마음. 하지만 그녀도 그를 사랑한다고. 다 그를 위한 거라고. 우리와 가정을 위한 거라고. 트로피를 손에 쥐고 돌아왔지만 그녀의 눈은 젖어있다.



* 이 남자. 물고기와 뽀뽀까지 할 정도로 물고기를 사랑하는 이 남자.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그런 물질에 대한 열망은 없다.

  우연과 인연 그리고 운명. 인생은 우연히 찾아온 인연으로 좌우된다. 그것은 나의 운명적 사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일본을 여행하던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이다와 물고기맨 오토와 그의 친구 레오. 이다와 오토는 순식간에 첫눈에 반해버리고 손잡고 키스도 하기전에 결혼식을 올리고는, 텐트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아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운명적 사랑이고나. 두 사람에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서로의 사랑 이외에는.

  카메라는 이제 독일 뮌헨으로 이동, 오토는 캠핑카를 끌고 다니며 왕진하러 다니고 동시에 캠핑카는 신혼방이 되어버렸다. 이다는 이곳에서 비단잉어 문양의 목도리를 짜 인정받고, 한창 일을 해야할 때, 성공의 기회가 다가왔을 때 덜컥 임신해버렸다. 일이냐 아이냐. 둘 다 잡기 위해서 결국 오토는 해마가 되어버렸다(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음). 결국 이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호화로운 집에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누리지만, 이상하게도 오토는 불행하다. 게다가 이다에겐 오토의 친구 레오가 접근하고, 오토에겐 레오의 동료 요코가 접근한다. 아 어디로 갈 것인가. 까닥하면 두 사람은 헤어지게 생겼으니.

-  하나. 영화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성공을 향한 여자의 열정과 야망이라곤 가진 것 없는 남자. 언제까지 텐트에, 캠핑카에 만족하며 살거야. 이제 우리도 아이가 있다고. 좀더 세탁기가 필요해, 좀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카펫과 호화로운 부엌이 필요해, 가정부가 필요해, 정원과 테라스가 필요해. 나는 디자이너로 성공할거야. 꼭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어 인정받고 말거야. 반면, 남자는, 제발 우리에겐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서로의 사랑만 있으면 돼, 텐트도 캠핑카도 좋아, 맛있고 비싼 음식 못 먹으면 어때, 좋은 옷 못 입고, 좋은 차 못가지면 어때, 그런거 다 필요 없어, 난 당신만 있으면 돼. 서로가 바라보는 미래는 너무나 다르다. 성공을 향한 야망과 지금의 행복을 향한 간절함.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 할 순 없다. 단지 두 사람이 바라는 바가 다를 뿐. 그 누가 행복하지 않길 원하겠는가 여자도 행복하고 싶다, 그 누가 더 넓은 집을 원하지 않겠는가 남자도 원한다. 무엇이 우선인가의 문제다. 난 당신이 우선이야, 우리의 행복이 우선이야.

  용케도 두 사람은 위기의 순간을 잘 헤쳐나갔다.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실 그렇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고 사랑은 변함 없는데 어떻게 문제가 생길까. 의아하다. 그러나 문제는 생긴다. 어떻게든. 그래서 안타깝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하고, 그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문제는 생긴다. 아무리 사이 좋은 연인이라 할지라도 싸우지 않고는 함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싸운다는 것은 결국 사랑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 둘. 유혹을 이겨내라. 사랑해서 결혼했고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유혹의 순간이 오지 않을 수는 없을 터.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유혹의 순간은 있다. 유혹은 언제나 그렇지만 매우 달콤하고 쉽다. 그저 한번 뿐인걸. 한번 빠져든 것 뿐인걸 그게 뭐 대수야. 하지만 아니다. 한번의 유혹은 점점 더 쉽게 나를 유혹의 늪으로 끌고 간다. 한번, 두번, 세번,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헤어나올 수 없다. 여자에게 남자가 접근했고 남자에게 여자가 접근했지만, 또 서로가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더 쉬웠지만, 이겨냈다. 그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나에겐 그이 뿐인데, 그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난 그녀 없이는 못살아.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면 더 큰 사랑이 오리라. 한때 싸웠다고, 한때 틀어졌다고, 한때 소원했다고 상대의 사랑을 의심치말리라. 그녀도,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나니.

   내 여자 혹은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유통기한을 늘리는 법. 첫째,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것, 둘째, 상대를 외롭게 두지 말 것, 셋째,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것, 넷째, 그 혹은 그녀의 사랑을 의심치 말 것. 다섯째, 그 혹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할 것. 그렇담 당신의 여자, 당신의 남자의 유통기한은 '평.생.' 입니다. 펴엉생. 우연은 인연으로, 인연은 운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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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7-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씨네큐브에서 봤는데. 아직 할거에요. ^^

이리스 2006-07-1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여성영화제에서 예전에 봤오. ^^
감독에 대해 좀 실망했고, 뭐랄까 자학하는데 몰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

마늘빵 2006-07-1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참 재밌던데. 물고기 대화도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게 재밌게 꾸몄고. 독일 영화 중에 젤 재밌었던 영화. <굿바이레닌>과 함께.

이리스 2006-07-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핑크에 워낙 열광했던지라.. 김빠지고 쉰 콜라 같았달까.. -_-;;

마늘빵 2006-07-1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파니핑크는 아직 못본지라. 음 그것두 보고 싶네 다들 극찬하니.
 
클림트
엘리자베스 히키 지음, 송은주 옮김 / 예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여기저기 클림트 열풍이다. 요 몇년전부터 시작된 클림트의 인기는 최근 개봉한 영화 <클림트>를 통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클림트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왔다. 그간 나왔던 작품집이나 캘린더 말고도 2005, 2006년에 새롭게 나온 책들만 해도 '클림트'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리스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대략 그게 관한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정도로 볼 수 있다. 유일하게 딱 한권 만이 1998년 출간이다. 그러니 2001년부터 시작된 그의 인기는 2006년인 지금까지 장장 6년에 걸쳐서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클림트로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다빈치에서 나온 <클림트, 황금빛 유혹>이지만 2002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2006년 5월에 출간된 예담의 <클림트>가 가장 빠르게 독자의 손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은 예담에서 나온 <클림트>이며, 이 책의 판매량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한다.

  클림트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선택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이 책은 클림트의 진짜 생애도, 작품 세계도, 그와 관계한 여성의 삶도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거꾸로 오히려 이 책은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저자가 밝혔듯이 소설이다. 이 책은 소설 <클림트>이다. 작가의 머리 속에서, 작가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해서 그의 생애를 허구의 세계 속에서 재현해본 것이다. 티비에서 실제 범죄 사건을 재현한 드라마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하지만 재현 드라마는 가상의 실제를 보게 해주긴 하지만 어느 것도 정확히 알려주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가상의 실제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추측성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만으로 엮어 인물 클림트와 같은 책을 내는 것이 그를 제대로 알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설 간간히 삽입된 그의 그림과 그에 대한 가상의 설명은 그나마 이 책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작은 부분이다. 본문을 보느니 차라리 중간중간 끼어있는 이 부분을 보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한정된 시간 내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늘상 있기 마련. 한권의 책을 고르더라도 지적인 희열을 주든가, 확실하게 웃음을 선사하든가, 아니면 내면에 침잠하여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나 기타 등등의 어떤 확실한 무엇인가를 제공해주어야 할텐데, 이 책은 그 어떤 것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실패작이다. 영화 <클림트>를 보고 그에 대해 알고 싶어 손에 쥔 책이었으나 내게 아무런 도움이 주지 못한, 시간만 빼앗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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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깃, 했는데 그랬군요. 유명세를 타서 어처구니 없는 내용을 엮는 것만큼 황당한 것도 없지요? 그런데 클림트는, 99년, 2000년만 해도 자료가 한국에는 그닥 없더니 월드컵을 전환점으로(월드컵과는 무관하겠지만 시기가 그래요) 여기저기 책들이 많이 나오는 추세입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클림트가 나오는걸까요.

마늘빵 2006-07-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와 친밀한 한 분은 그의 그림 중 하나가 경매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합니다만, 글쎄요.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어요. 클림트에 관한 책 다 검색해봐도 사실 그래요. 그 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이 책도 읽는 이에 따라서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사실이 아닌 것을 마차 사실인양 꾸미고 조작해서 실제했던 '그'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 불쾌했어요.

하늘연못 2006-08-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지족 2009-06-1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어쩐지 쪽수가 많더라니... 사진은 몇장인지 알려주지 않구!
 

  "밤 9시 56분 이후에 불을 끄지마세요."
 
  정말 웃겼다. 동네 주민 붙잡고, 또는 아파트 현관문 딩동 누르고 나온 집주인에게 대뜸 저렇게 말을 하는 한 여자. 미친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 당연하다. 누군가 지금 당장 우리집 현관문을 딩동 누르고 밤 9시 56분 이후에 불을 끄지마세요, 라고 한다면, 당연히 미친여자로 간주할  수 밖에. 혹 얼굴이 이쁘면 몰라 =333 그러고 보니 고소영 정도면 이쁘지. 믿어줄까? 알았어요 불 안끌게요.

  강풀의 만화 <아파트>를 토대로 만든 공포영화다. 지금까지 어떤 공포영화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진 않았다. 만화가 공포영화가 될 수 있다니. 강풀이라는 만화가는 들어봤지만, 워낙 만화를 안보는 인간이라 당연히 그런 만화가 있는줄은 몰랐다. 뒷조사 결과 "2003년부터 인터넷 미디어 다음에 연재하며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얻은 바" 있다고 하니 그렇구나 고개 끄덕일 밖에. 어쨌든 만화가 공포영화로 둔갑한데 대해선 놀라울 따름. 원작 만화엔 주인공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한다. 그것도 약간은 어리버리한. 왠지 만화가 좀더 코믹하면서 재밌고 스릴있을 듯 하다.  

  영화에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여자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드는 의문. 별 고민 없이 생각해봤을 때, 공포영화에서 있어선 남자보다 여자가 좀더 무섭다. 긴장감을 준다. 그 여자가 느낄 공포, 혹은 이 여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닐거라는 의심. 귀신을 떠올렸을 때 남자보다 여자를 떠올리는 데에서 비롯된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 어흥 보다는 으흐흐 가 낫지 않나.



* 고소영. 정말 오랫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고소영을 캐스팅한 것이 잘 한 짓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의문. 영화 속 고소영의 캐릭터는 사실 밋밋했다. 원작 만화가 어땠고,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별다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사실 고소영이 나온 영화는 대개 그랬다. 드라마에서 한번 반짝 뜨고는 이후 몇몇 작품들에 계속 출연해왔지만 연기력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 것 같지도 않다. 나이는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섰을텐데 데뷔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체되어있는건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매너리즘?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밥벌어먹고 살 수 있어. 나 씨에프에 출연하면 된다고. 이런건가. 지나친 비판은 여기서 그만. 이 글 보면 울지도 모르잖아.

  영화는 그럭저럭 무난하다. 감독은 안병기. 그는 2000년 <가위>라는 영화로 데뷔하여, 2년 간격을 두고 <폰> <분신사바>를 내놨고, 올해 <아파트>를 내놓았다. 그의 작품이 이렇게 네개가 전부인데, 모두 공포영화다. 그는 자신을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밀고 나갈 생각인 듯 하다. 좋아 그런 자세. 그러다보면 정말 탁월한 작품 하나 나오겠지. 내가 특출난 재능이 있는 천재가 아니고서야 한 가지 분야로, 해서 좀더 나은 분야로 나를 밀고 나가는 것이 가능성있는 선택이다. 재능이 없으면 노력으로라도. 그렇다고 안병기 감독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는 나름 영화판에서 전략을 잘 짜고 있다는 생각. 
 
***



* 아 이런 분위기 원츄. 어두운 빨간 드레스에 뭔가 무게있어 보이는 저 화장발. 그리고 긴 생머리.
   신비주의 컨셉. 뭔가 있어 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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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7-1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재밌나봐요?? 제껴놨었는데...

마늘빵 2006-07-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기보다는 음, 괜찮았어요. ^^

비로그인 2006-07-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껏 고소영이 나온 영화들을 저는 전부 다 무척 재미없게 본지라 이 작품도 아무 생각없이 제꼈더랬습니다만....고소영과는 별개로 두번째 사진의 이미지 정말 한때 원츄했더랬습니다. 흐흐흐..
아참, 지인이 한반도 시사회를 어제 다녀와서는 `한국 영화가 십 년은 퇴보한 걸 보는 기분이다'라고 하더군요. 보지 않았지만 혹시 보실 생각이라면 조금은 말리고 싶습니다.

마늘빵 2006-07-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반도 저도 그런 이야기 듣고 안 볼 생각입니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두번째 이미지 차림을 좋아하셨나요? 아 저런 차림 원츄입니다.

전호인 2006-07-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 그림이 넘 무섭다.
고소영에게 저런 면이........
아 ~~~ 과거에 구미호에도 나왔던가????(아리송?)

moonnight 2006-07-1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어요. 근데 지금은 고소영. 예전보다 더 예뻐졌네.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만 나는군요. 흐흐 ^^;

미미달 2006-07-1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신 나올 때 사람들이 막 웃었다고 들었는데....

마늘빵 2006-07-1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네 고소영 구미호에 나오지 않았었나요? 그런거 같은데...
문나잇님 / 나이답지 않게 이쁜건 사실이에요 인정. ^^
미미달 / 음, 난 맨위에 적은 저 멘트할 때가 웃기던데, 다운으로 본지라 뭐 딴 사람들이 어떤지는 모르겠구.

비연 2006-07-1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소영 나오는 영화는 안 본다는...연기가 넘 딸려서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