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본 <오만과 편견>에 이어, 소설로 본 <오만과 편견>, 그리고 마지막으로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이다. 그야말로 <오만과 편견>의 완결편.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BBC 드라마를 봤으면 했지만 영화를 먼저 본 걸 어쩌랴. 어찌되었든 마지막에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을 본 것은 잘한 짓이다. 왜냐면 제일 좋았으니깐.

  BBC <오만과 편견>은 영국 BBC 방송국에서 제작한 것을 두 개의 디비디에 담아낸 것이다. 기존에 6부작으로 나눠 방송하던 것을 두 편에 담았지만, 각각의 드라마 한편 한편 끊어지는 부분이 그대로 느껴진다. 드라마 시리즈 6편을 연달아 본 것이나 마찬가지. 덕분에 엄청 긴 러닝타임을 견디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 한번에 보는 바람에 - 그래도 한 편 보고 멈출 수가 없는지라 내리 다 봐버렸다.

  BBC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낫다고들 이야기한다. 영어가 들리는 사람들은 영화에서의 발음보다 드라마에서의 발음이 좀더 정확한 영국식 발음이라 그렇다고들 하지만 나야 뭐 그냥 영어도 안들리니깐 그런건 알 바 없고, 영화보다 드라마 속의 인물들과 배경이 더 소설에 충실하고 그 시대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좀더 촌티나는 다섯 자매들과 좀더 거만하고 딱딱한 다아시, 그리고 콜린스 씨. 아 정말 대박 콜린스. 영화와 드라마는 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조금씩 느낌이 달랐다. 영화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좀더 세련되고 대중적인 모습을 그리려 했다면, 드라마는 원작에 충실하려 노력한 듯 했다. 영화보다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며 소설의 느낌을 세밀하게 잡아내려 한 흔적도 무시할 수 없다. 소설을 보며 속으로 큭큭대던 그 장면들이 그대로 눈앞에 벌어지는 꼴이란. 다시 본다 해도 혼자 좋다고 재밌다고 큭큭 대며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사길 잘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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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2006-07-0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죠? ebs에서 해줄때 이거 보려고 시간 맞춰서 집에 들어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stella.K 2006-07-0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언제 했었나요? 오늘 방송한다고 하던데...BBC 버전인가?
 

  족히 금방 떠오르는 대형 사건들만 나열해도 우리나라의 성수대교 붕괴 사건,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청소년 수련회 화재 사건, 대구 지하철 폭발 사건,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 유럽 어느 나라에선가 열차 탈선 사고 등이 떠오른다. 이런 대형 사건들은 꾸준히 일어났었고, 그것이 자연의 힘에 의해서 일어났건, 사람의 실수로 인해 일어났건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살아난 사람들은 있었으며, 그들은 때로는 운으로, 때로는 운+본인의 끈질긴 생명에 대한 의지로 위기를 모면했다.



* 영화 속의 열차 탈선 사고. 한 명 빼고 다 죽었다.

  <언브레이커블>은 그런 영화다. 영화 속에서 열차 탈선 사고, 비행기 폭파 사고 등등의 대형사고들이 일어났고 거의 대부분이 다 죽었지만, 단 한명만이 생존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끔 신문에서 보면 아파트 13층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했더라 하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행운인지 운명인지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데이비드 던, 그는 살아남았다. 한때 잘 나가는 풋볼 선수였으나 자동차 사고 이후 이를 그만두고 같이 사고를 당했던 여자와 결혼을 해서 경기장 경비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신체장애의 어떤 흑인이 내게 메모를 남기고, 그의 말도 안되는 가설을 들으며 황당해하지만 이내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제 영웅이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난 범죄를 미리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두 아이를 살리고 살인범을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남았으니.

  마치 이 영화의 설정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영화들 - 가령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등 - 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단지 예를 든 영화들을 보며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언브레이커블>에서는 그것이 현실임을 이야기한다. 나같이 맨날 넘어지고 깨지고 부러지는 녀석이 있다면 그 대칭점에는 넘어져도 맞아도 사고나도 다치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할 것이다라는 가설. 듣고보니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엘리야는 가상의 그를 찾기로 하고 결국 그는 나타났다. 그는 배트맨도 슈퍼맨도 <매트릭스>의 네오도, 세일러문도 아니지만 정말 무적인 것만 같았다. 아니야 나는 어릴적 수영장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고. 그래? 그건 영웅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단점일 뿐이야. 그래. 끄덕끄덕.

  영화는 반전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지만, 참으로 재미있는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선이 있다면 악이 있고, 찬 것이 있으면 더운 것이 있고, 하얀 것이 있으면 검은 것이 있다. 맨날 아픈 놈이 있으면 결코 아프지 않을 놈이 있다. 여기엔 반대개념과 모순개념이 범벅되어있지만 영화가 설정하고자 하는 가설은 대립개념이니 굳이 반대와 모순을 구분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가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지만 아직 영화를 보고 있는 나는 가상세계에 머물며 생각을 확장하고 있다.



* 서로 마주 보고 앉은 데이비드 던과 엘리야. 강자와 약자? 영웅과 악당? 완벽한 자와 결점투성이인 자?

  통계학에는 정규분포곡선이라는 것이 있고, 이는 평균치에 가까울수록 빈도가 높고 양극단으로 갈수록 빈도가 낮아지는 모양의 곡선을 의미한다. 우생학이라고 하여 정규분포곡선의 아랫부분을 인위적으로 잘라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아래쪽 곡선을 아무리 잘라내도 나머지 곡선에서 다시금 꼬리가 다시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아래 곡선에 위치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돌연변이 혹은 변종으로 간주되지만 이들이 없이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잘 사는 사회라는데 이견이 없을테지만 그때의 행복이라는 것은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온전한 중간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규분포곡선의 아랫쪽에 위치하는 이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행복할 수 있으며 때로는 중간곡선, 상위곡선에 있는 이들보다 더 행복한 경우들도 많다. 우리는 이들을 잘못된 개체로 취급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어쩌면 인간종의 진화에 있어, 생존에 있어 기여할 수도 있다.

  과거 공룡이 어떤 이유로 멸종되고 말았지만 조그만 벌레녀석들은 살아남았다. 그 녀석들은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인간 역시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이후의 인간 존재에 있어 발전과 생존에 기여할 수도 있다. 어느 학자에 의하면 역사를 돌아봤을 때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앞세우며 인위적인 도태를 시도하였던 집단은, 다양성을 인정했던 집단에 비해 융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나친 엘리트주의와 무결점주의는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더 낮은 단계의 사회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완벽, 이상 사회라는 것은 모든 것이 정말 완벽하고 결점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다양성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섭리이다. 영화 속에서 엘리야는 자신이 지닌 신체적 단점을 비극이라 느끼며 살아왔지만 결국 그러한 생각은 비뚤어진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금의 내 처지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해서 비관할 필요 없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며, 왜 하필 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우연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겠지만, 비극을 극복한 뒤에 올 행복은 저 위에 있는 이들보다 더 갚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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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0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고딩 때 영화감상반에서 본 것 중 하나네요. 상당히(실은 대단히) 지루했었죠.

마늘빵 2006-07-0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조금 지루한 면도 있는데 생각해 볼 여지는 많은 영화였어요.
 

* 스포일러 경고

  "유하 감독,  주연 조인성."  이것만으로 충분히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라는 영화의 실패로 차기작까지 한참을 허송세월해야했던 유하 감독은 이후 <결혼은 미친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대박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비열한 거리>까지 보고 나오며 유하 감독만의 냄새가 느껴졌다. <바람부는...>은 못봤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말죽거리 잔혹사> 그리고 <비열한 거리> 세 영화에서는 유하 감독만의 색채감과 스토리 진행 방식이 보였다. 뭐랄까 그의 영화는 진한 초코릿이 녹아 끈적끈적해져 입에 넣어 짝 달라붙는 느낌이다. 먹을 수 있게 적당히 딱딱한 초콜릿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녹아 마셔버릴 수 있는 액체도 아닌 녹다 만 달짝지근한 초콜릿. 그를 스타반열에 올려준 세 영화는 모두 실제로 끈적끈적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타액으로 끈적했고, <말죽거리 잔혹사>는 피로 끈적했고, <비열한 거리>는 피와 땀과 때로는 진흙으로 더더욱 끈적거렸다. 총알 맞고 쏟아내는게 아니라 맞고 맞고 맞아서 터지고 새나오는 피다. 이런 실제적인 끈적함뿐 아니라 그의 영화는 그 자체가 끈적거린다.

   조폭에 대한 영화. 정말 제대로 쓴 조폭 영화. 영화 속 민호가 쓰고 싶었던, 민호를 띄워줬던 그런 조폭 영화다. 성공하고 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망이렷다. 그리고 이를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성공에 간한 관념과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성공하고 잘 살고 싶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개념을 '돈'과 연관짓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누구나 잘 살고 싶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도 그렇다.

* 너무 멋있는거 아녀 이녀석. 어떻게 망가지면서도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어. 부럽잖아.



*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그녀를 보자 내 가슴은 쿵쾅쿵쾅. 그녀 앞에선 난 더이상 조폭이 아닙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하고 수줍게 다가가던 그가 결국 너무나 답답해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대뜸 차에서 내려 기습키스를.

  영화는 성공하고 잘 살고픈,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밖에 없는 한 녀석에 관한 이야기다. 조폭 세계에 발들여놓고 이제 어느덧 중간보스 정도되었건만 사는 것이 쉽지 않구나. 변변찮은 아파트 좁은 공간에 사내 열 정도 거느리고 있는 병두는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누리고자 하나 이건 맨날 라면이다. 고기 좀 먹게 해주세요, 돈 좀 주세요, 정말 힘듭니다, 보스에게 가서 말해보아도 먹히지 않는다. 시키는 다 했는데도 돈을 안준다. 결국 그는 괜찮은 물주 만나 상철을 배반한다. 푹푹 쑤시고 담그고 죽어가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처음 사람을 죽였다. 기분 더럽다. 괴롭다. 갑자기 나타난 친구 민호. 영화를 하겠단다. 그래 도와주마. 친구 아이가. 조폭에 대한 영화를 찍겠다고. 오냐 좋다. 마음껏 보고 물어봐라. 하지만 말해선 안되는 거였다.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할 말이 따로 있는 거였다. 실수는 결국 죽음을 불러온다.

  친구 민호는 겉은 서글서글하고 친절할지 모르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을 품고 있는 녀석이다. "두고 봐라. 내 죽이는거 하나 갖고 온다" 그래 민호는 그걸 병두에게서 가져왔다. 그리고 병두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또, 자신이 믿었던 종수에게 결국 당하고 만다. 믿었는데. 식구가 뭐이가. 같이 함께 밥을 먹는 사이 아니가. 하지만 그 식구가 나를 배반할 줄이야. 순수하게 사람을 믿었던, 자신을 다 내보였던 병두는 결국 이 비열한 거리를 떠난다. "내 편 맞지? 우린 친구지?" 세상에 니 편은 없다.

  유하 감독은 <비열한 거리>를 통해 자신이 80년대에 겪었던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탐구를 영화로 내보였다 했다. 폭력 탐구 시리즈 첫편이 <말죽거리 잔혹사>였다면, 이 영화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학생의 학생에 대한 폭력을 보여줬다면, 두번째 작품인 <비열한 거리>를 통해서는 조폭 세계의 폭력을, 그리고 좀더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주려 했다. 폭력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주먹의 폭력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통해 때리고 부수고 맞고 담그는 수많은 잔인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그저 폭력에 대한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폭력이란 인간의 내면성에서 표출 되는 것인 만큼 주먹만을 봐서는 안된다. 믿었던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배신은 또다른 폭력이다. 병두는 그런점에서 겉은 조폭이지만 내면만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 순수함을 가지고 사랑을 하려 했다. 그리고 믿음을 줬다. 그리고 사랑을 얻었다. 치고 박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비열한 거리>만큼은 감독의 의도대로 인간의 내면적인 폭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생각한다.

 

* 이 영화에는 조인성과 유하 감독 이외에도 다른 탁월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호 역할로 나왔던 '남궁민'. 어쩜 그리도 순수하고 따뜻한 인상을 가지고 그토록 차갑고 날카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유하 감독은 그의 눈에서 냉혹함을 봤다고 한다. 병두가 사랑하는 여인 현주로 나왔던 '이보영'. 티비 사극을 통해서 다소곳하면서 똑 부러지는 역할을 맡았던 그녀가 순수한 병두의 첫사랑으로 다가왔다. 아 어쩜 그리도 이쁜지. 그리고 진구. 병두의 오른팔 종수역으로 나왔던 배우다. 그의 연기에서 난 원빈을 보았다. 원빈 만큼의 뛰어난 외모는 아니지만, 원빈 만큼의 카리스마와 구수함을 지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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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6-2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보고프네요.. 주말에 친구랑 갈까봐요..

마늘빵 2006-06-2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밌어요. ^^ 아 역시 남자가 봐도 조인성 멋집니다.

릴케 현상 2006-06-24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한 장면 나오면 안보는데,아프락사스님이 등급을 매겨줘요. 볼지말지^^

마늘빵 2006-06-2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끔찍한 장면은 나오는데, 막 칼을 담궈요. -_-

책방마니아 2006-07-01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속에서 민호가 찍었다는 영화의 주인공 말이야.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랑 싸우던 선도 부장이더라구. 1974년생이고 유하 감독과 마찬가지로 상문고 출신이었던 것으로 기억남. 아마 말죽거리 잔혹사가 상문고 배경이었을 꺼다. 영화 음악 만든 사람도 상문고 출신 김진표였을 꺼야.
글구 말이야. 남궁민은 저번에 해피 투게더 프렌즈에 나온 적 있었는데, 나도 그 때서야 남궁민이 누군지 첨 알았당

마늘빵 2006-07-0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맞아. 나도 기억해. 그때는 비중이 컸는데 이번엔 그냥 우정출연식으로 했나봐. 나도 남궁민은 이 영화 통해 처음 알았다. 두 얼굴의 사나이인듯.
 

  그래 그런 것이었다. <오멘>은 공포영화가 아니었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꼬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찌나 귀엽던지. 양 볼에 바람집어넣고 뾰루퉁하고 쳐다보고 있는 그 녀석. 아유. 그런 아들 하나 있었음 좋겠다(결혼이나 하고 말해!). 어쩜 그렇게 귀엽던지 녀석.

  <오멘>이 부활했다. 76년에 시작된 오멘 1편은 리차드 도너라는 감독을 통해 영국국적으로 선보였다. 78년에 나온 오멘 2편은 돈 테일러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3년 뒤 81년 그레이엄 베이커라는감독을 통해 다시 영국에서 3편이 나왔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91년 호르헤 몬테시 라는 감독을 통해 미국에서 4편을 내놨다. 고로 지금까지 나온 오멘 시리즈는 이번 2006년판까지 한다면 총 5편. 그런데 어째서 영국과 미국이 번갈아 가며 내놨을고. 감독도 모두 다르고. 내가 어릴 적 봤던 <오멘>은 앞의 네 편 중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서웠다. 하지만 2006년에 부활한 오멘은 무섭다기 보다 귀여웠다. 뭐냐 <오멘>이라서 잔뜩 기대했건만 앙증맞고 귀여운 아이를 내보내다니. 좀더 무섭게 해야지. 좀더 많이 죽이고. 좀더 잔인하게. (나 싸이고 같아)

  2006년 6월 6일 개봉. 666이 만들어지는 날짜이다. 게다가 개봉시간이 밤 12시 6분이었다지. 그래서 그런가.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6자가 네 개라서? 쨌든 개봉일에 이 영화를 보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 밤 12시 6분에 보려면 밤새야하잖아 - 이후 아무 의미 없는 평일에 보다. 너무나 무섭지 않아서, 물론 가끔 놀래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시시했던 영화다. 차라리 전편이 더 낫다. 어릴 때 봐서 무서웠던건가 아니면 원래 전편이 더 무서웠던 것일까. 전편을 찾아 다시 봐야겠다.



* 그러고 서있으면 니가 무서울거 같아? 안 무서워. 녀석 귀엽기는.



* 뭘봐. 볼따구에 바람 잔뜩 집어넣고 그렇게 째려보면 뭐좀 있어보여? 녀석. 양 볼따구를 확 쳐서 바람을 빼버릴라.

  데미안. 악마의 자식이 부활한다. 진짜 아이는 어디가고 가짜 아이가 내 아들이 되었다. 엄마는 모른다. 아빠는 안다. 신부님도 안다. 하지만 아빠도 진짜 아이가 유산된게 아니라 타살되었다는 사실은 모른다.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이것은 모두 계획이었다. 악마의 자식을 부활시키려는. 아이는 한번도 아파 본 적도 없고, 서글서글하지도 않고, 친구도 없는 듯하고, 말도 없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챈지 얼마 안돼 이층 복도에서 뚝 떨어지고, 새로 들어왔다는 가정부는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나의 아이를 죽여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 했을까. 그러나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야 나중에 오멘 6편이 나올거 아녀? 계속 읅어먹어야지.

  전편과 그다지 다를 만한 뭔가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긴장감과 공포감은 반감된 영화. 에이 2006년판을 보느니 그냥 전편을 찾아다 하나씩 보길 권한다. 약해 약해. 귀여운 저 녀석 데미안 보는 재미에 그래도 위안 삼는다. 아유 귀여운 녀석. 확 꼬집어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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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을 만든 리처드 도너라는 감독의 작품을 살펴보면 재미있습니다..^^
슈퍼맨부터 식스틴블럭까지..거기다가 제가 제일 아쉬워하는 영화인 레이디 호크
도 있군요..^^

마늘빵 2006-06-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처드 도너가 슈퍼맨도, 식스틴블록도 만들었나요? 다양하게 나가네요. 예전걸 다시 봐야겠어요.

해리포터7 2006-06-2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두 오멘이라면 그레고리팩나오는 거 아닌가요?그게 젤루 무서웠던거 같아요.

프레이야 2006-06-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봤던 오멘의 그 오싹한 기억이 스물스물~~ 근데 저 아이 정말 귀엽네요^^

마늘빵 2006-06-23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 아 아마도 그걸 본거 같아요. 다시 찾아볼거에요.
배혜경님 / 저 아이 하는 짓도 귀여워요. 자기딴에는 무섭게한다고 한거 같은데 귀엽기만 하던데. ㅋㅋ

Mephistopheles 2006-06-2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고리 팩이 나왔던 것이 1편입니다...^^
1편 마지막에 결국에는 죽습니다...^^

마늘빵 2006-06-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메피스토님 죽나요? 음... 죽었다 살아났구나. 하긴 그러니까 부활이지. ㅋㅋ
 



  프랑스의 냄새가 짙게 풍겨나는 영화였다. 앞서 본 <레밍>에서의 그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밍>이 더 재미났다. 물론 <레밍>과 <친밀한 타인들> 사이에는 '프랑스 영화'라는 점을 빼고는 어떠한 연관관계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낯선 이들을 통해 느끼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며 <레밍>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친밀한 타인들>이 가지고 있는 '낯선이에게서 사랑을' 이라는 개념과 <레밍>이 가지고 있는 '낯선이에게서 사랑을'이라는 개념은 확실히 다른 차원의 것이지만(두 영화 모두 본 사람들이라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터).

  전혀 면식이 없는 누군가가 내게 그의 사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 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미남이거나 미녀라면.
  그 혹은 그녀가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에 관한 이야기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친밀한 타인들>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이루어지는 '친밀한 관계'를 그려낸다. '타인'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낯섦'과 '친밀한'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친근함' 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나 묘한 모순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말을 만들어낸다. 친근하면서 낯선? 그건 어떤 느낌일까. 그건 하나의 감정일까.



* 이 여자. 담배를 펴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때로는 쇼파에 누워 야릇한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 이 여자. 그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녀가 의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 남자는 그녀에게 빠졌다. "남편이 내 몸에 손 안댄지가 6개월이나 됐쬬. 예전엔 정말 좋았는데..."



* 이 남자.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상담을 해주는 이 남자. 어느날 갑자기 예약도 없이 찾아온 한 여자의 엉뚱한 이야기에 빠지고 만다. "나를 심리치료사로 착각했군... 뭐라고 말한담?"

  그대를 심리치료사로 착각하고 찾아와 오자마자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대뜸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녀는 황당할 뿐이다. 나는 돈에 관한 상담을 받지, 성생활 상담은 받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재무상담사이지, 심리치료사가 아니에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걸. 그리고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처음엔 나도 몰랐다. 그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내게서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에게 잘못된 만남을 되돌려놓고 싶지 않았다. 되려 나는 이 고민을 진짜 심리치료사에게 가 돈을 주고 상담까지 받고 있으니 내가 제정신이야? 한번, 두번 만남이 이루어지고,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는 그녀,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비맞은 채 들이닥친 그녀가 나는 너무도 그리웠다. 사랑이었다.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그래. 이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하지만 깨닫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비로소 그녀가 치료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남편과의 결단을 내리며 홀로 떠난 그 빈공간 속에서 그는 사랑의 여운을 느낀다. 그리고 찾는다. 나의 사랑을.

  누군가의 비밀을 듣는다는건 놀라운 체험이다. 그는 내게 자신을 내던졌다. 그리고 나는 죄책감과 동시에 그 은밀한 쾌락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의 방을 몰래 훔쳐보는 것은, 상대가 내게 털어놓은 비밀은 아니지만, 내가 상대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쾌락이 아닐까. 영화는 종종 커튼 밖의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비춰준다. 그 묘한 매력. 한 집에선 남녀가 서로를 탐닉하고, 한집에선 남녀가 서로 다투고 있고, 한집에선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누군가를 엿보는 이 짜릿함. 비밀은 나만이 상대를 알고있다는 특별함을 선사해준다. 상대가 털어놓은 비밀이든, 아니면 내가 몰래 훔쳐본 비밀이든.

  남녀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밥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혹은 그녀가 내게 아무한테나 말하지 못할 비밀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는 혹은 그녀는 불쑥 나에게 다가온다. 나도 그 혹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사랑은 비밀을 타고 전해온다. 또 비밀은 사랑을 타고 전해진다. '비밀'과 '사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서로의 비밀을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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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6-23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의 비밀을 말할 수 없다면 진정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까요? 정말요? 그 반대일수도 있답니다. 더 살다보면 알게 되어요^^ 남은 시간도 좋은 하루 마무리하시길..

마늘빵 2006-06-2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

로쟈 2006-06-2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 모스크바영화제 때 본 영화라서 반갑더군요.^^

마늘빵 2006-06-2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프랑스에서는 나온지 꽤 된 영화 같더라구요. 2004년으로 표기되어있었던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