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봤는데 오래전에 봤는지 리뷰가 없어서 이번에 다시 본 김에 쓴다. 2003년 5월에 개봉했으니 3년 좀 못되는 시간이다. 경찰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경찰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루는 영화는 많지 않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경찰영화가 <강력 3반>인데 이건 정말 영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나름대로 뭐 경찰의 고충 이런 점들을 강조하면서 눈물 좀 짜내고 싶었나본데, 눈물은커녕 짜증만 났다. 진정한 경찰영화라면 <와일드 카드>쯤은 되어야한다. 아니면 <공공의 적>이나. <공공의 적>이 적의 싸가지없음에 촛점을 맞췄다면, <와일드 카드>는 적의 싸가지와 경찰의 정의감 두 가지 모두 조화롭게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주연. 정진영, 양동근, 한채영. 셋 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다. 감독은 김유진이라는 감독인데 잘 모른다. 예전에 <금홍아 금홍아>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진영의 경우, 난 이 사람의 진득함과 진지함이 마음에 든다. 이 사람의 연기에는 눈빛이 살아있고, 진심이 들어있다. 연기를 하면서 가식적인 사람도 있다. 이것은 연기를 잘하냐 못하냐의 차이가 아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인데 정진영의 연기는 하다못해 비중없는 단역이라 할지라도 진지하다.



* 한달 내내 양동근의 관심에도 말 한마디 않던 그녀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를 습격했다.

 

  양동근, 그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영화를 하는 아는 후배가 양동근, 그리고 배두나와 친하다고 하는데, 두 사람과 찍은 사진도 있는 것으로 봐서 정말 친한 듯 하다. 서로 연락도 주고 받는 사이라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전에도 난 양동근을 좋아했다. 정진영과 같은 이유에서인데 그는 영화배우로서의 뽀대가 없다. 가오를 잡지 않는다.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행동한다. 직접 본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영화 이외에서 보여주는, 그리고 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와 함께 작업을 한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공통점은 그는 말이 없고 항상 진지하며 무게를 잡지 않는다는 말. 그래서 난 그가 좋다.

  마지막 한채영의 경우, 연기를 잘하진 않는다. 사실. 그리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는 별로 본 것도 없고, 보고싶은 마음도 안든다. 하지만 그녀 또한 진실되어 보이며-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쁘다. 하지만 김희선과 손예진은 이쁘지만 인간으로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니 이쁘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좋다는 말은 아님.

  내가 좋아하는 세 배우가 출연했다. 양동근은 역시 어느 영화에서나 참 빈곤하고 가진 것 없고 밑바닥 인생을 사는 역할로 나온다. 영화가 배우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 예 故 이은주 씨 - 양동근의 인생이 밑바닥이 될까 우려된다. 그 또한 그런 생활을 즐기는 듯도 하다. 그의 경우 배우의 실제 삶이 영화에 반영되는건지 아니면 영화의 삶이 그의 실제 삶으로 반영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영화에선 세 사람 말고 주연급에 해당되는 이가 있는데 4인조 뻑치기 - 명칭이 이게 맞나 모르겠다. 4인조 뻑치기의 대장급인 배우가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약간 사악하고 인정머리 없어보이는 이미지. 좀 매력있다. 그의 사악함은 영화내내 볼 수 있다. 선량한 시민들을 쇠구슬로 습격해서 죽이고 금품 강탈하고, 노래 잘해서 90점 넘으면 살려준대놓고 돌아와서 맥주병으로 수차례 가격해서 죽이고, 경찰 찌르고, 마지막 순간에조차도 끝까지 반항하며 방제수(양동근 분)의 허벅지를 찌른다.

  영화는 분노가 치밀만큼 잔인한 뻑치기단과 역시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분노만큼이나 분노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게 만든다. 마치 <공공의 적 1> 을 볼 때으 마음가짐이랄까. 저런 싸가지없는. 저런 건 그냥 잡아가두는 정도론 안돼. 이런 마음. 영화 속 뻑치기들이 난리를 치고 다닐 때마다 내심 어여 잡아서 족쳐라 라고 속으로 되뇌이는 나를 발견한다. 정의감이 너무 앞서나간걸까. 어쨌든 결론은 정의의 승리. 당연하게도.  



* 분노에 찬 방제수가 범인이 갇혀있는 승용차를 부수는 장면. 영화 속 장면에선 그 뿐 아니라 다른 동료 경찰들도 쇠파이프나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이 차를 때려부순다. 마치 오락실 스트리트 파이터 처럼. 너도 한번 당해봐라. 이거다. 네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마.

 



   영화 속에서 한가지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수사반장이 서로 다투는 경찰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한다. "칼은 나눠 먹으면 산다!" 정말 결전의 날,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칼을 두려워하는 선배 경찰이 양동근을  살리기 위해 칼을 나눠먹는다. 그리고 쓰러진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일전의 두 사람의 다툼은 이렇게 화해된다. 오른쪽 제일 작은 아저씨가 수사반장. 왼쪽 두번째가 칼을 나눠먹은 아저씨.

  요즘 경찰들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요즘뿐만 아니라 언제나 경찰들은 신세한탄을 해왔다. 검찰과 대립하며 미약한 힘을 어떻게든 좀 키워보려고. 대등하게 맞먹어보려고 했고. 지금와서 수사권(?)이 경찰에게 넘어가며 지위향상이 좀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검찰에 비해선 턱없이 힘이 약하다. 또 최근엔 시위농민들과 한바탕하면서 생긴 불행한 사건으로 경찰청장이 퇴임을 했고, 경찰이 주눅들었다. 농민들의 주장도 맞고, 경찰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박봉에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강도와 일대일 상황이라도 될라면 잘못하면 칼맞고, 음주운전 측정하다 차에 끌려가 죽고 이래저래 좋을거 하나 없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경찰에 몸담은 분들. 존경합니다. 비리경찰도 많고, 부도덕한 경찰도 많지만 성실하고 불만없이 꿋꿋이 일하는 경찰들 존경합니다. 정의실현을 위해. (이때의 정의는 박정희, 전두환 때의 정의와는 분명 다른 정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01-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대로 재미났던 기억이 납니다

마늘빵 2006-01-0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렇다하게 뜰 만한 영환 아니지만 나름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바를 잘 드러냈다고 봐요. 그건 출연한 배우들과 감독이 만들어나간거겠지요. 자칫 잘못하면 <강력3반>이 될수도 있는건데.
 

  개봉당시 바로 봤지만 이제서야 감상을 쓰고 있다. 그래서 별반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없다. 사실 이 영화의 리뷰를 계속 미룬 것은 그림형제의 동화를 좀 읽어보고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른 영화들을 보고, 또 계속해서 다른 책들을 보면서 나의 계획은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림형제의 제대로된(!) 동화를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들의 동화를 읽지 않고 영화를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많은 암시와 상징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분명 저런 행동과 장면들은 동화 속의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메세지인 거 같은데 아 미리 동화를 보고 올걸 하는 식의 생각들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아직까지 못본거 그냥 리뷰라도 작성해보자.

  19세기 프랑스, 악령을 퇴치해준다(너희가 고스트 바스터즈냐)는 말로 가는 곳마다 마을 사람들을 유혹해 가지고 다니는 장치들로 미리 꾸며놓은 다음 악령을 잡는 연기를 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기꾼 형제가 있으니 이들이 그림형제다. 윌과 제이크의 이러한 사기행각은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옛말 그대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딱 걸리게 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 두 형제를 잡아다 족칠까 하다가 타협안을 내놓는다. 어느 마을에 너희와 같은 사기꾼이 있는거 같으니 거기가서 그 놈들을 잡아와라. 네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다하겠습니다. 인적없는 외딴 마을에 떨궈진 두 형제. 집은 있는데 사람이 코빼기도 안보인다. 다들 어디갔지?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형제를 경계한다.



* 숲으로 들어간 빨간망토 여자아이. 나뭇가지가 망토를 훔쳐간다. 아이는 망토를 따라가다 잡혀버린다.



* 우리가 바로 그림형제.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줘. 사기꾼이 아니란걸 증명해줘.



*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다. 모니카 벨루치 역의 여왕. 혹자는 그녀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벗어야 사는 여자. 그 말은 그 어떤 옷이나 장신구도 그녀를 아름답게 하는데 쓸모가 없다는 말. 나신 그대로가 그녀를 가장 아름답게 하는 길이다.

  마르바덴 숲이 있는 마을. 이곳에선 계속해서 11명의 소녀들이 사라졌다. 11명의 소녀를 납치한 이들을 잡아야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숲에 들어간 첫날 뭔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챈다. 어 이상하다. 나무들이 막 움직인다. 야 기술대단하네. 이놈들 돈 좀 있군. 하지만 그건 기술이 아니었다. 이어 계속해서 목격하게 되는 신기한 마술(?)들. 마술이 아니네?

  11명의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형제와 한 여인은 말을 타고 다시 들어간다. 숲으로. 라푼젤 성에 잠들어 있는 여왕과 그녀의 보디가드 늑대인간 이들의 정체를 밝혀라. 여왕은 500년 동안 잠들어있었고, 젊음을 유지해줄 소녀들이 필요하다. 이들을 다 모으면 난 젊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쭈구렁탱탱 할머니의 모습이 아닌, 나 자신에게조차 반해버릴 만큼의 아름다운 여왕으로.   결국 당연히 여왕의 계획은 그림형제에 의해 실패하게 된다.

  안데르센과 함께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 그림형제. 영화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은 그가 동화로 유명해지기 전에 수많은 전설과 옛이야기들을 어떻게 뒤섞어냈는지를 알려주는 영화이다. 그의 순수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여기서 듣고 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짬뽕해내서 만든 일종의 편집된 재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법과 전설을 믿지 않는 윌과 그것을 믿는 제이크.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이 둘 모두 영화감독인 테리 길리엄이다. 그는 그림형제가 세계의 민담과 설화를 조립해 새롭게 동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림형제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가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에는 빨간망토,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모두 짬뽕되어있다. 창작이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해내는 것도 일종의 창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형제도, 테리 길리엄도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해낸 창조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s.

  엉뚱하고 어리버리한 두 남자, 그림형제가 벌이는 모험극이라고 보면 좋을까? 동화는 보지 않았지만 동화의 장면들을 재현하느라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 기술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말이 어린아이를 먹는 장면이나 어린꼬마가 눈없는 민무늬 괴물로 변해 우물속으로 풍덩하는 장면 등 각각의 장면들이 모두 새롭고 신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스포일러 약간 함유.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러 집을 나섰다. 최근 개봉하고 있는 영화들, 참 보고 싶은거 많다. 원래 <킹콩>은 안보려했으나 사람들이 워낙 재밌고 감동적이라 하여 보고싶었고, <왕의 남자>는 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였지만 그냥 보고 싶었고, <태풍>역시 사람들이 영 아니라고 했지만 갠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장동건을 보기 위해 보고 싶었고, <작업의 정석>과 <광식이 동생 광태> 같은 류의 선수영화(?)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 코믹함을 위해, <싸움의 기술>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한 그 아저씨 때문에 보고 싶다. <브로큰 플라워>와 <용서받지 못한 자>는 이 영화들을 굳이 힘들여가며 봤다는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보고 싶어졌고, 마지막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파랑주의보>는 내 이상형인 송혜교가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싶었음에도 내가 굳이 <나니아 연대기>를 본 것은,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가 이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니아 연대기>도 보고싶었으니 선택에 별 후회는 없으며, 보고나선 매우 큰 만족감을 느꼈다. 아마도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딱 찍어놓고 오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 시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택하리라. 하지만 저 영화는 러닝타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늦게 끝났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을 포함하여 이만큼 온갖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들어가고, 가공되어 나온 스케일 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 세 개의 특수효과 회사와 3000명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 카메라로 찍은 부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사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CG 처리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가져봤다. 정말 그럴거 같다. 또한 이 영화속 장면들을 찍기 위해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 폴란드, 헝가리, 체코, 호주 등 전 세계를 오갔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후로 이제 이런 노력들은 별반 놀랍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장비를 가지고, 그 길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고 생각하니, 노력 꽤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 루시가 우연히 열어본 신비의 옷장.



* 하얀마녀의 성에 돌로 변해있는 죄인들(?) 그리고 저기 중간에 형제들을 배신하고 왕이 되려했다 온갖 곤혹을 치룬 꼬마아이 에드먼드.

  <나니아 연대기> 이번 작품명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아 요것들이 나오는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녀는 하얀마녀, 옷장은 루시가 교수댁에서 몰래 들어간 옷장, 그렇담 사자는 언제 나오는거지? 하고 기대하며 봤는데 흠. 나의 상상력과 예지력이 짧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의외의 곳에서 출현했다. 하얀마녀에 대항해서 싸우는 아슬란이 바로 사자였다. 난 <반지의 제왕>만 생각하고 수염 덮수룩히 기른 하얀 가운을 걸친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장막을 걷고 나오리라 기대했지만, 아니 이게 웬걸. 장막을 걷고 나오는 것은 사자 한마리였다. 모든 신하들이 무릎을 굽혀 절을 하는 왕이 사자라니. 하긴 신하들도 모두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긴 했다. 반인반마인 미노타우로스만 빼고는. 나니아 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있었으니, 이브의 두 딸과 아담의 두 아들이 나니아 왕국의 왕이 된다는 설. 이전까지 하얀마녀가 지배해오던 나니아는 엉뚱하게 옷장을 통해 들어온 평범한 인간세계의 두 남자아이와 두 여자아이에 의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 내가 바로 아슬란이다. 몸집은 엄청 크다. 힘도 좋다. 지혜롭고 인자하다.



* 하얀마녀. 정말 냉정하게 생겼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마음씨와 목소리.

  <나니아 연대기>는 2006년 겨울 그 1편이 개봉되었으며, 앞으로 매년 겨울에 한편씩, 총 5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한다. <반지의 제왕> 원작자 돌킨조차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를 시기했다고 한다. 사실 돌킨이나 루이스나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나 영화화 되지 않았다면 난 이것들을 몰랐을 것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나니아 연대기>도 책이 나왔지만 그 책의 방대한 분량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별로 사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본 뒤 반드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다음번에 인터넷 주문을 할 때 이 책이 우선순위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139분(2시간 19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매 장면 하나하나 전환될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된다. 만약 책을 먼저 보고 봤다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을 알고 본다면 지금만큼의 놀라움과 기대감은 없었겠지. 하지만 책을 먼저 봤다면 책에서 본 이미지와 영상을 어떻게 실현해놨을까 확인해보는 즐거움을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139분은 매우 금방 지나갔고 생각지도 않게 재밌었던 영화였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깐따삐야 2006-01-0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스탄틴'에서는 천사 가브리엘로 나왔던 틸다 스윈튼이 요번엔 하얀 마녀로 나오네요? 암튼 묘한 여자야...

마늘빵 2006-01-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자군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와 배우들 이름과 얼굴을 알고 계시네요. 저 여자 참 냉정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깐따삐야 2006-01-0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틸다 스윈튼이란 배우, '영 아담'에도 이완 맥그리거랑 같이 나오거든요. 그 때는 또 아주 온몸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여자로 나와요. 불 같기도 하고 얼음 같기도 하고... 묘한 여배우에요.

미네르바 2006-01-0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어요. 이번 주에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보기로 했답니다. 님이 재미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고 무척 기분이 좋아요. 책은 이번에 읽게 되었어요.(마침 오늘 리뷰까지 올렸는데..^^)예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맘만 먹었다가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읽게 되었지요. 저는 기독교인이라 책도 무척 좋았답니다. 139분이 금방 갔다니... 더욱 기대되어요. 그래서 추천까지..^^

플레져 2006-01-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저도 망설이고 있었는데, 저 옷장 스틸컷을 보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치솟네요. 저도 미네르바님 따라 추천 ^^

마늘빵 2006-01-0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그 두꺼운 책을 벌써 다 보셨나봐요. 전 책 나온거 얼마전에 알았는데 가봤더니 벌써 리뷰가 수십개나 올라와있더라구요. 세일즈 포인트도 꽤 높고. 그 두꺼운 책들을 어떻게 볼 생각들을 했는지 몰라요. 애들도 영화 좋아할거에요. 정말 재밌어요. 깜짝 놀래는 장면도 두세군데 나와요. 저도 책을 빨리 구입해봐야겠습니다. 지금 사놓은거 좀 다 읽고.
플레져님 / 신비의 옷장이에요. 2차 대전 당시의 현실세계에서 나니아 왕국으로 넘어가는 저 장면 참 신비로웠어요. 꼭 보세요. 재밌을거에요.

chika 2006-01-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전 피곤해서 재미없었을까요? 조..졸면서 봤답니다.
같이 본 녀석도 책 안읽었는데도 내용전개가 너무 빤히 보여 재미없어했거든요.
음... 책보다 상상력이 좀 많이 모자란듯해서 별로였어요. 3편쯤부터는 재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chika 2006-01-0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젤 맘에 안들었던 건, '나, 가짜로 만든 눈이야'라고 광고하는 듯한 눈. 스트로폴 뿌려놓은 것 같아서 실망이었어요! ㅡ.ㅡ

마늘빵 2006-0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치카님 그런가요? 흠. 난 집에서 낮잠 자고 나가서 괜찮았나. 책을 아직 안보고 봐서 재밌었는지도 몰라요. 책을 먼저 보면 내용을 다 아니깐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 아니까요. 매년 겨울 이거 다 챙겨보려고 합니다. 책도 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6-01-0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먼저 읽고 있어요 ^^

진도가 휙휙 안나가서 걱정입니다만 ~
 
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구판절판


"과연 존재하는지 안다면 좋을 걸세. 나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특정한 사물에 대한 의견이 같거나 취향과 욕구가 비슷하기 때문에 만난 두 사람 사이의 일시적인 기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네. 그런 것은 전부 우정이 아닐세. 우정은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결합이고, 그래서 그리 보기 드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간혹 있네. 그렇다면 그것의 원천은 무엇일까? 호감? 두 사람이 인생의 험난한 기로에 설 때마다 서로 지켜주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약한, 공허하고 진부한 말이 아닐까. 호감?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모든 인간 관계 깊숙이에는 에로스의 불티가 존재하지 않을까. 여기 숲 속에 혼자 고독하게 남아 삶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네. 우정은 병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성별이 같은 사람에게서 찾는 만족과는 다르네. 우정의 에로스에는 육체가 필요없어. 육체는 흥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지. 하지만 에로스는 에로스일세. 모든 사랑, 모든 인간 관계에는 에로스가 숨쉬고 있어. 이보게, 나는 많은 것을 읽었네."-140쪽

"이 하잘것없는 진실, 썩어 없어진 육신의 비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조란 무엇이고, 우리는 사랑한 여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가? 나는 살 만큼 살았고, 이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네. 정조는 가공스러운 이기주의가 아닐까? 인간이 좇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허영심의 산물이 아닐까? 우리는 정조를 요구하면서, 과연 상대방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일까? 상대방이 정조라는 것에 구속되어 행복할 수 없는데도 정조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데도 정조나 희생 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242-243쪽

" '왜'와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왜'와 '어떻게'는 어쨌든 한탄스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일세.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스러울 정도로 간단하지. 그것이 가능했고 일어날 수 있었으니, ' 그 때문에' '그렇게'이지. 이것은 진실일세. 끝에 가서 자질구레하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근본적인 것, 진실은 알아야 하네."-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지음, 김창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늦어도 11월에는> 이후에는 어떤 말이? 지인의 소개로 접하게 된 연애소설이다. 예전에는 연애소설은 다 통속적이고 3류 소설이라 치부했었다. 멋 모르던 시절에는. 본래 소설류를 잘 읽지도 않았고, 그중에서도 환타지와 연애소설은 더욱 세련되지 못한 소설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읽어보지도 않고선. 지금 난 어떤 종류의 책에도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 단 하나. 처세술에 관련된 실용서적들은 하등의 책으로 분류한다. 대개 그런 서적들은 잘 팔리기 위해 제목이 명령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꼭 그걸 안하면 안될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품고 있다. 대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유행따라 급속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은 책으로도 안본다. 나머지 다른 책들에 대해서는 환타지건 만화건 상관없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환타지 소설이나 만화 책을 탐독(?)하고 있더라도 뺐거나 혼내지 않는다. 그 아이들도 나중에는 다른 류의 책들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나 환타지 소설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있다. 다만 흔히 말하는 양서로 분류되는 책들에 비해 더 적을 뿐이다.

  2005년 내가 읽은 연애소설 베스트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와 왕원화의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그리고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이다. 뭐 이것들을 제외하곤 읽은 연애소설도 없는 것 같지만 정말 알짜배기 연애소설만을 추천받아 읽었다. 그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이 장면의 전환 없이, 또 주인공 두 남녀의 출연만으로 모든 것을 꾸려나가는 반면 왕원화의 소설은 장면전환이 빠르고, 여러 등장인물의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상황에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한스 에리히 노삭의 소설에도 등장인물은 많다. 하지만 왕원화의 소설처럼 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장면이 급속히 진행되기보다는 좀더 호흡이 길고 천천히 페이드 아웃되며 전환된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소설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의 말을 동원해 깊이있는 사색을 하게 만들지는 않으면서도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면서, 또 전환되는 각 상황마다 흠... 하고 생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편 회사에서 주관하는 문학상의 수상자인 묀켄은 마리안네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진실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거나 - 첫눈에 반했다는 - 그렇지 않다면 선수들이 사탕발림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서야 보통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문학상을 주는 회사 사장의 사모님이라는 것도 알았을텐데 말이다.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되어 나온 그와 같은 발언이라면 듣는 여성 입장에선 - 그녀가 저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 이보다 더 황홀할 수는 없을 것.

  마리안네도 보통 여성은 아닌 듯 하다. 그말을 하는 묀켄을 따라 남편을 떠나 그를 따라가고, 그와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그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매일  속으로 생각을 하며 불안해 한다. 그리고는 또한 평범치 않은 시아버지의 설득에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후일 집으로 그녀를 찾아온 묀켄을 따라 또 떠났다가 함께 사고를 당해 죽는다. 그 어느 하나 평범한 이야기가 없다. 묀켄도 이상하고, 그를 따라간 마리안네도 이상하고, 집나간 며느리 찾아온 시아버지도 이상하고, 집에 들어왔다 다시 가출한 마리안네며, 그녀를 찾아온 묀켄이며, 이둘을 가만놔두는 남편하며 모두가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 볼 때 이  소설의 줄거리는 정상이 아닌 듯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수긍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음음. 으로 바뀐다.

  작가 한스 에리히 노삭은 이 소설에서 집나간 다시 집으로 들어온 또다시 집나간 마리안네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해주고 있다. 마치 여성작가가 쓴 소설인 것처럼. 이런 점에서는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하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또한 등장하는 두 남녀의 심리를 정말이지 꼭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한 것처럼, 자신이 여성이 된 것처럼 잘 묘사해주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그것과 한스 에리히 노삭의 그것은 느낌이 좀 다르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두 사람이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도 될 듯 하다.

  보통씨와 왕원화는 살아있는 젊은 작가다. 그들의 작품은 앞으로 더 기대를 해봐도 될 듯 하지만, 한스 에리히 노삭은 1977년 사망했다. 그래서 지금 빠져버린 그의 또다른 작품을 기대할 수는 없다. <늦어도 11월에는>은 내가 지금껏 읽은 최고의 연애소설 중 하나라고-최고는 하나여야 하지만 '매우 좋은'의 의미로 해석하자 -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