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
왕원화 지음, 문현선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8월
절판


어째서 이렇게 힘들여서 억지를 부리는 걸까? 억지로 얻은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책상위의 전화가 울렸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가 얼마나 예쁘든, 그에게 얼마나 잘 해주든, 얼마나 인내심이 있든, 얼마나 보답을 바라지 않든 간에, 사랑은 생겨나기 힘들 것이다. 사랑은 달리기와 같지 않아서 삼십 분마다 반드시 삼백 킬로칼로리가 연소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일년을 뛰어도 여전히 땀 한 방울 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도 설명해줄 수 없고, 답은 자기 혼자서 고민하고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는 빨리냐, 아니면 늦게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292쪽

"어떤 사람은 일생동안 한번밖에 연애를 못해. 뒤에 오는 연인은 모부 복사본이지." 그레이스가 말했다.
"난 다른 사람의 복사본이고 싶지 않아요."
"그도 알아. 그래서 당신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거지."
저우치도 조용해졌다.
-294쪽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우치가 말했다.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날 힘들게 하지 않아요. 단지 날 힘들게 하는건, 내가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라는 거죠."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가 뭐죠?"
"내가 사귀었던 남자는 둘 다 나와 헤어진 다음에 결혼할 사람을 만났거든요."-332쪽

"만약 어느날 그가 당신을 잃는다면, 그는 마침내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이해하게 되겠죠. 지나간 잘못을 아파하며 뉘우칠 거고. 그러고는 그가 다음 여자를 만날 때는 더 나아지는 거에요. 그는 그녀와 결혼할 거고, 아주 좋은 남편이 되겠죠.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당신이 있을 거에요......"-402쪽

"맞아요. 그날밤, 두팡은 날 '메아리 입구' 앞으로 데려갔고, 거기서 큰 소리로 '나는너를 사랑해'라고 외쳤어요. 난 아주 기뻤고, 줄곧 메아리를 들었어요."
"그곳의 메아리는 오래가죠?"
"아주 오래. 심지어는 이 가게에서도 메아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그리고 오늘까지, 난 줄곧 메아리를 들었죠."
밍홍은 머리를 카운터에 대고 있었는데, 문득 조금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진작부터 존재하지 않았어요. 맞죠?"
안안이 물었다.
한바탕 기나긴 침묵으로 무거운 숨소리마저 메아리가 뒤어 돌아왔다.
"말해봐요. 맞죠?"
"난 몰라요. 난 두팡이 아니니까."
"당신은 당연히 알고 있어요! 당신은 사실 두팡과 마찬가지로...... 당신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몰라요......"
밍홍은 고개를 떨구었다.
"당신은 나랑 같아요." 안안이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같죠?"
"우린 다 알거든요. 사실 그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진작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걸."
"난 몰라요."
"당신은 당연히 알고 있어요! 린밍홍, 사실 당신도 나랑 같아요 우린 모두 '메아리 입구'앞에 살고 있죠......"-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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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12-3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서 두번째 여자 친구가 아니라 끝에서 두번째 여자친구라... 그럼 지금 사귀는 사람 바로 전의 사람을 뜻하는건가? 아...헤깔려요.

깐따삐야 2005-12-3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앞에서 정말 쿨~ 한 여자가 되기는 너무나 힘들다니깐요. ㅜ.ㅜ

마늘빵 2006-01-0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네 이 여자를 만난 다음에 만난 여자와 남자들이 결혼을 하게 되는거죠. 이 여자는 사귀었던 모든 남자들이 결혼한 여자의 바로 전 여자친구일 뿐이고요. 슬픈 운명.
깐따삐야님 / 네... 남자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걸 언제적 보고 이제서야 그 감상을 올리고 앉았느냐. 정말. 언제 내가 이 영화를 봤더라? 이거 가을에 개봉하지 않았나? 춥지 않았을 때였는데. 아니 근데 2005년이 다 끝나가는 이 마당에 이제서야 감상을 올리고 있어. 사실 그 때의 그 감동 다 잊었다. 내 마음에서 사라졌다. 아 다시 끄집어내려니 힘들다. 그래서 감상이라는건 감동을 받은 그 순간, 써내려나가야하는 것이다. 그게 진짜 감상이야. 지금 이렇게 뒤늦게서야 본 영화에 대해 기록 좀 남겨보겠다고 끄적이는 이거. 에이~ 이건 감상이 아니다. 그래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끄집어내보자.

  아 날짜를 보니 10월 7일에 개봉했단다. 그때 새드무브랑 머시기랑 한창 주가를 올릴 때였는데 보고 싶던 새드무비도 못보고.

  이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네 개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대표적인 옴니버스 형식의 사랑 영화가 <러브 액츄얼리>가 있는데, 이건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일 순위에 들어간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도 그와 같은 형식을 빌려 결국 하나의 감동으로 묶어내려 한 듯 한데, 사실 거기까진 아니었다. 그리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가서인지 내 기대를 100% 충족시킨 영화는 아니었다. 엄정화, 임창정, 황정민  등의 스타들과 함께 한 이 영화는 출연진만 봐도 즐겁다. 임창정은 그닥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배우인데 그가 나오는 영화들이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엄정화와 황정민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지켜보고 있는 '관심배우'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고의 출연진은 그들 셋 다 아니었다. 탈렌트 주현과 오미희. 와 정말 다른 세개의 사랑보다 그 두 사람의 사랑의 장면이 나오기를 영화 보는내내 기다렸다. 극장빌딩 소유주이자 사장이지만 빌딩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는 오미희를 향한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 정말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 저렇게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 돈 많으면 뭐하니 자기 마음의 고백도 제대로 못하는데. 주현은 몇차례의 고백이 계획대로 딱딱 안떨어지자 안달난다. 도대체 내 마음을 아는 거니 모르는 거니. 나이들어서도 저렇게 아름다운 배우가 있을까 싶다. 오미희. 다시 주목하게 된 배우다.



* 가슴아프다. 우리 둘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이를 가졌다. 근데 돈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하고 지하철에서 물건판다. 그런데 물건이 안팔리고 지하철 공익요원은 자꾸만 날 쫓아낸다. 슬프다. 삶이 이렇구나. 반대편에서 오면서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 그녀. 울컥. 눈물이 나온다.

 

  "사랑에 제대로 미친 남녀들의 7일간의 기적같은 연애" 라는 문구에 걸맞게 일주일 사이에 이들에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위풍당당 페미니스트 여의사 엄정화와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자이자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하지만 마음만은 순박한 형사 황정민의 사랑 첫번째,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살기 어려워도 우리 둘만의 사랑만으로 이겨나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두번째 커플, 교통사고 당한 꽃미남 가수와 그를 사랑해버린 예비수녀, 마지막으로 오드리 햅번을 사랑하는 구두쇠 극장사장 주현과 내가 곧 오드리오 라고 생각하는 오드리 오미희의 네번째 사랑. 이렇게 영화는 네 개의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어느 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하지 못한다. 사전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하나지만, 현실에서 사랑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다. 사랑은 다 비슷비슷하게 진행된다고 하지만, 아니다. 사랑은 너무나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어 사랑에 빠진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괴롭지 않은 사람이 있다? 선수. 그러나 선수들이 하는 사랑도 매번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그것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랑해" 라는 말 만큼이나 마음이 푸근하고 기쁘고 즐겁고 이전까지의 모든 안좋았던 기억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사랑해"

 함부로 내뱉어서도 안되는 말이지만, 너무 아껴서도 안되는 말이다. 이 단어를 내 입에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그 순간, 나는 마법에 걸린다. 그리고 상대도 마법에 걸린다. 사랑은 너무나 다양하고 많다. 또 "사랑해"의 의미도 모두에게 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사랑을 하면 마법에 걸린다는 것이요, 누구도 그 마법에서 풀려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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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가장 최근작. 비디오로 출시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과 후기작에 대한 감상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감상문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간략히 다시 이야기하면 초기작이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순수함,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노래한다면 후기작들은 마법에 걸린 주인공이 좌충우돌 모험을 겪다가 마법에서 풀려나는 식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대표적 후기작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바로 이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지금까지 봤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선 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장 재밌었고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에서 그리 되었지만 몇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반복해서 볼 때마다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장면들, 생각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더 깊이 넓게 생각할 기회가 주어졌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04년 12월에 개봉했으니 지금으로부터 딱 1년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상점에서 일하는 소피. 어느날 왕실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되고, 잠시나마 하울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그를 짝사랑하는 황야의 마녀는 소피의 상점에 간밤에 들어와 그를 90살 먹은 할머니로 만들어놓고 사라져버린다. 소피는 마녀가 간 뒤 늙어 주글거리는 자신의 손을 보고, 거울을 보고, 놀라지만 침착하다. 다음날 아무도 몰래 집을 나간 그녀, 마법을 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 소피를 늙은 할머니로 만들어버린 황야의 마녀. 그녀의 삼겹살은 정말 왕입니다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소피가 마법을 풀기 위해 겪는 모험담을 줄거리로 삼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마법에 걸린 엄마, 아빠를 구해내기 위해 모험을 하는 반면, <하울>에서는 소피가 자신의 마법을 풀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캐시퍼. 얘도 마법에 걸려 이 성에서 일하고 있다. 캐시퍼 없이 하울은 살 수 없다. 캐시퍼도 하울이 없이는 살 수 없다. 둘이 무슨 사랑하는 연인사이냐고? 그런건 아니고 정답은 영화 속에. ^^ 참 귀엽다. 고녀석.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요 바로 전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만큼이나 역동적이고 급속한 줄거리 전개와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진 않다. 물론 신기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작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라는 것을 모르고 봐도 누구든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것은 감독만의 개성이 그만큼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비슷한 내용과 구도를 답습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울>에서의 '하울'은 <센>에서의 '하쿠', <하울>에서의 '소피'는 <센>에서의 '치히로'와, <하울>에서의 황야의 마녀는 <센>에서의 유바바에 비유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 역할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가 너무나도 두 작품이 비슷하다.

  그의 초기작에 비해서는 장면 하나하나에 들어간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마치 허큘리스 컴퓨터에서 286 컴퓨터로 넘어오며 흑백화면이 256 칼라로 바뀌었을 때의 그 느낌, 또 256 칼라가 지금과 같이 실물과 구분이 안될 정도의 화면으로 바뀌었을 때의 그 느낌, 화면의 치밀함과 정교함 뿐 아니라 스토리의 전개나 배경음악의 설정도 확실히 초기작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그야 당연한거 아니냐?! 그래 당연한거다. 당연히 80년대의 컴퓨터 기술과 2000년대의 컴퓨터 기술은 비교할 바가 못된다. 하지만 또 초기작 중 88년에 만든 <이웃집 토토로>의 경우에는 80년대 컴퓨터 기술치고는 참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 본 뒤에, 좀더 넓게 말하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다 본 뒤에는, 마음 속 저 어느곳에 숨어있던(?) 나의 순수한 마음이 나로 하여금 살며시 미소짓게 만드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건 미야자키 하야오 만의 매력이고 마법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면 우리는 마법에 걸린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역시 그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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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실화다.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은 영화가 다 끝난 뒤에야 알았다. 해설로서 사고뭉치 불량 농구소년들이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보게 되면서 영화 속에서 느꼈던 감동은 실화임을 인지하는 순간 배가 되었다. 실화는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허구로서 감동을 주는 영화들은 단지 일어날 가능성만을 내포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에이 저런거야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거지! 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보는 순간 감동을 받을지는 몰라도,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아 허구지! 하고 깨닫게 된다. 감동은 줄어든다. 하지만 실화는 다르다. 실화는 '일어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 아닌, 이미 '일어난 일'을 되살린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들의 머릿 속 가상세계에서 떠돌지 않고 나의 현실에 들어와있다. 실화는 과거의 있었던 일이기에 그것은 비록 실화라고 믿기 힘들더라도, 그것이 실화라는 건 사실이기에,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혹은 내 주변 사람이 겪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라는 생각이 이미 내 마음 속에 들어와있다. 실화는 감동을 증가시켜준다. 더군다나 허구라 생각하고 봤는데 나중에 보니 실화다. 그럼 감동은 배가 된다.

  <코치카터> 라는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뭐 영화 제목이 저래. 요즘 모든 영화들이 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게 만든다. <작업의 정석> <광식이 동생 광태> <왕의 남자> 등 확실하게 관객에게 어피할 수 있고 관심받을 수 있는 제목을 내건다. 하지만 <코치카터>는 그냥 붙여놨을 때 카터라는 이름을 가진 코치에 대한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 물론 그것도 별로 끌리진 않는다 - 저게 무슨 제목이 저래 라는 식의 무관심을 유발(?)하게 만든다. 난 무슨 제 3국의 언어인줄 알았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이거나. 그럴 경우 모르면 궁금해지는게 아니라 무관심해진다. 나만 그런가?!

  어찌되었든 <코치카터>는 카터라는 이름을 가진 코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실화다. 70대의 고교 농구선수로 활약하며 스타가 되었던 켄 카터는 지금은 나이들어 카터의 스포츠용품 이라는 간판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장사는 꽤 잘된다. 그에겐 고교 농구선수로 잘 나가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으며, 그는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에게 갑자기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출신 고등학교인 리치몬드 고등학교의 농구코치가 되어달라는 부탁이다. 망설임끝에 수락하고, 그는 두 가지 계획을 세운다. 이 가난하고 천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사고뭉치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쏜다. 또 하나는 만년 꼴지인 이 팀을 우승팀으로 만든다.


  하지만 첫날부터 이 껄렁이들은 코치에게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 아 그만 두어서는 안되겠구나. 확실히 잡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좀 말할때 듣지. 꼭 잡아야 듣냐. 그중 몇놈이 반항하며 나가고, 나머지 넘들은 첫날부터 기초체력훈련에 들어간다. 팔굽혀펴기 천번, 전력질주 천번? 다리가 후들후들. 불평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온다. 게다가 코치는 이들에게 계약서를 쓰게 했다. 학점 2.3 이상 받을 것, 모든 수업에 항시 출석함은 물론이요 첫 줄에 앉아 수업을 들을 것 등.



* 불량청소년들의 집합.



* 코치와 농구선수들이 왜 도서관에???!!

  팀은 서서히 다듬어지고 17승 무패의 행진을 계속하게 된다. 오!! 대단하다. 이제 주목받는 고교팀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주 토너먼트에 올라가기까지 한다. 당연히 이 꼴통이었던 선수들은 신이 났다. 명문 사립 고교 백인 여자아이들로부터 데이트신청을 받아 거대한 집에서 즐기던(?) 도중 코치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흥이 다 깨졌다. 성적은 최하위를 달리고 결국 농구장을 닫는다. 지역주민과 언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사퇴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를 이해했고, 공부를 하기 위해 농구장에 책상을 가지고 들어온다.

  이 감동의 순간. 코치는 단지 농구 코치로서의 역할만을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아버지, 선생님 역할까지 하려고 했고, 선수들은 그것이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결국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코치를 믿게 되었다.

  이 영화는 단지 엄격한 코치와 꼴통 농구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교사와 학생의 감동적인 이야기다. 나는 교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앞에 섰지만, 또 의욕은 카터 못지 않지만, 카터와 같이 하지는 못했다. 말썽피우는 학생들, 반항적이고 대드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 방치한 적도 있으며, 그들에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열정은 있지만 기술이 없는건가? 잘하는 아이들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쉽다. 하지만 못하는 아이들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하고 싶지만 잘 되진 않는다. 차차 조금씩 나아지긴 하겠지만 말야. 때로는 그 아이들이 미울 때도 있었다. 무시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랬겠는가. 충분히 변화될 수 있고 바뀔 수 있는 아이들인데 난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었다. 솔직히 정말 인간적으로 이런 나쁜 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아이도 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마치 자신은 억울한 양 이야기를 한다. 나도 속아넘어간다. 하지만 경력이 좀더 많은 다른 선생님은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그때 느끼는 그 배신감.

  코치 카터는 결국 저 불량청소년들을 모범청소년까지는 아니지만 바른 청소년으로 이끌어주었고, 그들에게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그들은 대학에 진학해 공부했다. 이후 얼마나 잘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전의 나쁜 행동을 하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학교의 교사도 못했고, 집안의 부모님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학교와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언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운영하는 가게가 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카터. 그는 누굴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가? 선수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 영화는 농구선수와 코치가 봐야할 영화가 아니라, 선생과 학생이 봐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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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5-12-2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마치 자신은 억울한 양 이야기를... 특히 이 부분!
한편으론 그러니까 애들이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영화 언제 봐야겠네요.

마늘빵 2005-12-2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깐따삐야님. 아 영화에선 그렇게까지 거짓말하고 억울한 양 그러는 불량청년은 없었고요. 그냥 불량하게 굴어요. 그건 제 경험담이었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비디오대여점에 비치되어 있는 에니메이션의 절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다. 올해 유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로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붉은돼지>를 내리 봤고, 오늘 비로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게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이렇게 연속으로 보다보니 그의 초기작과 후기작의 변화된 모습들이 눈에 목격된다. 초기작들은 대개 여리고 감성적인 면들이 어필되어있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기운, 자연에 대한 사랑과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인간의 문명상을 비판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이웃집 토토로>가 그러했다. 후기작들로 대표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모험을 다루고 있으며, 마법에 걸린 주인공이 마법을 풀기 위해 겪게 되는 고난과 역경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요괴나 사람들도 있다. 마법이 항상 끼고, 요괴나 귀신 같은 넘들이 등장한다. 후기작 두 작품을 연속으로 보면 겹치는 구도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그의 초기작 중에서도 초기작, 제작년도를 보면 1984년 작품이다. 내가 다섯살. 아무것도 모르고 티비에서 해주는 만화영화나 즐기고 있을 그 때다.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누군지도 모르고, 티비에서 해주는 만화 외에 찾아 볼 엄두도 못내던 때다. 이 영화는 2000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 된 것으로 쓰여져있는데 그때도 난 일본애니메이션에 별 관심이 없었고 만화는 만화로만 치부했다. 지금도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 조그마한 비행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나우시카. 아래에는 곤충들이 가득.

  우리네 산업문명이 붕괴되고 천년의 시간이 흘렀다. 땅과 바다는 다 썩었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부해'라고 불리우는 독을 내뿜는 숲. 그곳에는 곤충이 살고 있다. 곤충은 부해의 파수꾼이다. 그 중간에 한 마을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맞춰서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웃 군사국가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곤충의 습격을 받아 이곳 마을에 불시착하고, 토르메키아 왕국의 비행선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상황은 급속히 전환된다. 부해를 없애고 인간세상을 다시 열려는 토르메키아 왕국과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야한다고 주장하는 나우시카.

  역시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 답게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최근의 작품에 비해서 화면의 섬세한 처리도 많이 떨어지고 음악도 구식이다. 물론 그땐 이런 작품조차도 주목받았지만. 결국 나우시카는 곤충과의 화해로 이곳 마을을 지키게 된다.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마을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에 곤충들도 마음을 열고 되려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준다. 독기를 품었던 빨간 눈은 파랗게 변한다.

  줄거리의 진행이 다소 지루하고 시선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이라는 의미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의 초창기 시절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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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2-2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보다 책이 훨씬 재밌습니다..^^

마늘빵 2005-12-2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도 있어요? 그건 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인데요!

날개 2005-12-2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권 완결 만화요..^^

마늘빵 2005-12-2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화도 있구나. 몰랐어요. ^^

물만두 2005-12-2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재미있대요^^

아영엄마 2005-12-2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화가 더 재미있다는 의견이군요. 저도 언제 한 번 봐야겠네요.

마늘빵 2005-12-2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도 봤어요? ^^ 전 만화를 잘 안봐서 몰랐어요. 집에 사다놓은 <호텔 아프리카>도 봐야되는데. 흠.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이후로는 꾸준히 본 만화가 없는 거 같아요.

chika 2005-12-29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는 애니도 엄청 좋아하는디요? 비디오로도 몇번봤고 영화관 개봉했을 때도 달려가서 봤슴다. ;;;
아, 물론 7권짜리 책도 엄청 좋슴다~ ^^

깐따삐야 2005-12-29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의 이미지가 참 좋아요. 원령 공주, 나우시카, 치히로, 소피 등등. ^^

마늘빵 2005-12-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애니 매니아시네요? ^^ 아 저는 왜 책의 존재를 몰랐죠. 다들 매니아신가봐요.
깐따삐야님 / 네 저도요. 주인공은 그러고보니 다 소녀에요. 애들이 참 이쁘고 사랑스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