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은 가을인갑다. 쩝. 아직 더워서 반팔을 입기엔 춥고, 긴팔을 입기엔 더운 이상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가을이라 봐야 할 듯 하다. 이러다 불현듯 또 겨울이 올테지만 말야. 지난주엔가 봤는데 이제 리뷰를 쓴다. 그 사이 일하느라 또 일끝나고 어디 가느라 꽤 바빴고 시간이 없었다. 토, 일, 월 계속되는 노는 날을 이용해 이렇게 리뷰를 정리해보노라. 가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 하기는 봄이든 겨울이든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은 따로 없기는 하다. 바스슥 바스슥 낙엽 밝고 싶구나. 둘이서.
가을에는 멜로가 많이 나온다. 난 좋다. 멜로 영화 팬이거든. <너는 내 운명>을 보았고, <외출>을 보았고, <사랑니>를 보았고, 앞으로 개봉될 많은 멜로 영화들을 보고잡소.
<너는 내 운명> 영화를 볼 때 시작전에 <사랑니>광고를 했던거 같다. 그때 아니 이게 머야! 서른살짜리 여자랑 열일곱살짜리 남자랑 머하는거래. 거꾸로된 영화는 몇 있었다. 그리고 많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그럼 이건 머야? 이건 그들에게 어떤 눈으로 비춰질까. 에 이건 아닌데... 한쪽이 나이 많은 성인이고, 한쪽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사랑은 안된다 라는 게 아니라, 여교사와 남학생 간의 사랑을 미화시키는 것 같아서 -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현실이 영화를 반영하고 영향을 받는 사례가 많은지라 -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능할 수도 있고, 이해해줄 수도 있다.

* 맹장수술 자국을 보여주는 조인영과 그걸 만지고 있는 이석.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여교사 조인영 -초등학교 2학년 때 날 좋아했던 또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랑 이름이 같다 - 과 키크고 덩치큰 꽤 들어보이는 남고생 이석(여고생이란 말은 참 익숙한데 남고생이라는 말은 익숙치가 않다. 이것도 어쩌면 남성중심주의 문화의 산물일터)이 사랑을 한다. 나의 첫사랑과 비슷하게 생겼고, 이름도 같다. 마치 예전의 그 사람을 보는 듯 하다. 이루지 못한 첫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서른살 먹은 여자 조인영, 자신을 좋아라하는 17살 먹은 남학생에게 자신의 마음 또한 숨기지 않는다. 느닷없이 맹장수술 자국을 보여달라는 걔나 그걸 보여주는 얘나 참 이해안되기는 하지만 좋아하니깐 뭐. 그러더니 속도 붙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껴안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따라오란다. 모텔로 가더니 다시 나온다. 결국 나중에 다시 가긴 했지만.
학원에서 함께 밤을 지샌 인영과 석. 다음날 아침 학원생들이 몰려오고 컥 들통났다. 모른척 하고 누워있지만 이미 들킨걸 어쩌랴. 그날부터 학원생들의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학원강사를 하는 친구의 몰아침. 친구에게 항변하는 그녀.
"누구랑 키스하고 싶은게 나쁜거야?
나쁜거 아니다. 흠. 용기 있는 거다. 때로는 키스하고픈 누군가가 있어도 주변여건 때문에 혹은 용기가 없ㅇ서 못하지만. '때로는'이 아니라 '항상'이구나.

* 동거남과 동거녀. 유혹하는거? 장난치는거?
장면 1. 이름이 같은 남학생과 인영의 첫사랑 이석의 귀국. 인영과 동거하는 남자친구, 그리고 인영 이렇게 네 사람의 만남은 어색하다. 말 한마디 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 이석. 방안으로 들어가고 인영의 남자친구 뒤따라 들어가 게임한다.
장면 2. 이석의 쌍둥이 형의 죽음.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조인영이라는 여학생. 그녀와의 만남. 키스. 그리고 그녀와 서른살 조인영과의 만남. 어색함.
한가지. 감독은 왜 이름이 같은 두 남자와 이름이 같은 두 여자를 설정했을까. 사실 이름이 같은 두 남자는 조인영의 첫사랑과 그와 닮은 남학생이라는 컨셉에서 이해가 됐지만, 이름이 같은 두 여자, 조인영과 조인영은 왜 그렇게까지 어거지로 이름을 같게 해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7살 이석에게 있어서는 두 여자는 그의 기억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라하는 여학생 조인영과 나를 좋아라하는 서른살 조인영과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의 고민과 갈등.

* 여학생 조인영에게로 뛰어가버린 이석 때문에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조인영. 운전대를 붙잡고 운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사랑의 설레임과 아픔과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설정이 어설프고 이해 안되기는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는 사랑을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충분한 일들. 서른살 여자와 일일곱 남자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랑법. 함께 엠피쓰리를 듣고 노래를 하고,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고.
모든 사랑에는 나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내 인생에 있어 찾아온 사랑이 몇 번인가에 상관없이 각자의 사랑법이 있다. 그것은 몇차례 시련과 아픔을 겪고, 또 사랑에 성공하면서 겪어온 자기자신만의 노하우. 작업거는 비법? 그런거 있지만 전수는 안된다. 몸으로 체득하는거다. 이것 역시 홀로 경험 속에서 체득하는 거다. 조인영에게는 조인영만의 사랑법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사랑법이 있다.
애초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럭저럭 기대만큼만 충족시켜주었던 영화 <사랑니>
하지만 극장에서 봤을 때 말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봤을 때 아련히 가슴 한 구석이 아렸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