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가 소리없이 강하다. 무슨 광고문구가 아니다. 최근 두 여중생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보여줬던 <어떤나라>도 그랬고, 한주 뒤에 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은하수를) 또한 그랬다. 개봉관은 오직 하나. <어떤 나라>는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 다른 상영관도 있는지 모르겠다, <은하수를>은 종로의 허리우드 극장-지금은 극장 이름을 필름포럼이라고 바꿨다. 아마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생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경쟁에서 떨어진다는 생각때문인지 예술영화관으로 바꿨다. 이 건물은 절대 보수가 불가능하다. 상가건물인데다 시장을 끼고 있어 멀티플렉스로의 도약은 힘들듯- 상영 중이다. <은하수를>은 오직 이 극장에서만 한다고 하는데, 영화가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참 하찮게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영화수입자들은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안먹힐거라 판단했나보다.
 
  정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의해 허허벌판에 자리잡고 있는 집 한 채가 날아가게 생겼다. 필사적으로 막아보려하지만 허허 벌써 포크레인이 찍었구나. 잠시 후 하늘에서 웬 거대한 비행체가 나타나더니 외계인이 내려서는 지구를 철거하기로 계획했단다. 은하계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의해 지구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아니 이게 왠 난데없는 날벼락이람?! 외계인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던 지구인들은 이 황당한 외계인의 철거계획에 어이가 없을 뿐.  동물원에서 쇼를 하던 돌고래들은 이를 사전에 쇼행위를 통해 알려줬으나 사람들은 그냥 쇼로 생각했다. 돌고래는 먼저 지구를 떠났다.

 



 

 

 

 

 

 

 

 

 

 

 

 

 

 

 

 

 

 

 

* 지구를 철거하러온 거대 우주선.

 

 



  집이 무너진 지구인 아서는 친구 포드의 도움으로 지구를 탈출하게 되고, 우주선을 타고 머리 두개 달린 우주대통령 자포트를 만난다. 이후 벌어지는 좌충우돌 은하계 사건들.

 

  결국 아서는 한 행성에서 수석 건축가 슬라티바패스트를 만나는데 그가 지구를 설계했었다고 한다. 어찌어찌하여 그의 도움으로 지구를 다시 예전처럼 세우기로 하는데, 지구를 설계함에 있어 빼야할 것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없다 라는 답변을 내놓는. 예전의 지구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것. 벌판이 세워지고, 하늘, 구름, 나무, 숲 모든 자연이 목공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지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 아 이 깜찍하고 귀여운 로봇. 너무 지성적인 로봇이라 우울증이  시달리고 있다. 하핫. 귀여운 것!

 

 

 우주를 무대로 한 이 황당한 사건들의 진행. 순수한 SF 환타지다. 본래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8년 영국 BBC 라디오를 통해서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하며, 기발상 상상력과 풍자를 바탕으로 원작자 더글라스 애덤스는 휴고상, 골든 팬 상 등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에 다섯권의 소설, 드라마, 음반, 게임,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을 시도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몰랐다는 것이 이상하다. 흠. 이렇게 오래도록 대단한 인기를 누려온 작품인데. 책은 5권으로 번역/출판되어있는데, 언젠가 제목은 한번 들어본 듯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영화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책을 읽고픈 욕심이 생기는데 어찌할지 고민중.

 

 

* 책세상 문고에서 나온 전 5권의 <은하수를> 시리즈. 지금 할인행사중이다. 인터넷에서. 마일리지도 많이 준다. 오 땡기는걸.

 

  새로 뚫는 고속도로 건설계회에 방해가 된다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지구 생물체들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우주인들. 황당한 발상으로 시작되어 황당하지만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보는 내내 즐거웠다. 재기발랄유쾌뽕짝빤쓰. 어쩌면 정말로 우주인이 들이닥친 다음 지구를 철거하기로 계획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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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무지 보고싶은데 상영하는 줄도 몰랐군요 ㅠ.ㅠ

마늘빵 2005-09-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할거에요. 재밌어요. 피곤해서 좀 졸긴했지만. 헐리우드 극장에서만 해욤.

물만두 2005-09-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은 재미있으시다는데 만돌이는 재미없다고 책보고 있어요 ㅠ.ㅠ;;;

BRINY 2005-09-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국내상영하는지도 몰랐네요.

마늘빵 2005-09-1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 ^^ 저도 좀 지루하긴 했어요. 졸기도 했고. 그래두 재밌던데요.
브라이니님 / 저도 몰랐는데 같이 간 샘이 알려줘서 알았어요. ^^ 홍보도 잘 안하니깐 뭐 알기가 힘들죠.
나침반님 / 보셨나봐요? 극장서 안봤다면 어디서?? 다운? ㅋㅋㅋ 다시 한번 나중에 봐야겠어요. 좀 졸아서 가물가물.

이리스 2005-09-1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극장에서 영화 좀 봤으면 하는 소망이.. ㅠ.ㅜ

2005-09-14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9-1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 보세요. 넘 바쁘셔서 그런가.
숨은님 / 네 그렇군요. 에... 다른 님들!! 영화 끝났답니다. 금방 내렸군.

이매지 2005-09-1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끝나버린거예요? -_ ㅜ
역시 게으름이 문제인지 결국 놓쳐버렸군요 -_-;

이리스 2005-09-15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디비디로 보아요~ 웅... ㅡ,.ㅡ

마늘빵 2005-09-15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 그렇다네요. 빨리도 내렸다. 아님 내가 늦게 본건가...
구두님 / 디비디..ㅋㅋ 이것두 디비디 나오려나? ㅡㅡa
 

  하지원과 강동원, 안성기 주연. 이명세 감독의 작품. 믿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스토리의 부재와 반복되는 장면으로 인한 지루함이 계속 됐다. 이전의 그의 다른 영화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지독한 사랑> 등은 제외하고라도 1999년의 대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난 그에게 반해버렸다. 그 영상의 아름다움과 개그, 배경에 잔잔히 깔리는 영화음악의 조화는 최고였다. 그래서 믿었다. 그러나 실망했다. 하나의 영화로 지나친 기대를 했던 것일까. 6년만에 내놓은 <형사>는 그나마 볼 것이 영상미였으나 그마저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계단씬을 떠오르게 하는 이미 써먹은 소재를 우려먹고 있다는 느낌 뿐이었다.

 

  드라마 <다모>와 원작을 같이 하고 있는 <형사>. 여자라고 봐도 좋을만큼의 꽃미남 강동원과 우악스럽고 엽기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평범한 일상속의 슬픔을 보여주기도 했던 다양한 연기를 구사한 하지원, 그리고 더이상 말해 입만 아픈 안성기. 세명의 톱스타들이 활약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없는 영화는 어쩔 수 없었다. 

  <형사>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만큼의 재미였다. 이 재미에도 아름다움 영상과 딱떨어지는 배경음악,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그 속의 유머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영상만 남았을 뿐 이외의 것은 모두 사라졌다. 마치 한편의 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했다. 요즘 뮤직비디오에는 음악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와 대사도 있다. 별다른 대사와 스토리의 진행이 없는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가 없었다. 드라마 <다모>가 떴던 것은 지금껏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영상액션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스토리는 당연 전제조건이 되었었다. 전제조건이 사라진 영상액션은 눈만 즐겁게 했을 뿐 나의 가슴과 머리를 즐겁게 하지는 못했다. 즐거움은 모든 감각이 동원되어 빨려들 때 복합적으로 최종형성되는 결과물이다. 시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하지원. 별로였다. 앞뒤가리지 않는 막무가내 성격. 마냥 쏘아붙이고 소리만 지르는게 다였다. 칼부림 액션도 별로였다.  



* 불쌍하다. 걸죽한 사투리와 함께 연기변신을 시도했지만 그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았다.

 

* 거의 대사 없이 미끈하게 잘생긴 얼굴만 들이대던 강동원. 드라마 <모래시계>의 이정재를 떠올리게 했다. 대사가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이명세 감독은 확실히 영상을 승부를 보려했다. 그리고 영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어둠과 빛의 적절한 조화속에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대결씬. 그리고 낙옆 떨어진 계단, 함박눈 내리는 계단씬. 모두 아름다웠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가슴 뿌듯하게. 그가 아니면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엔지'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보여준 판잣집 사이의 가파른 계단길은 이제 지겹다. 한번도 아니고 영화 내내 계단씬이 반복되어 등장하는데 다른 적절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일까? 좀 다른 신선한 장소를 찾아봤으면 한다. 영상이 선사하는 그 장엄미와 색의 조화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그뿐. 이 영화를 보러 갈 땐 그냥 한편의 뮤직비디오 감상한다고 생각하라. 영상만 기대하고 다른 것은 절대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그런다면 영화표값이 아깝지 않을 수도 있다. 6년을 벼룬 그의 후속작은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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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영상미 때문에 보고 싶더군요 ^^
올드보이는 괜찮았지만 금자는 실망스러운 것과 비슷한 경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날개 2005-09-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이 영화 무지 기대하고 있는데....ㅠ.ㅠ

히피드림~ 2005-09-1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여기저기서 뮤직비디오 같다는 얘기는 많이 들려오던데... 시나리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냥 드라마 다모 작가 데려다 쓰지... 그 작가가 예전에< 허준>도 썼던 작가라고 하던데... 정말 이야기꾼기질이 다분한 듯. ^^
여튼 잘 읽구 가요.~~

마늘빵 2005-09-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그냥 영상미만을 기대하신다면 봐도 좋아요. <인정사정~>에서 보여줬던 식의 영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두 이쁩니다.
날개님 / 기대는 금물. 그냥 편안하게 영상만 보고 오세요. ^^
펑크님 / 그러게요. 시나리오가 너무 부실하더라구요. 쩝. 감독이 직접한거 같던데. 차라리 정말 <다모>가 훨씬 나았어요.

인터라겐 2005-09-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모폐인였잖아요... 그때 다운 받아 놓을껄.. 가끔 다시 보고 싶을때가 있어요...
그나 저나 저 영화는 꼭 봐줘야하는데 큰일이네요...실망스럽다니.. 그래도 안보러 가면 아니되는데...헐~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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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다. 이 책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별 세개에서 네개 정도의 점수를 매기고 있고, 또 어떤 소수의 사람들은 별 다섯개를 모두 줘가며 극찬을 하는 마당에, 난 이 책에 별 두개 이상을 주지 못하겠다. 그것도 매우 후하게 준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파울로 코엘료의 베스트셀러들 <연금술사>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오 자히르> 등을 읽었다. 처음 세 권은 괜찮았고, <오 자히르>는 파울로 코엘료에게 실망감을 느끼는 단초가 되었으며,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도무지 더이상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소설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어떤 사람은 복받치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활자만을 눈으로 읽어 나가는 것 이상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감동을 느낀 듯 했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내겐 아무런 의미도 다가오지 않았다. 읽는 시점에 따라 책은 독자에게 다르게 다가오지만 때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소설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여러 소설 중 이 책이 몇번째로 쓰여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무명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면서 그는 자만에 빠지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 인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러다보면 비슷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비슷한 구성을 가진 그게 그거인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테고, 또는 쓰기 위한 책이 아닌 팔기 위한 책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랬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는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오랜 동안의 인기를 끌고 싶다면 지금의 기회를 노려 여러 책을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하나를 쓰더라도 오랜동안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 깊이있는 소설을 쓰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일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을 마치 파울로 코엘료가 상업적인 작가로 변질되었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그를 비난하는 듯 한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를 나에게서만 찾고 싶지는 않다. 나의 감성은 아직 메마르지 않았고, 잠시 쉬고 있는 휴화산이기 때문이다. 어떤 소설을 읽으며 나는 감동을 받고 활화산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잠자고 있는 내 마음을 발견할 뿐이다.

  마지막 한 권 남은 그의 소설 <악마와 미스프랭>을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읽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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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9-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단 한권 읽지 않았어요. 저하고는 코드가 도통..
그냥 회사 자료실 서가에 앉아서 베로니카.. 읽다가 졸아서 뒤로 넘어갈 뻔 했던적은 있었어요. ㅡ,.ㅡ

마늘빵 2005-09-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직 안주무셨군요. 머하고 계세요? 전 이제 잘라고 하는데... 내일 6시에 일어나야 해서. 흠. 저도 그냥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은 김에 다 읽어보려고 산거죠 머. 쩝. 하나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기대해봐야죠. 처음엔 좋았으니깐. 다른 책들은. 베로니카는 그냥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이매지 2005-09-05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도 코드가 안 맞아요. 신간이 나와도 거들떠보지 않는.
연금술사가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마늘빵 2005-09-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안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네요. 전에 마태우스님도 싫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닥 안땡깁니다. 흠... 내 돈 돌리도.

panda78 2005-09-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금술사 반쯤 읽다 때려치웠어요. ;;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유독 이 사람은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리대요. ^^;

히나 2005-09-05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 한 권도 못 읽었어요 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했다는 가끔 읽고싶단 생각이 드는데.. 흠..

비연 2005-09-0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전 연금술사, 괜챦게 읽었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괜챦았었는데..^^;;;
11분은 저도 별로 와닿지 않더군요...흠. 정말 개인적인 취향이 다 다른 듯..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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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사랑이 댐과 같다는 것을. 아무리 조그만 틈일지라도 방치하여 물이 새어나오게 내버려두면, 그 작은 틈이 곧 댐을 무너뜨리라는 것을. 거센 물살의 힘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댐이 무너지면, 사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65쪽

"나도 알아. 난 사랑을 해봤어. 그건 마약과도 같아. 처음엔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그보다 더 많은 걸 바라게 돼. 여기까지는 아직 중독 상태라고 할 수 없어. 그 감정을 즐기는 정도지. 여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야. 처음에는 이 분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고, 세 시간 동안 잊고 있지. 하지만 차츰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 세 시간 생각하고 이분 동안 잊는거야. 곁에 없으면 마약 중독자처럼 불안해지지. 그래서 중독자들처럼 필요한 약을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스스로를 굴욕감에 빠지게 만드는 행동을 하게 돼.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게 되는거야."-99쪽

"묻지 않아도 돼. 사랑에는 많은 질문이 필요하지 않아. 생각하기 시작하면, 겁을 먹게 될 테니까. 그건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기 때문에 말로 설명해봤자 소용이 없어. 모욕을 당하면 어쩌나, 거절하면 어쩌나, 사랑의 마법이 풀려버리면 어쩌지 하는 것들 말야. 아주 우스꽝스러워 보이겠지만, 사랑이란 그런 거야. 그러니까 사랑은 묻는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야. 말을 하면 할 수록 더 자주 위험과 맞닥뜨리게 돼."-173쪽

"주역에서 말하길, 도시는 바꿀 수 있어도 샘이 있던 자리는 바꿀 수 없대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곳은 바로 샘 근처죠. 사람들은 그곳에서 갈증을 씻어내고 집을 짓고 아이들을 기르지요. 하지만 그들 중 한 사람이 떠나길 원한다해도, 샘을 옮겨갈 수는 없어요. 그러니 사랑은 그 자리에 남게 되죠. 버려진 채로 말이죠. 샘에는 여전히 맑은 물이 가득 차 있겠지만요."-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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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가 개봉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던 나.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아마도 그냥 '있구나'하고 속으로 생각만 하고는 보러가지 않았을 영화. 그런 영화를 봤다. 함께 간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영화는 오로지 대학로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 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대학로에 갈 때마다 나다옆을 무심코 지나가게 되지만 그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개는 내가 잘 모르고 있는 예술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었기에. 난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홍보도 안된 전혀 모르는 영화까지 찾아다니며 보는 편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홍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나라>도 사전에 홍보가 되었다면 이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을텐데.

  <어떤 나라>는 북한영화이다. 북한 사람이 제작, 감독한 영화는 아닌, 한 영국인 감독이 찍고 민간북한소녀가 배우(?)가 된 영화이다. 사실 그들은 배우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이 영화는 허구가 아니며 북한의 최근의 실상을 그대로 잘 재현해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우리가 북한을 접하는 통로는 아직가지 제한되어 있다. 티비 뉴스 프로그램, 신문 혹은 책. 이 정도가 다다. 세계화 시대 라고 하며 모든 것이 다 공개되어있고 상호 소통하는 것 같지만 북한은 아직 폐쇄적이다. 북한으로의 접근은 지극히 소수에게만 제한되어있으며, 그들은 세계를 향해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우리가 접하는 북한에 대한 소식은 그들의 일상적인 부분이 아닌 정치, 경제적인 영역에 한정되어있게 된다. 가뭄이 들었네, 굶어죽었네, 반동이 일어났네, 탈북자가 늘고 있네,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네 어쩌네 하면서 북한에 대한 모든 시각은 정치, 경제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전달되고 있다.



* 우리네 소녀와 다를 바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하고, 인형을 안고 잔다.


 * 그날까지 열심히. 김일성을 위하여, 김정일이 봐주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이를 악물고 연습한다.

  이 영화는 작년에 찍은 것이다. 당연히 최근 북한의 따끈따끈한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영화는 매우 지루하다. 얼마나 지루한고 하니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인내를 배웠다. 졸고 또 졸고 꾸벅 꾸벅 털썩, 엉덩이 들썩 하면서 결국 끝까지 봤지만 러닝타임 93분의 길지 않은 이 영화는 너무나 지루했다. 티비에서 특집으로 보여줄만한 다큐였다.  

  두 소녀가 있다. 북학의 전체주의적 사고를 보여주는 집단매스게임. 그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6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 매스게임 연습을 한다. 매일같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밥먹고 푹 쓰러지는 모습이 우리네 중학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다. 가족들 함께 보여 티비도 보고 밥도 먹고 그 앞에서 재롱도 펼친다. 북한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영화에서 비춰진 북한 가정의 모습. 한 소녀는 북한 김일성대학의 교수로 있는 아버지를 두고 있어 생활이 다소 넉넉하다. 그래봐야 우리네 중산층에도 비할 바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북한에서 그들은 매우 풍족한 편이다. 딸 셋이 있고, 첫째는 군대에 들어갔고, 둘째는 공부밖에 모르고, 셋째는 매스게임 선수다. 김일성 생일을 맞이하여 두 달 전부터 집중 연습에 들어갔지만 행사 당일 김정일은 그곳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그 아이들은 김정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연습했지만 외면당했다. 그래도 탓하지 않는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른 바쁜 일이 있으시므로. 다음 매스게임은 언제 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또다시 내일부터 당장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한다. 동작 하나하나가 정확해질 때까지, 함께 하는 모두가 단 하나가 되어 움직일 때까지 그들은 고된 연습을 반복한다.



* 매스게임이 펼쳐지는 이곳.

  집단매스게임. 북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을 기르기 위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집단매스게임 훈련을 반복한다. 나 하나가 아닌 우리가 하나가 되는 그때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88올림픽 때 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집단 매스게임. 그래 고된 연습을 통해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멋있다. 하지만 전체주의적이다. 개인은 상실된다. 오로지 전체만이 그곳에 남아있다. 학생시절 교련시간을 통해서 발맞추던 그때, 군대에서 한 목소리가 되어 군가를 부르고 발을 맞추던 그때, 난 내 안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이런 xx. 군에서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라고 한 마디 했을 때 난 그들로부터 집단 포화를 받았다. 미친 거 아냐? 라는 발언과 그 밖의 욕설들.  

   전쟁이 끝나고 북한의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했다. 그러나 그네들이나 우리들이나 모두 같은 모습을 보였다. 단지 북한은 대외적인 일인독재였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일인독재였을 뿐. 박정희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우리들의 나라에서는 큰 대회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스게임을 선보였다. 화려한 부채춤으로 시작되는 그 현란한 광경. 자유민주주의라면서?? 근데 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거지? 허참 이상하다. 개인주의를 더 중요시해야하는거 아냐? 적어도 사회나 국가를 비롯한 단체보다는 개인을 더 중요시 해야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거 아닌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북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말은 자유민주주의요, 내용은 전체주의.

  월드컵이 열리고 수많은 붉은 악마들이 시청과 광화문에 집결하고, 관중석에서는 파도치기가 한창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커다란 인간메세지가 보이고 모두가 열광한다. 내 가슴도 복받쳐오른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이건 아닌데... '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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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9-0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ㅋㅋ
검은비님 / 이 영화 알고 계셨나보네요. 전 몰랐는데... ^^ 집에서 미리 주무시고 가심이 좋을듯. 좀 지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