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이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궁리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우리는 언어를 가지고 우리가 누구이며,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다른 생명체는 할 수 없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고도로 발전된 지성을 가졌다는 것은, 확실히 인간 종 -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지 안믿는지와는 상관없이 - 의 생각 없는 행동에 의해 그 존재의 지속이 위협받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우리에게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134쪽

"문화적 종분화는 분명히 세계 평화의 장벽이다. 우리가 '지구촌'보다 더 작은 집단을 중요시하는 한, 편견과 무지를 계속해서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조그마한 집단의 부분이 되는 것은 아무런 해악도 없다. 실제로 수렵 채집 집단적 성향으로 인해 작은 집단은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또한 완전히 믿을 수 있고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내부의 친구 집단을 만들어준다. 그것은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해준다. 위험은 오직 우리 집단과 달리 생각하는 다른 어떤 집단 사이에 날카로운 선을 긋고, 도랑을 파고, 지뢰밭을 만듦으로써 생긴다."-176쪽

"어떤 면에서 인간의 공격적 행위는 실로 독특하다. 침팬지들도 희생자에게 주는 고통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깨닫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이 인간적인 의미의 잔인성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오직 인간들만이 자기가 가하는 고통을 알면서도 혹은 심지어 알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물에게 의도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다. 따라서 나는 오직 우리 인간만이 악마가 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177쪽

"인간이 품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다."-278쪽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기도만을 하지 않는다. 그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전투에 자신을 투신할 것이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도 주변 생명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똑같은 생명이기 때문이다."(슈바이처)-311쪽

"모든 개인은 중요하다.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역할이 있다. 모든 개인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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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8-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게 읽은 책인데...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늘 이렇다니까요~
아프락사스님께서.. 밑줄 그은 부분을 따라...
기억을 좀 더듬다 갑니다. 제가 저 책을 읽을 당시... 복순이라는 강아지녀석에게 폭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더 절절했었지요~

2005-08-0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8-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저도 읽은 책 무슨내용인지 말해보라면 나중엔 모릅니다. ㅋㅋ 붕어인가봐요. 그래서 이런걸 남겨두죠. 나중에 기억해보려고.

이리스 2005-08-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붕어... 붕어... 부웅어어어어.... (충격!)
여러분, 아프락사스님은 붕어래요~ 붕어래요~
ㅋㅋ

마늘빵 2005-08-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ㅡㅡ^ 뻐끔뻐끔
 

 

 

 

 

  얘도 포스터가 유치하네? 99년 포스터인데 무슨 007시리즈를 떠올린다. 불과 6년전의 영화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건가? 요즘 포스터들은 다 멋있는데. 우리나라 영화만 봐도 영화가 대박터지기 시작하면서 신경을 써서 그런건지 포스터가 다 이쁘다. 한번은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 나비효과였나? - 외국영화를 우리나라에서 홍보를 하는데 포스터를 새로 제작했나보더라. 그런데 이 포스터가 맘에 든다고 외국에서 다시 사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두 유명 도둑의 이야기. 늙었지만 분위기 있는 남자 숀코너리와 이쁘고 날씬한 여자 도둑 캐서린 제타 존스. 얼마전에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왔던 <마스크 오브 조로>를 보고서 그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했었는데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금방 또 보게 될 줄이야. 금방 개봉한 것도 아니고 한참 전의 것을. 요새 케이블에서 뭐 그런 시리즈 하나? 캐서린 제타 존스 다시 보기. 뭐 이런거. 참 아까 지나가는 자막을 보니깐 삼순이 때문에 유행을 타서 그런가본데, 영화속의 '삼순이'찾기 기획을 하나보더라. 지금껏 개봉되었던 영화들 중에서 삼순이스러운(?) 여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영화들만 따로 모아서 방영하는 거다. 이렇게 시리즈물로 묶어서 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텐데. 뭐 그렇다고 티비 앞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골라서 훔쳐내는 두 도둑놈년들. 서로 각자 딴 맘으로 접근하게 되지만, 두 남녀가 만났으니 - 비록 남자가 늙기는 했지만 - 어찌 러브스토리가 없을 수 있더냐. 본래 계획은 마음 속에 숨겨두고 둘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빠지게 된다. 함께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을 성공해내고, 또다시 국제은행에서 80억달러를 인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원래 '앤트랩먼트'라는 제목의 뜻은, 함정에 빠지게 하다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래 두 남녀가 서로를 함정에 빠지게 하려던 것을 일컫는 말. 나중엔 두 남녀가 짜고 다른 놈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함께 떠나버리지만.

  이 영화를 보는 재미 하나는 고가의 예술품을 털기 위해 삼엄한 경비와 보안시스템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묘기를 보는 것. 영화 처음부분에 캐서린 제타 존스가 몸에 짝 달라붙는 옷을 입고 숀 코너리의 지시에 따라 적외선(?) 망을 부드럽게 피해가는 장면. 뚱뚱한 여자는 도둑질도 못하냐? 라는 소리도 나올 법 하다. 크크. 묘기와 더불어 그녀의 S곡선을 감상하는 재미도. (퍽)

  영화를 보는 두번째 재미. 숀 코너리다. 그는 정말 하는 영화마다 어쩜 그렇게 다 멋있는 역할만 따내는건지. 내가 나중에 10년, 20년, 30년, 40년, 50년 지나 늙어 쭈글쭈글 할아버지가 되면 숀 코너리같이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쩜 저렇게 멋있게 늙을 수 있는거야. 그러기 위해선 여기저기 돈 투자를 많이 해야겠지만... 뭐 숀 코너리는 지방흡입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보톡스 수술도 안해봤겠어? <파인딩 포레스트>에서의 늙고 분위기 있는 은둔형 작가, <더 록>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메이슨, <카멜롯의 전설> 이나 <의적 로민 후드>와 같은 영화에서의 중후하고 정의로운 사내 등등 이 사람은 내내 멋쟁이만 도맡는다. 관객들이 배우에 대해 갖는 이미지의 대부분은 영화를 통해 만들어지듯이 그의 실제 모습과는 달리 내가 그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숀 코너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난 그렇담 숀 코너리의 환상을 쫓아 늙고 싶다우.

  오래전에 봤던 영화였지만 다시 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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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유치한 포스터 좀 봐라. 얼마나 오래된 영화인지를 실감나게 해준다. 근데 뭐 그다지 오래라고 할 수 도 없는 1993년인데. 그때면 난 중딩? 음 오래는 오래군. 요즘 중딩을 가르치고 있으니.

  요즘 영화의 러닝타임이 대부분 2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비해 이 당시에는 보통 한시간 반정도에서 두시간 사이의 영화들이 많았다. 뭐 통계를 낸건 아니고 내 경험상 그렇게 느껴진다는 야기. 97분. 약 한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줄거리를 더 긴 시간에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압축하여 장면장면마다 빠른 스토리전개를 보여준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뭔가 더 있어도 될 듯 하다 싶은 곳에서도 그냥 생략해서 뛰어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극중 군보가 천보의 배신으로 함께 하던 사람들이 죽자 충격을 받고 바보가 되어있던 장면이 있었는데, 잘 싸우고선 집에 돌아와 바보가 된 장면으로 넘어오거나, 아니면 바보에서 갑자기 도를  깨닫고 태극권의 강자로 변신하는 모습 등은 중간과정이 너무나 생략되어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중국의 역사 속의 정치적 상황이야, 이미 중고등학교 배운 뒤로 세월이 한참 흘러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역사에는 별로 관심도 없던 지라 삼국지를 읽으면서도 시대적 배경이 언제적인지도 모르고 보는 나다. 지금껏 삼국지를 다섯번인가 여섯번인가 본거 같은데. 그래도 시대적 배경을 모른다. 어쨌든 이 영화 속의 역사적 상황은 매우 혼란기였던 듯 하다. 관리들이 부패해서 민중의 삶을 통째로 빼앗으려 들고,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을 처벌할 영웅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시기. 이때 무술의 강자가 나타났는데군보와 천보. 둘은 한 스승밑에서 자라난 무술 강자들이다. 군보는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놈이고, 반면 천보는 무술은 뛰어나지만 심성이 비뚤어진 놈이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천보의 배신. 군보의 복수. 관군이 되어 승진에 승진을 거듭한 천보와 그에 맞서는 군보. 역시 오랫만에 봐도 이연걸의 무공은 시선을 확사로잡는다. 예전에 무술영화들을 보다가 이건 당연히 카메라 등 여러기법을 이용해서 찍은거겠지 하고 그냥 봤던 나는, 어느날 이연걸이 실제로 그런 연기를 직접하는 것을 봤을 때 놀랐다. 아 이런. 저런게 실제로 가능하구나 하고. 한때 중국의 무협영화들이 인기를 끌었을 때 이연걸이 자주 우리나라 티비에도 등장하곤 했다. 잘생기고 젊고 무술도 잘하고. 지금은 나이를 꽤 먹었겠지만.

  오랫만에 본 태극권. 이 영화 때문에 갑자기 중학교 때 하루에 4-5개씩 보던 <의천도룡기>가 생각난다. 이게 25편짜린가 그랬는데. 난 이영화가 좋아서 나중에 게임으로 나왔을 때 정품 '의천도룡기'를 샀던 적이 있다. '동방불패'도. '동방불패' 오락은 정말 재밌었다. 롤플레잉 게임이었는데.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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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된 아버지 - 책가방문고 1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33
토마스 앤스티 지음, 조기룡 옮김 / 내인생의책 / 200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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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동화 읽기 제 4탄. <아들이 된 아버지> 는 제목 그대로 아버지가 아들이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몸이 자기 몸이 아닌 타인의 몸으로 바뀌는 이야기는 이미 영화에서도 써먹은 바 있는 소재다. <핫 칙>이라는 영화에서는 머리까지고 늙고 키도 작은 한 땅달보 좀도둑이 마법의 귀걸이로 인해 이쁘고 날씬하고 매력적인 한 여고생과 몸이 바뀌는 상황을 그려냈었다. 서로 극에서 극으로 몸뚱이가 바뀌어버린 두 남녀는 자신의 몸을 찾기 위해 찾는다. 하지만 이내 여고생의 몸으로 바뀐 좀도둑은 아쉬울게 없다는 걸 깨닫고 이쁘고 매력적인 몸을 가지고 나름대로 살아가는데, 몸이 바뀐 여고생 입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들이 된 아버지>에서는 거꾸로다. 나이 어린 아들과 머리까지고 배나온 늙은 아버지와 몸이 바뀌었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몸을 가지게 된 아들보다 아들의 몸을 가지게 된 아버지가 더 난리다. 상황인 즉 아들의 몸을 가진 아버지는 이제 기숙사 학교로 들어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생활해야하는 것이다. 공부도 해야하고, 선생님께 혼나고 맞고. 반면 아버지의 몸을 가지게 된 아들은 회사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고 나가서도 직원들과 전쟁놀이나 하려고 하고, 집에서도 딸과 놀아주는 다정하고 착한 아빠가 되었다. 아버지의 몸을 가진 아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아들의 몸을 가진 아버지는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동화 속에서 이런 상황설정을 한 것은, 아마도 어린아이들이 맨날 공부만 하고, 선생님께 혼나고,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는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어른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의 좋은 점, 나쁜 점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도록 하는데 있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어른이 되어서의 나쁜 점이 부각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오히려 어른이 더 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아버지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라는 말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라는 의미로.

   아이와 어른이라는 두 가지 시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동화이다. 시각의 차이,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고, 거기에서 뭔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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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5-08-0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핀치 러너 조서>인줄 알았다는. 동화는 아니지만 오에 겐자부로의 <핀치 러너 조서> 한번 읽어보세요. 흑흑 감동.

마늘빵 2005-08-0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내용을 다룬 소설이 있나봐요? ^^ ㅋ 오엔 겐자부로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소설은 하나도 안봤어요.
 

 

 

 

 

  안토니오 반데라스, 안소니 홉킨스, 캐서린 제타 존스. 외국 영화배우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조차도 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영화계의 큰 아버지뻘인 안소니 홉킨스는 그렇다치고,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사실 아카데미상 두개 부문과 골든 글로브상 2개 부문에 오른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물론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마스크 오브 조로>를 찍기 전에도 <에피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데르페라도> 등의 작품을 통해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었지만 그가 오늘날의 위치에 도달하게 한 주역은 아무래도 <마스크 오브 조로>로 봐야 할 듯 하다. 한편 캐서린 제타 존스 역시 <블루쥬스> <캐서린 제타 존스의 더 그레이> <타이타닉>(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타닉이 아니다) 과 같이 TV드라마를 통해 데뷔는 했지만 그녀의 이름을 날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결국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이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이름을 날렸다고 봐야한다.

  <마스크 오브 조로>는 또 하나의 영웅을 담은 영화이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등의 영웅 영화들은 부지기수로 많고, 여기에 조로가 더 가세해봐야 별 티도 안나지만, 다 똑같은 구조의 영웅영화라고 할지라도 나름대로 그 안에 또다른 숨은 매력이 있기 마련. 조로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이 화려한 장비를 가지고 온갖 묘기를 부리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은 훌륭한 말 한필, 칼 한 자루, 그리고 눈만 가린 복면. 아 망또도 있다. 힘찬 말 달리는 소리와 함께 망또 휘날리며 등장한 조로. 아무 죄 없이 붙잡혀 죽어가는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 귀족의 군대에 맞서 싸운다. 그리곤 떠나갈듯한 민중의 함성소리와 함께 숲으로 사라진다. 이 짜릿한 쾌감. 영웅영화에서라면 흔히 있는 구조다. 갑자기 등장해 불쌍하고 착한 사람들 구해주고 소리없이 사라진다. 배트맨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신과 같이 추앙받는 존재는 아니다. 분명 보통 사람이고, 단지 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고, 정의감에 넘칠 뿐.

  그는 당시 귀족 중의 한 명이었다. 데 라 베가 가문의 돈 디에고. 그에게는 사랑스런 아내와 어린 딸 엘레나가 있다. 그러나 조로의 활약 이후 그의 정체를 알아버린 몬테로에 의해 습격당하고 체포된다. 체포과정에서 그의 아내는 총에 맞아 죽게 되고, 딸은 그의 적수 몬테로가 데려간다. 몬테로는 디에고의 아내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었고, 그녀가 죽게 되고 디에고가 감옥에 갇히자, 디에고의 딸을 데려다가 자기가 키운다. 엘레나는 다 큰 숙녀가 되어서도 몬테로를 아버지로 알고 있는 것. 당연히 디에고는 20년간의 잠적생활 끝에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 알레한드로를 조로로 키운 뒤 엘라나를 찾으로 간다.

 
* 첫번째 조로. 안소니 홉킨스. 극 중 돈 디에고.



* 두번째 조로. 알레한드로. 한때 말 도둑이었으나 형의 죽음 이후 만난 디에고에 의해 조로로 탄생.



* 캐서린 제타 존스. 영화 속의 그녀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눈을 뗄 수가 없다. 극중 엘레나.


  사람들은 핍박받은 생활 속에서 영웅을 기다리고, 영웅은 난세에만 등장한다. 스페인의 멕시코 지배가 있었고, 조로는 멕시코인들을 지키기 위해 스페인 정부에 맞서 싸웠다. 영웅이 필요했고 첫번째 조로가 나타났던 것. 20년 뒤 몬테로, 행동대장 러브를 끼고 돌아왔다. 캘리포니아 왕국을 세우려는 야심을 가지고, 멕시코 민중들을 금광을 캐는데 동원한다. 핍박받는 민중을 위해 조로가 나타날 때가 됐는데 이미 이전의 조로는 늙었고, 새로운 조로 알레한드로가 등장한다. 두 조로는 힘을 합쳐 몬테로와 러브를 몰아내고 멕시코 민중을 구한다.

  내용만 따지면 사실 별거 없는 영화인데, 이 영화가 당시 온갖 영화제를 휩쓸었던 것은, 영화 속의 많은 볼거리와 흥미진진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세 주연들의 연기도 대단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칼놀림과 그 자태.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천도룡기>를 비롯한 중국의 무협영화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조로도 그것을 터득하고 있을 줄이야. ^^; 조로는 다수와 싸우더라도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 조용히 고요하게 다가가 치고 빠진다. 디에고가 알레한드로를 가르치는 과정에서도 일개 도둑에 불과했던 알레한드로에게 부드러움 속의 강인한 검술을 가르친다. 첫번째 볼거리는 바로 이러한 검술에 있다.

  두번째는 사랑. 역시 영웅영화에는 사랑이 빠지면 안된다. 영웅들에게는 항상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디에고에게는 알레나의 어머니가 있었고, 알레한드로에게는 알레나가 있다. 알레한드로가 몬테로의 집에 귀족으로 분장, 잠입해 알레나와 설전을 버리는 장면, 이후 러브의 춤 파트너였던 그녀를 가로채 열정적인 스페인 춤을 추는 장면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역시 부드러운 춤 속의 강인함이 부각되는 장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었다면 키스로 연결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접어두고. ^^

  두 사람은 마굿간에서 한번 더 조우하게 되는데, 한 차례 진탕 땀을 빼며 싸우고 도주하는 조로를 마굿간에 기다린 것은 엘레나. 그녀는 조로를 그냥 보내지 않는다. 덤벼라. 도전이다. 두 사람은 이내 칼을 쥐고 서로를 겨냥하며 칼싸움을 하는데, 이건 칼싸움인건지 사랑싸움인건지, 싸울래면 제대로 싸워랏! 먼저 선제공격으로 조로의 망또를 벤 엘레나. 이젠 조로 차례다. 조로는 엘레나에게 제대로 복수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겉옷을 벗고. 조로는 엘레나의 원피스에 흠집을 냈다. 사사삭 몇번 하고 다니. 엘레나의 원피스 윗부분이 반으로 쪼개지며 양옆으로 흘러내린다. 헉! 노출. 근데 아쉽게도 엘레나의 검고 긴 머리칼이 중요부위(?)를 가려버렸다. 므흣.

  세번째. 영웅영화에 복수가 빠질 수는 없다. 대개 영웅들은 이전의 사적인 원한으로 인해 복수의 칼을 갈다가 더 큰 것을 위해 싸우다보니 어느새 영웅이 되어있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개인적 원한을 공동체 전체를 위한 원한으로 전환시킨 것. 디에고가 그의 아내를 죽이고,  딸을 빼앗아간 몬테로에게 원한이 있듯, 알레한드로는 자신의 형을 죽인 러브에게 원한이 있었다. 영웅놀이 끝에 개인적 복수와 공동체의 정의는 함께 실현된다. 몬테로가 죽으니 디에고의 원한을 갚은 것이고, 러브가 죽으니 알레한드로의 원한을  갚은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핍박받은 멕시코 민중 전체의 정의의 실현이다. 더이상 좋은게 뭐 있나. 그와 더불어 명예도 얻었으니.

  싸움을 다 끝낸 조로 2세. 알레한드로는 죽어가는 조로 1세 돈 디에고의 바램대로 그의 딸 엘레나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산다. 디에고가 요람에 놓인 그의 딸 엘레나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던 그 장면이 그대로 반복된다.

 

 

 

 

* 2005년 <레전드 오브 조로>가 10월 즈음 개봉한다고 하는데, 역시 감독은 마틴 캠벨이고, 주연은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로 <마스크 오브 조로>와 동일하다.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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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8-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아카데미나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올랐지 수상은 못했는걸루 아는뎁쇼..글구 캐서린 제타 존스가 출연한 건 영화가 아니라 TV드라마인데...데스페라도,에비타 ㅎㅎㅎㅎ 아니면 말구요

마늘빵 2005-08-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ㅡㅡa 수상은 못했나요? 잘못 알고 있나. 에... 그건 티비 드라마가 맞네요.

물만두 2005-08-0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도 나왔을걸요^^;;;

마늘빵 2005-08-0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수정했어요. 제가 잘못 알았나봅니당. 므흣. 후보만 올랐군요. ㅡㅡa

하이드 2005-08-0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타존스의 벨마. 그리고 트래픽에서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