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하지원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극장에서 돈주고 보기는 아까웠고 그래서 그냥 지나쳤던 영화 중 하나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풍기는 유치찬란함. 귀여니 소설 원작의 <늑대의 유혹>이나 <그놈은 멋있었다>에서는 그래도 뭔가 아른함 이란 것이 포스터에서 풍겨졌으나 <내 사랑 싸가지>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얼마전 내가 봤던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도! 하지원이라는데 한번 믿고 보자 는 마음으로 케이블에 해주길래 봤다.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아주 유치찬란뽕짝 까지는 아니었으니. 싸가지 없는 명문대 법학과 형준과 공부에는 전혀 소질도 관심도 없는 여고생 하영. 사귄지 백일 되는 날 연하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돌아오는 하영 길가에서 찌그러진 캔을 발로찬다. 쓩 하고 날아간 깡통은 랙서스 430(?) 을 탄 형준의 얼굴을 가격! 차는 동네 담에 들이받았다. 열받을대로 받은 형준. 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하영이를 부른다.

 "내 얼굴은 그렇다치고 저 차 저 차 어떻게 할건대??!!!"

 "돈도 많게 생겼는데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요?"
 "우리집 졸라리 가난한데..."
 "저는 진짜 가난한 고 3 학생일 뿐이에요"

 "그래? 그럼 몸으로 떼워야지"
 
 300만원을 물어내라는 형준이의 요구를 100일간 노예로 지낸다는 계약으로 대신한 하영. 둘 간에는 노예계약이 성립됐다. 짐 들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형준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앉은 하영이. 처음엔 이 싸가지가 짜증이 났으나 나중에는 정이 들었는지 점점 좋아진다. 형준이 역시 마찬가지.

 
 잘생기고 멋진 돈 많은 명문대생 형준이 이쁘고 공부 못하는 여고생 하영을 노예로 삼아 100일간 지낸다 라는 기본설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이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로 성적인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설정 자체가 일단 성적이다. 흔히 변태적 쾌락을 즐기는 어른들 사이에서 노예팅이니 노예계약이니 하면서 은밀한 곳에서 거래가 성립되는데 그것의 기본적인 사항을 본따 만들어낸 영화다.

 감독은 이런 기본설정에서의 위험스런 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형준이라는 대학생이 여자에는 애초 관심이 없는 인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가 여자를 밝히고 순진한 여고생을 어떻게 해보려 했다면 영화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 것.

 김재원과 하지원이 연기를 잘해줘서 그렇지 안그랬다면 <여고생 시집가기>와 같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럭저럭 보고 후회는 하지 않을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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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07-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님의 넓은 포용력....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테니스 멤버들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치는데 판정 가지고 싸우더니 그담부터 막 치더군요. 분위기 겁나게 험악해지고... 으아...

마늘빵 2005-07-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별로 포용한 건 없는데요....

세실 2005-07-2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답니다. 하지원 귀엽잖아요~~~

릴케 현상 2005-07-22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명절날 보는 건 다 재밌나 봐요

마늘빵 2005-07-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저도 하지원 귀염떠는거 보는 맛에 봤답니다.
산책님 / ^^ 명절날 다 같이 보는건 뭐래도 재밌죠. 머털도사 열번은 본것두.

놀자 2005-07-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지원땜에 본 영화~
근데 마지막에 성적이 바닥을 기던 하지원이
몇달만에 명문대에 갔다는 설정 대략 황당 했어요~ (그녀는 천재였나???ㅋㅋ)

마늘빵 2005-07-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영화가 다 그렇죠. ㅋㅋ 맨날 바닥을 기던 애들이 항상 결과에 보면 명문대에 들어가 있어요. ㅡㅡ; 공부가 그렇게 금방 되는건 아닌데... 어쩜 꼴찌도 하면 명문대 갈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거 같기도 하지만, 단기간만 열심히 해도 된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황당한 결말.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라는 동화를 모티브삼아 만들었다고 알려진 영화 <분홍신>은 딱 기대한 만큼만 내가 만족감을 주었다. 애초 <분홍신>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냥 볼만한 영화 정도로 치부했기에 이 영화에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어온지라.

 사실 난 안데르센의 '빨간구두'라는 동화를 읽어보지 못했다. 유명한 동화인 듯 하고,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벌거숭이 임금님'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동화를 쓴 작가의 작품인데도 이상하게 난 '빨간구두' 를 접하지 못했다. 동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묘사와 내용 때문이었을까.

 동화를 읽어보지 않았으나 동화에 대해 대략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카렌이라는 어린여자아이가 빨간구두를 신고서 춤을 추게 되는데 춤을 멈출 수가 없자 지나가던 나무꾼이 도끼로 발을 잘라버렸다는 이야기 정도. 혹자는 이것이 너무 화려한 인생을 살려고 하는 여자아이에게 하느님이 벌을 줬다는 종교적인 의미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자살을 한 아이의 장례식에서조차 춤을 추고 있는 발. 그녀의 발은 시체가 썩어문드러지기까지 춤을 추었다고 한다.

 영화 <분홍신>에서 엄마와 딸은 엄마가 길에서 주워온 분홍신을 가지고 뺏고 뺏기는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이 둘 사이에 신발싸움에 잠깐 끼었던 선재의 후배는 신을 신고 걸어가다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웨딩샵 진열장으로 뛰어들어 죽게된다. 발은 잘린 채로. 그러나 신발은 사라졌다.

 신을 주운자는 멀쩡하고 뺏은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때는 일제시대. 분홍신을 신고서 춤을 추고 있는 여배우가 있었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다른 한 여자 역지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고, 분홍신을 신은 여배우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그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땅에 묻고 분홍신을 빼앗아 춤을 추고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공연이 끝나고 여자와 남자는 한데 묶여 죽게 된다. 여자의 발에서 분홍신은 벗겨진채로.

 분홍신의 저주. 버려도 절대 버려지지 않는 제발도 다시 찾아와 품에 안겨버리는 저주 받은 분홍신을 어찌 해야 할 것인가.

 영화의 내용은 사실 별거 없다. 저주 받은 분홍신을 뺏고 뺏기는 쟁탈전과 간혹 보여주는 공포심이 전부.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김혜수가 아니면 이 영화는 또다른 색깔을 지녔을 것이다.

 김혜수는 이전에 <쓰리>라는 영화에서 그리고 <얼굴없는 미녀>를 통해서 이전에 그녀가 참여했던 다른 영화들, 이나 <신라의 달밤> <미스터 콘돔> <닥터 봉>과 같은 영화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상업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고 하지만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아예 이런류의 공포물로 자리매김하기로 마음 먹었나보다. 또 잘 어울리기도 한다. 시나리오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배우의 표정연기나 히스테리, 싸이코적인 연기에서 뿜어내는 공포심은 그녀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이중인격을 왔다갔다 하는 그녀의 연기는 정말 미친거 같았다. 그럭저럭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되는 영화이다. 하지만 함부로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영화일지 모르지만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 그런데 궁금한 거 하나...



이건 뭘까? 분홍신이라는 제목이 쓰여져있는데....? 안데르센 동화 '빨간구두'를 영어로 옮겨놓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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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2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 슈즈를 분홍신이라고 써놓은 이유가 뭘까요?

마늘빵 2005-07-2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냥 빨간신발 하면 될걸가지구. 왜 하필 분홍색이지...
 


 

 

 

 

  차라리 다른 영화를 볼껄. 괜시리 막 시작하는 이 영화를 봤다가 기왕 본김에 끝까지 다 보고 다른 영화를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보던 <황산벌>이나 볼껄.

 왜 그랬을까. 난 영화 <툼레이더>를 <디아블로>로 착각했다. 사실 둘다 게임이름이니깐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말야.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고나서 한참 진행되기까지 난 화면속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찾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안나오지. 쩝. 이미 깨우쳤을 땐 영화가 많이 진행된 다음이었다. 이런 둔한 놈.

 <툼레이더>는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졸리 덕분인지 모르지만 꽤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지만, <디아블로>는 게임이름이긴 하지만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냥 스페인어로 '악마'를 의미하는 단어 '디아블로'를 사용한 것 뿐이었다.





 * 위에선 게임 디아블로의 표지. 밑에건 영화 디아블로의 포스터.


 주연은 반 디젤이라고 하는 근육질 맨. 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난 그 영화 안봐서 모른다. 약간은 고릴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우리나라 MC몽을 떠올리는 얼굴상을 가진 반 디젤은 영화속에서 마약전담반 형사다. 마약 거물을 7년간 쫓아 붙잡은 뒤 감옥에 넣었는데, 이런 누군가가 나의 아내를 살해했다. 그 역시 총에 맞았지만 오랜 시간 지난 뒤에 깨어났다 그 때는 이미 아내의 장례식이 다 끝난 뒤.

 분노에 찬 그는 15살때부터 사랑했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려하지만 그가 범인이라 생각했던 그 마약거물상 루체로는 범인이 아니란다. 스스로가. 그러면서 그가 말하길.

 "혼돈의 시대에는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는 악마인 디아블로 이니 너도 괴물이 되어 그를 쫓아야 한다"(정확한 대사 아님)

 반 디젤(영화속 션)은 마약거래상 맨 밑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디아블로를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찾아냈지만 그는 그가 잡아들였던 루체로 였다. 이런.

 영화는 매우 싱겁다. 그다지 볼만한 액션도 없고, 심리전도 없으며, 추리할만한 요소도 없고, 스릴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밋밋한 맹탕에 반 디젤이라는 근육질 사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찍은 영화일 뿐이었다. 속았다. 어이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싶어 유명한 영화인가 생각되어 봤는데 아닌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 포스터조차도 찾기 힘들다. 얼마나 실패했으면.

 보는 내내 덥고 짜증나고 답답했던 인내심을 요했던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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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7-2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리플 X는 재밌었는데......ㅡ.ㅡ;;;

마늘빵 2005-07-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제가 그런류의 영화들을 별로 안좋아한답니다. 사실 저도 보진 않았어요. ^^

마늘빵 2005-07-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엑스맨이 아니구 트리플엑스군요. 흠... 제목을 착각한거 같아요.
 



 

 

  전쟁영화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 정말 감동이다. 화면에서 눈을 못떼게 만든다. 얼핏 보면 지금까지의 다른 전쟁영화들, 그중에서도 특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를바 없는 전쟁씬을 보여주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미국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그런 억지 전쟁영화와는 딴판이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제 2차 세계대전. 1942년경 독일군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고 집중 포격을 퍼붓는다. 스탈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스탈린그라드를 빼앗음으로써 심리적인 타격을 주려는 셈. 하지만 이에 대한 소련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에너미 엣 더 게이트>는 제 2 차 세계대전의 이와 같은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지식에 거의 아는 바 없는 나로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지식의 짧음을 느끼는 순간.

 독일군의 도심지 공격에 대응해 소련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게 되는데 독일군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기 위해 소련군에서는 저격수를 내세우게 된다. 저격수들로 하여금 몰래 독일군에게 접근해 장교들을 조용히 없애버리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저격수가 바실리 자이체프다. 바실리 자이체프는 실존하는 인물로 180여일간 계속 되는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전투에서 242명의 독일군 장군과 장교를 저격으로 사살했다고 한다. 그는 불과 몇년전인 2000년에 사망했다고 하며 죽을 때까지도, 아니 죽은 이후까지도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 영화속 왼쪽이 다닐로프, 오른쪽이 바실리.



* 실존인물 바실리

 

* 소련 박물관에 진열되어있는 바실리의 총

 

이 영화는 실존했던 바실리 자이제프라는 소련의 유명한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으니 그가 바로 독일군의 최고 저격수 코니그 소령(실존 인물의 이름은 하인즈 토왈트 인데 영화에서 왜 바실리의 이름은 실명으로 하고 독일군의 저격수 하인즈의 이름은 코니그로 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 이다. 실제 어떠했는지는 모르나 영화상으로 봤을 때 바실리보다는 코니그 소령이 저격수로서 좀더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단지 바실리가 코니그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바실리나 코니그나 소련과 독일에서 내노라하는 저격수들이었고, 소련의 경우엔 바실리를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 신문기사를 통해 - 그의 생사여부는 소련군 전체의 사기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었다. 영화 중간 바실리가 코니그를 저격하기 위해 숨었다가 조는 사이 코니그가 먼저 채비를 하고, 비록 저격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독일군에 의해 신분증을 빼앗겨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을 때 소련군 지휘부의 그 침울함은 이를 증명해준다.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이 두 저격수간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전쟁영화 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이야기.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삼각관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다.

 삼각관계의 주인공들은 바실리와 그의 애인 타냐, 그리고 바실리에 관한 기사를 써서 바실리를 한순간에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준 정훈장교 다닐로프다. 전쟁 통 속의 어느 한 가정집에서 마주치게 된 세 사람. 두 남자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한 여인은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함께 부대끼며 전쟁을 치루면서 이들은 친해졌고, 바실리와 타냐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다닐로프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다닐로프는 바실리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어줬지만 바실리를 시기하며 어떻게든 타냐와 떼어놓고 싶어한다. 나중에는 바실리가 사회주의 혁명정신을 잃어버리고 복무태도가 변했다는 기사를 작성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다닐로프는 본성의 선함 때문인지 본인의 잘못을 알고 바실리와 코니그의 마지막 대결에서 스스로 희생해 코니그의 위치를 노출시키는데 기여한다. 아 이 불쌍한 사람아. 사랑에 상처받고 자기 목숨까지 희생해가며 사랑하는 사람의 연인을 도와주다니.

 그냥 무작정 전쟁영화가 아니라 저격수들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일반 전쟁영화와 다른 또다른 긴장감을 조성하고, 대개의 전쟁영화가 로맨스를 양념버무림으로 취급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로맨스 또한 주된 또하나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영화 속의 삼각관계가 실제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실리와 타냐의 사랑은 실제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찡하다. 오랫만에 본 괜찮은 전쟁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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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7-2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군요. 얼마 전 티비에서 해줄 때 봤는데... 그럭저럭 좋았어요. 저도...

마늘빵 2005-07-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비서 해줄때 봤는데. 케이블 티비요. 공중파에서도 했나요? 근데 실물 바실리는 못생겼는데 영화 속 바실리는 넘 멋있어요. ㅋㅋ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 시리즈라고 할만큼 한꺼번에 이자의 책이 번역되거나 새롭게 개정, 출판되었고, 출판사의 의도대로 나는 이 자의 책을 나오는 즉시 다 구입해버렸다. 처음 읽었던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가>에서부터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을 거쳐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까지, 그리고 방금 다 읽어버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벌써 이 자의 책만 네 권을 읽었다. 나머지 한권인 <여행의 기술>만이 남아있다. 당신의 무엇이 나를 이리도 당신에게 끌리도록 하는 것인가. 보통씨여.

 '어떻게 프루스트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는 본 제목을 달고 있는 보통씨의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했다. 보통씨의 이전의 다른 작품들이 그랬듯이 출판사가 표지며, 제목이며, 편집이며 할 것 없이 아주 제대로 신경썼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라는 보통씨의 책은 사람들에게는 흔히 알려져 있는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삶을 배경으로 하여 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풀어내준다. 마르셀 프루스트. 사실 우리는 이 자의 이름은 알지만 이 자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역시 프루스트는 중학교 시절 무슨 게임을 하다가 처음 접한 것 같고, 이후로도 프루스트라는 이름은 우리네 정규교육과정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얼핏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가 쓴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은 구경도 못해봤다. 보통씨의 이 책을 통해서 프루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결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11권짜리 책의 1편을 구입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한 이력이야 더 말하지 않아도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유명세에 못이겨 이력정도는 살펴봤을 터이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보통이 이 책을 쓴 다음에 영국의 BBC방송국에서는 이 책을 토대로 하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나야 그 영화를 안봤으니 모를 일이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크게 9가지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둘째, 자신을 위한 독서법, 셋째, 여유있게 사는 법, 넷째,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째,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째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째,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째,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째, 책을 치워버리는 법. 이렇게 9가지.

 이 모든 것들은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생애를 통해서 배울 수가 있다. 이 책 이전에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 알랭 드 보통은 세네카, 몽테뉴, 소크라테스, 니체 등의 유명한 철학자들을 등장시키며 우리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언급해줬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 하다. 단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이 여러 철학자들을 조금씩 살펴보며 그들의 삶에 대해 언급했다면,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보통이 작정하고 '프루스트'만을 집중공략하여 파고들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프루스트는 살아있는 동안 변변찮은 직업 하나 가진 것이 없었고, 단 한번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도서관 사서였다고 한다. 정확히는 사서는 아니고 보조직인데 일주일에 4번정도만 나가서 간단한 일만 하면 되는 이 쉬운 일조차도 프루스트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땡이를 피우며 일하는 동료에게 말을 시킴으로써 일을 방해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고, 당시 이례적으로 휴가를 1년씩(?) 신청을 하여 놀고 먹으려 했던 거 같은데, 도서관에서도 오히려 그가 일함으로써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를 허용했다고 한다.

 젊었을 적엔 사교계의 잘나가는 인사로 놀고먹고 늙어서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계기가 된 것이 그의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는 어릴적부터 나이먹어서까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렀다고 하며 - 뭐 이게 문제 될 건 없다. 나도 엄마라고 부르고 있고, 확실히 나이 먹은 철학자 김용옥 또한 그 나이에도 엄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이들었건 나이들지 않았건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 엄마의 말이라면 거절할 수 없었다고도 한다. 요즘 말로 치면 심한 마마보이였던 거 같은데. 그에게서 엄마의 죽음이란 어떠했을지 짐직이 간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는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고 그곳에서 글을 쓰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된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다.

 이런 프루스트의 삶을 통해서 보통은 그의 삶과 생각, 그가 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건져낼 수 있는가를 언급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프루스트의 서신과 메모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프루스트는 독서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자기 자신의 독자가 된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아마 독자가 자신에게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을 어떤 것을 분별할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책이 말하는 바를 독자가 자신 속에서 깨달을 때 그 책이 진실하다는 것이 입증된다."(p34-35)

 "저자에게는 '종결'이라 불릴 수 있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책들의 위대하고 놀라운 성격 중의 하나다. 우리는 저자가 떠나버린 곳에서 자신의 지혜가 시작된다고 매우 강하게 느끼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에게 소망을 부여하는 것 밖에 없는데도 그가 우리에게 답을 주기를 원한다. ......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그것의 부적절성이다. 그것을 학문분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한 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p245)

 프루스트는 책을 통해서, 우리가 독서를 통해서 단지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과 연관을 지어 삶을 성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은 저자에게는 '종결'이지만 독자에게는 '자극'이라는 말은 저자가 던져놓고 가버린 결과물을 통해 각각의 독자가 자신의 삶과 대화를 해야한다는 메세지다. 이는 독서에 대한 나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또, 프루스트는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를 잃을까봐 두려워할 때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잊어버린다. 그녀가 자기 것이라  확신 할 때 우리는 그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즉시 그녀보다 그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p234)

 이와 같은 그의 발언은 사랑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사실이다.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그녀를 나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남자는 온갖 노력을 하게 되고, 그녀와 내가 연인이 되기까지 나의 머리속에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잊혀진다. 그리고 그녀가 나의 여자가 되었을 때, 우리가 연인이 되었을 때, 남자는 안심하게 되고, 긴장을 풀게 되며, 눈에서 사라졌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자친구 있을 땐 연락도 안하더니...." 라는 주위 사람의 말이나 "친구가 중요해? 여자가 중요해?"라고 몰아붙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친구의 말은 이를 입증해준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대화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는 한 명의 잘 알려진 인물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언급한다. 대개 우리는 그 인물의 책을 통해서 독자 스스로가 배울 만한 것들을 뽑아내는데, 알랭 드 보통은 독자가 해야할 그 역할마저도 해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보통을 미워하기도(?) 한다. 그래 너만 잘났냐?! 라는 식으로. 나도 생각할 줄 안다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보통씨의 사유는 독자가 해야할 역할을 빼앗아 버리기는 하지만, 독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 그의 역할을 찾기 마련이다. 보통씨의 사유를 통해 떠나는 또다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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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7-1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여행의 기술도 어여 읽으셔요~ 전 개인적으로 어떻게 프루스트가 당신의 삶을 바꾸는가. 라는 제목이 좋아요. 그리고 이 판형 네모라서 책 보기 불편해서 싫어요. 아프락사스님의 리뷰 좋네요. 크~

마늘빵 2005-07-1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여행의 기술> 들고 나왔어요~ ^^ 프루스트 저 책은 약간 조금 산만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거 같아요. 제가 제대로 못읽어서 그런지. 그래서 별 하나 뺐어요. 지금까지 보통씨 책에 다 별 다섯개 줬는데

부리 2005-07-1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얼마전에 샀거든요. 읽어볼 요량으로 리뷰는 앞부분밖에 안읽었어요. 근데 리뷰 참 잘쓰시네요. 나중에 저도 읽고나서 댓글 남길께요. 일단 추천

2005-07-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7-2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