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제는 뭘까. 뭘 말하려했고 뭘 표현하려고 한 것일까? 보는 내내 이런 의문을 가지며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봐야만 했다. 일단 본 영화는 끝을 봐야한다는 나의 영화신념(?)을 가지고.

 처음에는 웬 창녀와 순수총각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화면은 서부영화로 넘어가 총질을 해대고 있다. 뭐냐? 타임머신이냐? 아닌데...? 창녀와 사랑을 나눴던 총각은 그녀를 범하려는 한 사내와 총을 마주 대고 있다. 그 사내는 이 총각의 어깨에, 이 총각은 그 사내를 겨누었으나 총질의 미숙함으로 창녀의 머리 정 중앙에 맞추고 말았으니. 이를 어찌하랴.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아온 총각. 자신이 그 사내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서부영화로 넘어와서 이 총각, 인디언들에게 발견돼 구사일생으로 숨통이 붙어있다. 보안관으로 변신~ 얏! 나는 이제 정의의 사나이! 어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놈인데? 생각해보니 오호라 그때 그 사내놈이 늙어 돌아왔구나.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네. 이 사내에게 풍기는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버린 우리 정의의 보안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수는 없다. 인디언에게 가서 신통력을 가르쳐달라는데...

 이제 영화는 주술영화로 바뀐다. 인디언들에 의한 신통력과 SF환상영화의 조화? 도대체 감독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나의 영화 속에 담으려 했던 것이더냐. 시도는 좋았으나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완성도는 팍팍 떨어지누나. 이  순간부터 영화는 내내 명상영화, SF환상영화, 주술영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내내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요상한 음악과 함께 화면을 가득채운 컴퓨터 바탕화면의 4차원적인 알 수 없는 영혼의 통로(?)들.

 실망이다. 괜히 봤구나. 오랜 피곤을 없애려 잠시 쇼파에 누워 티비를 튼 것이 화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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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
김정환 외 지음 / 박영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학부시절 교직이수를 하면서 사놓은 교육학 책이 몇권 있지만 교육철학에 관한 책은 한권도 없었다. 웬만해서는 나는 모든 강의의 교재를 구입하는 편인데 분명히 '교육철학'을 수강했던 내게 교육철학에 관한 책이 하나도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당시 나는 교직에 크게 뜻이 없었기 때문에 전공인 '철학'에 비해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

 대학원 첫학기를 다니면서 들은 '교육철학과 사상'이란 과목에서 이 교재는 기본서였다. 하지만 책을 구입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고 수업때도 파워포인트 자료를 가지고 진행했지 이 책은 한번도 쓰이지 않았다. 물론 수업 내용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구입한 책 중에서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이 전혀 안되는 첫 책이기도 하다. 왜 할인을 안해주는거야. 이 책의 값이 23,000원인데 전부 다 받는다. 마일리지도 없다. 흥.

 교육학의 한 분과인 '교육철학'은 사실 말이 교육철학이지 철학자들의 저서에서 '교육'에 관한 부분만 발췌해서 엮어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마르틴 부버 같이 철학사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인물로 교육철학에서는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지만 말이다.

 이 책을 대략 훑어본 결과, 교육철학이 다뤄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잘 실어놓고 있는 듯 하다. 다른 몇몇 권의 교육철학 책과 비교해보면 나름대로 깔끔한 정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책은 '교육철학'으로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하다.

 교육학에 대한 인간학적, 분석적, 철학적 탐구와 더불어, 핵심부분이라 할 수 있는 '3장 전통적 철학과 교육'에서는 루소를 바탕으로 한 자연주의와 플라톤을 바탕으로 한 이상주의, 러셀을 바탕으로 한 실재주의, 듀이를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를 다루고 있고, 4장 현대로 넘어와서는 진보주의와 본질주의, 영원주의, 재건주의, 5장에서 사르트르, 마르틴 부버 등의 실존주의, 분석주의, 비판이론, 끝에가서는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다. 교육철학의 철학적 부분에 대해서 방대하게 다룸으로써 핵심적인 부분을 모두 끌어놓았다.

 교육철학서로서의 이 책이 보여주는 충실함에는 문제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픈 점은-이점은 이 책뿐 아니라 모든 교육철학서가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각각의 철학사조들이 등장한 배경이나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간략하게 표현하려고 한 나머지 지나치게 도식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좀더 상세한 부연설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배경으로 어떤 철학사조가 등장했고 이것은 이런것을 의미한다 라는 식의 도식화되고 축약된 설명이 오히려 각각의 철학사조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이 책을 다시 보게 될 날은 아마도 종합시험때나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시험준비를 위해 많은 부분을 짧은 시간에 요약하기에는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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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도 목적이 있을까?
연애와 사랑은 다를까? 다르다면 뭐가 다를까?
연애란 뭘까?
사랑은 뭘까?
결혼은 뭘까?

영화를 본 뒤에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꽤 '철학적'이다. 철학은 어느 한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더 많은 궁금증을 만들어내며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연애의 목적>을 보고 난 뒤에 나는 더 많은 질문이 생겼다. 이 영화보다 조금 더 일찍 개봉한 <연애술사>를 보지는 않았지만 예상컨대 <연애술사>가 보여주려는게 두 남녀의 연애와 쾌락이라면, <연애의 목적>이 보여주려는 바는 지금 내가 던진 이러한 많은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저 웃고 즐겨보려고 본 영화는 내게 기대치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고, 사랑에 대해, 연애에 대해, 결혼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으로 의심받고, <질투는 나의 힘>에서 사랑에 실패한 이 남자 박해일 능구렁이 영어선생이 되어 돌아왔다.

<올드보이>에서 첫선을 보이며 최민식과 함께 지내던 그녀가 사랑의 배신을 가슴에 품은, 아픔을 간직한 어리숙한 교생으로 돌아왔다.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영화다. 반면 감독이라는 위치에 이름을 올려놓은 '한재림'이라는 인물은 생소하다. 그는 뒷조사해본 결과 서울예대를 졸업한 75년생 젊은 감독으로 이 영화의 그의 첫 데뷔작이라 한다. 오호 데뷔작치고는 처음부터 꽤 반응이 괜찮다. 게다가 이렇게나 젊은데. 다른 경험도 별로 없는 듯 하다. 대개의 감독들이 연출, 조감독 등 이런저런 영화판의 시다바리를 하다가 경험을 쌓고 데뷔하는 반면 이 감독은 프로필에 올려져있는 경력이 전무하네? 일부러 안올렸나? 아니면 원래 경험이 없었나?

그는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말을 던진다.

“연애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난 연애의 목적은 여행의 목적과 비슷하다고 대답한다.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다녀 온 후의 추억을 준다. 대신, 상처 받을 수도 있다. 굉장히 지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고, 다시는 가기 싫을 수도 있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간다. 여행은 목적을 논할 수 없다. 그것을 즐긴다는 자체가 목적이듯이, 연애의 목적도 그런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솔직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저 관계일 뿐인 그런 연인 말고, 서로 실컷 삐치고 실컷 미워하고 실컷 싸우고 실컷 부둥켜 안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 연애를 꽤 많이 해봤나보다. 풉. 연애를 별로 안해본 나야 뭐 연애를 논해도 알 게 있나. 관념적인 그림만 그려볼 뿐이지. 어떤이는 연애를 단지 성적 관계, 즉 섹스와 동일시하고, 어떤 이는 연애는 결혼의 목적과 같다고도 하며, 어떤 이는 한재림 감독이 말한 것과 같은 "서로 실컷 삐치고 실컷 미워하고 실컷 싸우고 실컷 부둥켜 안는" 것을 연애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연애에 대한 각각의 사람들의 생각이야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테지.

첨 본 한살 많은 여자 교생한테 무턱대고 자자고 덤비는 이유림. "혹시 마약하세요?" 라고 응수하는 교생 최홍. 껄떡대는 이유림이 처음엔 싫었는데 언젠가부터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처음엔 단지 연애만 하자는 거였는데 이런 서로를 알다보니 연애에 목적이 생겨버렸다. 연애의 목적이 뭘까? 사랑?

유림에겐 분명 6년동안 만나온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홍에겐 사랑하진 않지만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유림은 홍을 사랑하게 되고, 홍은 유림을 사랑하게 되고. 그게 과연 사랑일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홍은 과거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는 배신과 더불어 홍에게 스토커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기도 했다. 그리고 홍은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학교에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둘은 위기를 맞는다. 유림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도 별 다른 사이도 아니고 단지 친하게 지냈을 뿐이라 변명하지만 홍은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사건이 반복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홍은 유림이 자신을 성추행했노라며 밝히고 울어버린다. 상황역전.

과거에 홍이 당했던 일을 이제는 유림이 당하게 되었다. 유림은 경찰서에 끌려갔고 성폭행범이 되었으며, 학교에서 짤렸다. 그리고 동네 영어학원에서 강사하고 있다. 홍은 나중에 유림을 찾아가지만 유림은 예전에 홍이 느꼈던 공포심을 홍에게서 느낀다. 그러나 이내 둘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채로. 연애는 사랑으로 연결됐다? 그런가?


p.s. 1
이 영화는 연애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먼저 있던 학교에서 잘못한 일이 지금의 학교에까지도 소문이 번져있다. 이 바닥은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뒷다마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겉으로는 다들 웃으며 대하지만 뒤로는 누가 어떻게 누가 어떻게 평가를 내린다. 사립학교끼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 군데에서 잘못되면 다른 데도 못간다. 등등...

p.s. 2
<연애의 목적> 음악감독은 눈에 익힌 이름 '이병우'씨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악대학교 클래식기타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피바디 음악원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그. 그는 영화판에서 음악을 담당했고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한지 얼마 되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그는 순식간에 자리매김했고 영화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가 작곡한 영화는 <마리 이야기> <쓰리> <장화, 홍련> <스캔들> <분홍신> <연애의 목적> 정도. 몇 작품 하지도 않았지만 각 영화들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듯한 음악으로, 들리면서 들리지 않는 듯한 음악으로 관객의 가슴속에 조용히 자리잡는다.

<연애의 목적>을 봤지만 영화의 음악은 떠오르지 않는다. <장화, 홍련>에서도 그랬고, <스캔들>에서도 그렇다. 음악의 잔상은 남지만 음악은 남지 않는다. 그게 그의 영화음악의 묘미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영화를 두드러지게 하는. 난 몇해전 그의 팬이 된 나머지 독집 음반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영화음악가로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봄날은 간다>의 조성우씨와 지금 말한 이병우씨. 두 사람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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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가 가장 보고 싶은 건데... 극장에서 꼭 봐야 겠어요. ^^

마늘빵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재밌어요. 꼭 보세요.

하루(春)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방준석도 요즘 영화음악에 많이 참여합니다. 그 사람도 님의 레이더에 넣어 주시길.. ^^;

마늘빵 2005-06-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 사람도 알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도 영화음악 많이 작곡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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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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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관총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주 :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드는 생각 하나는 오웰은 평화주의자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이다. 전쟁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18쪽

"부모들은 열다섯 살짜리 소년을 의용군에 넣으려고 데려왔다. 부모들은 의용군 임금인 일급 10페세타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또한 의용군에는 빵이 풍부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그것을 몰래 집으로 가져오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20쪽

"나는 좀 창피하게도, 스페인 여자에게서 새 가죽탄약통을 차는 법을 배워야 했다."-23쪽

"나는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종류의 전쟁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왜 의용군에 입대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하여 싸우냐고 묻는다면 '공동의 품위를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66쪽

"전쟁과 혁명 발발 1년 뒤, 결국 중앙정부에는 우익 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 공산주의자만 남게 되었다"-74쪽

"공산주의자는 늘 중앙 집권과 효율을 강조한다. 무정부주의자는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84쪽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점차 큰소리로, 통일노동자당이 실수로 인한 그릇된 판단에서가 아니라 고의적인 계획에 의해 정부군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일 노동자당은 프랑코와 히틀러에게 매수된, 유사 파시스트의 무리에 지나지 않으며, 사이비 혁명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파시스트들을 돕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통일노동자당은 <트로츠키파>조직이며, <프랑코의 제5열>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말은 전선 참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8천 내지 만 명의 병사들과 자기 생계와 국적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스페인에 온 수백명의 외국인들, 그리고 2만 명의 노동 계급 구성원들이 적의 돈을 받는 반역자들이라는 뜻이다."-87-88쪽

"모든 전쟁이 똑같다. 병사들은 전투를 하고, 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은 잠깐의 선전 여행을 제외하면 전선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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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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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또다른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오웰은 이미 중학생들 도덕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독서 교육이 강조되다보니 별의 별 책들이 다 중학교 필독서가 되고 있다. 우리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좀 읽는다 싶은 애들은 단테의 <신곡>이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네 하는 작품들을 읽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독서교육이 강조된 나머지 더 나이들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조기교육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야 더 언급안해도 알 만한 유명한 작품이고, <1984년>역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읽혀왔다. 그러나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도 아니고, 지루한 나머지 한장을 넘기기가 힘겹다. 뒤에 넘긴다 해도 재밌는 내용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똑같은 전쟁이야기만 계속될텐데 말이다.

 솔직히 난 스페인 내전 이야기 잘 모른다. 왜 내전이 발생했고, 그 당시 유럽의 상황이 어찌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그저 '조지오웰'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기에.

 에릭 아서 블레어. 조지오웰의 본명이며 영국인이지만 인도 뱅골만에서 태어났고 영국의 이튼학교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가난과 기타 다른 이유 등으로 본래 진학하려던 옥스퍼드 대학을 포기한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와서 사회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노숙자도 해보고, 접시닦이도 해보고,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돈 좀 끌어모았으나 3년 뒤 폐렴으로 죽었다. 참 불쌍한 인생.

 인생의 중간에 있어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군인으로 있기도 했는데-본래 종군기자를 하러갔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오웰을 군인이 되게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직접 겪은 스페인 내전상황을 그려낸 전쟁르포다. 세계 3대 전쟁르포를 뽑을 때 <카탈로니아 찬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얼마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야 뽑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 읽었지만 별로 내가 머리에 담고 있는 것은 없다.

 "왕정 붕괴 그리고 좌파 인민 전선 공화정의 집권, 카톨릭 교회와 우익 지배 계급의 지원 아래 일어난 프랑코의 반란, 공화 정부가 믿었던 소비에트의 방관과 교묘한 반대파 제거 공작, 그에 대조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프랑코 지원, 스페인 내전을 <양심의 전쟁>이라 부르며 공화 정부 편에 합류했던 수많은 국제 의용군들의 이상 등이 뒤범벅된 전쟁" 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스페인 안에서 이렇게 많은 갈래들로 분열되어 전쟁을 하는데 어찌 어지럽지 않겠는가. 우리네 6.25 전쟁처럼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 공산당 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의 싸움도 아니고 말야. 하긴 우리네 6.25 전쟁 안에서도 크게 보면 이렇지만 그 안에서는 기독교, 좌익, 우익 등등의 여러 갈래들간의 갈등이 있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의 <손님>은 일제부터 6.25 전쟁을 거쳐오면서 생긴 기독교과 맑스주의의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네 전쟁이 아닌 저 멀리 유럽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작은 갈래들까지 헤아리기엔 내 머리가 너무 터질 것만 같았고 그냥 오웰의 기록들을 훑어봤다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를 간직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볼 생각은 없고, 다시 본다해도 별단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려운 것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된다. 내가 따로 그 당시의 스페인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오웰은 아마도 종군기자로서 전쟁에 참가하려던 자신이 직접 군인으로 참가하면서 본래의 자신의 의도를 전쟁이 종결된 후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욕구를 해소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자로서의 오웰을 전쟁르포작가로서의 오웰로 해소했던 것이다.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 쓰고자 하는 욕구는 오웰을 내내 강하게 지배했다.

 오웰은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분노'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통일노동자당이 나중에 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숙청당하던 것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오웰로 하여금 누명을 벗기기 위한 작업을 실행하게 했고, 그 결과물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오웰의 이 책 5장과 11장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서술해놓은 부분이다. 특히 11장에서는 당시의 신문기사를 직접 인용해가며 자신의 억울함, 분노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때로 어떤 번역본은 5장과 11장을 빼고서 출판하기도 했다고 하나 만약 두 장을 빼버린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쓴 의미를 상실해버리니 알짜배기를 없애버린 셈이 된다.

 민음사의 <동물농장>의 뒷부분에 있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부분에서 오웰은 작가에게는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가 있는데,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다.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픈 욕망. 두번째는 미학적 열정으로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위한 것이고, 세번째는 역사적 충동. 즉 사물/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두려는 욕망.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정치적 목적인데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웰은 스스로를 1,2,3번의 욕구가 네번째를 압도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나중에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그는 이를 번복한다. 네번째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노라고.  그런면에서 오웰은 정치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오웰의 작품 세 가지 <동물농장> <1984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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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아프락사스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이 전쟁 덕에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로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처지가 되었더랬지요.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또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이 스페인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이미 일찌감치 그 체제가 지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아 그리고 그 영국 미국 치들에게 신경질 난 파블로 카잘스 할아버지는 피레네 북쪽 프랑스 어느 산골에 틀어박혀서 평생 연주하러 안 나오겠다고 신경질도 부렸죠. 추천하고 갑니다.

마늘빵 2005-06-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로렌초의 시종님은 정말 해박하신거 같아요. ^^ 평소 올라오는 리뷰도 역사를 다룬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역사에 무지하다보니 소설 하나 읽는데도 힘드네요. ^^

하이드 2005-06-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를 쏘다' 도 읽어보셔야겠네요. 로렌초님 답글을 보니, 스페인을 무시하는 어조가 있나보군요 . -_-+ 저도 코끼리를 쏘다 보면서 오웰의 이상한 민족주의에 완전 깼었는데 말이지요.

마늘빵 2005-06-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것도 번역이 된게 있나요? 검색해봐야겠네. 전에 찾아봤을 땐 없었던거 같아서요. 코끼리를 쏘다.

로렌초의시종 2005-06-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안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 오웰이 스페인을 비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단, 이 스페인 내전 이후에 빚어진 프랑코의 독재정치는 유럽 답지 않게 참 세련되지 못해서;;;; 스페인이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는데 이바지했죠.
그리고 이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정당하게 수립된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를 외면한 건 그들이 지닌 위선성이 일찌감치 드러난 한 예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답니다.

하이드 2005-06-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쟁덕이군요. 어쨋든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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