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힘이셀까 - 과학의 기묘한 세계 시리즈
하늘기획 / 달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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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에 구입한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전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샀던 책인데 그땐 참 책에 대한 관심은 있으면서도 내가 뭘 읽어야할지 몰랐었다. 아마도 이 책은 당시에 여름방학에 국어선생님들이 나눠준 추천 도서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지금은 절판됐다. 책장 구석에 처박혀있길래 오랫만에 다시 읽어봤다.

 <개미는 왜 힘이 셀까>라는 책은 순전히 개미가 왜 힘이 센지에 대해서만 말하지는 않는다. 단지 '개미는 왜 힘이 셀까'라는 제목은 이 책에 담긴 여러 글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순전히 개미가 왜 힘이 센지가 알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이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개미는 왜 힘이 센가? 대답은 개미는 실제 힘이 세진 않다. 개별 개미들은 힘이 세지 않지만 다수의 개미가 모여 힘이 센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다. 개미들은 팀을 짜서 물체를 균형있게 잡고 서로의 다리가 엉키지 않게 질서정연하게 이동한다. 즉 물체를 이동하는 개미들은 이들이 모여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볼 때 개미는 힘이 세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벌레들의 생활' '우리 주변의 신비' '미크로의 세계와 마이크로의 세계' '우주여행' '사람의 몸' '사랑과 성' '시간' '이상한 동물들'이라는 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단위에 한페이지 내지 두페이지 정도 분량의 간략한 글들이 딸려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궁금증에 대해 풀이해준다.

 이 책의 역자들은 첫페이지에서 자신들을 일컫길 '두고두고 서가에서 손길을 받는 책을 사랑하는 전문번역집단'이라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이 이미 절판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이들의 소망은 단지 소망으로 끝났다고 봐야겠다. 사실 이 책은 그저 손쉽게 읽을거리에 불과했지 책이라 하기엔 뭣한 그다지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책이다. 오늘날 이 책의 물음들은 인터넷이 대신해주고 있다. 네이버, 엠파스 지식검색을 이용한다면 이 책에 있는 우리의 궁금증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절판된 것일까? 굳이 돈 주고 그 정보를 얻을 필요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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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 철학 입문 - 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W.K.C.거스리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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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철학입문>은 내가 경제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입한 책이다. 당시 막 철학을 시작하는 나는 코플스톤의 <그리스 로마 철학사>와 함께 이 책을 읽었고-읽었다는 말은 순전히 학교 수업시간에만 읽었다는 말이다. 사실 졸업을 3주앞둔 마당에도 난 둘다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스철학을 접한 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희랍철학입문>은 제목 그대로 희랍철학에 들어서는 입문서로서 적당한 책이다. 저자 또한 이 책은 원래 고전 이외의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저자가 강연한 것을 토대로 해서 재집필 한 것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거스리라는 사람으로 켐브리지 대학의 고대철학 교수였다고 한다. 그의 최대 저작인 6권으로 이루어진 「A History of Greek Philosophy」의 축약본이 이 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 책이 희랍철학의 중점사안들을 요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번역자 박종현 또한 우리나라에서 철학을 시작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 이미 플라톤의 <국가>라는 두꺼운 책을 번역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책을 꼼꼼히 읽지는 않았다. 이미 학부시절 그리스 로마 철학을 너무 많이 접해-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문장과 내용을 반복해서 보는 것에 이력이 났고, 앞으로도 봐야하는데 짜증이 더해질까봐 속독했다.

그러나 이 이 책의 앞 부분 3장인 '운동의 문제'까지는 제대로 읽었다. 왜냐하면 1장에서 3장까지에 걸쳐서 철학에 자주 등장하는 헬라어가 소개되어 있으며, 간략하게 그 단어 하나하나들을 짚고 넘어가면서 뜻풀이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을 공부했다고 하나 그러한 기본적인 헬라어마저 머리에서 가물가물 거리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시 '가물가물' 거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부분은 짚고 넘어갔다.

이 책의 장점은 그것이다. 철학의 아주 기본적인 논쟁거리와 기본적인 개념들을 짚어주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단점은 설명이 다소 장황하고 지나치게 세부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입문자들이 읽기에는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다. 난 입문자라고 칠 수 없음에도 지루했다. 그래서 오래끌기전에 속독해버린 것이다.

참 한가지 더 말하자면, 이 책의 마지막에 붙어있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지도는 철학사를 공부하며 나오는 지명들을 익숙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본다. 어느 철학책에도 이런 지도는 나와있지 않았는데 참고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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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 제1회 디지털 문학대상
강기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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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각 분야별로 수여하는 상이 넘쳐 난다. 그중 문학분야에는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과 같이 유명한 상도 있지만 독자에게 낯설은 상도 많다. <도둑고양이>(강기희 지음, 실천문학사, 2001) 또한 '디지털 문학대상'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상을 받은 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종이로 책을 만든지 구텐베르크 이후 500년이 넘었으나, 이제 e-book 시대가 도래하면서 머지않아 눈부신 기술발전과 인터넷 성장에 힘입어 e-book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 문학대상은 그러한 의미에서 탄생한 문학상이며,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공모방식과 e-book으로 출간된다는 점에 있어 다른 문학상과 차별성을 띠고 있다.

‘1회 디지털 문학대상’에는 일반소설 부문과 모험소설 부문, 감성소설 부문이 있는데, <도둑고양이>는 일반소설 부문의 대상작이다. <도둑고양이>에서 작가는 ‘흑묘’라는 이름의 도둑고양이와 좀 모자란 청년 허풍천의 눈을 통해 우리사회의 어두운 뒷골목 세태를 꼬집고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동네 아는 아저씨의 소개로 할머니의 약값을 벌 셈으로 시작한 도둑고양이잡이. 어느날 밤 고양이잡이를 나간 허풍천은 고양이잡이 기술을 알려주던 김선생을 통해 꽤 영리하고 잡기힘든 커다란 흑색고양이 ‘흑묘’의 존재를 알게 된다. 흑묘는 어두운 밤 여관과 호텔이 즐비한 뒷골목에만 나타난다. 흑묘는 각종 부조리, 불륜이 벌어지는 현장에 특히 잘 나타났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흑묘는 정의롭게 행동했고, 날카로운 눈으로 세상의 더러운 모습을 담아냈다. 이러한 흑묘의 눈을 통해 순수한 풍천은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배운다.

주변의 집들이 모두 철거되고 재개발되는 상황에서 언덕 위에 솟은 풍천네 집만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는 구청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 또한 다른 집들이 모두 재개발된 상태에서 외따로 떨어진 미운 오리새끼 마냥 언덕 위에 솟은 풍천네 집을 좋지 않게 본다. 그러나 풍천은 구청과 동네 사람들의 요구에도 세상 떠난 아버지의 친구인 지씨 아저씨와 함께 집을 지키기로 한다. 하지만 곧 구청에서 철거용역이 투입되고, 지씨 아저씨는 경찰에 연행된다.

그동안 풍천이 샤갈의 마을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샤갈의 마을에 지씨 아저씨가 있고, 할머니가 있고, 무엇보다 풍천이 좋아하는 민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씨 아저씨가 잡혀가고, 간호사인 민희는 결국 같은 병원 산부인과 의사한테 갔으니 풍천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풍천은 이제 흑묘의 눈을 통해 세상이 어떻다는 걸 알게 되었고, 몸소 겪었다. 소설은 풍천이 할머니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은 약간 멍청한 청년이 탕제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배경으로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불륜의 현장들을 겪으면서 진행된다. 풍천와 흑묘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요즘 인간들의 이면적인 모습과 현실세태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소설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 병들어가는 인간의 정신상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은 이웃간의 정이 사라지고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지나친 쾌락의 추구와 물질적 풍요로 정신이 황폐화되어가는 요즘 세태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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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철학적 의미는
토마스 네이글 지음, 김형철 옮김 / 서광사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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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지난 어느 여름날, 철학이 뭔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철학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이과'에서 '문과'로 과감한 선택을 시도한 나.  비록 경제학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철학에 대한 나의 애정은 사그라들지 않고 대학 2학년 다시한번 '경제학'에서 '철학'으로의 과감한 선택을 시도했다. 이제 철학과를 졸업하는 마당이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철학이 뭐에요?"하고 물으면 아마도 한숨 푹푹 쉬며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리라. 철학과를 졸업한 몸으로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학교 도서관 깊숙이 박힌 꼬질꼬질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은 제목그대로 나에게 물어왔다.

‘이 모든 것의 철학적인 의미는?’(토마스 네이글 지음/김형철 옮김/ 서광사 1989년 펴냄). 이 책은 '사물에 대한 지식' '타인의 마음' '몸과 마음의 문제' '단어의 의미' '자유 의지' '옳음과 그름' '정의' '죽음' '삶의 의미'등 9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사물에 대한 지식'에서 저자는 '사물에 대한 지식'에서 우리 주위에 펼쳐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과연 확실한 것이고 실재하는 것이냐는 물음을 던지며, 일반적으로 우리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이나 사물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것같지만 이것은 단지 꿈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해 사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대해 유아론(唯我論, solipcism)과 회의주의(skepticism), 극단적 회의주의, 실증주의의 네 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두 번째 '타인의 마음'에서는 "친구와 내가 걸어가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내가 느낀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맛과 친구가 느낀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맛이 같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물에 대한 지식'에서 나의 마음을 의심한 데서 나아가 이제는 타인의 마음까지도 의심하고 있다.

세 번째 '몸과 마음의 문제'에서는 "두뇌와 의식은 어떤 관계를 갖는가? 의식이란 것은 단지 화학적이고 전기적인 자극만으로 이루어진 것뿐인가? 우리의 마음은, 비록 두뇌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과 다른 어떤 것인가 아니면 두뇌 그 자체인가? 우리의 사고 느낌 자각 감각 소망 등은 우리의 두뇌에서의 모든 물리적 진행과정에 덧붙여 일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바로 물리적 과정 그 자체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신체가 마음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크게 ‘몸과 마음은 각각’이라는 이원론(二元論)과 수소분자와 산소분자가 합쳐져 물을 이루고, 탄소원자가 원자배열을 달리해 다이아몬드를 만들 듯 우리의 육체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유물론(唯物論)으로 설명하고 있다.

네 번째 '단어의 의미'에서는 "어떻게 하나의 단어, 즉 소리나 종이 위의 기호에 불과한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섯 번째 '자유의지'에서는 복숭아와 케이크 중 케이크를 선택해 먹었는데, 후에 "나는 복숭아를 대신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있다.

여섯 번째 '옳음과 그름'에서는 만약에 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혀용되는가, 공평무사함, 도덕의 보편성과 객관성 등에 대해서 차례로 다루고 있다.

일곱 번째 '정의'에서는 인종차별과 여성차별과 같은 의도적으로 행사되는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계층차나 천부적 재능차이로 인한 의도적으로 행사되지 않는 불평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여덟 번째 '죽음'에서는 세 번째에서의 심신문제의 이원론을 다시 들고나와 영혼은 홀로 생존이 가능한 것인가, 또 죽음은 이전의 생에서의 나쁜 것의 결여로 인한 소극적인 善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전의 생에서의 좋은 것의 결여로 인한 소극적인 惡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에서는 "종국에는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기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은 덧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삶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What Does It All Mean? A Very Short Introduction to Philosophy〉로 현재 심리철학계에서 환원적 유물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토마스 네이글의 철학입문서이다. 저자 자신은 서론에서 이 책이 철학개론으로서의 입문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철학을 알지 못하고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누구나 한번씩은 생각해봤을 만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저자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결정이나 대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다른 철학개론서들이 철학의 고전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발췌, 요약하는데 비해 이 책은 순수하게 저자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어 일반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고등학생부터 일반인들까지 철학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철학에 초보자인 사람들이 읽기에는 내용이 좀 어려울 것같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철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대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바로 이런 것이 철학"이라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먼저 읽고 느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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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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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도서관 책장 사이를 오가던 중에 나의 관심을 끄는 이름이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한 대형서점의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당시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책의 첫 장에 기록되어 있는 그의 소개글을 읽은 후로 그의 이름은 나의 머리 속에 각인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움베르토 에코는 1932년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현대의 가장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볼로냐 대학의 교수이다. 서양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 철학부터 시작해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쌓은 사람이며,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할 줄 아는 언어의 천재이다. 전세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십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우리에게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1988) 동화 <폭탄과 장군>(1988) <세 우주비행사>(1988) 이론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 이론> <논문 작성법 강의>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대중의 슈퍼맨> <해석의 한계>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원재길 옮김, 열린책들 1995년 펴냄) 또한 그의 다양한 저술활동을 증명해주는 책으로 에코가 문학잡지 <일 베리>지의 '작은 일기'에 기고하던 칼럼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장르상 문학비평서라고 하기에도,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적절한 느낌이다. 그냥 '에코의 일기들을 묶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당시의 문화비평이나 칼럼들은 지극히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에코는 이 칼럼에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우러나온 특이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패러디, 환상, 광기의 요소를 뒤섞은 독특한 글을 기고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잡지 칼럼치고는 파격적인 글쓰기의 형식과 에코의 방대한 지식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실려 있는 글의 제목만으로 글의 내용을 먼저 짐작해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모든 글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글 제목이 '∼하는 방법'의 형식이며, 에코는 굉장히 사소한 주변의 문제를 뭔가 있는 것처럼 표현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은 이 책에 실려있는 하나의 칼럼 제목으로, 글을 읽기 전 제목을 접하는 독자들은 "이 글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정말로 우리가 연어와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혹 바다속 탐험 이야기는 아닐까?"하는 호기심을 가져볼 수 있다.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은 에코가 스톡홀롬과 런던을 여행하던 중에 생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코가 스톡홀롬 여행 중에 덩치가 엄청 큰 연어를 하나 샀는데, 이 놈을 가지고 런던으로 가 보관하기 위해 호텔객실 냉장고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고 냉장고 안에 가득 들은 술병들을 꺼내 다른 곳에 놓고, 그 안에 연어를 집어넣었단다. 그런데 호텔 직원이 에코가 술을 다 먹은 줄 알고 연어를 꺼내고 다시 술병을 채워넣었다는 것이다. 에코는 또 술병을 다 꺼내고 다시 연어를 집어넣었고, 몇 차례 이런 일이 더 있고 난 후 체크아웃을 하려고 접수대에 갔더니 술값이 엄청나게 청구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처음의 의문을 품고 글을 읽은 독자들은 글을 다 읽은 뒤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이 글 이외에도 '운전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 '비행기에서 식사하는 방법' '낯익은 얼굴에 대처하는 방법' '택시운전자를 이용하는 방법' 등에서 에코만의 기발하고 독특한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글이 에코가 여행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많은 글에서 패러디의 형식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에코 서문'에서 에코는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패러디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니다. 오로지 기분전환을 위한 글도 들어 있는데, 비평을 한다거나 교훈을 전달한다거나 하는 의도가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게 옳은 일인지 해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독자들이 특별한 목적없이 하나의 유머책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에코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연어와 여행하는 법]은 1999년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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