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유치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액션씬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영화. <트리플엑스>를 본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수업도 지난주에 종강해서 학교도 안가고, 어딜 나갈 약속도 없는 차에 책을 보다 지루해서 티비를 켰더니 웬 스턴트맨이 다리에서 점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프랑스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피디한 액션과 빠른 스토리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 일반 헐리우드 영화와는 확실히 달랐다.

스노우보드, 오토바이, 번지점프 등 온갖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주인공은 온갖 도전과 실험으로 인해 인터넷에서 스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경찰이 들이닥쳐 그를 잡아가고, 갑자기 몇가지 테스트를 받고선 비밀요원으로 변신하다. 이점은 매우 황당하기 그지 없으나 오락영화니까 봐주자. 어쨌든 그 이후로는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며 끝나는 순간까지 눈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추천한다.

* 한가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샤킬오닐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어떤 영화가 떠올랐다. 혹 이 영화속의 주인공 또한 실제 스턴트맨은 아닐까? 연기는 어설퍼 보이던데. 그리고 그 연기를 하려면 정말 스턴트맨이 아니고는 못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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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 주요 본문에 대한 해설.번역.주석
조대호 역해 / 문예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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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얼마안되는 따끈따끈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의 저 오래된 철학자의 저서가 왜 이제야 번역이 되었는가 하는 질문은, 우리네 출판사정과 학계의 사정을 빤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철학이 한두해 인기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잘안되는 출판계에서의 철학서 또한 불 보는 뻔한 일이고. 어쨌든 지금에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부디 절판되지 않고 오래가길 빌 뿐.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솔직히 그냥 이 책을 보고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구입한 책은 아니다. '형이상학'이라는 과목을 듣고 있는 마당에 기말고사 시험이 영어 원문으로 출제된다는 말에 부랴부랴 번역서를 찾아보지만 번역서는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 달에 신문 출판란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옳거니 하고 구입한 책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는 순수한 번역서가 아니다. 구입할땐 번역서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번역/해설서였던 것이다. 시험준비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안됐지만 샀으니 읽었다. 근데 읽기가 영 불편하고 짜증나는게 - 책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거나 해설이 불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 순수 번역문을 아직 다 보지 못한 상태에서 번역/해설서를 보려니 답답했다. 일일히 대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주요 본문을 싣고 있다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 챕터만을 뽑았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수업중 배운 것은 역해서에는 나와있지 않은 다른 부분들이었는데 말이다. 제대로된 번역서를 학과 선생님께서 준비하고 계신데 얼른 작업이 완료되어 두 책을 함께 보며 공부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 하다.


P.S.

철학의 고전이 한권 한권 나올 때마다 역자나 출판사나 돈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좋은 책 하나 낸다는 의미에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새로 나오는 철학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그것을 매번 다 살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 아닌 다른 이들이 많이 찾아주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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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2-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하게'라는 표현은 어폐가 있는 듯하지만^^ 이왕이면 '좋은 책' 낸다는 소리도 듣고 싶겠지요

마늘빵 2004-12-0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미니 2005-03-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잘못 알고 계시네요. 번역서 맞습니다. 정확하게 발췌번역이요. 전체 형이상학 전체 14권중에 삼분의 일 정도 담겨있습니다. 번역 앞에 해설이 자세하게 붙어있는걸 보고 해설서라고 생각하시는듯 합니다. 기말고사에도 도움이 되실겁니다.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마늘빵 2005-03-2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 번역서가 맞긴 하지만 순수 번역서는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던거였어요. 온전히 '번역만'있는것이 아니라 보기 힘들더군요. 제가 시험에 필요했던 부분은 이 책에 없어서 그냥 원서로 봤습니다. 시험은 이미 ^^; 지난 초겨울 끝났죠. 어쨌든 댓글 감사합니다.
 
교육의 목적
알프레드 화이트헤드 지음, 오영환 옮김 / 궁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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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육의 목적>이라는 책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쓴 책이다. 이 책의 번역본은 2003년에 신학을 전공한 유재덕씨가 처음 출판사를 통해 냈는데, 2004년 3월에 연세대 철학과 오영환 교수가 궁리 출판사를 통해 또 내놓았다. 여기에서 생기는 의문점은 똑같은 책을 왜 중복 출간했을까 하는 것이다. 먼저번의 책이 오래전에 번역된 것이라 번역투의 말을 현대식으로 수정하기 위함도 아니요, 절판이 된 것도 아닌데, 왜 같은 책을 두 출판사에서 냈을까? 이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문제다. 

 어쨌든 <교육의 목적>은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여러곳에서 강연한 원고를 모아서 엮어놓은 책이다. '교육의 목적'이라는 책 제목은 이 강연중 한 강연의 제목이고, 그외의 글들은 사실 교육의 목적에 대해서 쓴 것이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그의 강연내용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순수하게 이 책은 교육의 목적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선생님을 희망하는 지금의 나의 관심이 당연히 교육에 쏠릴 수 밖에 없는데다 우연찮게 만난 책에서 '화이트헤드'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육에 대한 책이 아니라 철학자에 의해 쓰여진 깊은 성찰을 담아낸 글이라 생각했기에 다른 책을 제쳐두고 먼저 읽을 수 있었다. 

 난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사실 잘 모른다. 다만 그의 이름을 접한 것은 그의 유명한 말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불과하다"

 라는 그의 말은 철학수업을 들으면서, 혹은 철학책을 읽으면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문구다. 화이트헤드가 누군지도 모른채 그가 남긴 이 말을 접한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비록 철학에 관한 그의 저서는 아니지만 그가 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화이트헤드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다. 그가 철학자로 행세하기 시작한 것은 63세의 고령의 나이에 하버드대학의 초빙을 받은 것이 계기라고 한다. 그렇게 뒤늦게 철학에 몸담으면서도 후대에 '철학자'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니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에 쓰여진 다수의 강연 원고들이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교육방침이다. 그래서 읽는데에 속도가 붙질 않은 점도 있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라는 장에서 "단지 박식함에 그치는 인간은 이 지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며, '생기없는 관념'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고 말한다. 교육받은 인간이란 무릇 관념을 반성적으로 음미할 줄 알고 이를 구체적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으며, 생활과 경험의 많은 영역에서 서로 연관시켜 볼 줄 아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가 배운 것은 단순히 반복하지 않으며, 관념을 재배열하여 무엇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인간이 바로 교육받은 인간이라고 한다. 이렇게 그는 '교육의 목적'을 비롯한 10장의 글에서 실제 교육은 현실의 응용에 기반한 교육이어야함을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이 책은 300쪽이 넘은 꽤 두꺼운 책이다. 그리고 내용이 수학, 물리학적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탓에 쉽게 읽히지 않아 그런 부분은 뛰어넘고 읽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예시들을 굳이 이해하기 어려움에도 하나하나 살펴가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으나 만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이트헤드를 처음 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중, 고등학교를 비롯 강단에서 물리학이나 수학을 가르치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가장 좋을 듯 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플라톤주의적인 추상적인 말투는 어쩐히 그의 주장과는 좀 거리가 멀어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플라톤주의적인 면에 매력을 느끼기는 하나 그의 주장과 주장을 드러내는 방식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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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90대 80대 70대 60대 4인의 메시지
피천득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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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화>는 월간 <샘터>의 400호 발간기념으로 <샘터>를 통해 글을 쓰고 계신, <인연>이라는 수필집으로 유명한 금아 피천득 선생과 샘터사 고문인 우암 김재순, 그리고 굳이 법명을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법정스님, 그리고 소설 <상도>로 유명세를 치룬 작가 최인호 선생의 대담을 채록한 책이다.
 
 네 분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고, 피천득 선생과 김재순 선생이 만나 각각 90대와 80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삶을 살아온 이들의 삶의 경륜을 담아낸 1부와 70대인 법정스님과 60대인 최인호 선생이 만나 종교, 죽음, 사랑, 가족, 행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우연찮게 90대에서 60대까지 고르게 분포되었는데 이들의 삶에 녹아든 생각과 경험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내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때로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대담을 통해 또다른 사유로 연장해가는 길을 발견하기도 했다. 

 대체로 묵직하고 깊이있는 주제들을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것이 어쩌면 또 '대담'이라는 형식을 빌어 이루어졌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책도 두껍지 않아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틈틈히 읽기 좋다. 나 역시 지하철을 오가며 어느새 한권을 다 읽어 버렸다. 가볍게 일독을 권한다. 

 읽다 인상적인 구절을 여기 발췌해본다.

 "행복이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늘 있습니다. 내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고통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법정 스님)

 "사랑이라는 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저 아이가 좋아할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법정 스님)

 "마음에서 생각이 나오고, 생각에서 말이 나오고, 말에서 습관이 나오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을 이룬다."(법정 스님)

 "참된 지식이란 깨어있음인 것 같아요. 지성인이 지식인과 가장 다른 점은 남을 변화시키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 깨어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겠지요."(최인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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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금기를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36
강성민 지음 / 살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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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만한 책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나를 비롯한 독서애호가들은 일간지 책소개란이나 인터넷서점 메일을 통한 정보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학계의 금기를 찾아서> 또한 한국일보에서 금요일마다 싣는 책소개란을 통해 접하게 된 책이다.

 우선 이 책은 매우 싸다. 3.300원으로 요즘 대부분의 책값이 만원에 육박하는 시점에 3천원 남짓하는 책이 나왔다는 것은 책을 구입하는데 있어서도 부담감이 덜하다. 알고보니 살림출판사에서 나오는 '살림지식총서' 중 한권이었다. 책 자체가 얇고 크기도 작아서 주머니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다.

 저자 강성민은 교수신문의 기자이다. 그 자신이 교수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교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 사이에서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느낀 바를 글로 풀어내어 얇은 책으로 낸 것인데, 머리말에서 저자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여기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이미 지금껏 무수하게 다루워왔던, 사실상 '금기'에 속하지는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또 다루기 어려운 주제, 다루기 예민한 주제라는 점에서 금기라면 금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스승비판, 전공불가침의 법칙, 논문형식의 실험, 이성의 세계에서 추방된 주제들, 생존인물에 대한 탐구, 진보 없는 보수 보수 없는 진보, 김우창 혹은 학제성, 참을 수 없는 생태의 비생태성, 문화비평에 '문화'와 '비평'이 없다, 대중적 글쓰기의 허구성, 근대성 콤플렉스의 장으로 나누어져있으며,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학계의 관행과 불가침의 법칙을 비롯해 상식을 깨는 글들이다. 물론 이 '상식을 깨는 것'또한 강성민 기자 뿐 아니라 그 이전에 다른 이들이 시도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각각의 글들이 실명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글은 생생하다. 지식인 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글들을 좋아할 듯 하다. 대단한 뭔가를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비판들을 한데 모아 지금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비판들이 그저 비판으로 끝나지 않고 이 글을 읽는 학계의 주인공들에게 이성적, 심정적 영향을 끼쳐 학계의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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