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이나 된 꽤 오래된 영화다. 최근의 영화에서는 '서부영화'가 별로 없었다. 아마 이 영화가 '서부영화'로는 가장 최근작이 아닌가 싶다. 제목을 보아 '서부영화'로 추정되는 <황야에서 새벽까지>는 사실 서부영화는 아니고 공포, 스릴러 영화로 구분된다. 나는 사실 서부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의 서부의 황야가 나오는 영화에서는 백인이 인디언을 대상으로 총질을 해대며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인디언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악한 백인이 선한 백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대개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도 그 이상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악당이 한 마을을 장악하고 자신의 적을 하나하나 죽여나가고, 그에게 복수심을 품은 자가 나타나 악당을 죽이고 마을에 평화를 준다는 내용이다. 매우 뻔한 이야기이다.

 샤론스톤, 러셀크로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당대에 이어 지금까지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 영화배우가 총출동했음에도 서부영화라는 장르의 단점을 이기지 못하고 캐릭터가 묻어버렸다. 러셀크로우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최근의 인기를 누리기 전 출연한 작품이라 이들을 발견해내는 맛으로는 볼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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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를 이제야 봤다. 개봉시기가 내가 군에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그냥 한창 놀 대학교 2학년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이제야 보다니... 영화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로맨스를 좋아하는 내가, <냉정과 열정 사이>보다도 더 늦게 접하게 되다니... 하지만 이제라도 봤으니 다행이다. 그냥 기억속에서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있던 것이 잊혀져있었는데 말이다.

 일본 영화는 보고있자면 마치 우리나라 7, 80년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화면이 좀 촌스럽고 세련된 맛이 없다. 케이블 영화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러브레터>가 나오자 언제적 영화인가? 일본영화네, 라는 반응이 나의 첫인상이었다. 오른쪽 맨 위에 '러브레터'라고 영화제목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나는 채널을 돌려버렸을 것이다.

 영화전개는 이렇다. 이츠키가 등반사고로 죽은 뒤 그의 연인이었던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에서 그의 옛주소를 발견하고는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곳은 이츠키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그의 중학교 동창생인 여자인 것. 이후 이 둘은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편지를 주고받으며 되살린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좋아한다 고백도 안해봤고, 오히려 이름이 같아 놀림을 당해 서로를 피했던 두 사람의 사랑 아닌 사랑이야기.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 사람은 죽은 뒤였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애절하다. 서로 고백도 하지 못한 채 한참 세월이 흘렀고 기억속에서도 잊혀졌지만 이미 상대의 감정을 알게 된 시기는 그 사람이 죽은 뒤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많은 연인들이, 또 많은 티비 프로그램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재연하고는 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잘 지내요"

 참 단순한 이 대사를 몇번씩이고 반복해 눈오는 산에서 허공에 외치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외침은 메아리로 반복되어 다시 돌아온다. 잘 지내고 있냐는 그녀의 물음이 상대의 물음이 되어 돌아오고 그녀는 다시 나는 잘 있다고 대답하면 상대 역시 그녀의 먼저 물음에 잘 있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혼자 죽은 이를 향해 외치는 말이지만, 메아리로 되돌아오며 이 대사는 서로의 대화가 되어버린다. 참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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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 감사용>, 요즘 볼만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하고 고르던 중 딱히 눈에 띄는 영화가 없는 차에 선택한 것이 이 영화였다. 사실 그다지 많이 '땡기지는' 않았던 영화였다. 이범수가 주연인 영화들은 항상 3류 인생들을 다루고 있어 나의 아웃사이더 코드와 잘 맞곤 했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가 나온 영화들은 그렇게 커다란 감동을 주거나 하는 등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녕 UFO>도 그러했고, <정글쥬스>, <일단뛰어>, <하면된다>, <아나키스트> 등 대다수가 상업적으로나 작품성면에서나 실패한 영화였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 <싱글즈>만이 그의 빛나는 연기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보상해주었을 뿐이다.

 이범수는 좋아하지만 그의 영화선택의 안목이 좋지 않은 건지 어떤 이유에서건 그다지 좋은 영화는 없었기에 망설여졌던 것이다. 이 영화도 사실 감동적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는 아닌 듯 하다. 분명 <슈퍼스타 감사용>은 내게 약간의 눈물을 짜냈고, 마음 속 여린 바람에 반응하는 잔잔한 물결과도 같이 마음을 울렸다. 영화 속에서 그의 연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금 감동은 줄지 모르지만 나중에 다시 볼 영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감사용'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영화인지라 실제와 허구가 섞이긴 했지만 영화 내용의 대부분은 실제다. 그는 못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직장인 야구투수였고, 왼손투수가 없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에 유일하게 직장인 출신 선수로 들어왔다. 거의 다 진 경기를 마무리하는 패전투수로 활동을 했고, 영화에서와 같이 당대 최고의 투수와의 일전에서 결국 졌지만, 후에 꿈에 그리던 1승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야구에서 성공하지는 못했고 이후 식당을 차린 뒤에도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은 할인마트의 부장으로 있다. 나이 50이 거의 다 된 뒤에, 그는 이제야 영화를 통한 잡초같은 그의 끈기를 인정받게 되었고 사인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비로소 영화를 통해서 영화속에서나 꿈꾸었던 그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하류인생에도 꿈은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꿈이 있는 사람은 절대 지지 않는다.

 야구를 좋아하지도 야구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나지만, 그의 3류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이 땅의 실패한 이들이여, 꿈을 꾸는 이들이여, 우리 모두가 감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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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것을 포함 영화 <무사>를 통틀어 세 번 봤다. 개봉당시 흥행에 성공하지도 그다지 평이 좋지도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생각해볼 부분이 굉장히 많다.

 고려시대 사신으로서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이들의 실화를 토대로 꾸며진 영화이다. 사신으로 갔지만 간첩으로 오인받아 귀향지로 가고, 그곳에서 원나라 기병의 습격으로 사막에 고립된 채 살아남는다. 하지만 사막을 지나 도착한 객잔에서 명의 부용공주를 납치한 원기병를 습격 공주를 구해낸다. 부용공주를 좋아하게 된 노비 여솔과 장군 최정. 이후로도 두 사람은 부용공주를 놓고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최정 장군은 주진군의 대장 진립과도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는데...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진행되어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는 등장인물만이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각각의 다양한 인간상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최정은 뛰어난 장군의 아들로서 장군이 되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스스로 무능한 장군이라 생각한다. 사적인 감정으로 결국 성공하긴 했지만 무모하게 부용공주를 구해내고 공주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간다. 하지만 중간중간 생기는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그는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주진군의 대장 진립은 최정과 달리 오랜 풍부한 전투경험과 탁월한 인품으로 시기적절한 대안과 방법, 그리고 자신의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깍듯하다. 윗사람에겐 공경을 아랫사람에겐 관용을... 그래서 그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 활을 굉장히 잘 다루며 대부분의 전투에서 중요한 활약을 한 그는 마지막 전투가 끝난 후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다.

 노비 여솔. 부사 이지헌의 집안 노비로 이지헌이 죽으면서 그는 자유인이 된다. 그는 무예가 출중하고 창을 매우 잘 다룬다. 적장 람불화는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고, 장군 최정은 같은 편임에도 그를 미워한다. 자신보다 무예가 출중하고, 부용공주 역시 그를 좋아하기에 장군인 자신이 노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에 힘들어한다. 여솔은 처음에는 이지헌을 위해, 나중에는 부용공주를 위해 살아가다 죽는다.

 역관. 역관은 어찌보면 굉장히 이기주의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이다. 전쟁통 속에서 살아남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정작 그녀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모른 척하고, 다시 살아오자 그녀를 반긴다. 끝내 적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자신을 위해 대신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지켜내지 못하기도 했다. 죽고 죽이는 전쟁통 속에서 그는 끝내 칼을 들지 않는다. 차라리 죽음을 당하면 당했지 누군가를 죽이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는 평화주의자이다.

 스님. 스님은 유학자인 역관과 대조되는 인물이다. 그는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전쟁에서 적군을 무참히 죽이며 활약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역관보다는 스님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겠지만 역관이나 스님이나 모두 각자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대단한 사람들이다. 전쟁속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마음도, 살생을 금함에도 사람을 죽이고자하는 마음도 모두 나름대로 존중받아야한다.

 최정의 부관 가남. 그는 최정의 아버지를 도왔고, 지금은 최정을 옆에서 보좌하는 장수다. 그는 계속 괴로워하는 최정을 옆에서 도와주며 신뢰받지 못하는 버림받은 최정을 끝까지 사수한다. 대단한 충성심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최정을 도우러나간 전투에서 최정을 살아남고 그는 죽는다.
 
 영화의 줄거리와 구성이 전체적으로 일부러 짜맞춘 듯한 느낌도 들고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그다지 재미가 잇는 것도 아니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고뇌와 행동을 통해서 생각해볼 대목이 많은 영화이기에 나는 <무사>를 높이 평가한다. 나중에 잊혀질때쯤 다시 봐도 괜찮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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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청아출판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엔나 의과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이자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인터내쇼날 대학교의 로고테라피 교수인 빅터 프랭클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그의 저서는 27권이 있다고 알려져있으나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많지 않은 듯 하다. 지금 소개하는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두 가지 번역본이 나와있다. 내가 읽은 1997년 청아출판사 발행본과 2004년 고요아침 발행본이 그것이다. 그리고 프랭클의 또다른 저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역시 1997년 동일한 역자의 번역으로 청아출판사에서 나온 본이 하나 있다.

이 책은 심리학 책이다. 또한 한편으로 매우 철학적인 책이다. 프랭클은 책의 중간중간 니체와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실존주의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그 인용구들이 자신의 로고테라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로고스'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로고스'는 '이성', '추론', '논리'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테라피'는 '치료한다' 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는 이성과 논리로서 정신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은 빅터 프랭클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흔히 정신분석학에서는 제 1대 정신분석학을 '프로이드'로, 제 2대 정신분석학을 '알프레드 아들러'로, 제 3대 정신분석학을 지금 말하고 있는 '빅터프랭클'의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로이드가 성과 쾌락의 관점에서 꿈을 해석한데서 정신을 분석했다면, 아들러는 권력을 토대로, 프랭클은 의지를 토대로 정신을 치료한다. 따라서 프로이드가 인간 내면의 잠재된 욕구를 기본으로 한데 비해 프랭클은 좌절한 인간의 내면의 이성과 의지를 불러옴으로써 스스로 좀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빅터프랭클은 나치하에서 핍박당한 유태인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이곳저곳 수용소로 옮겨다니며 아우슈비츠에 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직업, 정신신경학 의사라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각 상황별로 생존하기 위한 행동 유형을 구성한다.

프랭클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반드시 나 아니면 안되는 일, 예를 들자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들을 만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이전부터 연구해오던 연구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수용소를 나간 뒤에 해야할 중대한 일이 있는 사람들은 생존욕구가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즉 목적과 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을 비관하고 자살을 택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을 말리는 경우 나치들로부터 찍히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랭클은 그들이 자살하기 전에 자살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치료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로고테라피'는 시작된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 단순히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 경험담이지만, 이 경험담들이 일관된 체계와 성찰을 담아낸다면 일종의 심리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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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1-1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린이라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봤던 사람이네요 저도 심리학 책을 자주 읽는데 제 자신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더라구요 심리학에 관심 있으시면 미하일 미하이칙센트의 "몰입의 기술" 이나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도 읽어 보세요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해야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는 얘기인데, 목표가 있어야 생존욕구가 강해진다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4-11-1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이칙센트의 <몰입의 기술>은 예전에 봐야지 하고 목록에 적어놓고는 아직도 못본 책이랍니다. ^^; 다시 기억해놔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