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에 개봉한 영화로 당시 <블랙호크다운>과 <스노우독스>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영화라고 한다. 난 당시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한창 추위에 떨며 고립되어 있을 때라 이런 영화가 있는줄도 몰랐다.

영화초반, 미국의 10대 고등학생 패거리가 한 신입생 남자아이를 골려주는 장면이 나오길래 철없는 아이들간의 우정을 다룬 영화구나 하는 짐작을 했는데, 우정도 우정이지만 '우정'보다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순도 100%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대개의 미국영화들이 섹스와 마약에 찌든 10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해 이 영화는 한편으로 전혀 다른 학생들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랜든은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어울려 패거리를 형성하며 문제아로 낙인찍힌 비뚤어진 사춘기 소년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한 패거리와 어울리기를 바라는 한 전학생에게 신고식을 가하면서 그를 부상입히게 되고, 그 벌로 가난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매년 봄 행해지는 연극에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 여배우는 그가 제일 싫어하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제이미. 고역이지만 어쩌랴. 벌인 것을... 랜든은 연극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제이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 과정에게 그녀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되며, 연극의 마지막 키스를 장식하면서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문제아는 어느덧 제이미라는 여학생을 통해 모범생으로 변해가고 둘의 사랑도 깊어만 가는데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제이미는 2년전부터 백혈병을 앓아오던 것이다. 얼마 살지 못하지만 랜든은 제이미와 결혼식을 올리고 그녀의 죽음을 지켜준다.

이 영화는 소설 <워크 투 리멤버>를 영화한 작품이다. 니콜라스 스팍스라는 작가는 자신의 여동생을 모델로 해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게 되었고, 감독과 제작자는 소설을 잃고 감동을 받아 작품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영화 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대개 알고 있는 그네들의 삶의 방식과는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문란한 미국인들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소수의 아름답고 순수한 미국인도 있을터.

미국영화에서 진한 사랑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미국영화는 어떻다는 편견을 버리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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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유혹>을 보려다 이미 늦은 시간 표가 동나 <늑대의 유혹>보다는 다소 유치해보이는 그래서 보기 망설여졌던 <그놈은 멋있었다>를 보았다.

귀여니 소설이라 하여 인터넷소설로 유명세를 치른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늑대의 유혹>과 <그놈은 멋있었다> 모두 함께 개봉됐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경쟁이 자못 기대된다.

두 영화의 원작자인 일명 '귀여니'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 소설들로 인해 성균관대 특차합격이라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말많았던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금쯤 두 영화가 함께 개봉돼 한쪽으로 쏠릴 인기가 혹 나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러나 동기 개봉은 어쩌면 두 영화를 서로 연계지어 한 영화의 흥행이 다른 영화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 두 영화 중 한 영화가 재미없다면 다른 영화를 보게 될 확률도 줄겠지만 말이다. 위험한 모험이기는 하지만, 또 이 모험을 두 영화의 제작자들이 서로 협의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한번 해볼만한 상업적 시도였다고 본다.

<그놈은 멋있었다>는 역시 예상대로 유치했다. 하지만 그 유치함에서 나는 아직 내가 나이먹지 않음을 느낀다. 또 그것은 다행스럽다.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새내기에서 어느덧 졸업을 앞둔-일부 여자동기들은 이미 사회로 뿌려진 상태이기도 하다- 복학생의 비애를 느끼는 시점에서 고딩들의 유치한 영화를 통해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나에겐 다행이다.

영화는 재밌었다.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의 남자 캐릭터에 맞을까하는 우려를 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잘 맞아떨어진 듯 하다. 정다빈은 두 말할 필요없이 <옥탑방 고양이>에 이어 특유의 앙증맞음과 귀여움, 애교로 보는 이들을 살살 간지럽힌다. 어쩔땐 막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고딩들간의 사랑과 짱들간의 우정, 경계심, 폭력의 세계는 이 영화의 주된 구성요소이다. 물론 거기에는 에이즈로 아버지를 잃은-하필 죽음의 원인으로 에이즈라는 병을 내세운 것이 다소 코믹스럽기도 하지만-싸움짱의 과거는 그녀의 여자친구(?)인 정다빈으로 하여금, 또 관객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사랑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 모두 첨가되어 나온 비빔밥은 이전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다. 그것이 바로 유치함이다. 하지만 그 유치함은 그저 '유치'로 끝나지 않고 비빔밥에 제맛을 내주는 감초역할을 해주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글쎄 어떤 이들은 돈주고 보기 아깝다고도 하고, 최악의 영화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허리우드식 폭력물보다는 유치한 애정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렇게 후하지는 않지만 돈주고 볼만하다는 정도의 점수는 주고 싶다. 애초 이 영화는 유치한 귀여니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감독이나 배우를 탓해봐야 소용없다. 돈주고 이 영화를 본 관객치고 이 영화가 유치하다는 것을 모르고 본 관객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돈 주고 봤다면 당신은 이미 유치함을 각오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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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함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재미있고 교훈도 안겨주는 영화다. 우리나라의 리베라메와 같은 소방관을 다룬 영화로, 순직한 소방관의 아들 스티븐과 브라이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갈등뿐 아니라 주위 다른 소방관들과의 우정이나 화재진압장면 등도 모두 영화의 주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영화적 묘미를 살리기 위해 두 형제의 갈등을 첨가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하다.

영화의 본 제목은 'back draft'로 번역하자면 '역류현상'이다.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고 작은 공간에서 벽이나 천장 사이사이로 숨어다니다가 산소를 만나면 한꺼번에 확 터져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냥 불길 진압이 아닌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역류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어 신선하고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역류현상으로 인해 시의원과 관련된 세 명의 주요인사들이 불에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화재조사관 림게일은 방화범을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다. 한편, 형과 갈등을 빚으며 열등감에 소방서를 뛰쳐나온 브라이언은 림게일의 밑에 들어가 조수로 일하며 수사에 참여하고, 시의원의 비서인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관련 서류를 넘겨받으며 이들이 모두 소방관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겼음을 알게 된다. 이어 범인이 소방관인 에드콕스라는 것을 알게된 스티븐과 브라이언. 하지만 이 사실을 함구에 부치고 화재진압과정에서 에드콕스는 사망, 스티븐은 구급차에서 사망한다. 브라이언은 림게일과 함께 시의원의 비리를 만천하에 까발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소방관과 불에 관한 영화이지만 다양한 갈등관계가 전개되고 해소되면서 영화의 흥미를 더해준다. 형제간의 갈등, 림게일과 시의원의 갈등, 소방관들의 우정, 스티븐과 이혼한 아내, 아들 등 크게는 공직자의 비리문제에서 작게는 가족간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일반 소방영화와 다를바 없다고 느끼지만 후반부로 가며 방화범에 의한 역류현상의 화재가 발생. 범죄영화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 지루함도 없지 않지만 신선하고 흥미로운 영화이다. 하지만 비디오용 영화 이상은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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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스 원 이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의 콜사인, 군사용어로는 28000으로 통함.존 F. 케네디에 의해 이름 붙여 졌으며, 비행기종은 점보747.첨단 적외선 미사일 방어 장치와 유도탄이 장착되어 있으며, 동체내부에는 핵폭발 때, 발생하는 강력한 파장에 버틸 수 있는 방탄장치로 고안됐다"고 한다. 즉 하늘의 백악관과 다름없는 셈인데, 영화 <에어포스 원>은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통째로 납치되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반란장군 라덱을 잡아 감옥에 넣고,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게 되는 대통령과 영부인, 영아, 그의 측근은 경호실장의 배신으로 인해 러시아 기자로 둔갑한 테러범 6명과 함께 탑승하게 된다. 경호실장의 신호로 테러범들은 비행기를 납치한다. 이로 인해 백악관은 발칵 뒤집히고, 전용탈출기로 탈출한 줄 알았던 대통령은 탈출하지 않고 비행기에 남아 숨어있었다. 대통령 마샬은 25년간의 경비행기 조종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는 참전용사. 그는 홀로 남아 테러범을 진압하고 인질을 구출하며, 나중에는 에어포스 원까지 직접 조종하는 슈퍼맨의 기질을 보인다. 참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어쩌랴 미국의 애국주의적 영화들이 다 그런 것을...

한 명의 뛰어난 개인이 사건현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홀로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애국주의적 영화의 기본 틀이다. 다만 이번에는 황당하게도 대통령이 그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전지전능한 대통령을 만들어줌으로써 애국심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발상인가? 보는 내내 웃지못할 코미디같으면서도 그 애국심에 눈물 찔끔 떨구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며 그런 나를 보며 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대단한 애국심을 지닌 자들이다. 에어포스 원이 미그기에 격추될 위기를 맡자 F-15 한 대가 이를 막으며 대신 격추당하질 않나, 기내 격추신에서는 쉽사리 대통령 대신 총을 맞는 자가 있질 않나, 영부인과 영아 또한 테러범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마치 "나는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다" 혹은 "나는 미국 대통령의 딸이다"라는 식의 자존심 세우기를 보여주질 않나, 영화 속의 모든 상황에 맞서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대단한 애국주의를 보여준다.

전지전능한 대통령과 애국심에 가득차 자신의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는 이들은 한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로서는 더이상 바랄바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완벽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미국식 애국주의에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또, 이 영화에서는 대통령 마샬이 전화 한방으로 러시아 대통령이 지시를 따르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세계의 제왕이다.

끝까지 인내하며 영화를 보기는 했지만 보면서도 보고난 뒤에서 참으로 짜증나게 하는 영화이다. 심심풀이로도 보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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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라인스>. 이 영화를 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라이언 일병은 약간은 어리벙벙하고 전쟁을 하기에는 좀 뭔가 % 부족한 졸병이었지만, <에너미 라인스>에 등장하는 버넷 대위는 유능한 비행기 조종사이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며 전투에도 능한 인물이다.

버넷 중위는 크라스마스 전날 보스니아 내전 지역을 정찰하다 학살장면을 항공촬영하게 되고, 그러던 그에게 갑자기 퍼부은 미사일 세례로 순식간에 내전지역의 중앙에 떨궈진다. 그곳에서 버넷은 오로지 상부의 구출연락만을 기다리며 내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전쟁지역을 피해다닐 뿐이다. 하지만 그가 학살장면을 찍은 것을 아는 내전지역의 군은 그를 몰래 죽여 그 사실을 묻으려 한다. 버넷은 이들을 피해 장갑차와 부비트랩 등을 피하며 구출장소로 가는데...

이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적진 깊숙히 갇혀버린 단 한 명의 군인을 구하기 위해 헬기와 각종 전투장비가 동원되는 대규모 구출작전이 펼쳐진다는 점에서다. 다만 다른 것은 위에 언급했듯 구출대상의 능력차가 다르다는 것이다. 라이언 일병은 동료들의 도움에 힙입어 구조되지만, 버넷은 홀로 사지를 역경을 헤쳐나가며 스스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커다란 구조는 역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를바 없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 개인을 영웅시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킨는 영화라는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미국의 애국주의가 드러나는 전쟁영화들은 수없이 많고, 이 역시 특별히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의 근접촬영으로 인해 좀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이 또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도입된 방식과도 같다. 다만 감동은 덜하다. 왜냐면 버넷은 라이언 일병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이기 때문이다.

오늘 본 영화들은 하나같이 미국식 애국주의에 물든 영화들이라, 보고 난 뒤에도 뒤가 개운치 않다. 이런 때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9.11>을 한번 봐줘야 개운해질 듯 하다. 전쟁광이라면 그냥 볼만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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