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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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이다. 이런 책을 사본 것은...
참으로 오랫만이다. 이런 책을 읽은 것은...

숯한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TV 인간극장을 보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의 순간들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나는 아직 감성이 메마르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저 감동적인 장면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 그 여자>를 읽으면서 오래토록 나의 사랑의 감정이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있음을 느끼고, 그 오랜 감정들을 다시 불러들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이런 책은 돈주고 보기에는 아깝다. 시시콜콜한 사랑이야기쯤이야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고 굳이 그것들이 책으로 엮여졌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사랑이 현재진행형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고도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현실속에서 천천히 느낄 수 있었겠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굳이 돈주고 사기 아까운 이 책을 통해 나는 오랜 추억 속의 사랑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쓴 라디오 프로그램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이미나 작가는 도대체 이런 사랑의 에피소드를 어디서 끌어왔을까 하는 생각도 품어 보기도 한다. 글쎄 30살쯤으로 추정되는 그녀가 그 많은 유형의 사랑을 해봤을까. 머리 속에서 쥐어짜며 쓴 글치고는 너무도 생생해서 가끔씩 듣는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난 혼자서 눈물을 훔쳤다.

첫사랑의 기억은 참으로 오래가는 듯 싶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에 의존하지만은 않는 듯 하다. 가끔씩, 때로는 종종 불현듯 떠올라 날 괴롭히니 말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래서일까.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내게는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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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션 클래식 2
박홍규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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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라고 불리우는 프란시스코 페레에 관한 평전이다. 먼저 책과 그에 관해 언급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박홍규'라는 인물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영남대 법학과 교수인 박홍규는 우리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지방 사립대인 영남대를 나온데다 그곳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일본으로 가서 법학 박사를 얻었다. 비록 이후에 하버드나 노팅엄,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연구교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의 주류가 학사학위를 받아내는 '대학'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는 주류와는 멀다.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이러한 경력이 아니었다. 그는 법학자이면서 인문, 사회, 예술분야에 걸쳐서도 다방면으로 발을 깊숙히 들여놓고 있으며 책을 굉장히 많이 내는 사람 중 한명이다. 법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만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내 친구 빈센트>, <오노레 도미에>, <조지 오웰> 등을 냈고, 번역서로도 <인권론>, <감시와 처벌>, <오리엔탈리즘>, <현대사상과 인권>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저 다방면으로 관심을 갖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닐진대 관심을 넘어 책을 낼 정도로 여러분야에 해박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는 최근 위에 언급한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예술가, 사상가, 작가들의 평전을 내는데에 취미를 붙인 듯 하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또한 프란시스코 페레라는 교육자의 생애를 담아낸 평전이다.

사상가, 철학자, 지식인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실 교육자인 페레는 알지 못했다. 그가 교육자 중 얼마나 영향력있고 유명한 인물인지 이 책을 읽은 뒤에도 아직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굉장히 진보적이고 실험적이며 자유로운 사람이었던 것만은 알 것 같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1800년대에서 190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이제와서야 간디학교니 하는 이름으로 자유학교가 세워진 이 땅에서 그의 실험은 100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그는 자유학교의 설립취지를 "소년 소녀들이 잘 배우고, 진실하며, 정의롭고,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하며, 그 목적을 위해 "낡은 교조적 가르침을 자연과학의 합리적 방법으로 대체하고", "아동의 자연적 능력을 자극하고, 발달시키고, 지도하여 가치를 지닌 쓸모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발전에 헌신"하게 했다.

그의 모던스쿨은 1901년에 문을 열었다. 그는 학교운영에 있어 기존의 교재를 버리고 새로 교제를 제작했으며, 폭력적이고 부도덕적인 반종교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그는 또한 학교내에서의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공장과 작업장, 실험실 등의 현장교육도 병행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남녀공학을 실시하였고, 남녀의 평등성을 강조하곤 했다. 또한 당시의 계급적 차별을 무시하고 계급간의 평등성 아래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상벌과 시험은 교사와 부모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하며 이를 부정하고, 상벌, 시험을 폐지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모던스쿨의 정신을 알아가면서 때로는 그의 생각이 오늘날에 와서도 너무나 급진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이유로 민중을 선동하고 아나키스트들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며 악의 기운을 퍼뜨렸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한 것은 그가 너무나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난 소크라테스를 떠올린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아테네의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무지를 자각하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신과 국가를 부정하고 청년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페레의 죽음과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너무나도 비슷하다.

다른 것은 다 제치고라도 페레의 상벌제와 시험 폐지에 관한 주장은 오늘날 누군가가 다시 그런 주장을 펼친다면 여기저기 욕을 먹으며 매장당할 것이 뻔해보인다. 오늘날의 교육학 책에서조차 상벌과 시험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하는데 페레는 그것의 폐지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상벌과 시험 폐지는 학생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일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내게도 너무나 이상주의적인 주장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떠난 그의 이상주의는 옳다. 상벌제와 시험이 어른들의 이기심을 만족시키고 서열을 나누기 위한 제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페레를 통해 교육자로서의 애정과 관심, 열정을 느낀다. 후에 내가 그의 생각에 따라 현실교단에서 그것의 일부라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난 노력하겠다 라는 답변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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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7-2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리뷰가 올라왔네요. ^^
박홍규 선생 글은 참 좋죠. 요 한동안은 인물평전에 힘을 쏟으시는 것 같던데...
혹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라는 책은 읽어보셨나요? 이 책의 보론에서 박 선생이 조동일 선생을 비판하는데요. 탁석산 씨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더군요.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마늘빵 2004-07-2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게을러서 계속 집구석에서 영화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평은 자주 올라오죠? 책도 많이 봐야하는데 요새 집중이 안되네요. 아직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는 보지 못했어요.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다른 책들에 또 관심이 가다 보니까 지나치게 되더군요. 박홍규 선생님은 참 성공하기 어려운 비주류(지역면에서, 학부대학면에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 대단해보입니다. 조동일을 비판했다니 관심이 가는걸요. ^^; 조만간 찾아 읽겠습니다.

노부후사 2004-07-2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 선생이 지역적으로 비주류라는 말씀은 좀 동의하기 어렵네요. 한국의 지역주의 역학구도로 살필 때, 영남은 전통적으로 패권을 유지해온 지역입니다. 결코 비주류 지역은 아니지요. 따라서 적어도 영남 태생이라는 점에서 박 선생은 어느정도 이점을 선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뭐... 아나키스트인 박 선생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계실리 만무하지만요.

마늘빵 2004-07-27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저는 '대학'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말씀드린 거랍니다. ^^; 서울소재 일류대학이 아닌 지방대 사립대학을 나오신 분으로서는 철저하게 처음부터 소외됐다고 봐야하니까요. 대부분의 교수나 지식인층을 서울소재의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대 출신이 거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사실이지요. 역사적 지역구도면에서는 님의 의견에 동감이니다.

marine 2004-11-1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아니면 비주류로 봐야 맞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서울대 지상주의는 워낙 심각해서리... 그 역시 서울대 지상주의에 굉장히 반감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어쨌든 저도 박홍규를 아주 좋아합니다 비주류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아는 것 같아요 정치권 대신 인문 교양 쪽으로 나가기^^ 그는 아주 독특한 글쓰기를 하고 있죠 "박홍규의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 를 보면 교수들더러 정치권에 기웃거릴 시간에 번역이나 제대로 하라고 쏘아 붙이죠 우리나라 교수들이 이런 가벼운 교양서들을 많이 내면 좋겠어요 읽기도 편하고 어느 정도 수준도 있고^^ 그런데 박홍규의 주장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까뮈를 위한 변명" 에서 까뮈를 완전히 제국주의자로 몰면서 사상이 불순하니까 고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이 사람, 너무 외곬수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좀 황당하더군요 그렇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왜 그 원류인 서양 제국주의는 떠받드냐는 비판은 공감하는 바입니다

페레 평전도 재밌게 읽긴 했는데 그가 주창한 모던 스쿨이 주류로 받아들여지려면 정부 자체가 없어져야 할 것 같아요 모던 스쿨에서 교육받으면 현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지, 혁명가가 되지 않을까요^^

마늘빵 2004-11-1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박홍규 교수의 작품을 많이 보셨네요. 전 관심만 가지고 아직 많이 접해보진 않았습니다. 박홍규 교수는 예전에 일간지 칼럼란에서 처음 접했던거 같은데 그가 펼치는 논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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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우리영화 '올드보이'를 제치고 '황금종려상'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화씨 911'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저서이다. 최근 무어는 영화 '화씨 911'의 토대가 된 저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를 출간했는데, <멍청한 백인들>은 이 책의 1부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영화 '화씨 911'로 일약 스타가 된 무어이지만 그에게는 이미 영화와 책을 비롯한 전작들이 다수 숨어있었다. 영화감독으로써 그는 '로저와 나', '더 빅원', '캐나디언 베이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다운사이즈 디스>, <TV네이션에서의 모험> 과 지금 소개하는 이 책 <멍청한 백인들>이 있다.

 책을 통해 바라본 무어는 철저한 아웃사이더이자 비주류이다.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미국사회에 딴지를 거는 인물이라고 할까. 그를 보고 있으면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떠오른다. 나이가 많지는 않은 그는 자신의 일생의 경험을 통해 미국비판, 정확히는 부시와 그 일당들에게 똥침을 가하고 있다. 이유없는 테러전, 세계화 정책, 약소국과 약자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예로 들며 부시죽이기에 앞장선다. 무어는 여기서 또 부시때리기를 하다 쉬어갈 겸 백인때리기(그 자신도 백인이다)도 겸하기도 한다.

 무어의 글은 'LA타임즈'의 평처럼 "윤리적이지도 않고, 섬세한 지적인 논리성도 없으며, 미사여구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그 표현력이 과격하고 산만해 읽기가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그의 생각은 동조하지만 글발은 영 아니라 정독을 하며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정독하지 않았다. 정독하기에는 너무도 어지러워 읽고 난 뒤에도 나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내용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췌해 읽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부분을 왕창 뛰어넘어 읽은 것은 아니고, '통독(通讀)'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한편 나의 생각의 편린들은 무어로 하여금 '강준만'과 '진중권'을 떠올리게도 한다. 무어는 우리사회의 강준만과도 같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가 주장하는 것들이 신선함을 던져주고 대부분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마치 그의 주장대로 한다면 정말로 사회가 바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강준만과 닮아있다. 단지 다른 것은 강준만은 대학교수라는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와 안정감을 갖춘데 반하여, 무어는 철저히 고립되어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어를 통해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무어의 글이 굉장히 풍자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진중권과 같은 논리성은 지니고 있지 못하지만 그는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풍자적인 글쓰기를 전개하고 있다. 전투적 글쓰기 못지 않게 풍자적 글쓰기에도 소질을 보이는 진중권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진중권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는데 반해 무어는 어눌하고 어설퍼 보이는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굳이 구입해가면서까지 사서 볼 만한 책은 아니고,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봄이 적당할 듯 싶다. 돈주고 사볼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말이다. 그저 만화책 보듯 그냥 즐기고 끝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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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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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겨레 신문에 '강준만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한국사회에 안티조선운동에 바람을 넣고, 전라도 죽이기, 김대중 죽이기 등 한국사회에서의 전라도 출신의 천민대우에 대한 비판을 이끌기도 했던 그는 엄청난 저술활동을 통해 수없이 많은 안건들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비판의 소리들은 어느 정도 먹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그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한겨레 신문을 통해 연재해오던 것을 중단했다. 자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저술활동을 스스로 잠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두식'이라는 별로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변호사이자 한동대 교수라는 사람이 '강준만을 기다리며'라는 글을 썼는데, 이때 난 그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난 예전에 또 한번 그의 이름을 접한 적이 있었다. 다만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책이 소개되었을 때 분명 그의 이름을 접했던 것이다. 이 책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제로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신선하고 글빨이 좋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본격적으로 그를 접한건 <헌법의 풍경>을 통해서다. 이 책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법을 매우 쉽게 풀어쓴데다 재미까지 있다고 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미 소문으로 글빨이 상당하다고 하는 저자가 쓴 작품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나와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는 저자이기에 접하지 않아도 친숙했다.

 읽은 후의 느낌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탁석산 선생(<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로 저술활동을 하시는 철학자죠. 다독가로서 그동안에 접했던 책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재밌게 펼치는 분이십니다)을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김두식'이라는 또 한 사람을 나의 주요관심 저자리스트에 올리게 되는 순간이다. 더불어 나는 그의 또 다른 저서, <칼을 쳐서 보습을>을 꼭 읽을 것이다.

 <헌법의 풍경>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쉽게 쓰여진 것은 저자가 들먹이는 헌법의 조항들이 저자가 살아온 그동안의 경험들이 녹아들어갔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경험담을 통해 어려운 법조문들을 읽어나가니 쉬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특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일반의 범주에서 확연히 벗어난 삶을 살아왔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어차피 변호사가 될 거라고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삐딱선을 타며 돈벌이보다는 약자의 편에서 상담을 해주거나 하는 등의 삶을 살아왔다. 또한 그는 법조계의 각종 관행과 비리를 볼 수 없어 그 바닥에서 나왔고 미국에서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며 전업주부로도 생활했다. 끝내 그는 결국 다시 로스쿨에 들어가 석사를 따고 한국에와 석사출신으로 이례적으로 교수로 채용되는 파격까지 맞이한다.

 나는 그의 삶의 이력이나 우리 사회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보았을 때 딱 내 코드다 하는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그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일반인에게나 법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이들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커다란 의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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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6-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중 90%를 책선전에 이용했던 탁석산 교수를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라는 구절이 있있는데 어떤 맥락인지 잘 모르겠네요. 무슨 말씀인지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

마늘빵 2004-06-28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었군요. 쓸 땐 느끼지 못했는데...

오해를 드렸다면 죄송해요. 탁석산 선생님의 재미난 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부연설명이었는데 그 맥락이 김두식 교수에게도 같은 의미로 전달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수정하겠습니다.

 
훌륭한 교사는 이렇게 가르친다
제임스 M. 배너 주니어.해럴드 C. 캐넌 지음, 이창신 옮김 / 풀빛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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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이 책은 일간신문 리뷰를 보다가 발견했다. 원제목은 'The Elements of Teaching'으로 '가르침의 기초'이지만, 아마도 판매의 효율성을 위해 번역본에서 제목을 조금 변형한 듯 하다. 결국 그 상술은 내게도 통했다. ^^;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와 헤럴드는 모두 가르침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제임스는 프린스턴대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헤럴드는 맨해튼빌대학에서 고전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들의 이력이 상당한 것으로봐 나이가 지긋이 든 교수일 듯 하고, 수십년의 교직생활을 통해 느낀 점들은 고스란히 이 책의 내용으로 담겨졌다. 하지만 이 책은 대학교수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선생님의 경험담도 담고 있다. 실제 경험담을 통해 훌륭한 교사의 자질을 설파하고 있기에 교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혹은 이미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아직 신입티를 벗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 책은 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교사를 꿈꾸지만 아직 교사의 경험도, 가르침의 경험조차도 없는 내게 교단에 서서 한 시간짜리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은 두렵다. 그다지 활달한 성격도 아닌 내가 아이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맺어 잘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실행에 앞서 잔뜩 겁부터 먹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말한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교사가 있고 그들 각각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의욕, 학구열의 문제이지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훌륭한 교사가 되기 참 어렵다는 느낌만 든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이 요구하고 있는 것 중 하나라도 따라갈 수 있어도 내가 볼 땐 훌륭한 교사인데 그 모든 것을 다 갖추라 하니 앞길이 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담고 있는 훌륭한 교사의 요인을 살펴보며 마무리한다.

학습 : 맡은 과목에 능통한 교사는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권위 : 교사의 권위는 정확한 자기인식과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도덕 : 교사의 도덕적 의무는 학생의 필요와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질서 : 교사는 수업의 체계와 분위기에 질서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상상 : 상상력이 풍부한 교사는 학습 효과를 높일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연민 : 연민을 가진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인내 : 교사의 인내심은 학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약점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다
인격 : 교사는 자신의 성격과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인격을 계발해야 한다
즐거움 : 교사의 기쁨은 학생이 교사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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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2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