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꿈꾸고 사랑하고 열렬히 행하고 성공하기 위하여
사이먼 사이넥 지음, 이영민 옮김 / 타임비즈 / 2013년 1월
구판절판


대단히 성공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영감을 주고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향해 달려 나가게 만든다. ‘자신만의 성공’이 아니라, ‘여럿의 성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비범한 성공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12쪽

기업을 만들고 제품을 구상해 시장에 내보내는 일,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뽑아 배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에 바로 이 ‘고무망치’가 등장한다. 야근과 휴일근무, 개인의 비상한 노력 따위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또 다른 고무망치가 되어 결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해낸다.
보이는 결과는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조직, 제대로 된 구성원, 훌륭한 리더라면 고무망치가 난무하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며,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 들어맞도록 설계를 바꿔나갈 것이다.

*고무망치: 자동차 문의 강판을 두드려 맞추는 도구(밑줄그은이 주)
-30쪽

가격이라는 조종 전략에는 늘 희생이 따른다. 문제는 수익 중 얼마를 기꺼이 희생할 용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38쪽

경영 컨설턴트인 한 친구는 자산규모 10억 달러인 회사를 꽤 오랫동안 컨설팅 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무슨 주제든 상관이 없어. 어떤 것에 대해서든 더 나은 장기적 해결책 대신 돈이 덜 드는 쪽을 선택해. 그게 그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야."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처럼, 습관적으로 솔루션을 찾아 헤매는 이들은 처음부터 꾸준히 제대로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다. 친구가 고객사에 대해 한 말처럼 말이다.
"다 망친 다음에 또 다시 시간과 돈을 들여서 다시 하지."
-45쪽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를 두고) 진정한 혁신과 그저 새롭기만 한 것을 혼동했던 것이다. -48쪽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도 빠르고 경쟁의 장벽도 낮은 시대에, 다른 회사들도 얼마든지 최고의 디자이너와 탁월한 엔지니어를 채용해서 애플 제품을 모방해 유려하고 사용이 편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애플의 직원을 빼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지 않을 것이다.
애플의 ‘무엇을’과 ‘어떻게’를 모방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애플의 엄청난 시장 영향력을 설명하거나 그걸 모방하기에 거의 불가능한 무언가. 사람들은 ‘무엇을’이나 ‘어떻게’를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를 보고 구매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왜’하는가를 보고 구매한다.
-68-69쪽

바깥에서 출발해 안으로 들어가는 메시지에서 마지막 ‘왜’는 그럴듯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위선적인 정보일 뿐이다. 하지만 안에서 출발해 바깥으로 나오는 메시지에서 ‘왜’는 핵심적인 구매 이유가 되고 ‘무엇을’은 그 신념을 실현해낸 유형적 증거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신념이란 다른 제품, 다른 회사, 다른 아이디어가 아닌 우리 제품, 우리 회사, 우리 아이디어에 끌리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내는 핵심이 된다.
-69쪽

소비자의 최우선 사항은 라이프스타일이다. 회사의 ‘왜’가 만들어낸 산물이 제품이듯, 개인의 ‘왜’가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구매하게 만든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철학의 증거이듯, 개인이 구매하는 제품 역시 그 사람이 가진 철학의 증거다.
심지어 애플 종사자들조차 ‘우리의 차별성은 품질!’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훌륭한 품질은 물론 중요하다. ‘왜’라는 명분이 아무리 뚜렷해도 제품이 꽝이면 먹힐 리 없다. 하지만 반드시 최고의 품질일 필요도 없다. 그저 ‘괜찮다’, ‘훌륭하다’ 정도면 된다. ‘더 좋다’나 ‘최고로 좋다’따위는 상대적 비교일 뿐이다. ‘왜’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이런 비교는 구매자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한다.
-78쪽

‘직감에 따른 결정’이라는 게 있다. 그냥 ‘이거야!’하는 느낌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감에 따른 의사결정이라고 해서 두뇌가 아닌 다른 어떤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번연계에서 일어난다. 의사결정을 설명할 때 ‘느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직감에 따른 결정이 옳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를 통제하는 대뇌 영역에서 우리의 감정까지 관장하기 때문이다. 직감을 따른다고 하든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하든, 그건 다른 신체기관이 아니라 모두 변연계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90-91쪽

‘왜’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회사는 경험적인 근거만 제공한 채 의사결정을 강요한다.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힘에 부치거나 불확실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열망이나 두려움, 의심이나 환상을 이용하는 조종 전략은 아주 잘 먹힌다. 회사는 ‘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감 따위는 품지 못했는데도 회유에 못 이겨 결정을 내린다. 사실 결정의 근거는 모두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와 특장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회사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92쪽

우리 모두가 지독히 합리적이라면 신생기업은 생겨날 수 없다. 탐험에 나서는 사람도 없고, 혁신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훌륭한 리더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게 하는 힘은 보다 나은 것을 향한 인류 불멸의 신념에서 나온다. 그러나 신념은 이유 없는 증오, 두려움과 같은 다른 감정도 부추기고 부정적인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테러는 생겨날 턱이 없다.
-98-99쪽

신뢰는 충성도를 불러일으킨다. 균형이 무너진 골든서클은 진정성이 없다는 의미이고 강력한 관계도 형성되지 못했다는 말이며 신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격, 서비스, 품질, 특징으로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경쟁자와 똑같은 상태에 있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진정성이 결여될수록 기업은 가격 인하, 판촉, 집단 압박, 두려움 같은 조종 수단에 의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효과는 있을 것이다. 허나 단기적으로만 그럴 뿐이다.
-109쪽

사업의 목적이, 내가 가진 것을 그것을 원하는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나의 신념을 함께하는 대상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의 ‘왜’와 부합하는 사람들을 까다롭게 선별할 때, 비로소 나의 비즈니스에서 신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18쪽

신뢰는 시계태엽 같은 정확성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성공을 반복할 때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바로 개인이나 조직이 그들의 직접적 이익과 무관한 일에 열정을 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 신뢰는 시작된다.
신뢰는 가치와 동행한다. 돈을 많이 버는 가치가 아니라, 가치관 말이다. 가치의 정의를 살펴보면, ‘신뢰가 전달된 것’이라 되어 있다. 자신만의 가치를 가진 사람을 억지로 설득할 수 없다. 무언가가 신뢰하는 누군가를 강제로 납득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뢰는 상대와 내가 동일한 가치와 신념을 공유한다는 것을 서로 알리고 보여줌으로써 생겨난다. ‘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을 통해서 증명해야 한다.
-121쪽

훌륭한 기업은 기술적으로 숙련된 사람을 뽑은 후 그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으려고 기를 쓰지 않는다. 이미 의욕이 충만한 사람을 채용하여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동기부여가 잘 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의욕이 넘치는 사람에게 오히려 지향으로 삼아 더 노력할 무언가를 주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되기는커녕 금세 다른 일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남은 사람들과 어떻게든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다.-136쪽

평균 수준에 있는 기업들은 직원에게 힘써 처리해야 할 ‘업무’를 부여한다. 반대로 혁신적인 조직은 사람들에게 노력하여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공한다.
리더의 역할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혼자서 모조리 생각해내는 게 아니다. 리더의 역할은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업무방식을 가장 잘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조직 내에 있는 사람, 최전방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43쪽

‘왜’에 대해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는 회사는 경쟁사의 존재에 대해 무감각한 경향이 있다. 반면 ‘왜’에 대해 모호한 회사는 다른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145쪽

공동체든 조직이든 구성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을 위해 그물망을 쳐놓았을 거라고 신뢰해야 한다. 실재하는 그물이든 정서적 그물이든 자신을 지탱해준다는 느낌이 들 때, 조직 구성원은 궁극적으로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가외의 노력을 경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49쪽

"직원이 먼저입니다. 직원을 제대로 대접하면 직원들이 바깥세상을 향해 제대로 대접하게 되고, 바깥세상은 우리 회사의 제품을 다시 이용하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주주는 자연히 행복해지는 거고요. 이것이 진짜로 효과적입니다.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캘러허,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지도자)
-159쪽

에너지는 동기부여를 해주지만 카리스마는 영감을 불어넣는다. 에너지는 눈에 쉽게 보이고 측정하기가 쉽고 모방하기도 쉽다. 반면 카리스마는 정의하기가 어렵고 측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모방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모든 훌륭한 리더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모두 명료한 ‘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84쪽

잡스는 판매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애플컴퓨터가 탄생했다. 목적이 있는 회사였다. 견고한 기존 권력에 맞서는 힘을 개인에게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몽상사와 이상주의자에게 권한을 부여해 현상에 도전하고 성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대의, 즉 ‘왜’는 애플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이미 태동했다.
-276쪽

개인이나 조직의 ‘왜’는 모두 과거로부터 나온다. 개인이나 집단의 교육과정과 인생경험에서 나온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각각의 ‘왜’가 있게 마련이다. 기억해야 한다. 모든 기업 혹은 조직은 어떤 이들이 자신이 설정한 ‘왜’를 자신의 인생에서 증명하기 위해 실행한 ‘무엇을’ 중 하나이다.
-283쪽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의 말은 옳다."(헨리 포드)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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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시대 - 인문.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노정태 지음 / 반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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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부류의 지식인들은 ‘잠수함의 토끼’ 혹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비유되곤 한다. 잠수함이나 탄광의 산소가 부족하면 토끼나 카나리아가 먼저 죽는다. 죽은 짐승들을 본 광부들은 갱도에서 나가고, 잠수함의 수병들은 신선한 공기를 얻기 위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지식인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26쪽

실명비판으로 인해 비판의 주체뿐 아니라 객체 또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럴 터다.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니 말이다. 실명비판을 당한 사람은 순식간에 ‘객체’가 된다. 더는 집단의 안전한 치마폭에 숨어 있을 수가 없다. 이 경우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강준만을 비판하거나, 어떤 정치적인 수단을 사용해 자신을 비판한 이에게 불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37쪽

실명비판은 어쨌든 비판하는 자와 비판받는 자, 즉 ‘주체’와 ‘객체’를 개인 단위에서 명료하게 드러냈다. 주체와 객체로 이루어진,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근대 세계의 문이 열린 것이다.
-38쪽

진중권은 스스로 말하듯이 디오게네스, 광대, 거리의 철학자가 되는 데 성공했다. 상대방을 조롱할 줄 아는 지식인이었고, 또 조롱할 수 있는 상대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조갑제, 이인화, 이문열 등 극우 지식인들을 실컷 약 올리는 책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진중권은 말의 장터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언어의 시장바닥에 기꺼이 좌판을 벌이고 앉아, 문자 그대로 ‘지나가다’ 같은 아이디를 쓰는 익명의 네티즌들과 선플 악플 무플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물론 인터넷에서 열심히 활동한 지식인이 진중권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상 공간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완벽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본인이 응용하고 창조하는 경지까지 나아간 사람은 오직 진중권뿐이었다.-74-75쪽

조갑제의 입을 빌려 박정희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더니, 진중권이라는 디오게네스가 정말 퉤퉤퉤 침을 뱉었다. 그리고 앙시앙 레짐이 무너졌다.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75쪽

‘디워’ 논란을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러하다. 어떤 이론가가 주창한 방안을 진작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던 한 창작자가 있다. 그런데 이론가는 창작자의 결과물을 보고 진저리를 내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소리를 외치기 시작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법 소녀의 주문 같기도 하고 뭔가 묘한 매력이 있다고 느낀 대중들은 이론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마침내 이론가는 기존 독자층을 벗어나 대한민국 최초로 자신을 ‘횽’이라고 부르는 팬 집단을 거느리게 된다. -83-84쪽

한국에 돌아온 실패한 유학생 진중권이 개척한 길은 그야말로 전인미답이었다. 그는 인터넷이라는 광장에서 질펀하게 뛰어노는 지식인상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동경하는 디오게네스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식인을 단 한 사람 꼽자면,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도 진중권은 따라올 자가 없다. 자동차 면허증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항공기 면허증은 있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많은 글을 쓰지만 가장 선호하는 작업실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반경 2킬로미터 안에 하나씩은 있는 PC방이며, 음악에는 조예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울적할 때에는 샹숑을 듣는 지식인의 모습을 진중권은 만들어냈다. 그것을 우리는, 진중권이 선호하는 표현대로라면, ‘존재 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3쪽

그는 한창 기세등등했던 한국의 극우들을 향해 단기필마로 달려 나갔던 돈키호테였고, 그 풍차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다른 어떤 지식인도 해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중권이 횽’이 되었고, 그의 정치적 판단력에 대중들이 의문을 표할 무렵에는 우연히 새끼 고양이를 주워 ‘루비 애비’로 거듭났다. 근대인의 영혼을 갖고 있지만 포스트모던한 매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거의 유일한 지식인이 바로 진중권인 셈이다.
-96쪽

매체 기고자에게 있어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일 직함을 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너무 튀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평범하면 재미가 없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함부로 참칭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고, 단순히 ‘자유기고가’ 같은 호칭을 쓰면 제대로 아는 것은 없으면서 아무 말이나 떠드는 사람처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좋은 직함을 스스로 지어 붙이면 구차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분야, 생산해내는 원고의 수준, 독자의 눈높이까지 한번에 그려내어 보여주는, 일종의 ‘시적 도약’을 이룩해 낸 직함을 찾아낸 경우라면 그렇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완벽한 호칭을 찾아낸 글쟁이는 단 한 사람뿐이다. ‘지식소매상’ 유시민. -99쪽

진중권의 독일, 홍세화의 프랑스, 혹은 김어준의 배낭여행에서 보고 들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더라구.’처럼 확고한 지위를 갖는 ‘외국’이, 박노자에게는 없다. 왜냐하면 그의 조국은 이미 망했고, 설령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갓 21세기를 맞은 한국인들에게 삶의 표준으로 제시할 수 없는 구소련이기 때문이다.
-134쪽

지승호: 글쓰기의 대상이 분명하신 거군요.
김규항: 그렇죠. 내 글을 읽을 사람이라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굳이 극우 세력이나 수구 기득권 세력을 욕하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자신이 진보적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과 설득력을 갖는 중간게급 인텔리들이나 자유주의자들이 내 비판의 대상이죠. ("가장 왼쪽에서 가장 오른쪽까지", 116쪽)-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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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 두려워 말고 부딪혀라! 성공한 벤처창업가들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권하는 책!
랜디 코미사 지음, 신철호 옮김 / 이콘 / 2013년 11월
구판절판


비전을 담고 일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열정과 책임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조직 목표와 열정을 연결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고, 큰 사람이 되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정적 보상보다 감동이 필요하다.
-146쪽

실리콘밸리의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벤처기업에는 단계별로 세 명의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가장 절친한 친구인 개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나는 그것을 개에 비유하곤 한다. 첫 번째 단계의 대표는 ‘리트리버’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일관성 있는 비전 하에 핵심 팀을 구성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초기 자금을 유치하고, 고객과 협력업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끈기와 창의력이 빛을 발한다. 두 번째 단계의 대표는 ‘블러드하운드’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시장의 냄새를 맡고 기업의 입지를 다지는 것으로서, 경영진을 구성하고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예리한 방향 감각과 기업의 규모 확장에 필요한 기술이 중요하다. 세 번째 단계의 대표는 ‘허스키’ 같아야 한다. 사람들과 함께 상장사의 책임성을 가지고 매일 비중 있게 성장하는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일관성 있는 태도와 결단력이 중요하다. 중요성의 관점에서 이들 세 역할 모두가 중요하다. 대표의 기질과 능력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177쪽

만약 당신이 똑똑하면 위험 부담이 15~20퍼센트 정도 감소한다. 하루에 24시간 일한다면 15~20퍼센트 정도 감소한다. 나머지 60~70퍼센트의 위험 부담은 당신이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2쪽

만약 몸담고 있는 분야에 실력이 있고 하늘이 돕는다면 승리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매일 실력을 발휘한다면 카지노를 이길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 단순히 행운과 함께 오는 성과가 아니라 얼마만큼 실력을 발휘하느냐를 성공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 외부 여건을 통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사업으로 얼마나 성공을 거뒀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그 토대를 두어라. 세상에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자원을 엉뚱하게 쓰며 시간을 결국 낭비하게 될 것이다.
-202-203쪽

고뇌에 지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쾌락에 지는 것이야말로 수치다. 고민하면서 길을 찾는 사람들, 그들이 참된 인간상이다.(파스칼)-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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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의 신인류 예찬
미셸 세르 지음, 양영란 옮김, 송은주 / 갈라파고스 / 2014년 2월
품절


나를 포함하여 철학자들이란 앞으로 도래할 지식과 그에 따른 실천을 예견하는 일을 본분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57쪽

구텐베르크 이전 시대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투키디데스와 타키투스를,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와 그리스 역학자들을, 연설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데모스테네스와 퀸틸리아누스를 모조리 암기해야 했다. 다시 말해 머리를 꽉 채워야 했다. 하지만 인쇄술의 출현으로 이와 같은 노력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책이 어느 선반에 꽂혀 있는지만 기억해놓으면 되니 책 내용을 전부 외우는 것보다 얼마나 경제적인가. 그런데 이제는 그보다 훨씬 급진적으로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어디에 꽂혀 있는지조차 외울 필요도 없으니까. 검색엔진만 돌리면 다 알아서 척척 찾아주는 세상이 아닌가.
-64-65쪽

그러니 머리가 잘려나간 엄지세대는 가득차기보다 제대로 구조화되었다는 과거의 머리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지식, 그러니까 바로 여기, 눈앞에 놓인 이 상자 속에 결집되어 물체화된 지식은 부팅되기만을 기다린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몇 번이고 수정되어 나름대로 정확성을 확보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떨어져나간 목이 남긴 빈자리를 슬며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65쪽

지식의 민주화란 이제껏 존재한 적이 없다. 지식을 보유한 소수가 권력까지 보유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식 자체가 심지어 그 지식을 보유한 자들에게까지도 겸손한 태도, 허리를 깊숙하게 굽히는 자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가장 겸손한 무리에 속하는 교사들조차 이 절대적이고 보이지 않는 기호, 요컨대 도달할 수 없는 지식을 곁눈질하며 강의를 했다. 여기에 매혹당한 몸들은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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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구판절판


문제는 좋은 교사가 드물다는 데에 있다. 해마다 많은 집단의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데 필요한 전문성과 복잡한 기술을 갖춘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나쁜 교사를 해고해야 한다. 아니면 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도를 해야 한다. 아니면 최고의 교사들이 더 많은 학생들을 떠안는 대가로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또는 교실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특별한 종류의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 교사 직종의 경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형편없는 교사가 너무 많으며 좋은 교사가 충분하지 않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산업화된 많은 나라에서는 정확히 이 방법을 썼다. 이들 나라가 더 작은 규모의 학습에 집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학급의 크기를 줄이는 것보다 더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추가로 교사를 고용하고 교실을 짓기 위해서 많은 돈을 들여야 하며 이렇게 되면 그 교실 안에서 가르칠 교사들에게 지불할 돈이 별로 남지 않게 된다.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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