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984년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판매중지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이 기계는 귀에 대고 속삭이는 지극히 낮은 소리를 제외하고는 윈스턴이 내는 모든 소리를 다 포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 금속판의 감시 범위 안에 들어 있는 한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이고 들린다. 물론 언제, 어느 순간에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상경찰이 각 개인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조직적으로 감시하는지는 오로지 추측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원할 때는 언제든지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입 밖에 내는 모든 소리가 포착되고, 캄캄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살아야 했고, 실제 그렇게 살다 보니 감시받는 일은 이제 본능적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8쪽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9쪽

그것은 항상 밤에 일어났다. 사상범 체포는 어김없이 밤에만 행해졌다. 갑자기 흔들어 잠을 깨우고, 거센 손이 어깨를 흔들고, 불빛을 눈에 갖다 대고, 험악한 얼굴들이 침대를 빙 둘러싸기도 한다. 대부분 재판도 없고 체포에 대한 보고도 없다. 사람들은 그저 밤에 사라질 뿐이었다. 이름도 등록부에서 빠져 버리고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그런 사람이 한때 존재했다는 사실은 부인되고 잊힌다. 그는 사라져 멸종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증발했다’고 말한다.
-25쪽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이 말하는 거짓말을 믿는다면-모든 기록들이 똑같이 되어 있다면-그렇다면 그 거짓말은 역사로 흘러 들어가 진실이 되는 것이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가 당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과거는 그 본질이 바뀔 수 있음에도 결코 바뀐 적이 없다.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히 진실한 것이 된다. 이것은 극히 간단한 것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지배하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현실 통제’라 불렀고 신어로는 이중 사고이다. -42쪽

날마다 그리고 거의 매 순간마다 과거는 현재가 되어 버린다. 이런 식으로 당이 발표한 모든 예언은 문서상으로 옳다고 증명되고, 그때 필요하지 않은 뉴스 항목이나 의견 표출은 기록상으로 절대 남겨지지 않는다. 모든 역사는 필요할 때마다 깨끗이 지웠다가 다시 쓰는 양피지와 같은 것이다. 일단 이런 작업이 행해지고 나면 거기에 허위가 개입되어 있다고 증명할 길은 전혀 없는 것이다. -47쪽

사임의 말
신어의 목적이 사고의 영역을 좁히는 것이라는 걸 몰라? 결국 우리는 그걸 표현할 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상죄가 글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야. 필요한 개념은 정확히 정의되는 단 ‘하나’의 단어로 표시되고 다른 보조적인 의미는 다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거야. 이미 제11판에서 그 정도까진 해놓았지. 그러나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진행될 거야. 해를 거듭할수록 단어는 자꾸 줄어들고 의식의 범위도 좁아지게 될 테지. 물론 지금도 사상죄를 범할 이유나 구실은 없어. 그것은 단지 자기 훈련과 현실 통제의 문제지. 그러나 결국 그것마저도 필요 없어질 거야. 신어가 다 완성되면 동시에 혁명도 완수되는 거지. 신어가 영사고 영사가 신어야.-60쪽

전쟁 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생명이 아닌 인간 노동력의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중들을 너무 편안하게, 결국에는 너무 유식하게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물질들을 산산조각 대거나 하늘로 날려 버리거나 바다 깊숙이 가라앉혀 버리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이다. 무기들이 실제로 파괴되지 않을 때에도 무기 제조는 소비될 수 있는 어떤 것도 만들지 않고 노동력을 소비하는 편리한 방법이 되고 있다.
-217쪽

옛날 전쟁의 기준에 따라 판단해 본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협잡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전쟁은 뿔이 상대를 공격할 없는 각도로 난 반추 동물들의 싸움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쟁이 비현실적이기는 해도 무의미하지는 않다. 전쟁은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잉여분까지 싹 쓸어버리고 계층 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수한 정신적 분위기를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오늘날의 전쟁은 순전히 국내적인 문제이다. 과거에는 공동의 선을 인식하고 전쟁의 파괴성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모든 국가의 지배 계급은 서로 전쟁을 일삼았고 승자는 항상 패자를 약탈했다. 오늘날에는 서로 간의 전쟁은 하지 않는다. 전쟁은 각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국민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며, 전쟁의 목적은 상대 국토를 정복하거나 자신의 영토가 정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란 용어는 오도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전쟁은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225-226쪽

진실로 영원한 평화는 영원한 전쟁과 같다. 비록 당원들 대부분이 단지 희미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 말은 ‘전쟁은 평화’라는 당 슬로건의 속뜻이다. -226쪽

많은 신어들과 마찬가지로 이 단어(흑백)는 상호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대편에 적용될 때, 이 단어는 검은 것을 흰 것이라고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원에게 적용될 때는 당이 요구하면 검은 것을 흰 것이라고 기꺼이 말하는 충성심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검은 것이 흰 것이라고 믿고, 더욱이 검은 것이 흰 것이라고 더욱 분명히 알고 있어 전에 반대로 믿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과거의 지속적인 개조가 필요한데, 그것은 나머지 모두를 포함하는, 신어로 이중 사고라고 하는 사고 체계에 의해 가능하다. -239쪽

이중 사고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 두 개의 서로 모순된 개념을 동시에 지니며 두 개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당의 지식층은 그들의 기억을 어느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속임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이 중 사고의 훈련으로 현실은 침해받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이 과정은 의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하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과정은 무의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날조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 죄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241쪽

노동으로 딱딱해지고 거칠어진 육체와, 임신으로 괴물처럼 불어났다가 출산을 시작으로 시들어 홍당무처럼 쭈글쭈글해진 쉰 살 여인네의 몸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전에 결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름다웠고 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맵시 없는 몸매와 톱밥처럼 거친 붉은 피부도 처녀 시절엔 무척이나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장미 열매가 못 생겼지만 아름다움 장미꽃에서 나온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왜 열매가 꽃보다 더 못하단 말인가? -247쪽

이 세상의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신의 고통이 더 커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통에 대해 바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 고통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육체적 고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이 없다.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왼팔을 움켜쥐고 마룻바닥에서 몸을 비틀며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뇌까렸다. 고통 앞에선 영웅이 절대 없다고.-270쪽

언젠가 그들은 그를 총살할 결정을 내릴 것이다.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몇 초 전에 추측할 수는 있다. 이런 일은 항상 복도를 걸어갈 때 머리 뒤에서 일어난다. 10초면 충분할 것이다. 그 순간 그의 내면세계는 뒤집힐 것이다. 그러고는 갑자기 한마디 말도 없이, 꼼짝 않고, 얼굴에 난 주름살 하나 움직이지 않고 순식간에 가면이 벗겨지고 꽝하며 그의 수많은 증오심이 폭발할 것이다. 증오심은 포효하는 거대한 불길처럼 그의 마음을 휩쓸 것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탕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너무 늦게, 혹은 너무 빨리 날아올 것이다. 그의 머리는 산산조각 부서졌지만 폭발된 증오심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을 것이다. 이단적인 사상은 영원히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벌받지 않고 회개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의 완벽함에 하나의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자유이다.-318-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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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낭만 미래 - 미래는 현재보다 더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지식과 책임 총서
고종석 지음 / 곰 / 2013년 9월
품절


제가 개인주의자를 자칭할 때 그것은 이기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개인주의자는 타인의 개인주의도 용납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의 이익을 정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해치는 데 반대합니다. 그러니까 개인주의자는 공산주의에도 파시즘에도 강력히 반대합니다. 모든 종류의 전체주의에 반대한다는 거지요. 더 과감히 얘기하면 개인주의자는 공동체의 추상적 이해관계보다는 개인의 구체적 이해관계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 개인들의 권리 가운데 자유를 특히 으뜸으로 친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자는 자연스럽게 자유주의자가 됩니다.
-31쪽

제가 자유주의자라는 딱지를 받아들일 때, 그 자유주의자는 자유만큼은 아닐지라도 평등 역시 중시합니다. 왜냐하면 자유가 특권이 돼서는 안 되니까요. 자유의 평등한, 설령 거기까지는 안 되더라도 평등에 가까운 분배, 이것이 자유주의자가 생각하는 이상입니다. 그러니까 제 자유주의를 자유평등주의, 또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해도 되겠네요.
-32쪽

(영어 공용화와 관련하여) 최선의 언어 정책은 무정책이라는 게 제 신념입니다. 그냥 놔두면 되는 거예요.
-36쪽

지금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자유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자유주의의 결핍입니다. -39쪽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대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올리버 웬델 홈스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을 정식화한 사람)-42쪽

"단두대는 인간의 위엄과 문명과 진보를 가장 모욕적인 방식으로 훼손한다. 단두대가 놓일 때마다 우리는 모욕을 받게 된다. 우리가 이 범죄의 주동자가 되는 것이다."(빅토르 위고)-91쪽

"제 깊은 내면 속 신념은 교회의 신념과 일치합니다. 그것은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인도주의 단체 모두의 신념과도 동일합니다. 저는 제 양심을 걸고 사형제에 반대합니다. 저는 지금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 여러분께 지지를 호소하는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동의하며, 스스로 믿는 것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동조하고, 제 믿음이 가닿으며, 인간의 문화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말하겠습니다. 저는 사형제에 찬성하지 않습니다."(1981년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미테랑)
-93쪽

징병제가 있는데도 국적 이탈자가 없는 나라는 물론 좋은 나라겠죠. 그렇지만 더 좋은 나라는 제 뜻에 반해 군인이 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아닐까요?
-143쪽

우리가 군대에서 배우는 것의 핵심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인데, 그것이 국방이라는 맥락을 떠나면 보편타당한 선인지는 확실치 않죠. 사실은 악이지요. 그렇다면 그 악을 실천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의지를 존중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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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판매중지


왜 우리는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노동으로 생산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 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인간은 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그들은 젖도 만들지 못하고 알도 낳지 못합니다. 그들은 몸이 너무 약해 쟁기도 못 끌고, 토끼를 잡을 만큼 빨리 달리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동물의 왕입니다. 그들은 동물들을 부려먹고 겨우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만 동물들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몽땅 자기들이 차지합니다. (메이저)-14쪽

동지 여러분, 그렇다면 우리 삶의 모든 불행이 인간의 폭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닙니까? 인간들을 몰아냅시다. 그러면 우리 노동의 산물은 몽땅 우리 것이 됩니다.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부유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지요. 밤낮으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인간들을 멸망시키는 길밖에 없습니다. 동지 여러분, 이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입니다. (중략)
그리고 동지들, 여러분의 결심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동물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느니, 한쪽의 번영이 다른 한쪽의 번영이라고 말할 때 절대로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생물체를 위해서도 일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동물들은 일치단결해서 완벽한 동료애를 발휘해 투쟁하도록 합시다. 인간들은 모두 적입니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동지입니다. (메이저)-16쪽

(전략)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고, 네 다리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싸울 때 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인간을 정복할 때에도 그들의 악습을 배워서는 안 됩니다.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두 나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동물이든 서로를 탄압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약하든 강하든, 현명하든 우둔하든 우리는 모두 형제들입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메이저)-17쪽

7계명
두 발로 걷는 자는 누구나 적이다.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누구나 친구다.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을 평등하다. -28쪽

(전략)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다 하지 못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고 있습니까? 존스가 다시 옵니다! 그렇습니다. 틀림없습니다. 동지 여러분." 스퀼러는 꼬리를 흔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거의 호소하듯이 외쳤다. "확실히 여러분 가운데 존스가 돌오기를 바라는 자는 아무도 없겠지요?"-36쪽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108쪽

작가란 어느 누구보다도 단호하게, 또 필요하다면 더 격렬하게 행동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이란 그것이 가치를 지닌 한, 언제나 한쪽으로 비켜서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것으로서, 그 일들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기만당하지 않으려는, 보다 분별 있는 자아의 소산물이다.(에세이: 작가와 리바이어던)
-123쪽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관계가 없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작품 해설)-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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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품절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제인 구달)-158쪽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에서 더욱 철저히 보호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마하트마 간디)
-160쪽

사실 시골 사람들은 집 안에서 쥐잡이용으로 마당고양이를 키울 때가 많다. 그 때문인지 어떤 이들은 마당고양이를 너무 배불리 먹이면 쥐를 잡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건 거의 사냥 본능 같은 것이므로 배고픔이 사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사냥 본능과 관계없이 쥐는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사냥꾼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셈이다. 그러니 집주인은 마당고양이에게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309쪽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바다는 나를 보고 청정히 살라 하고, 대지는 나를 보고 원만히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고려 시대 나옹화상의 선시(토굴가))
-337쪽

고양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이 존재하는 그 이유와 같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버림받으면 슬프고, 폭력이 무섭고, 고통이 두렵고,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것.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것.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행복과 평화를 바라듯 고양이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에서 고양이는 먹어야 할 권리, 사랑할 권리, 살아갈 권리조차 무시당한다. 어떻게 인간과 동물이 같을 수가 있느냐고 따지고 싶다면, 당신이 믿는 신에게 한번 물어보라. 그리고 당신이 사는 지구의 의견도 경청하기 바란다. 어느 쪽이 이 세상을 망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지. 어느 쪽이 가해자이고, 어느 쪽이 피해자인지.-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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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3-08-2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이런 내용이구나. 예상과는 좀 다른 책이네요.
제가 현대의 아파트는 동물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고, 그런 곳에 살아야하는 애완견이 불쌍하다고 했더니 어떤분이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개들은 살아남았고,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해서 오..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늘빵 2013-08-30 09:07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오랜만이에요. 요 책 말고도 이용한 시인이 낸 이전 고양이 시리즈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저, 그리고 지난주부터 고양이 키워요!! ^^

무해한모리군 2013-09-11 09:54   좋아요 0 | URL
고양이와 아프 잘어울려요.
사진한번 올려줘요.
 
비트겐슈타인은 왜? - 두 위대한 철학자가 벌인 10분 동안의 논쟁
데이비드 에드먼즈 외 지음, 김태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2월
구판절판


"모든 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비트겐슈타인 이전까지’라는 단서를 덧붙여야 한다."(비트겐슈타인의 제자 와스피 히잡)-36쪽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읽을 때 드는 느낌: 원 이런 시간 낭비가 있나! (비트겐슈타인)
-45쪽

러셀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평
"놀라울 정도로 눈치가 빠르기는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천박함밖엔 없다."
-54쪽

포퍼와 비트겐슈타인 모두에게 해당될 만한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역사가 프리츠 슈테른이 쓴 게르손 블라이히뢰더의 슬픈 묘비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프로이센 제국 아래서 부와 영향력, 모든 현세적 보상을 누린 그에게 "단 한 가지 주어지지 않은 것은 귀속감과 안정감, 사회 속에 받아들여졌다는 느낌뿐이었다. 동화되고 싶은 유혹의 본질은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163쪽

포퍼의 중요한 학문적 업적 가운데 하나는 이론이 과학적이라면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는 통찰에 있었지만, 정작 그는 이 원칙이 자기 자신의 사상에 적용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열린 사회의 적들 중 한 사람이 쓴 열린 사회"로 개명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202쪽

1929년에 영국에 돌아온 비트겐슈타인은 2만 단어로 된 얇은 저서 "논리 철학 논고"를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다.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이었던 무어는 논문에 첨부한 의견서에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나의 개인적 견해로는 비트겐슈타인 씨의 논문은 천재의 작품입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논문이 케임브리지 철학 박사 학위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남음이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10년 뒤 무어가 은퇴했을 때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에 반대하는 교수들마저 그를 무어의 후임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39쪽

"비판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하고 긴급한 철학적 문제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만이 전문적인 강단 철학의 존재를 정당화해준다."(포퍼)
-266쪽

"비트겐슈타인은 포퍼에게 유일한 적색 신호였다. 포퍼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데는 비트겐슈타인을 공격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었다."(조셉 애거시) 포퍼는 언어에 대한 관심을 안경 닦기에 비유했따. 언어철학자들은 그것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지한 철학자들은 안경 닦는 행동의 유일한 의미는 안경 쓰는 사람이 세상을 더 분명하게 보도록 해주는 데 있을 뿐임을 안다.-267쪽

모럴 사이언스 클럽에서 누군가가 아주 어리석은 발표를 했던 일이 생각난다. 비트겐슈타인은 발표가 끝나자 다음과 같이 소리질렀다. "이런 건 하지 못하게 중단시켜야 해. 형편없는 철학자는 슬럼가에서 월세 받아먹는 집주인과 같은 자들이야. 그런 사람들을 이 바닥에서 몰아내는 게 내 일이지." -모리스 오코너 드러리
-287쪽

"솔직히 말하면 나는 케임브리지에 갈 때 비트겐슈타인을 자극할 심산이었다. 그래서 그가 진정한 철학적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방어하도록 만든 다음 이 문제를 놓고 그와 싸워보고 싶었다."(포퍼)
-287쪽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대한 당시의 평.
"고전적인 학문적 미덕, 예리한 과학적 시선, 섬세한 논리, 과감한 철학적 도약"(정치학자이자 고전학자인 어니스트 바커. 선데이 타임스)

"시의 적절한 위대한 업적, 현대 사회학에서 가장 탁월하고 중요한 저작","포퍼는 인간의 선택과 의지가 가지는 중요성을 복원했다."(역사가 휴 트레버-로퍼)
-296쪽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출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한 출판사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였다.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는 출판을 거절했는데, 포퍼는 그것이 비트겐슈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확신했다. 출판 거절의 사유를 밝히지 않는 게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의 일반적 관행이었지만, 폰 하예크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경우 두 가지 이유가 문제되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었다. 폰 하예크는 이를 곰브리치에게 알렸고, 곰브리치는 다시 뉴질랜드에 있는 포퍼에게 전했다. 우선 책의 분량이 너무 많다는 게 한 가지 이유였고, 대학 출판부가 플라톤에 대해 그토록 불경한 책을 출판할 수는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이 얘기를 들은 포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플라톤’은 3W, 화이트헤드, 비트겐슈타인, 위즈덤을 에둘러 말한 완곡 어법이 아닐까."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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