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의 즐거움 - 한국의 대표지식인 스물두 명이 말하는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
주영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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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음이란 오랜 세월 속에서 한국인의 삶을 일구고 행동을 낳은, 내면에서 구성적이고 구조화된 힘의 질서를 뜻한다. 마음은 정태적인 무엇이 아니라 동적인 힘을 품고 움직이며, 필요에 따라 어느 때든지 물질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주체를 끌고 다니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실재다. 마음 없는 말이나 몸은 없고, 말이나 몸 없이 이루어지는 삶은 없다. 마음은 나날이 이루어지는 생활의 바탕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마음은 정과 한과 흥에서 솟구쳐 일어서고, 말-살이와 몸-살이로 이루어지는 저마다의 생활양식으로 구체화하는 바탕이요 엄연한 실재다. (장석주)
-15쪽

사회적 약자로 살면서 형성된 내면의 한은 한국인의 마음에서 특화된 정서다. 한은 눌리고 빼앗기며 생겨난 마음의 울혈이다. 이 한이 품고 있는 것은 슬픔과 분노다. 외부로 뻗쳐나가야 할 마음의 기세가 꺾여 그 내부에 앙금으로 쌓인 것이다.(장석주)
-18쪽

종이책의 발명은 지식을 고정시켜 물질화하면서 유통의 편리성을 얻었다. 책의 발명 이후 지식은 거의 대부분 종이책을 통해 유통되었다. 종이책은 자신이 담고 있는 지식을 인간의 머릿속에 복제하면서 같은 지식을 갖는 인간을 만들어내었다. 전근대사회에서 책이야말로 인간을 의식화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강명관)
-69쪽

물리는 사물의 이치이며, 지리는 땅의 이치이고, 윤리는 인간의 이치를 뜻한다.(김교빈)
-115쪽

집에 들어가는 건축 재료도 하나의 객체로서 주체인 나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집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투영시키고 대응시키기에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을 집에도 적용시킴으로써 그런 철학을 훈련하고, 항시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는 장으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건축 재료를 생명체가 없는 단순한 물질로 보지 않았다. 그 가치와 존재를 존중해야 할 객체로 보았다. (임석재)
-192쪽

연속성이 없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고조선, 특히 단군조선은 역사로 끌어안을 게 아니라 신화로 취급되어야 한다. 신화를 역사로 취급하면 민족적 자긍심을 주기는커녕 역사적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어느 나라나 건국신화는 있지만 우리처럼 그것을 ‘정식’ 역사로 포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건국신화에 근대의 산물인 민족주의의 옷을 입히는 것은 허구적인 단일민족의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려는 지배계급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고 불순하다. (단군신화는 다른 신화와 달리 특이하게도 천지창조에서 시작하지 않고 지배계급이 국가를 이루어 피지배계급을 다스린다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혐의가 짙다.)(남경태)
-219-220쪽

동양 사회에서 지금까지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부족한 원인은 도덕성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역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남경태)
-227쪽

무엇보다도 과거의 역한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 약한 역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가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있다면 과감히 끊어낼 필요가 있다. 혁명이 부재했던 우리 역사에서는 한 번도 과거와의 단절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일제강점기의 유제를 완전히 척결하지 못한 것도 ‘잘못된 연속’의 사례다.) 마약을 끊는 고통을 고통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구체제의 오랜 역사적 폐단을 근절하는 고통은 무용한 고통이 아니다. 역사적 자기비판이 신랄할수록 강국의 마지막 남은 조건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남경태)
-232쪽

범주로서의 한국인을 규정하는 일차적 인자가 문화다. 문화란 한 집단이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코드이며 생존방식이다. 인간의 육체 그 자체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같아서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문화가 입력되어야 하나의 인간으로 존립할 수 있다. 인간이 없으면 문화가 없지만, 문화 없는 인간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인간이 되는 것이며, 이 특정한 종류의 인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문화다. (김기봉)
-236-237쪽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가진 기억이다. 기억이란 한 주체가 자신의 과거를 현재와 관련짓는 정신적 행위이자 자기 성찰 과정이다. 한 사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토대로 하여 집단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처럼 특정 사회를 문화적으로 정초해주는 기억을 독일의 문화학자 얀 아스만은 ‘문화적 기억’이라고 지칭했다. 문화적 기억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로 기능하여 한국인의 집단적 자아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김기봉)
-237쪽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산하>, 이병주)
-240쪽

한국인이란 누구인가는 민족과 같은 혈통이 아니라 문화적 유전자로 해명돼야 한다.(김기봉)
-246쪽

오랫동안 가족이 세상의 최소 단위라는 사고를 지니고 살아왔고, 식민지와 비민주적 체제를 겪으며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가족에 의해 삶의 질이 좌우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중요성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크다. 이런 사회에서 가족의 문제에 대한 대응은 이성적이기보다는 주정적이며 격렬해질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성원은 분명 내가 아니지만 남도 아닌 존재, 즉 나의 연장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니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으면서, 남도 아니니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의 죽음, 결혼에 대한 부모의 결사반대, 부모의 파산, 부모형제의 원한 등,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시청자들을 빠르게 높은 감정 상태로 몰아넣기에 유리하다. (이영미)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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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의 즐거움 - 한국의 대표지식인 스물두 명이 말하는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
주영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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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입문서. 마음, 사랑, 음식, 책, 의학, 철학, 얼굴, 종교,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이름난 이들이 한 꼭지씩 보태어 한국학으로 안내한다. 좋은 참고 도서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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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 - 성 심리학으로 쓴 21세기 사랑의 기술
에스더 페렐 지음, 정지현 옮김 / 네모난정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연인과 부부 사이의 성과 사랑, 섹스를 풍부한 상담 사례로 풀어냈다. 이런 컨셉을 번역물이 아닌 한국의 연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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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 - 성 심리학으로 쓴 21세기 사랑의 기술
에스더 페렐 지음, 정지현 옮김 / 네모난정원 / 2011년 10월
절판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대상과의 관계가 바뀌는 심리적 혁명이 일어난다. 자아의식은 물론 배우자, 친구, 부모, 친인척들과의 관계에서의 정체성까지 전부 바뀐다. 그 뿐인가, 몸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재정도 직장생활도 바뀐다. 우선순위가 바뀌고 역할이 다시 정의되고 자유와 책임의 균형에 전면적인 재정비가 이뤄진다.
말 그대로 아이와 사랑에 빠진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사랑에 빠지면 만사를 젖혀두고 그 대상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아기의 탄생과 함께 자원의 재분배가 이뤄진다. 당분간 부부를 위한 몫이 줄어든다. 시간, 의사소통, 잠, 돈, 자유, 스킨십, 사생활 전부 예전보다 줄어든다. 부부는 아이가 생기면 더욱 커다란 행복과 개인적인 성취감도 느끼지만, 그 변화가 부부 관계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운다고 말한다. -192-193쪽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탐구할수록 성적 판타지에 담긴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에너지와 상상을 통한 효율성, 치유력과 심리적인 힘까지. 판타지는 개인의 고유한 역사와 광범위한 상상을 합친다. 우리는 판타지라는 비행기를 타고 가능과 불가능 사이를 오간다. 판타지는 잡동사니처럼 흩어진 마음의 재료로 성적 흥분이라는 순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과 같다.
-230쪽

에로스의 상상력은 생기를 열성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자 욕망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판타지를 살리면 쾌락의 길을 가로막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장애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판타지가 무엇을 충족시켜주는지 알면 당신이 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무엇을 찾고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에로스의 상상에는 성에 눈뜨게 해주는 열정적인 에너지가 들어 있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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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인문 강의를 권함 : 르네21 들뢰즈의 철학과 바디우의 철학

 

 

 

 

  르네21 수요인문강의 중 '들뢰즈의 철학과 바디우의 철학', 바디우의 존재론 편. 강사 박정태.  

  (선생님께서는) 알랭 바디우의 책은 많이 번역이 되었는데, 그의 책을 번역한다는 건 무지 어려운 작업이라 하셨다. 제목을 잊었는데 오래 전에 어떤 출판사가 판권을 사갔는데 아직도 번역이 되지 않았다고. 번역된 책들 제목을 보니 그 중 내가 인터넷 공간에서 알게 된 분께 선물을 드린 책도 보인다. 사랑 예찬. 제목만 보면 연애 지침서 같지만 아니다.  

  어떤 철학자에 입문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사용하는 용어를 알고, 내용을 접하는 것이다. 분명 우리가 평소에 알고 쓰던 용어들인데 이상하게 읽으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도통 알 수 없는 그런 문장들을 자주 접한다. 번역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그 철학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자기식으로 재정의해서 사용하거나, 아니면 그만의 독창적인 용어였는데 우리식으로 말을 바꾸다보니 우리에겐 익숙한 단어로 번역된 경우 중 하나에 속할 것. 바디우의 책 중 하나에 바디우가 사용하는 용어들을 해설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선생님께서는 이것을 번역하여 강의 자료로 주셨다. (배경이 들어간 것은 박정태 선생님이 직역한 바디우 용어 부분)

1. 유적 다수로서의 존재와 사건의 발생  
    이건 유적 다수란 존재를 수적으로 보겠다는 말이다. 수량으로 말이다.   

* 존재론  
-존재로서의 존재에 관한 학이자 현시에 대한 현시를 말함. 존재론은 순수 다수에 관한 사유이기 때문에 칸토어적 의미의 수학 또는 집합 이론으로 실현됨. 그리고 이러한 존재론은 비록 그것이 겉으로 논제화되지는 않았을지라도 이미 수학의 전체 역사 안에서 실현되고 있었음.  
-결코 일자에 의지함이 없이 순수한 다수를 사유해야 하기 때문에 존재론은 필연적으로 공리적임.

해설:
-현존은 존재가 존재자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신이 만물 속에 현존한다는 식. 현시는 그 모습 그대로 다 펼쳐진 상태를 의미한다.

-위 문장에서 칸토어라는 수학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수학 이론은 이렇다. 가오스는 무한을 한 상자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칸토어는 자연수는 무한이라고 보았다. 무한으로서의 자연수를 상자 안에 담을 수 있다고 본다. 실수 또한 마찬가지. 무한수의 상자보다 실수의 상자가 더 크더라. 무한에도 크기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0, 2, 4, 6, 8, 10으로 이어지는 짝수의 집합보다 1, 2, 3, 4, 5, 6, 7, 8, 9, 10 으로 이어지는 자연수의 집합이 더 큰 것 같이 보인다. 농도, 밀도의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둘 다 무한한 수의 나열일 뿐이다. 또한, 각각이 1:1로 대응이 가능하다. 짝수 집합의 0은 자연수의 집합의 1에, 2는 1에, 4는 2에, 6은 3에 이후 계속. 우주와 지구에 사는 존재들도 마찬가지. 우주의 존재가 더 큰 것 같지만 일대일 대응이 가능하다.

  루트 2와 같이 개수를 셀 수 없는 쓸모 없는 수를 피타고라스 학파가 발견하였다. 가로 세로의 길이가 1센티미터인 정사각형을 두고 사람들은 그 정사각형을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루트 2의 발견으로 정사각형을 다 알고 있다고 여겼던 기존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칸토어는 비가산 무한집합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1, 2, 3, 4, 5, 6으로 이어지는 자연수는 힘의 크기가 가장 작은 가산 무한집합이다. 이것은 0.12345, 0.12346 으로 이어지는 실수의 집합과 일대일 대응을 하더라도 해당 실수 집합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실수들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그들은 자연수의 집합과 일대일 대응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무한한 자연수의 집합은 무한한 실수의 집합보다 작다. 결론은 무한에도 크기가 있다는 것. 바디우가 볼 때 칸토어로 인해 순수 다수에 관한 사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위 문장에서 '일자에 의지함'이라는 의미는 이렇다. 무언가에 속한다는 소속감이나 나를 가두는 테두리, 묶음, 정의함 등을 지칭한다. 1학년 1반, 르네21, 서울대학교, 백과사전에서 볼 수 있는 카테고리 동물, 식물, 포유류 등을 지칭한다.  

* 현시
-메타 존재론의 기초가 되는 어휘로서 실제적으로 펼쳐져 있는 다수-존재를 말함. 현시는 "불안정한 다수성"과 상통함. 현시와 비교하여 일자를 보자면, 일자는 결코 현시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불안정한] 다수를 안정되게 함으로써 그로부터 얻게 되는 결과일 뿐임.  

해설 :
-존재론은 '현시에 대한 현시'에 대한 사유.
-"철학은 현시에 대한 현시를 사유함으로써 현실을 인식한다."(바디우)
-집합으로 묶인 다수를 우리는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일자에 의지하는 것. 이런 식으로 묶여 있으면 새로운 것은 발생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안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어떤 이들은 파리 시민임녀서 프랑스 국민이기도 하다. 파리 시민은 프랑스 국민 안에 있는 카테고리이다. 프랑스 국민이 루이 16세의 목을 쳤다. 파리 시민이라는 카테고리의 언어 코드, 지식 등으로는 프랑스 국민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는 것. 묶인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언어 체계로는 묶을 수 없는 사건인 것.  
_발생한 정치적 사건은 무한하게 불안정하게 펼쳐져 있는 유적 다수를 보여준 것이다. 현시에 대한 현시를 철학이 보고 존재의 모습을 읽어낸다. 존재의 모습이 이러이러하다는 것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 이것이 진리라는 것. 철학은 진리를 인식한다. 철학은 진리를 생산하지는 못한다. 철학은 오직 인식할 뿐이다. 사건이 건수(현시에 대한 현시)를 주면 철학은 이를 인식한다.
-사랑은 도저히 접근 불가능한 둘의 체험이다. 사랑하기 이전에는 홀로 존재했거나 이 세상이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존재했거나 둘 중 하나. 사랑하는 순간은 오직 둘만 존재하게 된다.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진다. 둘의 체험인 것. 좋아하는 이유들이 각기 있겠지만 그런 조건들을 제외한 둘만의 체험이다. (작성자 주: 바디우의 <사랑 예찬>이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삶의 영역에서 정치(이것은 기존의 무엇을 깨고 발생하는 사건), 사랑, 예술(무한하게 펼쳐진 시적 언어), 학문(과학)은, 철학의 건수를 제공한다. 철학은 불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철학의 종말을 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작은 없다. 철학은 건수를 통해서만 그때그때 존재하고 활동한다.
-'불안정한 다수'는 묶는 것이 없는 것. 현시이다.


* 상황
-현시되어진 모든 안정된 다수성. 따라서 그것은 다수성이되, 하나-로-셈하기의 체제 또는 구조와 더불어서 이루어진 다수성임.

해설 :
-안정되었다는 것. 하나로 셈하기를 통해 묶고 해석한 것. 묶는다는 것은 불안정함을 피하는 것이고 곧 안정이다.
_귀속 관계


* 공백의 공리
-전혀 원소를 갖고 있지 않은 유일한 하나의 집합이 존재하며, 이 집합은 공집합 표시를 그 고유의 이름으로 지님.

해설 :
-상황을 묶고 싶어 집합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불안정한 것이 있다. 그래서 그 나머지들을 묶은 기호가 공집합이다. 묶고 묶어서 안정화를 추구했는데, 아무리 묶어도 남는 것이 있다보니 이것도 기호로 묶은 것.


* 공백
-한 상황의 공백은 그 자체가 곧 자기 존재와의 봉합을 가리킴. (존재론적 상황 안에서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하나-로-셈하기의 비-하나로서의 공백은 일종의 지정할 수 없는 점이라 할 수 있음. 현시되고 있는 것이 셈을 벗어난 형태 아래에서 현시 안을 배회함이 확인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을 통해서임.
-공백의 공리를 참조할 것. 

해설 :
-상황의 참 존재는 묶인 것들을 벗어난 것. '공백=공집합=비하나'는 봉합. 자기 존재와의 접근을 가리킴.


* 귀속
-집합론의 근본적이면서 유일한 특징으로서 하나의 다수 베타(b)가 또 하나의 다수 알파(a)의 다수-구성 안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함. "베타는 알파에 귀속한다" 또는 "베타는 알파의 원소이다"라고 말함.  
-위의 말을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나의 항(또는 하나의 원소)이 어떤 상황에 의거하여서 현시되고 또 하나의 고려 아래 세어질 때 그 항은 바로 이 상황에 귀속하는 것이 됨. 포함은 재현을 가리키는 데 반해서 귀속은 현시를 가리킴.

해설 :
-'하나의 다수 베타'는 하나의 항이자 그 자체가 집합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 국민, 파리 시민
-어떤 상황은 집합을 의미한다.
-"포함은 재현을 가리키는 데 반해서 귀속은 현시를 가리킴"은 포함된다는 것은 곧 재현이라는 의미이다.


* 상황의 상태
-[어떤 상황에 귀속하는 하나의 항이 그 상황에 의거하여서 하나의 고려 아래 세어지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한 상황의 구조 또한 그 상황의 상태에 의거하여서 하나의 고려 아래 세어짐. 따라서 상황의 상태는 셈에-대한-셈 또는 메타구조임.
-상태의 필요성은 [상황 안에서의] 공백의 모든 현시를 몰아내고자 하는 요구로부터 비롯됨. 상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상황을 가득 묶어 채움.
-상황의 상태는 상황의 부분들(부분-다수들 또는 부분집합들)을 대상으로 하나-로-셈하기를 가능케 함.

해설 : 
-공집합이 안정성을 해치니까 원래의 집합 {a, b} 집합의 부분 집합들 {a}, {b}, {a,b}, 공집합을 생각해본다. 이들을 원소로 하는 집합을 생각한다. 공집합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위 네 부분 집합을 묶는 새로운 집합의 탄생 p(a)=[ {a}, {b}, {a,b}, 공집합]. 이렇게 되면 [ ] 라는 언어로 공집합까지 다시 묶을 수 있다.
-항과 집합간의 관계
-'셈에 대한 셈' : 앞의 '셈'은 상황, 뒤의 셈은 이에 대한 셈. 예를 들어, 해병대 지부회라는 틀 안에 경기 해병대 지부회, 충주 해병대 지부회 등이 묶인다. 귀속된 지역 해병대 지부회가 해병대 지부회라는 틀 안에 다 들어가 있는지 다시 셈하는 것이다. 하위 집합에 포함되는 원소는 하위 집합을 포괄하는 집합에도 포함되는 원소이다. 셈에 대한 셈을 하는 이유는, 묶어지지 않은 불안정한 것을 드러내고 세고 몰아내기 위함이다. 보다 안정적인 다수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인 것.
-집합과 집합 간의 관계

 
* 사건적 장소
-상황 안에 놓인 하나의 다수가 있되 만약 그 다수가 전체적으로 특이하다면, 즉 다수 자체는 [상황 안에서] 현시되고 있지만 다수 자신의 원소들 중 그 어느 원소도 [상황 안에서] 현시되고 있지 않다면, 이 다수는 하나의 사건적 장소임. 따라서 사건적 장소는 [상황에] 귀속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포함은 되지 않으며, 또 그는 [상황의] 원소이지만 결코 상황의 부분 [부분집합]은 아님. 이리하여 그는 전체적으로 비정규적임.
-한편 이러한 다수는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있다고 말해지거나 또는 세우는 자로 불림.

해설 :
-국가라는 집합 안에 불법 체류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의 행정적인 부분으로 보면 잡히지 않는다. 교사들은 진선여고 촛불 고딩들이 시청에 있는지 없는지 살피러 갔는데 시청 광장에서 본 그들은 진선여고라는 지식 체계, 언어 체계로는 그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이 읽히지 않는다. 박정태 샘과 가족들은 주민등록이 말소되었지만 한국에 있을 수 있다.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개념적으로 읽히지 않는 것들, 특이한 것들인 셈.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 있다"라고 말함.


* 특이한, 특이성
-하나의 항이 특이하다는 것은 그 항이 (상황 안에서) 현시되고 있지만 (상황의 상태에 의거하여서는 [상황 안에서]) 재현되지 않는 것을 말함. 따라서 특이한 항은 상황에 귀속은 하지만 상황에 포함되지는 않으며, 하나의 원소이지만 부분은 아님.
-특이성은 돌출과 정규성에 대립함.
-특이성은 역사적 존재, 특히 사건적 장소의 본질적인 속성임.


해설 :
-박지성, 이영표, 펠레, 마라도나, 지단 등 축구 선수들의 집합이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둘이 뭉쳐 다녔다. 두 사람이 원소인 부분 집합이 형성된다. 이 상황에서 읽히고, 또 묶였다. 묶인 집합을 베타라고 하면 이는 전체 집합 알파에 포함된다. 베타를 집합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항으로 보면, 그것은 '한국인'이라는 항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인'이라는 항은 '축구 선수'라는 집합 알파, 항 알파에 속하지 않는다. 집합으로 보면 묶이는데 항으로 보면 묶이지 않는, 읽히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돌출' 이라고 한다.
-애써 묶었는데 그 안에서 일부를 묶었더니 이상하게 묶인 집합을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즉, 일자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묶고 묶으려 해도 묶이지 않는 것이 나타난다. 일자는 인위적인 것이다.
-특이성은 역사적 존재, 정규성은 자연적 존재이다.

=> 정규적이다, 특이하다, 돌출적이다 라는 세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정규성으로 잡혀 있는 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 초과점의 정리
-모든 집합 알파에게 있어서는 집합-p(a) 즉, 집합 a의 부분[부분집합]들로 이루어진 집합-의 원소이지만 집합 a의 원소는 아닌 집합이 최소한 하나는 꼭 존재한다. 따라서 외연성의 공리에 비추어 볼 때, 집합 a와 집합 p(a)는 서로 다른 집합임.
-집합 a 위에 가해지는 집합 p(a)의 이러한 초과는 일종의 국지적인 차이인 바, 코헨-이스턴으 ㅣ정리는 이러한 [국지적인] 초과에 그 어떤 전반적인 위상을 제공함.
-초과점의 정리는 언제나 최소한 하나 이상의 돌출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음. 따라서 상황의 상태는 상황과 결코 일치할 수가 없음.

해설 :
-마라도나, 펠레, 박지성, 이영표 등을 원소로 하는 본래의 집합 알파의 원소들을 가지고 부분 집합을 만들어 이것을 p(a)라고 부르자. 박지성과 이영표의 묶음은 베타에 속하는데 이 베타는 알파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묶음은 p(a)에는 속한다. 알파(a)<p(a)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 둘은 각각 다른 집합이다.
-상태 p(a)가 상황 a를 초과한다는 것. 언제나 하나 이상의 최소한의 돌출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상황의 상태가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공백의 가장자리
-상황 안에 있는 사건적 장소의 위치상의 특징. [사건적 장소 자체는 상황 안에 현시되어 있지만] 사건적 장소와 그 어떤 원소들도 [상황 안에] 현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ㅏㅅㅇ황 안에서 보자면 사건적 장소 "아래에는" 오로지 공백만이 있게 될 뿐임. 달리 말하자면, 이러한 다수의 분산 배치는 이다수가 상황 안에서 무엇을 의미하든 간에 결코 상황 안에 있지 않음. 이러한 다수 중의 하나가 상황 안에서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 있다고 말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임.
-기술적으로 표현하자면, '베타가 알파에 귀속됨'의 경우, 만약 모든 '감마가 베타에 귀속됨'(말하자면, 감사는 베타의 모든 원소를 말함)에 대하여 ''감마가 알파에 귀속됨'이 아닌' 경우라면, 즉 감마가 알파의 원소가 아니라면, 베타는 [알파 안에서]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 있다고 말해짐. 아울러 이 경우 베타는 알파를 세운다고 말할 수 있음. (이 점에 대해서는 세움의 공리를 참조할 것)

해설 :
-진선여고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있긴 있는데 진선여고라는 코드로는 읽히지 않는다. 이를 두고 '공백의 가장자리에 있다' 라고 말한다.  


* 세움의 공리
-비어 있지 않은 모든 집합은, 그 집합 자신과의 교차[교집합]가 공백이 되는 원소를, 따라서 본래의 집합의 원소들이 아닌 원소들을 자기의 원소들로 지니는 그런 [집합으로서의] 원소를 최소한 하나는 소유하고 있음. 기호로 표현하자면, '베타가 알파에 귀속됨'이지만 '베타와 알파의 교집합이 공집합인 베타', 따라서 '감마가 베타에 귀속됨'일 때 ''감마가 알파에 귀속됨'이 아님'이 분명한 베타가 [알파 안에 최소한 하나 이상] 존재함. [상황의 개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상황에 귀속은 하지만 상황에 포함되지는 않는, 또는 상황의 원소이지만 부분은 아닌 특이한 항이 최소한 하나 이상 상황 안에 존재함]. 이 경우 베타는 알파를 [알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코 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우고 있다고, 또는 베타는 알파 안에서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 있다고 말하여짐.
-[모든 집합 알파는 '베타와 알파의 교집합이 공집합인 베타'를 최소한 하나 이상 자기의 원소로 지니며 이때 베타는 알파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저히 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알파를 세워 나간다는 점에서] 이 공리는 [모든 집합의] 자기-귀속의 금지를 함축함. 그리고 [베타가 지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알파를 세워 나감은 곧 사건의 지정할 수 없는 발생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이 공리는 결국 존재론은 사건에 대하여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줌.

해설 :  
-모든 집합에는 사건적 장소가 있다. 파리 시민은 베타 정규적 항. 그런데 이 정규적 항이 읽히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존 집합 프랑스 국민 알파에서는 읽히지 않는다. 알파와 베타의 교집합이 없다. 즉 공집합인 것. 이러한 베타가 사건적 장소에 하나 이상이 있다. 이를 두고 베타는 알파를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또는 베타는 알파 안에서 공백의 가장자리에 접해 있다고 말한다. 
-"세움의 공리는 모든 집합의 자기 귀속의 금지를 함축함." : 알파는 알파 자신에게 속할 수 없다. 칸토어의 자기 귀속의 금지 원칙. (러셀이 이를 위배하는 경우를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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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에게 인문 강의를 권함 : 르네21 들뢰즈의 철학과 바디우의 철학
    from 자유, 그리고 자유 2011-10-11 12:26 
    수요일마다 르네21(http://www.renai21.net)에서 듣는 '들뢰즈와 바디우의 철학' 강의. 다섯 번째쯤 되는 것 같다. 바쁜 일로 두 번을 빠졌고, 세 번 중 두 번은 들뢰즈, 그리고 최근에 들은 강의가 바디우다. 들뢰즈 강의를 두 번 빠지긴 했지만 들뢰즈의 핵심 개념은 알았고, 들뢰즈보다 더 수학적 개념을 차용하여 어렵게 언어를 구사한다는 바디우에 입문한다. 들뢰즈나 바디우나 이름만 들어본 건 마찬가지. 들뢰즈와 바디우 강의를 들으면서,
 
 
jollyman 2012-04-0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초과점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군요. 이렇게 바디우 존재와 사건의 내용을 보다니 반가운걸요. 이게 박정태 선생님의 강의록이라면... 어쩌면 선생님이 번역하신 <들뢰즈: 존재의 함성>이라는 책에 붙어있는 어펜딕스에도 나올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서평질을 하다가 그 내용이 필요한 경우가 생겨서 구글 검색을 하니 아프락사스님의 블로그가 바로 뜨더군요. 문제는 이걸 거기다 어떻게 알아먹기 쉽게 넣느냐는 건데...ㅎㅎㅎ 답이 안나오는군요. 바디우가 그걸 증명해 놓은 걸 그대로 정리해서 쓰는 것도 그렇고...(증명된 걸 보고 있으면 꼭 사기를 당한 느낌이 나거든요.ㅎ) 아 참... 그리고 강의록 정리하신 글 처음에 언급하신 책은 <존재와 사건>이라는 책이구요, 그 판권을 15년이 넘는 기간동안이나 보유하고도 아직까지 책 번역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출판사 이름은 새물결이라는 출판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