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기 - 흥미진진 철학 여행
매슈 모리슨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08년 7월
절판


철학적 논쟁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우선 갖추어야 할 자세는 신중함이다. 선의의 논쟁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악의의 논쟁은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으로 가득 차 있다.
나쁜 의도가 있는 논쟁은 이상하고 거짓인 것을 믿게 하려고 사용된다. 재치 있는 논쟁은 누군가를 속이기는 쉽고 겉으로 보기에는 타당하게 보일지 몰라도 내면에는 수상한 점이 많다. -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밑줄 긋는 남자 (보급판 문고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5월
품절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 나는 젊은 여자이고, 몽상적인 데가 있으며, 갈색 머리이고, 혼잣몸이에요. 산다는 것이 내겐 아주 두려워요. 나는 이렇게 사는 삶의 끝이 어디인지, 이 모든 습관과 몸짓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잘 모르고 있고, 아직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는 단계에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존재해요. 이 종이 위에 묻은 이 잉크가 꿈은 아닐 테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혼잣몸으로 자족하며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말하자면 불완전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나를 채우고 완전하게 하기 위해, 진정으로 살기 위해, 나는 다른 사람을 원해요. 내가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을 할 줄 아는 어떤 사람, 그리고 흔히 하는 말로 나를 사랑해 줄 어떤 사람이 내겐 필요해요. -131-132쪽

나는, 우리가 뭔가를 착각한 게 틀림없으며, 두 개의 고독을 합친다고 해서 하나의 행복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160쪽

사내란 모름지기 처음엔 차갑고 신비스럽게 보여야 미더운 느낌을 주는 법이다. 처음부터 꿀 같고 캐러멜 같아서는 안 된다. -162쪽

사랑에는 살을 섞는 일이 필요하다. 그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0분의 상영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한 여인의 삶을 거슬러 추적한다는 점에서 씨네큐브에서 현재 상영 중인 다른 영화 <사라의 열쇠>와 구조가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인상적이고, 아프다.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보는 내내 제발 실화가 아니길 바랐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포털에서 검색해본 결과 다행히 실화는 아닌 듯. 결코 예상할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에,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가슴 먹먹해지고 아프다. 미리 검색하지 말고 그냥 가서 관람하시길.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세계 곳곳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겪어낸 이들이 많기에 각 개인의 인생에 하나씩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독일과 폴란드가 아닌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점이 기존에 나온 영화들과 조금 다르다. <그을린 사랑>과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 다른 것이 있다면, <사라의 열쇠>는 <그을린 사랑>과 달리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 실화에는 별도의 스토리가 필요치 않다. 탄탄한 스토리는 애써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데서 나온다.  

  보기 전 누군가 내게 건넨 감상평 때문일까. 이 영화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일단 국내 애니메이션치고 이렇게 흥행가도를 달린 작품은 없었다고 했기에 그만큼 또 기대를 했고-사실 배급사가 상영관을 많이 잡은 것도 원인일 것-,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물론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애니에 담긴 어머니의 희생 정신,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정신은 불편하다. '모성 신화'에 관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도.  

 
  <혹성 탈출-진화의 시작>. 오래 전에 나온 혹성 탈출 시리즈보다 시간 순서상 앞선 상황을 그린다. 침팬지가 왜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는 스토리. 시작부터 끝까지 예상 가능한 줄거리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뻔한 스토리지만 영상으로 잘 구성했으며, 침팬지의 탈출 장면과 공격 장면은 다른 할리우드 액션 영화 못지 않다. 동물 실험, 동물 보호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김하늘의 연기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 영화.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시각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장면들이 괜찮았고, 공감이 잘 되었다. 사고로 꿈을 잃었지만 그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는 주인공과 그로 인해 일이 틀어져버린 한 남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구성되었다. 영화 속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 다소 인위적이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이 전혀 어색하지는 않다.  그런대로 개연성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고, 영화의 끝까지 잘 유지했다.  

  이런 액션이 가능하구나 싶은 영화. 역사 속 한 장면을 다룬 국내 영화는 꽤 있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사>.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봐줄만 했고,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겠다 싶은 영화다. <무사>의 액션은 긴박감도 웅장함도 별로 안겨주지 못했지만, <최종병기 활>은 '활'을 이용한 저격 액션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카메라의 구도나 지형지물을 이용한 격전 등 모자랄 것 없었다. 지금까지 본 한국 액션 장면 중 가장 신선했고, 완벽했다. 사라진 청나라의 고유 언어를 부활시킨 것도 자료 조사,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

  브라질의 쌈바 리듬과 화려한 색채로 귀와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애니. 앵무새가 주인공이고, 그 앵무새의 순탄치 않은 생을 그렸다. 여느 애니와 마찬가지로 악당이 있고, 삶의 굴곡이 있고, 사랑이 있고, 두 번 이상의 어려움이 있다. 또, 여느 애니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은 예견되어 있다. 대개의 애니가 이러한 흐름과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소재로 어떤 스토리를 짜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 등장하는 여러 새나 원숭이 등 남미 동물들을 이용해 역할 분담을 잘 하였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것도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밀렵과 동물 보호를 다루고 있달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면 적당히 만족할 만한 영화. 같은 소재를 활용한 한국 영화가 몇몇 있는데, 그 영화들과 특별히 다를 바는 없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르는 영화다. 전체적인 인물 설정이나 배경, 전투 장면들이 닮았고, 스토리는 그보다 좀 부족하다. 6.25 전쟁에서 치열했던 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잡았다.  

 

  자신이 지난 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한 남자.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 남자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과 엮이며 사건이 벌어지고, 진실은 그 어디엔가 있다. 관객은 그 진실을, 이 남자와 함께 추적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상영관은 몇 안 될 것. 
  
  

 폭력과 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아버지와 아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에서 그들이 대응하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둘 사이에서 복수와 용서, 분노를 생각한다. 우리가 관용해야 할 대상과 행동은 어디까지이며, 폭력에 대해 비폭력 무저항을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약자는 인내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은 영화를 재료로 삼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11-08-24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상당히 유사하게 보셨군요.지방이라 다양한 영화를 못본 것이 좀 아쉽습니다만 어쨌든 비슷해요. 혹성탈출은 기대만 못했고(ㅎㅎ 파랑이는 좋아했습니다만) 고지전은 전혀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괜찮게 봤습니다. 목요일에 4개가 한꺼번에 개봉되는데 2개 끊었습니다. 시간 안배하는 것이 너무 힘드네요. 하필 조조도 못보는 시점인지라..
세얼간이는 생각보다 유쾌했구요. 로맨틱크라운은 딱 그정도. 기회되시면 숨도 한번 보셔요.

마늘빵 2011-08-24 08:53   좋아요 0 | URL
최근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죠. ^^ 파랑이는 스머프인가요? 이것도 보고 싶은데. 부지런히 찾아봐야겠습니다.

반딧불,, 2011-08-24 09:20   좋아요 0 | URL
하하.파랑이는 제 아이라죠^^(레오레오니의 파랑이와 노랑이에서 땄습니다)
스머프는 지나친 기대는 안하시고 그냥 어릴적 기억을 즐긴다 정도?

다락방 2011-08-2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도 봤구나, 그을린 사랑과 사라의 열쇠를. 이 리스트중에 [인 어 베러 월드]가 없어서 아쉬워요. 아프님이 봐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마늘빵 2011-08-24 09:25   좋아요 0 | URL
응응, 나 인 어 베러 월드 봤어요. 이걸 내가 빼먹었네. 정리하면서. 이것두 완전 좋아요.

다락방 2011-08-24 11:00   좋아요 0 | URL
'우리가 관용해야 할 대상과 행동은 어디까지이며, 폭력에 대해 비폭력 무저항을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약자는 인내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


나도요. 나도 이런걸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어요. 아프도 그랬구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혹은 책)를 좋아하는건 참 기분 좋은 일인것 같아요. 히히.
 
자기만의 철학 창비청소년문고 2
탁석산 지음 / 창비 / 2011년 8월
장바구니담기


종교에서 의미는 신으로부터 부여되지만 철학에서 의미는 개인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입니다.-17쪽

철학은 바로 이 자유와 존엄성을 위해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생각에 의해서만 자유와 존엄성을 찾을 수 있고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생각을 합니다. 그것도 고도의 추상적 작업을 하지요. 자유나 존엄성은 이런 고도의 추상적 작업의 결과입니다. 단순히 먹을거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자유로워지거나 존엄해지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존엄성도 자신이 스스로 존엄해짐으로써 지켜 내는 것이지요. 세상 그 누구도 우리 내면의 생각을 빼앗거나 지울 수는 없을 겁니다. -18쪽

남이 강요한 대로 따르거나 비판 없이 받아들인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면 자기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체계가 더해지고 치열함이 더해지면 자신의 ‘철학’이 됩니다. -19-20쪽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려 하지만 철학은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64쪽

나는 특별히 나 자신이 신의 보물을 맡고 있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또한 나는 자신이 천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게시가 이끄는 대로 걷고 행할 뿐이다. (무함마드)-94쪽

믿음은 수용되면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에 반해 철학은 서서히 형성되며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도 않지만 일단 자신의 생각이 되면 역시 삶에 전면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철학의 힘이 여기 있습니다. 생각의 힘을 믿고 자신의 생각을 갖추는 것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가는 길입니다. -97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08-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는 자에겐 모든 게 희극인데, 느끼는 자에겐 모든 게 비극이지요.
 
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의 주된 메세지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사법 시험에 합격했으며, 검사로 임용된 그는, 검사에서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기 전까지 수많은 사건을 접했고,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을 만났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싶었는데 아닌 경우도 있고,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대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은 경우도 있었다. 결론이 확실하다면 그나마 나은데 뭐가 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건들도 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진실은 그 어느 지점엔가 존재하고, 우리는 양쪽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  책에는 많은 사건들이 글의 재료로 쓰였고, 중간중간 읽으면서 평소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가령, 아동 성폭행 범죄 사건이 터지면 일부 네티즌들이 '화학적 거세'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데, 사실 이렇게 실시한다고 해도 그의 성기를 이용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뿐이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손이나 눈, 입으로도 충분히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다. 범죄는 '성기의 꼴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범행 대상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시작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화학적 거세가 아니라 인위적 시각 장애를 주장해야 하는 걸까? 성기를 제거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학생 인권에 관한 부분도 나오는데 1974년 4월 3일 시행 대통령 긴급조치 4호 5항에 따르면,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 감독하의 정당한 수업, 연구 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 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야 한다. 그 시절의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고려대학교 교내에서 시위하면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는 법조문도 있었다고.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알까? 이 책이 아니면 계속 모르고 지나갔을 것.  

  이슈거리를 두고 다른 근거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는 것,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것은 이 책에서 내가 얻은 부분이다. 그러나 딜레마적 상황을 던져주고,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의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두루두루 누구나 답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했지만, (나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그 문제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약해 고민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썼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가 되었던 것이다. 

*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생각했지만, 이 근거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일단 놀랐고, 또 나와 입장이 다른 그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내내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인데, 진보적 여성 운동가들-그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중 일부는 성기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과 손이나 팔, 다리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성매매를 옹호하기도 한다. 듣고보면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이건 뭔가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 두 행위의 차이로 생각해 본 것이 일종의 '인격권'이라는 것.

  말하자면 이는, 성기는 신체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노동한다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데, 금태섭 변호사 또한 이 책 중간에 성매매 여성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정말 돈을 내고 자신을 고르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행위에 '자발적인' 경우와 '비자발적인' 경우가 구별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성매매는 범죄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이 글에서 금태섭 변호사가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일종의 인격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그와 나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깔끔하게 내리기는 어렵다.

* 이 책에 대해 어느 독자는 고등학생이 논술 답안으로 작성한 수준의 글이라고 평했지만, 글을 쉽게 썼다고, 글이 쉽게 읽힌다고, 내용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금태섭 변호사의 검사 시절부터 변호사인 지금까지 경험한 직간접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법률 에세이라고 봐야 하고, 이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그의 경험을 빌려 생각을 넓힐 수 있다는 것. 독자는 그의 책을 재료로 삼아 '만일 나라면'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8-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폭행을 살인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사카 고타로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성추행에는 명분이 없다고. 저도 그것에 동의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그 순간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살게 하기 때문에 죽는것보다 못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물리적 거세를 원했었어요. 화학적 거세도 다 필요없다, 물리적 거세만이 살길이다. 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거죠, 그쪽에 대해서는. 그런데 아프락스사스님의 이 리뷰를 읽으면서 결국 그것도 궁극적인 해결은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비로소 말이죠. 그러네요, 반드시 성기가 아니어도 성추행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맙소사. 끔직하네요.

성매매에 대해서도 최근에 좀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이 책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늘빵 2011-08-23 10:1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성매매에 관련된 부분은 아주 조금이에요. ^^ 각 주제를 조금씩만 할애해서 쓰고 있는데 생각해볼 부분은 많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