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사이 -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동물들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프리데리케 랑게 지음, 박병화 옮김 / 현암사 / 2011년 6월
절판


최근의 연구 결과로 볼 때 인간의 문화적 성취는 생물학적 발달과 동시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의 사고는 논증과 판단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이는 언어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사물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적 활동에 필요한 유연성과 협동성, 그리고 경쟁 전략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10쪽

통찰은 동물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동안 이 문제를 '생각'해보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갑자기 발견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통찰 학습은 이전에 축적한 경험을 새롭게 짜 맞춰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해결 방법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말한다. -50-51쪽

동물은 당장의 이익은 없지만 미래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때 상대와 협동을 한다. 이때 적용되는 원칙은 '내가 너를 도우면 너도 나를 도울 것이다'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협동하는 동물은 비교적 긴 시간이 지난 뒤에 서로 이익을 얻게 되며 이런 식으로 보다 나은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누리게 된다. 이를 통해 적절한 협동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11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 물신 숭배의 허구와 대안 - 카이에 소바주 3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8월
장바구니담기


욕망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 내면에서 발생하는데, 인간의 마음은 심오하고 어두운 생명의 움직임과 논리적인 기능을 갖춘 ‘말’이 서로 만나는 장소의 역할에 합니다. 욕망은 그런 마음의 작용 중에서도 생명의 움직임에 가장 밀접해 있는 깊은 층에서 활동하는 것이어서, 그것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17-18쪽

교환은 이 증여라는 기초 위에 입각해서 증여를 부정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다시 만들거나 함으로 해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교환의 발생은 증여의 뒤를 이어, 증여를 토대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교환에서는 증여에 비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움직이는 ‘물’의 이동 속도가 빠릅니다. 그리고 증여에서는 불확정성을 내포한 채 진행되던 것이, 교환에서는 계산하거나 비교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확정적으로 행해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조만간 ‘화폐’라는 것이 탄생하게 되겠지요. -37쪽

교환의 특징
(1) 상품은 ‘물’이다. 따라서 상품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나 전에 소유했던 사람의 인격이나 감정 같은 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2) 거의 동일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물’들 사이에 교환이 이루어진다. 상품의 판매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건네준 ‘물’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산 사람으로부터 상당한 가치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걸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3) ‘물’의 가치는 확정적이 되려는 경향이 있다. 그 가치는 계산 가능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어야만 한다. -40쪽

동일한 가치를 지닌 ‘물’로 답례를 하는 것은 ‘물’에 내재하는 교환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기 때문에, 증여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비록 받은 ‘물’의 가격을 알고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일부러 그것과 동일한 가격의 ‘물’은 제외하고, 그보다 다소 비싼 ‘물’을 답례로 보내거나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싼 답례는 오히려 실례가 됩니다. 가능한 한 양자 사이에 대칭적인 관계가 유지되도록, 하지만 전체로서 보면 양자 사이를 유통하고 있는 가치가 증대해가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도가 지나치는 것은 경계하면서 증여의 행위를 통해 뭔가가 증식해간다는 감각을 공유하고자 했던 셈이지요. -42쪽

증여의 특징
(1) 선물은 ‘물’이 아니다. ‘물’을 매개로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인격적인 뭔가가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2) 마치 상호 신뢰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듯이, 답례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져야만 한다.
(3) ‘물’을 매개로 해서 불확정적이고 결정 불가능한 가치가 움직인다. 거기에 교환가치랄는 사고가 끼어드는 것을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비로소 증여가 가능해진다.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것(예를 들면 신이나 부처한테서 받은 것, 좀처럼 갈 수 없는 외국에서 가져온 선물 같은 것), 너무 독특해서 다른 것과의 비교가 불가능한 것(자신의 어머니가 끼던 반지를 애인에게 선물하는 경우) 등이 선물로서는 최고의 장르에 속한다. -43쪽

순수증여의 특징
(1) 순수증여는 증여의 순환이 일어나는 둥근 고리 밖으로 뛰쳐나간 곳에 나타난다. 그것은 선물을 받으면 그에 대한 답례가 이루어지는 ‘물’의 순환 시스템을 파괴해버린다.
(2) 증여에서는 물질성을 가진 ‘물’을 받는다. 그러나 순수증여는 ‘물’을 받기를 부정한다. ‘물’의 물질성이나 개체성은 전달받은 그 순간에 파괴되기를 바라게 된다.
(3) 증여에서는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제까지고 잊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증여에서는 의무적으로 답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순수증여에서는 보냈다는 사실도 받았다는 사실도 일체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누가 선물을 했는지조차 생각할 수 없게 하는 순수한 증여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행한 증여에 대해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4) 순수증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 힘은 물질화되지 않으며 현상화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모습을 감춘 채로 인간에게 뭔가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68쪽

실제로 동일한 유동체라 하더라도 증여 중심 사회의 사람들이 인식한 영혼과, 화폐의 토대가 되는 금속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순수증여를 하는 힘, 혹은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 힘은 사회나 지의 ‘밖’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력이 가져다준 선물을 ‘물’로서 사회 안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는 있어도, 부나 풍요로움의 원천이 사회나 지의 내부로 들어오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것은 언제까지나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런데 화폐의 형태로 변형된 부는 부를 낳는 원천을 그대로 고스란히 사회 내부로 가지고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부의 원천은 자연이나 신의 소유로서 사회의 ‘밖’에 있었는데, 화폐는 그것을 사회 내부로 들여와서 모든 것을 ‘인간화’해버리는 능력을 가집니다.
-116-11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장바구니담기


"나도 아버지가 부자면 옥탑방이 아니라 지하도에서도 살 수 있어요. 사고 쳐도 다 해결해주는 아버지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선생님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예요! 하도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시집온 어머니 있어 봤어요? 쪽팔려 죽겠는데 안 가져가면 배고프니까, 할 수 없이 수급품 받아가 본 적 있어요?"
-135쪽

"선생님은 그냥 가난을 체험해보고 싶은 것뿐이에요. 든든하게 돌아갈 곳을 저기에 두고, 가난 체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갈 곳 없는 가난을 선생님이 알아요?"
-135쪽

얼마나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식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 똑같이 가난한 사람이면서 아버지 나라가 그분 나라보다 조금 더 잘산다는 이유로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한국인으로 귀화했는데도 다른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는 그분이, 내가 버렸는지 먹었는지 모를 음식만 해놓고 가는 그분이, 개천 길을 내려간다. 몸이 움직인다. 내 몸이 미쳐서 움직인다. 저 꽃분홍색 술이 달린 낡은 단화 때문이다. 가는 내려가는 그분에게 달려갔다.
-148-149쪽

나는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게 아니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비장애인 아버지는 미리 말하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인 아버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숨긴 자식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근본까지 들먹인다. 근본은 나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가 지켜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근본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좀 있어 보이게 비웃을 수 있으니까.
-196-19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장바구니담기


고기는 각 군주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의 적절한 지위와 신분을 명확히 구분해 주는 정치적, 사회적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주빈석은 언제나 가장 윗사람에게 제공되었으며, 그 옆으로 지위를 따라 차례차례 자리가 정해졌다. 최고 부위의 고기는 가장 윗사람의 몫이었고, 질이 좀 떨어지는 부위는 아랫사람들 차지였다. 예컨대 사슴 고기가 나왔을 때 꼬리나 내장은 늘 가장 아랫사람에게 제공되었다. 흔히 사용하는 ‘굴욕을 참다’라는 표현도 실은 ‘사슴 내장을 먹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67쪽

음식은 특별히 적합한 ‘중개자’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면 우리 자신(문화)과 음식(자연)에 직접적인 동일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앤 머콧)
-280-281쪽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화가 생물들을 수용하는 방식, 문화가 섭취하는 생물들의 유형, 생물들이 준비되고 주문되는 방식은 고도로 조직화된 의사소통의 형태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화 전반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가치, 믿음, 시행 원칙들을 전달한다.
-281쪽

한쪽은 태워지고 다른 쪽은 날것인 구운 고기, 혹은 바깥쪽은 석쇠로 구워지고 안쪽은 붉은 빛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운 고기는 날 것과 요리된 것, 자연과 문화의 두 가지 의미를 나타낸다. (레비스트로스)
-284쪽

스테이크의 명성은 …… 설익힌 것에서 나온다. 고기 속으로 비치는 붉은 피는 자연 그대로인 듯하고, 오밀조밀하며 동시에 촘촘하고 매끄럽게 잘릴 것처럼 보인다. 입 안에서 감지되는 이런 풍부한 맛은 고대 신들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스테이크 원래의 원기와 특성이 인간의 혈액 속으로 녹아드는 듯한 미묘한 느낌도 맛볼 수 있다. 이런 붉은 피야말로 스테이크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레비스트로스)
-296쪽

도처에 존재하는 햄버거는 현대적인 육류의 마지막 해체를 보여준다. 소는 구별이 되지 않는 물질로 해체되고 고도로 기계화된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된다. 황소는 베이컨이 최초로 자연을 해체하고 변형시켰던 것과 동일한 방식에 의해 ‘타고난 속성을 잃어버리고 강제적으로 다른 형태를 갖게 되었다.’ 소는 사지가 절단되고, 내장이 제거되고, 다시 개조되고, 평평하게 다져진다. 그리고는 급속 냉동되고, 운송되고, 차곡차곡 쌓이고, 석쇠에 구워지고, 최소한의 불편함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가지런하게 포장 가능한 크기로 다듬어진다. 소를 사육하고 비육하고 도살하고 포장하는 과정은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이고 편리하다. 또한 이런 전체 과정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계화되어 있다.

-338-339쪽

개인의 범죄에는 여전히 도덕적 분노가 뒤따른다. 사회의 구성원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을 범하거나 타인의 재산이나 자유를 침해하면, 보편적으로 그 사람과 그의 행동은 비난을 받는다. 이런 악은 심판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지고 직접적인 제재를 받는다. 현대 세계는 개인의 악을 타인의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입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욱 위험한 새로운 형태의 악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것은 기술적 전제와 제도적 필요성, 시장의 목적에 의해 탄생했다. 만약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개인의 악에 대한 방비에만 급급해 한다면, 제도적으로 인정된 폭력에 대한 도덕적 반발과 정의로운 분노와 같은 윤리적 틀 속에 포함되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341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1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동물권리선언 - 우리가 동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
마크 베코프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절판


동물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물을 두 팔로 안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동물들 삶의 모든 것이 전적으로 그 사투 속에 던져져 있다. - <동물의 삶> J.M. 쿳시
-10쪽

동물원은 자연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물원이 외치한 곳의 문화에 따라 빛을 왜곡시키는 프리즘이다. 전시관 디자인과 운영비 집행 방식 모두 동물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즉, 동물을 사람에 의해 이용되는 객체로 여기느냐 아니면 그들 자체를 가치 있는 생명체로 보느냐와 같은, 문화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 <현대 동물원>, 빅키 크로크
-180쪽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 중립은 가해자를 도울 뿐, 결코 피해자를 돕지 않는다. 침묵은 고문하는 이들을 격려할 뿐, 고문 당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엘리 위셀(평화 운동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2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