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우주 - 세기의 책벌레들이 펼치는 책과 책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대화
움베르토 에코.장필리프 드 토낙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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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을 특정한 단어로 칭하기엔 너무나 활동 반경이 넓고 깊다. 그의 이름을 불러야 그가 가 간섭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을 포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움베르트 에코. 이미 수년 전에 <논문 잘 쓰는 방법>, <장미의 이름>으로 확 빨려들었지만, 이후에 접한 다른 작품들에서는 전과 같이 지적 자극을 받거나 작품을 보고 놀라진 않았다. <장미의 이름>의 경우, 그 책을 해설하여 각주를 단 책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기엔 마냥 편히 읽을 수는 없는. 이후의 저작들에선 그런 강렬함이 없었다. 

  꾸준히 에코의 저작을 담당하여 출간하고 있는 열린책들에서 이번에 <책의 우주>가 나왔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꽤 많이 팔리고 있다. 책이 팔린다면 그건 순전히 이 책의 내용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에코 때문일 것. 움베르트 에코와 함께 대담을 나눈 이는, 국내에선 잘 모르겠지만, 그의 이력을 봤을 때 프랑스에선 꽤 인지도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장클로드 카리에르. 프랑스 출생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그리고 둘의 만남을 주선하여 사회를 본 에세이스트이자 저널리스트 장필리프 드 토낙.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이 책의 내용을 구성했다.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를 넣었으니 이 책이 과거와 지금, 미래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히는 '책'이라 지칭되지만 다른 물적 형태를 띤 것들에 대해서 말한다. 에코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위협하는 지금, 만일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음악의 저장고 예를 드는데, 예전에 테잎에 음악을 담아 들었다가 테잎이 늘어지고, 찢어지는 등 훼손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후에 씨디가 나와서 마치 늘어지는 등 훼손됨 없이 음악을 처음 담았던 그대로 들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은 씨디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 즈음에 이르렀다는 것.  

  '책의 우주'라는 제목은 무척 추상적이다.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종이책과 전자책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이 책은 너무 두껍고, 그 외에 다른 이야기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잡스러운 수다가 많이 들어가 있다. 한 장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파고들기보다는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주제와 범위를 정하지 않고 대담자 마음대로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읽고나도 뭘 읽었는지 알 수 없게 한다. 흐릿하다. 에코의 기존 저작들 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과 같은 수다집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내게 그의 수다 스타일은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다 읽었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덧)

  이 책의 중간을 넘어섰을 즈음에 나오는 카리에르의 말이다. "(아스완 댐 건설 위원회에) 철학자도, 이집트학 전문가도 없었던 것입니다. 미셀 세르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기자는 세르가 놀라는 걸 보고 오히려 놀라는 거예요. 그는 물었습니다. "이런 위원회에 철학자가 무슨 필요가 있나요? 미셀 세르는 이렇게 대답했죠. "여기에 이집트학 전문가가 빠졌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겠소?" 

  몇 년 전 철학자 탁석산에게서 들은 것 같다. 그도 비슷한 지적을 했었는데 철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무언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항상 철학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철학자는 해당 자리에서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그만의 역할이 있다는 것. 세르의 마지막 되물음에서 철학자의 역할이 별거 아니네,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세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세르는 '철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 단 이때의 '철학자'는 단순히 철학을 전공하고 공부한 '철학 전공자' 또는 '철학 교수'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의 '철학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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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11-05-2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부분의 마지막 세 문장이 와닿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아프님:)
언젠가 신문에서도 읽은 적 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관해서.
한 번 사서 읽을까 했지만, 수다집이라니 약간 망설여지네요.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다는-_-;

마늘빵 2011-05-20 22:30   좋아요 0 | URL
문님 오랫만이에요. ^^ 워낙 요새 전자책의 등장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이 쏠리다보니 저도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서 사봤는데 그에 관한 부분은 별로 없었어요. 에코는 수다만으로도 많이 팔리죠.

마녀고양이 2011-05-2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어떤 서재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받은 인상이 맞았군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읽다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저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고 구매하지(읽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거든요.. 홍홍.

마늘빵 2011-05-20 22:31   좋아요 0 | URL
^^ 스타일의 문제인거 같아요. 이런 대담이 맞으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제게는 아니었습니다.

2011-05-2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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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여진이 '반값 등록금'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반값 등록금. 이것은 2006년 선거 때 한나라당에서 이주호 의원이 먼저 내세운 정책이었다. 그러나, 진보적 주장을 해왔던 정당과 단체들이 '좋은 정책을 내놓았다'고 호응해주니 이 반응이 부담스러웠던 건지, 그들은 이 공약은 "등록금을 반으로 깎는 게 아니라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는 것"이란 해명을 내놓았다. 주장은 괜찮았는데 이를 실현할 방안이 없자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선심성 공약을 내세워 인기 좀 끌어보려다가 정작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어떻게 할 건데, 물으니 실은 그게 아니고, 말을 흐리면서 빠지는 수법이다. 

  돈이 없어 대학을 못 가는 시대. 전쟁 이후부터 7,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의 이야기다. 대학은 많고 학생수는 줄어들어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입시철이 되면 인 서울의 대학들과 지역 국립 대학들이 아니고서는 교수까지 몸소 학생들을 모시러 고등학교에 영업하러 오는 풍경이 벌어진다. 대학이 많은 탓이다. 누구나 대학 갈 수 있지만 여전히 대학에 가지 않는, 아니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 성적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라 돈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 왜 가고자 하는가? 한 때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니,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입시생이라면 누구나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가야 할 타당한 이유를 몰랐던 것이다. 굳이 가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주변에 떠밀려 입학하여 공부한 뒤에는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지금, 대학은 초등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듯 자연스럽게, 고등학생이 그곳에 진학해야 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지만 대학에 가야 할지를 묻는 학생이나 부모는 거의 없다. 대학은 이미 '국민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왜 그런가? 이 사회가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도, 일단 대학 졸업장을 필요로 한다. 마치, 기업에서 영어를 전혀 사용할 일이 없음에도 영어 성적과 영어 실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업무는 따로 정해져 있고, 소수지만, 기업의 꼴을 갖춘 회사들은 모두 영어 성적을 요구한다. 국민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갔으나 국가의 지원은 없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개인이 알아서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진 것 없는 다수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까마득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비싸면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른 상황들이 연출된다. 돈이 있는 집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만 해서 자신의 스펙을 쌓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 등록금 대비 얼마 안 되는 성적 장학금을 가져간다. 왜냐면 다른 걱정 안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 없는 집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할 때에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씩 하면서 돈을 벌어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일과 공부 두 가지 영역을 다 잡기는 힘들 것이다. 당연히 성적 장학금은 이들의 것이 아니다. 어쩌다 그들이 일과 장학금 둘 다 잡았다고 하더라도, 학점과 관계 없이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는 데까지 기울일 여력은 없다.  

  등록금이 비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지만, 정작 등록금을 내야 하는 다수의 학생들은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다. 등록금을 본인이 아닌 부모님이 내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체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사회 문제에 그다지 관심 있는 이들이 없어서일 수도, 집이 좀 살아서 그 정도 내는 데 크게 부담이 안 될 수도 있고, 문제는 느끼지만 등록금 투쟁하기 위해 싸우는 시간이 아까워서 차라리 그 시간에 내 스펙 쌓고 공부를 해서 장학금을 타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소수의 학생들 중에서도 자신이 직접 거리로 발벗고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불행히도 등록금을 내야 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가세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여러 근거를 들면서 고등록금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친다. 그렇게 받지 않으면 대학이 유지가 안 된다, 건물을 지어야 한다, 다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돈이다 등등 내세우지만, 이것은 대개 열어보면 근거가 아니라 핑계나 변명일 뿐이다. 캠퍼스를 짓겠다며 땅을 사놓고 놀리면서 땅값 올리기에 바쁜 재단도 있고, 등록금으로 주식놀이 하다가 날려먹은 재단도 있다. 이렇게 손실이라도 입게 되면 대학은 여태 모은 금액을 다시 맞추고자 등록금을 더 올려서 빈 구멍을 메우려 든다. 이는 회계 처리가 불분명하여 학교 법인의 재산이 아닌 설립자 개인의 재산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교과부와 정부는 이걸 알지만 모른 척 한다.    

  이 책에는 등록금과 관련한 대학 주체와 보수 정치인들의 주장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고등록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또는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하나씩하나씩 구체적이고 깔끔하게 반박해낸다. 더 이상 재반론이 있을 수 없도록. 대중들이 가장 혹하는 그들의 주장은, 등록금을 내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 이 책을 읽고난 뒤에는 교육의 질은 등록금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교육의 질은 등록금이 폭등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떨어졌다. 교수 1인당 학생수, 한 강의실에 200명씩이나 들어가 강사나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집중도 되지 않는 교양 수업들, 낡고 닳은 기자재 등 말도 못한다.

  반값 등록금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공부하고픈 이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험한 일을 하다 목숨을 잃고, 때로는 자살로 내몰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누구에게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반값 등록금이 어떻게, 왜 반값 등록금이 됐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단순히 교육을 받는 이의 입장에서 액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닌, 교육은 공공재이고 따라서 국가와 사회가 이를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의식, 나아가 내가 싼 값에 교육을 받으니 이런 여건을 마련해준 사회에 뭔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의식을 갖는 데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학생들은 그동안 대학을 공동체 삶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공간이 아닌 개인의 출세 수단으로 여겨왔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주지 않고 개인에게 맡기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등록금 문제가 무상교육으로써 해결된다면 학생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할 것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이들의 책임의식이 크게 고양되는 것이야말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소득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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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1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뉴스에서,
등록금 투쟁으로 여학생들이 삭발하는 것을 보니
같은 여자로서 짜안했습니다. ㅠ

당연히 사학재단 배불리는 등록금은 낮춰져야 합니다.
공부하고픈 사람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대학이라는 문제에 다다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모든 국민이 대학에 가는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이 맞을까
모든 국민이 특히 일류 대학을 가서, 그것으로 모자라 스펙을 만들려고 혈안이 된
이 나라가 제정신인 나라일까 하고 말입니다. 결국 교육도 교육이지만
일자리와 임금 격차의 문제로 되돌아 오게 되어버립니다, 저는.

좋은 리뷰입니다, 즐거운 날되세요, 아프님~

마늘빵 2011-05-18 17:47   좋아요 0 | URL
매년 그같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정작 등록금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러운 일들로 치부하겠죠. 모두 대학에 갈 필요도 없죠, 사실. 대학 수를 확 줄이고, 교수의 학생 1인당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면서, 입시단과학원 같이 수백명씩 한 강의실에 집어넣는 수업을 없애야 해요. 무상급식 실현했듯 이것도 실현하면 좋겠습니다.

saint236 2011-05-1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이 책 읽고 같은 생각을. 교육은 공공재인데 마치 사유재로 여기는 듯 합니다.

마늘빵 2011-05-18 17:47   좋아요 0 | URL
공공재 맞습니다. 설립자와 총장들은 자기 재산인줄 알아요. 그래서 정부가 통폐합하려고 하면 돈 달라고 하고.

루쉰P 2011-06-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달의 당선작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들어와서 읽고 갑니다. ^^ 리뷰의 논리의 정연함이 참으로 좋네요. 저도 등록금 문제에 대해 생각은 많이 하지만 그것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하다 보니 방관자와 같은 심정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치만 리뷰를 읽으며 결국은 언제가 나 역시 저 문제로 똑같은 고통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니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32살이라서 나중에 아이들을 키우면 분명 다시 만날 문제라고 여겨져서요. ^^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마늘빵 2011-06-11 23:46   좋아요 0 | URL
^^ 감사합니다. 다른 분 서재에서 자주 본 닉네임이에요. 반값 등록금 시위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 책도 같이 많이 팔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연회 때 공동 저자 중 한 분이 책이 별로 안 나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모르겠어요. 당장 내가 겪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앞으로 내가 겪을 일이 없는 문제라 해도 잘못된 것이라면 당연히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봐요. 굳이 내 일이 아니어도요. 반드시 쟁취했으면 합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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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록금을 옹호하는 주장과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타당한 반박을 충실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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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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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키워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책임은 바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국가나 기업체 등 우리 사회 전체에 있다. 왜? 각 전문 분야로 진출한 당사자들이야 대학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또는 사회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게 당연한 일이고, 이들을 수용하고 고용함으로써 국가나 기업 등 사회 전체가 얻는 혜택은 그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학교육비는 수혜를 입는 당사자, 즉 학생-국가-기업-사회 모두가 함께 부담해야 마땅하다. -27쪽

대학들은 실제 대학 운영에 필요한 돈이 엄청나게 많은데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조정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기본적으로 대학 수입을 충당할 책임이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있음을 전제하고 ‘흥정’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학 지출이 줄어드는 일은 거의 없다. 물가도 오르고, 대학 규모도 커지고, 이러저러한 투자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하는 과정을 보면, 구체적인 근거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인상률을 먼저 정해놓고 여기에 인상 요인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결국 대학들이 말하는 ‘올릴 만한’ 이유란 ‘어떻게든 올려야 하는’ 이유일 뿐이다. -122-123쪽

대학교육의 공익성을 높은 수준에서 합의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대학교육은 공공재에 가깝게 취급된다. 사회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가 대학교육의 가격 결정이나 양질 관리에 개입하는 폭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대학교육이 공공재에 가깝게 취급될수록 대학교육의 ‘공익성’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학교육이 국가의 책임 아래 이뤄질수록 그 결실을 자기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도 돌리고자 하는 개인의 책임의식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46쪽

기부금입학제는 세칭 ‘명문대’라 불리는 일부 대학을 위한 제도로서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 확충 방안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등록금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생각해보라. 기부금입학제로 재정 확충에서 득을 볼 대학들은 자기들 이름값으로 기부금 수입이 늘었다고 여길 테니 등록금을 낮출 리도 없다. 반면 기부금입학의 수요가 없는 대다수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통해 기부금입학 대학들과의 재정적 격차를 메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기부금입학제는 등록금 문제 해결과는 상관없는 제도다.-213쪽

가난한 학생들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할 시간’의 상당 부분을 ‘돈 버는 시간’에 할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안 형편이 좋아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생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상황이 이런 데도 대학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우수 학생을 많이 선발하기 위해서는 성적우수자 장학금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234쪽

학생들은 그동안 대학을 공동체 삶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공간이 아닌 개인의 출세 수단으로 여겨왔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주지 않고 개인에게 맡기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등록금 문제가 무상교육으로써 해결된다면 학생들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할 것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이들의 책임의식이 크게 고양되는 것이야말로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소득이지 않겠는가.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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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인생 - 평범한 삶이 아주 특별한 삶으로 바뀌는 7가지 이야기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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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보통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평범한 자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 

  루스벨트의 이 말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가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에서 그들의 삶을 규정짓는 잣대가 되는 것은 성적, 영어, 학벌, 학력. 사람들은 성적에 따라 학교에 진학하고, 과를 선택하고, 졸업 후 남들따라 취직을 하며 살아간다. 나쁘지 않은 평범한 삶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자기의 꿈을 꿈꿔보지도 못한 채 일상을 살다가 문득,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될 때를 마주한다. 청소년, 청년 시절에 해야 할 고민을 나이 지긋하게 든 후에 하게 되는 것.  

  저자가 운영하는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나이와 학력, 전공, 재산 유무 등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꿈을 불어넣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꿈을 실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있다. 몇몇 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그 과정에 따라 비용도 다르다. 생각보다 비용이 좀 많이든다 싶지만, 과정이 끝난 뒤 확실하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돈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1인 기업을 차렸고, 여러 강연을 다니다 약 6년 전 자신과 같이 꿈을 꾸는 이들을 불러 모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도 많이 변화했다. 저자와 십 년째 만난 한 1기 연구원에 따르면, 저자는 십 년전과 무척이나 달라졌다.

  이 책은 깨우침, 견딤, 넘어섬 세 가지의 큰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일곱 개의 작은 소주제에 담긴 위인들의 일화로부터 일곱 가지 가치를 뽑아낸다. 우연, 재능, 끈질김, 침묵, 고독, 스승, 나를 넘어섬을 이야기한다. 대담회에서 저자가 한 말은, 이 모든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길을 간 사람들은 위대하다. 우선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함에 이르려면, 자기의 재능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 이유를 찾고, 내 속에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것이 깨달음이고, 이 각성에서 위대함이 시작한다. 각성 이후에는 고되고 지루하고 어렵고 반복되고 더러운 견딤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한 십 년 정도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빈곤하고 존재감 없는 시기를 견뎌야 한다. 내가 선택한 삶에 달라붙어서, 자기보다 더 큰 것에 참여함으로써 위대함에 도달한다. 스승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이 고된 시간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가 스승이다. 준비가 되면 스승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의 이기심, 자기의 존재를 뛰어넘을 때 그 사람은 위대해진다." 

  자신의 삶에 한 번의 도약이 있으려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를 거부하고 나에게 다가온 우연을 필연으로 여길 때, 새로운 삶으로 첫 발을 뗄 수 있다. 새로운 삶은 나를 실현하는 삶이다. 타인을 모방하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삶, 자기를 실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야생의 재능이 나를 부를 때 응해야 한다. 그리고 달라붙어야 한다. 매일같이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된다. 회사의 1%인재가 되는 법,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내 연봉을 올리는 법, 주식과 경매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그것은 자기를 계발하고 실현시키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를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려놓을 수는 있겠지만, 공허하게 만들 것이다.  

  꿈은 "자신을 주도적 인물로 정립하기 위한 정신 작용이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축소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대로 사는 삶을 버리고 세상 속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제국 하나를 만들어내야겠다는 자기 선언"이다. 이 꿈이 곧 자기계발이고, 자기를 실현함이다. 무료하고 평범한 삶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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