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5기. 경제 강연 시리즈, 신용불량자가 넘쳐도 대출 광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 편. <대출 권하는 사회>의 저자 김순영 선생님께서 강연하셨다. 이 책은 후마니타스에서 나왔는데, 이 출판사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나오는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거나 고쳐 쓴 책들을 많이 낸다. 이 책도 김순영 선생님의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자격이 특정 계급에게로만 제한되어 있다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누구나 발급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이후 발생하는 또다른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IMF 구제 이후 경제 지표는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왜 2003년말의 신용불량자 숫자는 급증하였는가? 이 당시에 약 110만 명 정도가 증가하였다.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 불량자가 2003년 때부터 늘어난 것이다. 2003년부터 신용불량자 수는 약 230만~260만 명 가량이고, 신용카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약 110~120만 명 정도이다."  

  "현금 서비스 한도를 풀어서 한 달 천만 원까지 개인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게끔 제도가 변경되었고, 규제가 풀리자 개인들은 큰 금액을 대출받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현재와 미래 자금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책임도 물론 있다. 개인의 신용이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면서 신용카드 소지자가 많아졌고, 당시 현재 인터넷 가입 때처럼 현금을 쥐어줘가면서 카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는 카드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탓이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카드로 구매한 금액, 할부  금액보다 현금 서비스의 실적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신용카드의 본래적 역할보다 대출과 현금 서비스 카드 역할을 하게 되어, 신용 불량자를 양산하게 된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연계를 맺은 업체의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카드를 소지한 개인에게 1년 기준 카드 유지비를 받는다. 신용카드 경쟁이 치열해지며 광고비 지출도 커졌고, 특히, 삼성 카드의 경우 97년 이후 다른 카드사들이 광고비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금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신용불량자'에 대해, 그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소비를 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신다. 개인의 실수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개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개인보다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준 카드사와 은행, 정부의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쓸 수 있는 사용 한도를 무한정 올려놓고, 열심히 쓰라고 독려하는 환경에서는, 소비가 곧 미덕인양 자신의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팽배하게 된다. 은행과 카드사와 정부의 합작품이고, 이윤은 은행과 카드사가 다 가져간다. 그들이 대출 한도나 서비스 한도를 높이고, 사용을 독려하는 것은 기업 이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절대, 사용자 개인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자. 

  " 할부와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보면 돈이 없는 사람들이다. 신용카드가 사실상 대출 카드의 역할을 하게 되고, 이자 비율이 높아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더더욱 악화되었다. 카드사의 광고비는 이러한 수익에서 지출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음으로써 수익이 더욱 커지는 순환 고리를 가진다."

  "카드사는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가. 아니다. 카드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타 카드사와의 경쟁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나 발급해준 것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약 28% 가량의 이자 수익 비율은 일본의 사채보다도 더 높다. 조건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발급해준 까닭은 강박적 채권 추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박적 채권 추심에 대해서는 영화 <똥파리>에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일단 조건 불문하고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쓰고나서는 갚을 능력이 안 됐고,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빌려준 기관이나 개인은 채무자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을 보낸다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채뿐만 아니라 카드사나 은행도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 정부가 등록금 대출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졸업하고 나서 갚으라 했는데, 갚지 못하면 강제 추심을 하겠다는 것. 이래놓고 교과부는 알바를 할 필요가 없어요, 든든 학자금 제도가 있잖아요, 이러고 있다.

  "은행권 카드사와 전업 카드사 두 부류가 있는데, 화장품, 보험은 길에서 다 가입하고 구매하는데 왜 신용카드 발급만 아무 조건 없이 해주면 안 되는가, 하고 김대중 정부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양쪽 모두 무한정 발급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관명과 그들의 주장이 얼핏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이 신용카드 발급에 대해 규제하는 것을 반대했다.규제개혁위원회의 일원 중 엘지카드사 등 재벌계 카드사 임원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 재벌계 카드사는 은행권 카드사보다 홍보의 수단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은행만큼 영업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에서 홍보를 하려고 했고, 그것을 위원회가 허락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가 만든, 미국까는 영화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규제를 강화해야 할 기관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상황. 그 안의 임원들을 보면,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이해 관계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다른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대되는 기관에 몸담은 것이다. 법조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나. 판검사 하다가 기업 변호인단에 들어가 있고, 국세청에 있다가 기업에서 세금 업무 맡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여러 개 만들고, 카드깡을 하고, 카드 비용을 대출롤 돌려주겠다고 하는 업체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든 돈을 빌리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경로를 밟게 되는 사람들이 갚아야 할 비용은 점차 늘어나고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이때가 되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자다." 

  "김대중 정부가 이자 제한법을 폐지하였으나 최근 대부업계의 경우 44%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200%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채업체들도 있다. 원금 100만 원 미만이면 20%, 100만 원 이상이면 15%로 제한한 일본에 비하면 사채업의 천국인 셈이다. 미유키의 소설 <화차>에서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사채업체들이 한국을 시장으로 삼는 이유는, 일본보다 한국의 이자 제한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5~20% 받느니, 한국으로 와서 44%의 이자로 수익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 이 업체들은 한국의 이자율이 66%일 때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 그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하나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사채업 광고를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때는 연예인들도 사채 광고에 나왔는데 지금은 이미지 관리상 이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것이, 무대리 같은 사례. 사람 대신 재밌고 웃긴 캐릭터를 등장시켜 친근하게 만드는 것. 광고 카피도 '친구 친구 러시앤캐시'아닌가. 우리는 당신의 친구이고, 쉽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 그러나 돈을 빌린 이후엔 텔레비전 광고의 이미지가 아닌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하는데, 제1,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들은 결국 이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줄이고, 체크카드 공제폭을 신용카드보다 높게 설정했는데, 이는 신용카드를 한 장씩은 다 가지고 있고, 제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낼 만한 조치이지만,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을 권하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다만, 기왕에 체크카드 사용을 권하려면 신용카드 공제폭을 줄이지 말고 유지하는 한편 체크카드 공제폭을 기존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하는데, 유리지갑 직장인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충당하고, 덜 돌려주려는 정부 입장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서는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 세금은 저소득 직장인들이 아니라 고소득 직장인과 부자들에게서 거두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단 한 분을 봤는데, 그 분은 한 번 만들어봤더니 자기가 제한 없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잘라버렸다고 한다. 확실히 결제가 쉽기 때문에 사고픈 물건이 있을 때 더 고민하지 않고 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은 있다. 그러나 가급적 체크카드를 사용하려고 한다. 공제폭이 신용카드보다 커서가 아니라-그 공제나 이 공제나 어차피 얼마 못 받거나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갚아야 할 돈의 액수가 커지고 뒤로 밀리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일단 잔고가 없을 땐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잔고가 다시 생기면 '선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총 금액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래야 카드값 내는 날 타격을 덜 받게 된다.  

  카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강의를 들은 다음 날 카드사에 전화해 한 장을 없애긴 했지만, 아직도 내겐 세 장의 카드가 있다. 그 중 한 장에 몰아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나머지 두 장은 예비용이다. 요샌 신용카드 할인이나 혜택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아 없애기는 힘들다. 개인이 스스로 절제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 아예 카드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현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망각하라.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또 문자가 왔다. "수수료 없는 대출, 땡땡 실장입니다. 고객님은 현재 700만 원 이상 가승인 상태입니다." 매일 몇 건씩 받는다. 댓가 없이 줄 거 아니면 보내지 말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경제 강연 - 부동산 계급 사회 

  * 알라딘 공부방 6기가 진행 중인데, 이 강연은 5기 경제 시리즈 강연이었다. 이제서야 후기를 남긴다. 

  부동산 계급 사회. 손낙구 선생님의 책으로, 출간 당시부터 화제였다. 판매량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슈였다. 이슈와 판매량은 비례하지는 않는듯 하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강연 때도 강연자가 책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손수 만든 피피티 자료를 마련해 시각적으로 집중이 잘 되도록, 그리고 쉽게 전달되도록 애쓰셨다.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선진국의 5% 이내로, 전체 14위이다. 남한 인구의 40% 정도가 월세든 전세든 세살이를 하고 있으며, 인구의 5% 정도가 전체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도표를 보여주셨는데, 최고 집부자 한 사람은 1083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고. 이 사람뿐만 아니라 상위 3% 가량이 엄청나게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99채의 집을 가진 사람은 숫자 100을 채우기 위해 한 채를 더 가지고 싶어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분은 도대체 몇 채를 목표로 삼고 있는 걸까. 이렇게 상위 5%가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봐야 소용이 없다. 집은 많은데 세사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 

 "한국 노동자의 임금은 중국 노동자의 열 배 수준이며, 부동산은 사십 배에 달한다. 결혼 비용은 약 1억 7천만 원이 들고, 그 중 4분의 3 정도가 주택비용이다. 부동산 때문에 노후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며, 서울의 일반 직장인이 33평 집을 사려면 57세까지 한 푼 쓰지 않고 벌어야 가능하다." 결혼 비용을 보고  놀랐다. 이 돈이 없어도 결혼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평균적으로 그렇단다. 혼자 살아야 하나. 가끔 연봉, 집, 재산, 학력 등의 평균을 산출하여 기사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면 어디서 조사했냐, 어느 나라 얘기냐,류의 것들이 많은데, 이같은 통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는 '평균의 폭력'으로 다가간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 여섯 개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하였는데, 회수 기간이 빠르고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이었다. 따라서 주택담보 대출자가 급증하였고, 은행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부동산이 과열되면, 그 다음은 뭘까? 시나리오를 전개해 보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세를 놓게 되면, 이들은 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세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전세금, 월세금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전세자금,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다. 결국 은행이 승리하는 구조다.  

  손낙구 선생님은 부동산으로 계급을 나누는데, 자신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여 나는 몇 계급에 속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자신의 계급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기보다는 이러한 계급을 없애려고 해야 할 것이다. 높은 계급에 속했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고, 낮은 계급에 속했다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계급과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보증금 5천만 원 이상 셋방살이 하는 가구가 4계급에 속하는데, 이들은 100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보증금 5천 이하의 셋방살이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4계급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된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 때문에 향후 부동산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 대개는 자기 자본을 50% 가량은 가지고 시작하기에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은행이 부도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은행이 부도나진 않겠지만, 개인은 2년마다 올라가는 전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은행에 빚을 더 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갚아야 할 금액과 기간은 늘어나고, 갚지 못하면 현재보다 작은 집, 또는 전세라면 월세로 전환을 해야 한다.  

  "독일의 민간 택지에 사는 인구가 한국보다 많다. 그러나 13년 동안 월세가 두 번밖에 오르지 않고, 적정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동네마다 세입자 노조 대표가 있어 정부 공무원과  집주인, 세입자가 삼자대면하여 가격을 정한다. 세입자 조합마다 인권 변호사가 자문을 한다. 약자는 가능한 한 보호하도록 하고, 65세가 넘으면 현재 머물고 있는  집에서 십 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한다. 월세를 3개월 이상 안 내거나 집의 기물을 부수면 나가야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공공임대주택의 34%가 집주인이 공무원이다. 소득에 따라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공급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5% 정도.", "싱가포르 전체 국민의 92% 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과거에 독재 정권이 압류를 하여 80%의 땅이 국유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축업을 하여 국민에게 싸게 넘기는 구조다."  

  독일과 네덜란드, 싱가포르의 사례 모두 이상적으로 보인다. 각각 시스템은 다르지만.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독재자가 강압적으로 압류를 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고-싱가포르의 사례를 말씀하실 때 어떤 청강자가 '좋은 독재자'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네덜란드의 사례도 정부의 부담이 커서 힘들 것 같다고 하신듯. 개인적으로 볼 때 독일 시스템이 참 괜찮다. 월세든, 전세든 상한선을 두어 올리게 하고, 한 번 올리면 향후 수 년 간 올리지 못하게 한다. 세 드는 자, 집주인, 정부 공무원이 나와 회의를 하여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도 괜찮다. 이 모두가 합리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마, 한국에서 이리되면 집주인과 공무원이 결탁해 뇌물을 주고받고 가격을 이미 정한 뒤 세입자와 회의하여 상한선 폭을 크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인권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구한다니 참으로 이상적이지 않은가. 

  '재개발'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삶을 참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집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재개발, 뉴타운 하자고 하고,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세든 자들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다. 국가가 지정한 땅에 포크레인이 들어서고, 철거 용역이 들어간다. 국가와 있는 자는 제 이익에 따라 목소리를 내지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그들이 하자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중심에서 변두리로, 변두리에서 더 변두리로 밀려난다.  

  내가 사는 동네도 재개발 예정지다. 며칠 전 한 주민이 전단지를 돌렸다. 재개발 하지 말자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주변 지역과 비슷한 가격으로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에 지식이 없어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재개발을 하자고 하든, 하지 말자고 하든, 모두 제 돈을 불릴 생각을 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에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올해까지겠지. 이곳은 중심가의 변두리다. 난 이제 변두리의 변두리로 가야 할까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림] 인문학스터디 6기 1강 신동흔 선생님 강연(서울) 함께하실 분
신동흔의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강연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신동흔) 강의록을 공개합니다. 전체 다 기록하지는 않았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별 기록했습니다. 주로 강의 후반부 내용입니다.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순차구조에 따른 정교한 서사전개

결핍-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불완전) >
금기-위반-위반의 결과-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완전)

예) 우렁각시(붙잡고 사는 여자), 선녀와 나무꾼(붙잡혀 사는 여자) -> 인과관계 진행의 법칙

신화 속 대립항 (구렁덩덩신선비 민간설화)
-구렁이 : 사람들(인간과 동물, 신성과 세속)
-구렁이 : 장자딸(남자와 여자, 가난과 부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가난과 신성의 결합!
-구렁이 : 신선비(표면과 이면, 추함과 아름다움) 신성과 추함의 결합!
-막내딸 : 언니들(지혜와 무지, 착함과 악함)
-막내딸 : 새각시(오래된 것과 새 것, 유능과 무능)
-기타 - 현실계와 이계, 이별과 만남, 불행과 행복 등

-> 겉모습과 본질,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세상은 대상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의 것. 그 가치를 찾아 움직이는 이의 것.

(호랑이 눈썹의 의미 : 대상의 내면을 알아보는 능력)


문화콘텐츠로서의 고전문학

* 21세기의 코드, 고전
- 21세기는 대중의 시대, 상상력의 시대
- 고전에 깃든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상상력의 힘 세월의 검증을 거친 검증된 서사, 검증된 상상력 20세기는 리얼리즘, 엘리트의 시대

* 이미 고전은 21세기 문화의 중심에 있다.
> 서사의 힘 - 출판,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속의 고전
- 이야기 전문가, 고전 문학 전문가의 필요성 어떻게 고전을 콘텐츠로 살리는가?

* 문학의 힘, 고전의 힘을 살려내는 것이 핵심.
* 문학의 힘 살려내기
- 상상력의 힘 : 제한 없는 상상력, 섬세한 상상력
- 지성+감성의 힘 : 삶에 대한 총체적인 '형상적 인식'
- 미적 형상이 힘 : 사람들을 흡인하는 미적 긴장과 질서와 언어의 미감
- 선도적 생산력 : 새로운 인물과 사건, 새로운 시공간 창조의 능력

* 고전의 힘 살리기 - 문학의 힘 : 문학으로서의 속성과 가치
- 전통성 : 세월의 검증을 거친 생명력과 초시대적 보편성
- 원형성 : 존재와 가치의 근원에 대한 성찰과 원형적 감화력
- 생활성 :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서의 일상성
- 다중성 : 다수가 주체로 참여하여 창조하고 향유하는 문학예술

* 기획 아이디어 - 단순하고 힘있는 콘텐츠
- 스페인 돈키호테 릴레이 48시간 낭독회
- 플로리다 키 웨스트의 일몰 공연
- 테네시 한 소도시의 이야기 축제
- 제주 올레
- 두 고전 콘텐츠의 결합(역사 서사와 인물 서사)
   최척전
   흥부 생활체험 수련원
   민간 신화를 적용한 문학치료 카페 '바리'
   시조/한시 활용 퀴즈 게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참 지난 강연인데 이제 쓰고 있다. 확실히 게을러진 탓이다. 그동안 많은 강연을 갔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공동집필하고, 공동집필에 참여한 필자들이 각 대학에서 강연을 열었다고 한다. 신청한 곳은 이화여대 강연이었는데, 강연장에 들어서고선 놀랐다. 약간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몇 없었다. 마케팅팀 직원 한 명과 강연자, 그리고 강연을 들으러온 분 한 명. 내가 들어서니 두 명이 되었다. 이런 강연은 듣는 사람으로서도 참 미안하다. 한참 늦게 시작하고 듣는이는 다섯이 되었지만, 잠시 후 넷이 되었다.  

  미친 등록금이 화제다. 얼마전엔 대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시위 아닌 시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등록금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이명박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다." 라고 응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 정치인들은 이제부터 허경영식으로 좋다 하는 공약들은 다 만들어 홍보할 것이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모든 공약을 다 지킬 수는 없다"라는 명언 한 마디를 남겨주면 된다. 대학은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등록금을 올리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입시 전형료 13~18만 원. 민자 기숙자 일년 2인 2실에 500만 원. 대학의 가격 책정이 대학 밖 외부 하숙비와 비슷하게 책정되는 현실이다. 포항공대만 제외다. 입학금은 약 100만 원 가량으로 일본과 한국만 '입학금'이라는 걸 받으며, 수업료 안에는 실험실습비가 포함되어야 함에도 예술대, 공대 등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 대학원생의 경우, 대학생에 비해 등록금 인상하기가 쉽다. 교수와 학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신분인지라 함께 모여서 시위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등록금은 그나마 이야기라도 되지만, 대학원은 항상 제외되어 있다."  

  "각 대학에서 대학마다 들어가 있는 '생협'을 무너뜨리려고 하며, 대학의 학교 식당 이윤이 안 나오기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협과 학교 식당은 전혀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사업이며, 상업 매장이 들어올 수 있게 건물 공간을 할애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자. 불과 10년 전만해도 학교에 편의점이나 커피체인점 등은 볼 수 없었다. 자판기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홀짝였으며, 학생 식당에서 천 원짜리 밥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의 모습은 달라졌다. 편의점과 스타벅스 등은 물론이고, 고급 레스토랑까지 들어와 있다.  

  이화여대 안에서 그 비싼 레스토랑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기에 가는 학생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돈이 있으면 자식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현실이니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부모는 당연히 가진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례로 서울대에는 대원외고 졸업생들이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 출신을 합친 것보다 많다. 몇몇 언론과 조사기관에서도 발표를 한 바 있지않던가. 서울대생의 부모 직업과 재산 정도를 조사해봤더니 서울 그것도 강남 3구에 많이 몰렸고, 부유층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이화여대라고 다를 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도 만들면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장사가 되니까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다시. "2008년도 주간동아에 따르면, 여대 등 등록금이 남녀공학에 비해 비싸다. 관계자는 당시 청결과 안전을 이유로 들었는데, 구체적으로는 화장실에 휴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하였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여대의 등록금이 더 비싼 이유는 화장실 휴지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나보다. 여학생들이여 화장실 휴지를 왜 그렇게 많이 쓰는가? 아예 뽑아서 집으로 가져가시는가? 이런 질문을 그들에게 던져야 하겠는가. 휴지를 아무리 많이 쓴다 하기로 개인당 등록금을 타 남녀공학 대학보다 수십에서 백만 원씩 더 내야 하다니.  

  "홍대의 경우.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학생들에게 공간을 할애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기업 몇 곳이 들어가 있고, 로스쿨 신청을 위해 당시 공간을 비워 두었다. 결국 로스쿨은 탈락했다. 고대에 스타벅스(전국 매출 2위라고 한다), 숭실대의 홈플러스 등도  학교와 기업이 협력을 맺고 건물을 지어주고 임대 30년 무료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다." 결국 이기는 것은 학생과 학교가 아니라 기업이 된다. 이때부터 학교는 기업에 종속된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를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두산이 중앙대 사태에 개입하거나 하는 방식 말이다. 

  "이화여대 전체 수업 중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4%. 적립금에서부터 예금 이자 수입이 14.1%다. 교육부대수입(논문심사비 포함), 법인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 수입의 약 80%가량은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기부금 83억 중에 기업이 내는 것은 3억 5천이 전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화여대는 천안에 땅을 사놓고 파주에 캠퍼스를 만들려고 추진 중이지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도 안성 캠퍼스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땅을 사서 그걸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학은 인터뷰나 언론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들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등록금이 올라가도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돈은 다 땅값으로 간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며 낸 등록금을 상원 의원이 되어서야 다 갚았으며, 한국의 교과부 관계자는 든든 학자금 제도가 있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알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어느 프로그램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을 모르는 말. 졸업 후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마당에, 취직해서 갚으면 된다는 안이한 말을 하는 건, 뭘 보고 판단한 것인지. 연봉이 적은 기업에 취직한 사람일수록 갚지 못한 대출금의 이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결국 오래도록 여기에 시달린다. 정부는 채권추심팀까지 용역으로 뽑아 대출금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국가가 국가가 아닌 것.  

  현실이 이런데 한국의 대학생은 왜 반응하지 않는가?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의 경우 폭력 시위로까지 대규모로 번지는데, 한국은 왜. 영국에선 왕세자 부부가 시위대 행렬에 둘러싸였고, 어느 나라에서는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불편해 하지 않는다. 시민 의식이 된 것이다. 한국은 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이 가장 높다. 어느 대학생은 부모님이 내주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니라고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정리 논평. 등록금이 없거나 저렴해야 모두가 교육의 기회를 동등하게 받는다. 대학은 많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시대가 다시 왔다. 대학은 많아도 돈이 없기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가는가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데,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누구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구는 문화 생활을 즐기거나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 이것은 불평등하다. 등록금이 비싸지면 비싸질수록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계급이 정해지는 꼴이다. 계급이 존재하지만 계급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정해진 계급을 깨고 올라갈 수도 없는 사회가 오늘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int236 2011-04-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답한 노릇입니다.

마늘빵 2011-04-20 14:03   좋아요 0 | URL
...

穀雨(곡우) 2011-04-2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한 제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이면 집을 팔아야겠군요.
그 뒤로 둘이나 더 있는데....쩝

마늘빵 2011-04-20 14:10   좋아요 0 | URL
아, 대학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죠. 그래서 전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국가는 저출산이니 하면서 구호만 외치고, 애 낳으면 돈 몇 푼 쥐어주는 걸로 끝내려 하죠.

穀雨(곡우) 2011-04-20 14: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돈 몇푼 주는 그것도 빨리 안준다는 거....ㅋㅋ

인문MD 바갈라딘 2011-04-2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날 참석자가... 다른 강연 일정과 겹쳐서 참석을 못 했는데... 내용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다짐도 소극적 자세겠지요, 저도 마찬가지 생각인데요. 이거 참 답이 없는 답답한 노릇입니다. 졸업하고 나면 다들 또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으니.

마늘빵 2011-04-20 18:01   좋아요 0 | URL
아, 이대 강연에 오실 예정이었군요. ^^ 그날 제 생각에도 다른 뭔가가 있었던 거 같아요. 가고픈 강연이었던 것 같은 느낌만 있다는. 누구 강연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비로그인 2011-04-2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중 하나는, 정해진 틀 이외에 얼마나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가,로 결정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수학 성적이 뛰어나게 좋지 않을 경우 어떤 진로를 택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이지요. 그리고 그 다양한 진로가 개인의 성취와 얼마나 연관지어질 수 있을 것인가?
없군요. 여기는, 없어요.

2.대치동에서 학원강사를 했던 사람의 말로는, 한 클라스 인원 30명 중 25명 가량의 부모 직업이 의사였고, 나머지 5인은 판사나 기업인 등이었다 해요.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열정과 학생의 능력(단어 사용이 참으로 뷁스럽습니다만)이 만나야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 그와의 대화 끝에 생각했어요. 나는, 나와 함께 사는 아동을 저 지옥으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그가 스스로 걸어들어가기를 원치 않는 이상은. 그 뒤의 일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이다. 라고. 그게 아주 힘들 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요.

3.한동안 뜸하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생각했어요!

마늘빵 2011-04-21 10:53   좋아요 0 | URL
1. 동의합니다. 한 가지로만 판별되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오직 경쟁과 줄세기만 남아 있을뿐. 해당 기준에서 벗어난 자는 주변인으로 살아가게 되죠.
2. 박사 받고 고액과외, 학원 강사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어봐도 비슷합니다. 있는집에서는 투자 대비 산출을 내려고 계속 퍼붓죠. 그들 사이에서도 경쟁을 하고,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또 경쟁을 합니다. ^^ 계속 따라가다가 쳐지고 좌절하는 사회.
3. 무슨 일이 있긴 해요. 힘든 상황인데, 책이나 글로 위안을 삼으려고 합니다.
 
[알림] 인문학스터디 6기 1강 신동흔 선생님 강연(서울) 함께하실 분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강연

  조금 늦게 강연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늦었으면서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오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강연장은 문이 하나라 다른 선택은 없었다. 늦게 왔으면서 순간적으로 빠르게 두리번하고는, 꽉 들어찬 강연장의 앞줄 빈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보통 알라딘이나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강연회가 이렇게 사람이 많진 않은데, 조금 의외긴 했다. 신동흔 선생님은 이미 뭔가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 중이셨고, 재빨리 이야기의 맥을 찾아보려 했다.  

  서사. 장르를 불문하고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사'를 무시할 수가 없다. 선생님에 따르면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인물의 장면 이동에 따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이 순차구조에 따라 정교하게 전개된다. 인물, 상황에는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고, 이것을 해결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결핍은 해소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불완전하다. 이후에 다시 금기와 위반과 그에 따른 위반의 결과가 나타나고, 다시 이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로써 결핍은 완전히 해소된다. 서사는 계획된 인과관계에 따라 구조적으로 들어맞으며 만들어진다.  

  민간 설화, 고전은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 글이나 말로 전해 내려오며  살이 붙고, 불완전한 이야기가 점차 완성된 형태로 변해가는데,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애니메이션, 소설, 시나리오, 희곡, 드라마 등의 모든 문화콘텐츠는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새로 무엇인가를 창작한다고 해도 과거의 인물 구조나 서사 전개 방식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인기 있었던 작품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각 나라의 고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것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약간 비틀거나, 거기에 새로운 줄거리를 덧씌우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선생님께서는 20세기가 리얼리즘, 엘리트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고전, 상상력, 대중의 시대라고 말씀하신다. 고전에 깃든 원형적이고 보편적인 상상력의 힘을 가리키며, 이것은 세월의 검증을 거친 검증된 서사이고, 검증된 상상력이라는 것. 대중은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 상상력이 주된 흐름이 될 거란 해석이다. 단순히 그것은 콘텐츠와 구조를 넘어서,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또다른 창작활동이나 축제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창작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요즘,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역시 이 강연에서 아이디어와 동기를 부여받고 간다. 아직 책을 안 읽었는데, 최근 지른 책이 너무 많아 잠시 숨을 고르고, 일독하려 한다. 

  덧) 인문학스터디 6기. 살아있는 고전 문학 교과서 강연은 서울에서 두 차례를 포함해 대전, 부산, 대구 등 여섯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서울에만 편중되어 있던 이런 좋은 강연을 지역으로도 확산시켜서 서울에 있는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남은 강연에 갈 기회를 박탈(?) 당했지만, 지역에 계신 분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남은 강연도 강연장이 꽉 들어차길 바란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 신동흔 강의록 일부
    from 자유를 찾아서 2011-04-21 01:47 
    *고전 속의 꿈과 판타지, 문화콘텐츠(신동흔) 강의록을 공개합니다.전체 다 기록하지는 않았고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선별 기록했습니다. 주로 강의 후반부 내용입니다. 서사란 마구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순차구조에 따른 정교한 서사전개 결핍-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불완전) > 금기-위반-위반의 결과-해결의 시도-결핍의 해소(완전) 예) 우렁각시(붙잡고 사는 여자), 선녀와 나무꾼(붙잡혀 사는 여자) -> 인과관계 진행의 법칙 신화 속 대립항 (
 
 
Forgettable. 2011-04-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신동흔선생님 제자에요!! ㅋㅋㅋㅋ 논문도 선생님한테 냈다능 ㅋㅋ
첨엔 잘 못알아 들어서 졸기도 많이 졸았는데 ㅠㅠ 신기하다..

마늘빵 2011-04-20 14:04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에요. 아직 캐나다에 있죠?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문MD 바갈라딘 2011-04-2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입니다. 인문학스터디 후기가 드디어 알라디너의 선택에~~ 신동흔 선생님 강의는 정말 신명나요. 고전 말씀하시면서 '알라딘' 홍보도 여러 차례 해주셔서 ^^. 후기 고맙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강의록을 올려보고 싶은데 몸이 참 모자라네요. 지역 강연은 가능한 동영상 촬영을 해서 올려볼 참입니다.

마늘빵 2011-04-20 18:11   좋아요 0 | URL
전에 갔던 강연들도 줄줄이 쓰려고 했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못 썼죠. ^^ 마저 쓰려고요. 한참 지났지만. 기록은 다 해두었답니다. 이번 강연 강의록은 제가 올려볼게요. 아이패드로 다 쳐놨습니다.